그 말에 강말숙도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자 고다정은 계속 말하게 뒀다간 영영 해명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두 번이라니, 한 번이잖아.”말을 꺼내자 어딘가 잘못된 기분에 또 덧붙여 변명했다.“그건 그냥 우연한 사고였어. 사고!”마지막 두 글자에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아쉽게도 임은미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입을 삐죽거렸다.“사고라고 해도 둘이 뽀뽀한 건 숨길 수 없지.”“맞아요!”두 녀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고다정은 이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그녀는 눈을 치켜뜨고 두 녀석을 보며 겁을 주듯 말했다.“너희들은 나중에 혼낼 거야!”두 녀석은 놀랬는지 황급히 강말숙에게 뛰어가 불쌍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외증조할머니, 엄마가 우릴 때리려고 해요.”강말숙은 바로 아이들을 막아나서며 고다정을 노려봤다.“네 문제를 가지고 왜 우리 쌍둥이한테 그러냐. 네가 애들을 때리면 난 널 때릴 거야!”고다정은 그 말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외할머니 품에서 의기양양해 있는 두 녀석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할머니, 애들 너무 오냐오냐해주면 안 돼요. 지금 애들 하는 짓을 보세요, 혼내지 않으면 제 엄마도 팔아치울 기세라니까요.”“내가 보기엔 좋기만 하고만. 애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생각은 못 해봤어?”강말숙도 외손녀를 흘겨봤다.고다정은 침묵에 잠겼다. 당연히 그녀도 쌍둥이들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강말숙은 다정의 표정을 보더니 더는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지금 해서는 안 될 말들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었다.밥을 다 먹은 후 임은미는 두 녀석과 함께 놀이를 했고 강말숙은 고다정을 끌고 약방으로 가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여 대표님이랑은 무슨 사이인 거니? 사귈 셈이냐 아니면 그럴 생각이 없는 거냐?”“... 아직 모르겠어요.”고다정은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털어놨다.강말숙은 미간을 좁히더니 말했다. “지금은 모르겠어도 나중에는? 아이들도 아버지가 필요해.”그 말에 고다정은 입술을 깨물고는 낮게 투덜댔
같은 시각, 임 씨네 별장임광원이 소파에 앉은 채 잡지를 보고 있었다.그는 불현듯 무슨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들며 말했다.“초연아, 여준재가 귀국했더구나. 내일 몸보신할만한 것 좀 싸 들고 보러 가거라.”“알고 있어요.”임초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 역시도 그럴 생각이었다....다음 날, 고다정은 일찍 일어나 간단히 세수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충분히 이른 기상이었다고 생각하며 거실로 들어서자 여준재가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여준재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자 고다정을 발견하고는 무표정이었던 얼굴이 부드럽게 펴졌다.그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짓고는 물었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좀 더 자지 않고?”“한번 깨니까 다시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근데 준재 씨도 좀 더 쉬는 게 어때요, 지금 몸 상태로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요.”고다정은 말하며 여준재 옆의 소파에 앉았다.여준재가 웃으며 답했다.“쉬고 싶어도 아침부터 아랫사람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깼어요.”일과 관련된 것이라 고다정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순간 어제 준재가 자신의 친구를 초대한 일이 생각나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두 아이도 있어 길게 묻기 어려웠지만 생각난 김에 지금이라도 참지 않고 묻기로 했다.“어제는 왜 내 친구를 초대한 거에요?”“다정 씨 친구도 재밌는 분 같아서요. 친구라도 있으면 다정 씨랑 아이들이 심심하진 않을 테니깐요.”여준재는 웃으며 설명했지만 고다정은 듣고 있으면서도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여준재에게는 숨은 이유가 있었다. 여준재가 임은미를 초대한 것은 고다정과 함께 있어 주는 것 말고도 임은미와 두 아이가 함께 있으면 고다정과 가까워질 기회가 또 생길 것 같아서였다.두 사람은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실없는 대화만 나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분위기만 맴돌았다.얼마 지났을까 두 녀석도 깼는지 키득대며 내려왔다.그들은 거실에 앉아있는 엄마와 아저씨를 보더니 쪼르르 뛰어오며 인
