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1270 챕터

제181화 처음으로 날 먼저 생각해줬어

여준재는 쌍둥이를 데리고 근처 놀이공원으로 갔다. 아이를 동반한 손님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리조트 내에 미니 놀이공원을 설계했다.비록 미니 놀이공원이라지만 있을 건 다 있었고 최신 놀이기구들도 갖추고 있었다.아이들은 신나게 날아다녔다.물론 그들은 준재를 잊지 않고 수시로 밖에서 기다리던 준재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아저씨, 여기 보세요.”하윤은 놀이기구를 탄 상태로 준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하준이도 모처럼 또래 아이들처럼 행동했다.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본 준재는 휴대폰을 꺼내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약 2시간 정도 놀고 나서야 그들은 흥이 가시지 않은 채로 호텔로 돌아갔다. 하윤은 준재의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했다.“아저씨, 여기는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오빠, 오빠도 재밌었지?”“재밌었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엄마랑 다시 오자.”하준은 눈을 반짝이며 하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던 준재는 괜스레 뿌듯해져 웃고 있었다.호텔에 돌아온 그는 호텔 매니저를 불렀다.“여 대표님, 따로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호텔 매니저는 서둘러 달려와 정중히 물었다.준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가서 VIP 멤버십 카드 두 장을 준비해 주시고 이 아이들의 이름을 등록해서 아이들이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세요.”호텔 매니저는 의아한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즉시 VIP 멤버십 카드 2장을 등록해 아이들에게 각각 건네주었다.“하준 도련님, 하윤 아가씨, 이건 여러분들의 멤버십 카드입니다. 이 카드를 들고 오시면 평생 무료로 사용하실 수 있어요.”하준과 하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준재를 바라볼 뿐이었다.준재는 그들이 망설이는 걸 보며 직감적으로 고다정이 남이 주는 건 함부로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줬다는 걸 깨달았고, 동시에 아이들의 심성에 한 번 더 놀랐다.보통 아이들 같은 경우, 공짜라는 말을 들으면 너나 할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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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해

저녁 늦은 시간, 구남준이 여성 직원을 데려와 고다정을 도와 짐을 싼지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정리를 마친 그들은 리조트를 떠났다. ……강말숙은 자신의 외손녀가 여준재에게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괜찮아요, 제 부주의로 살짝 접질렸을 뿐이에요.”다정은 걱정하는 외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대략적으로 설명했고 이를 들은 강말숙은 마음이 아팠다.“조심 좀 하지 그랬어…….”그녀는 속상한 마음에 미간을 찌푸리며 다정을 바라봤지만, 준재를 향한 감사 인사는 잊지 않았다.“여 대표님, 이렇게 집까지 데려다주시고……,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괜찮아요, 별일 아닙니다.”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후, 다정에게 말했다.“고 선생님, 앞으로 이틀 정도는 집에서 쉬세요. 얼른 낫길 바랄게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준재는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에 그를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그가 더 이상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엘리베이터를 쳐다보고 있었다.강말숙은 그들의 행동이 웃기기만 할 뿐이었다.“하준아, 하윤아, 얼른 문 닫고 들어와. 외증조할머니가 너희들한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으시대.”아이들은 그녀의 말에 순순히 문을 닫고 돌아서 재빨리 달려왔다.“외증조할머니, 무슨 일이세요?”하준과 하윤은 그녀를 껴안고 어리광을 피우며 물었다.강말숙은 아이들을 껴안은 뒤, 세 가족의 여행에 대해 물었다.“가서 뭐 하고 놀았어?”“저희는 단풍이 엄청 많은 숲이랑 호수도 갔어요.”“아저씨는 엄마랑 저희를 데리고 온천도 가주시고 오늘은 저희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주셨어요.”아이들은 그들의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어 할머니에게 말했다.강말숙은 관심을 가지고 듣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왔구나, 너희가 행복했으면 됐어.”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엔 걱정이 앞섰다.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다정은 옆에 앉아 외할머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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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당신을 위해 왔어요