여준재는 눈앞에서 센 척하는 다정 때문에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하지만 더는 고다정을 몰아붙이지 않고 입꼬리를 올린 채 살살 달랬다.“알겠어요, 기분 나쁜 거 아니에요. 내가 잘못 봤네요. 그럼 나랑 같이 손님 맞이하러 갈래요?”“내가 왜 같이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요?”고다정은 여준재의 말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 집 주인도 아닌데 무슨 손님맞이란 말인가. 하지만 여준재는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녀를 끌고 내려갔다.아래층에서 임초연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티 테이블 위에는 특별히 준비해온 몸보신 제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계단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준재...”막 두 글자를 내뱉자마자 얼굴에 있던 미소가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눈에 불을 켠 채 여준재와 고다정이 맞잡은 손을 쳐다보며 질투심에 활활 타올랐다.여준재는 그녀의 이상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고다정을 끌고 오더니 티 테이블에 올려진 물건들을 보며 바로 거절했다.“이런 건 필요 없으니 가져가요.”고다정은 임초연의 날카로운 눈빛을 읽어내고는 뻘쭘해져 손을 빼내려고 했다.손에 힘을 주자마자 여준재가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래요?”“목이 좀 말라서요, 손 좀 놔줘요. 물 마시러 갈 거예요.”고다정은 거짓말로 둘러댔고 여준재는 못 알아챌 리가 없었으나 할 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손을 놓았다.자유로워진 고다정은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갔다.인제야 임초연이 정신을 차린 듯 고다정이 떠난 방향을 흘깃 훑고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고 선생님이랑 잘 되시나 봐요. 사귀는 거예요?”“무슨 상관이라도 있나요?”여준재가 냉담한 표정으로 쳐다봤다.임초연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마음속은 천 불이라도 난 듯 말 못 할 고통으로 쓰라렸다.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깊게 호흡하고는 웃으며 답했다.“저랑은 상관없죠.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여준재는 그녀를 바라보며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임초연은 가볍게 아랫입술을 물며 난감해했다.거실
심해영은 아이들의 부름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그녀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두 아이를 향해 팔을 벌렸고 두 녀석은 쪼르르 뛰어가 한쪽 팔에 한 명씩 쏙 안겼다.“보고 싶었어요, 엄청 보고 싶었어요 할머니.”“저도요. 이만큼 보고 싶었어요.”두 아이는 서로 대결이라도 하듯 예쁜 말만 골라서 했고 몸짓도 점점 과장됐다.심해영은 둘을 보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옆에서 지켜보던 여진성이 놀랍다는 듯 물었다.“언제부터 이렇게 정이 깊어진 거야?”“해외에 있을 때부터죠.”심해영은 자랑스럽다는 듯 대답했고 여진성은 그 말에 자신도 함께 따라 나갔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생각일 뿐 회사의 일들을 제칠 순 없었을 것이다.그는 곧 고개를 돌려 여준재를 바라보며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몸은 좀 어떠니?”“큰 문제는 없어요, 내일이면 회사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여준재가 담담하게 말했다.여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고다정에게 둔 채로 말했다.“이번에 우리 여 씨 집안에 생명 하나 구해주셨네요. 다 고 선생님 덕분입니다. 이번에 고 선생님이 계신 줄도 몰랐는데 다음에 준재한테 선물 좀 보낼게요. 받아주세요.”그 말에 고다정은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여진성의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 답례 선물을 함으로써 이번 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뜻이었다.“선물은 괜찮습니다. 여 대표님이 약값은 충분히 지불해주셨어요.”고다정이 둘러 거절하며 말했다.여준재도 한마디 했다.“이건 저랑 고선생님 사이의 일이니 상관하지 마세요.”말끝에 경고하듯 부모님을 쳐다봤다.여진성과 심해영은 상황을 보더니 아들이 자기 뜻을 오해하고 있음을 알아챘다.그들은 그저 다정에게 감사 인사를 했을 뿐이었지만 더는 변명은 하지 않은 채 화제를 옮겼다.심해영은 아이들과 놀아줬고 여진성은 회사 일에 대해 준재와 이야기를 나눴다.분위기는 나름 화기애애했다.시간이 흐르고 이상철이 오더니 공손하게 이야기했다.“도련님, 저녁 준비됐습니다.”“알겠어요.”여준재는
임초연은 자신이 여준재를 가질 수 없다면 고다정 또한 절대 가질 수 없게 만들어야 했다. 당시 고다정을 나락으로 빠트린 것이 그녀의 순결과 관련된 사건임을 생각해낸 임초연은 이번에도 같은 사건으로 고다정을 함정에 빠트리면 흥미진진하겠다고 생각했다.고다정은 위험이 곧 닥쳐오고 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 뒤로 며칠간 그녀는 여유로운 생활을 했다.낮에는 두 녀석을 학교에 바래다주고 자신은 산장 속 약재 밭을 보러 가거나 집으로 돌아가 외할머니와 시간을 보냈고 저녁에는 아이를 데려온 후 같이 제란원으로 돌아왔다.요 며칠 여준재도 일찍 집으로 돌아왔고 별다른 접대 일정을 잡지 않았다.그들의 일상도 점차 한 가족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눈 깜작할 새에 또 일주일이 지났다.임초연은 계획을 위해 고다정과 여준재 쪽 상황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며칠이나 관찰했음에도 손을 쓸 기회를 찾지 못했다.그녀가 곧 포기하려 할 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이날은 여준재가 시 중심의 코스트 클럽에서 미룰 수 없는 접대가 있는 날이였다.출발 전 그는 고다정에게 전화를 걸어 알렸다.“밤에 접대가 있어 늦게 들어갈 것 같아요. 아이들과 먼저 밥 먹어요, 기다리지 말고.”“알겠어요, 술은 마시지 말고요, 지금 몸 상태로는 버티지 못할 거에요.”고다정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당부했다.여준재는 웃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장난기 섞인 말에 고다정도 참지 못하고 웃음이 픽 새 나왔다.“무슨 소리예요, 누가 당신 사령관인데요.”“지금 내가 먹고 마시는 걸 다정 씨가 관리하고 있는데, 제 사령관님 맞잖아요?”여준재는 다시 장난스럽게 대답했다.고다정은 장난에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됐어요, 당신이랑 얘기 안 해요. 밥 먹으러 갈 거예요.”말을 마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한편 여준재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입꼬리에 옅은 미소를 띠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코스트 클럽에 도착했고 거기에는 임씨 부녀도 와 있는 것을 발
고다정은 두려움에 떨며 조건을 제시해 자신을 풀어달라고 협상하고 싶었다.하지만 입이 막혀있는지라 웅웅거리는 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두 남성은 그 소리를 듣더니 거칠게 중얼거렸다.“이 년도 깡다구가 대단하네, 의뢰인 요구만 없었으면 당장 해버리고 싶어 죽겠어.”“함부로 하지 마, 의뢰인도 다 생각이 있겠지. 괜히 계획을 망가뜨려서 나까지 돈을 잃게 하지 마.”다른 남성이 경고했다.첫 남자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도 선은 지키는 사람이니까. 정 안되면 일이 끝나고 떨어진 콩고물이나 다시 먹으러 와야지 뭐.”그러면서 손을 들어 고다정의 뺨을 톡톡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앙큼한 년, 지금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힘 좀 아껴두라고, 그래야 조금 있다 마음껏 소리 지르지!”고다정은 얼굴에 느껴지는 불쾌한 감촉이 상당히 역겨웠고 마음속은 두려움이 극에 달했다.그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 남자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낼 수 있었다...한 편, 여준재는 이미 클럽을 떠나 제란원으로 돌아왔지만 집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그는 고다정과 아이들이 쉬러 간 줄 알고 별다른 생각 없이 방으로 올라갔다.하지만 고다정의 방을 지나칠 때 방문이 열려있음을 발견했고 뭐에 홀린 듯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여준재는 역시 고다정이 아이들 쪽에 간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아이들 방에는 두 녀석이 바닥에서 레고를 놀고 있었을 뿐 고다정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두 녀석은 여준재가 돌아온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삼촌, 왜 오셨어요?”“아닌데, 삼촌 술에 취하셨다면서요?”하윤이가 무언가 잘못됐음을 발견하고 작은 얼굴을 찡그렸다.여준재는 그 말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누가 말해준 거야?내가 취했다고. 그리고 엄마는 어디 있어?”준재의 질문에 하준이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직원이라는 사람이 엄마에게 전화했어요. 삼촌이 술에 취했다고 엄마보고 데리러 오라고 했어요.”“언제 있은 일인데?”여준재의 낯
“이런 쌍년이 감히 날 찬 거야? 그래 지금 바로 덮쳐줄게!”남자는 깊은 수치심을 느끼고는 다시 고다정을 덮치며 손을 뻗어 다정의 옷을 찢으려 했다.고다정은 두려움이 고조에 달하며 눈가에는 눈물이 차올랐다.묶여있는 와중에도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며 발길질을 하고 팔을 휘둘렀다.이 때문에 이 남자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옆에 있던 세 남자는 상황을 보더니 크게 박장대소하며 놀렸다.“약해 빠져서는, 안 되면 비켜, 우리가 할게.”그 말에 머리끝까지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 남자는 고다정이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체면을 다 깎아버렸다고 생각했다.“당연히 처리할 수 있지!”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소리를 지르더니 고다정의 묶인 손을 꽉 잡고 있는 힘껏 당겨 고다정을 침대에서 번쩍 들었다.이 동작으로 고다정의 손목에 묶인 끈이 살짝 헐렁해짐을 느꼈다.고다정은 남자를 제지할 수가 없어 그가 코앞까지 자신을 번쩍 드는 것을 바라만 봤다. 마음속으로는 역겨움과 절망이 요동치고 있었다.남자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탓인지 그의 몸에서 풍기는 알코올과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순간 그녀는 참지 못해 헛구역질해댔고 운 좋게도 이로 인해 입에 물려있던 천이 입 밖으로 뱉어졌다.그녀는 뱃속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상관할 틈도 없이 바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살려주세요-”“허, 밖에 널 구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고다정을 잡은 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손을 뻗어 다정의 턱을 움켜쥐더니 음흉하게 웃었다.“오늘 밤 아무도 널 구하러 오지 않을 거야. 고분고분 말을 들으면 오빠들이 부드럽게 해줄게. 아니면 널 죽을 때까지 망가뜨릴 수도 있어.”그 말에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살기등등하게 눈앞의 남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꿈도 꾸지 마!”말을 마치고는 고개를 숙여 있는 힘껏 남자의 배를 들이밀었고 휘청거리는 틈을 타 다시 힘껏 발길질했다.다정은 운이 좋았는지 바로 가장 중요한 급소를 걷어찼고 바로 남자의 고통스러운 비명
거친 말을 내뱉으며 남자는 또다시 고다정에게 발길질을 해댔다.고다정은 반항할 방법조차 없어 머리를 감싸 쥔 채 몸을 웅크리고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해야 했다.한순간 아픔을 못 이겨 혼절할 뻔했지만, 자신이 이대로 정신을 잃다간 이 남자들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알 수 없었다.그녀는 최선을 다해 눈을 부릅뜨고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바로 그때, 다른 두 명의 남자가 고다정이 땅에 엎드린 채 미동도 없는 것을 보더니 후환이 두려운 듯 말했다.“그만해, 이러다 죽겠어. 난 시체를 강간하고 싶진 않거든.”말하며 두 사람이 남자를 제지했다.남자도 힘이 들었는지 구타를 멈추고는 말리던 친구들의 손을 제치고 침대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말했다.“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해 봐. 죽지 않았으면 다시 침대에 던져 놔, 계속 놀아줘야지.”“인제야 생사를 걱정하는 거야? 알면서도 그렇게 무서운 기세로 때린 거야?”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 명이 다가가 고다정의 상황을 살펴보려 했다.고다정은 혼절한 것이 아니라 바닥에 누운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구타당한 곳들이 너무 아파 숨 돌릴 시간이 필요했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내려 했다.방문은 절대 열 수가 없었고 남은 것은 창문밖에 없었지만, 이곳이 몇 층인지 알 길이 없었다.하지만 몇 층이 됐든 죽더라도 이 사람들에게 몸이 더럽혀질 수는 없었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시 가까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눈빛이 어두워지며 독기를 뿜어댔다.“어이, 죽은 거야? 말 좀 해 봐.”다가오던 남자는 발로 살짝 고다정을 건드렸다.고다정은 숨을 참고 움직이지 않았다.남자는 상황을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고 몸을 숙여 고다정을 뒤집어 눕힐 생각이었다.그가 손을 뻗자마자 이변이 발생했다.고다정이 순식간에 남자를 공격한 것이다.그녀는 남은 힘을 쥐어짜내 남자를 쓰러트린 후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창문을 향해 뛰어갔다.이와 동시에 여준재도 고다정의 행적을 찾아냈다.그는 굳은 얼굴로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