고다정은 이틀 동안 상처를 치료했더니, 마침내 발목의 부기는 가라앉았다.회복한 후,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산 중턱에 있는 병원에 가서 약재를 돌보는 일이었다.며칠 동안 돌보지 않았기에 약재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하지만 미리 손을 써 둔 여준재 덕분에 약재는 잘 자라고 있었다.푸릇푸릇한 약재를 바라보며 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집사는 형식적인 미소를 장착한 뒤, 조심히 물었다.“고 선생님, 약재들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문제없어요, 잘 보살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온 마음을 다해 다정은 감사를 전했다.뒤이어 그녀는 옆에 있는 공구실로 가서 작업에 필요한 몇 가지 도구를 가져올 생각이었다.그녀의 행동을 본 집사는 황급히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고 선생님,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일부 약재의 싹을 정리할 생각인데 이건 이 집사님이 하시기에 많이 어려울 거예요.”다정은 말과 함께 약밭으로 걸어갔다.일부 약재에서 자란 새싹은 아무런 약효가 없어 사전에 처리하여 더 나은 약효를 유지해야 한다.하지만 집사는 다정의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그는 다시 다정의 앞을 막으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고 선생님, 이 정도 일은 저희에게 시키셔도 됩니다. 저희 도련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약밭에 손을 대는 일은 저희가 하고, 고 선생님은 옆에서 지휘만 해주시면 됩니다.”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노동자들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맞아요, 고 선생님, 근처에서 쉬고 계세요. 약재를 어떻게 정리할지 알려주시면 반드시 만족하실 수 있도록 처리하겠습니다.”“고 선생님께서는 저희 고집을 꺾기 어려우실 겁니다.”이 말을 들은 다정은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리고 약재 처리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방법을 익힌 노동자들을 본 다정은 약밭에서 물러나 집에서 가져온 약재를 정리하고 있었다.햇빛 아래, 정원은 분주하고 분위기는 산뜻했다.하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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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그 사람이 그녀였어

여준재는 고다정의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그의 동공이 흔들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조심히 입을 열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 사람을 왜 찾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그게…….”다정은 잠시 머뭇거렸고, 고민 끝에 말하기로 결정했다.‘여 대표님의 능력이라면 몇 년 전의 일도 해결할 수 있을 거야.’“여 대표님도 이제 아시겠지만, 전 이 사람을 꼭 찾아야 해요. 5년 전, 저는 그 사람과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고 하준이와 하윤이를 가졌어요. 이젠 아이들이 아빠의 존재가 필요한 나이가 되어 아이들의 친아빠를 찾아주고 싶어요.”“아이들의 친아빠라뇨, 방금 말씀하신 게 사실이에요!?”준재는 혼이 나간 상태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여 대표님, 왜 그러세요?”그녀의 의아한 표정을 본 준재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의 마음에는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카이루 호텔은 유일한 YS그룹 소유의 7성급 호텔이다.그리고 호텔의 2806호 스위트 룸은 그의 전용 객실이었으며, 평상시에는 그만 해당 객실을 사용했다.다정이 언급한 날짜도 그는 분명히 기억했다.5년 전, 준재는 누군가가 꾸민 일로 인해 약을 먹었다.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누군가의 덫에 걸린 날이라고 할 수 있다.그는 그날의 일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그 당시 그는 불안정한 상태였고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이 단지 꿈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다정의 말을 들은 준재는 더 이상 이성을 찾을 수 없었다.‘설마 그 밤의 꿈은 꿈이 아니었단 말이야?’준재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그는 그 당시,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 피가 묻어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당시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구남준에게 물어보기도 했다.……“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내 방에 여자가 있었던 거지?”“무슨 여자 말씀하십니까?”그의 질문을 들은 남준은 혼란스러워하며 여자가 없었다고 황급히 설명했었다.준재는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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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DNA 검사

도착했을 땐, 이미 소식을 전달받은 호텔 매니저와 직원들이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준재가 차에서 내리자 그들은 곧바로 맞이했다.“반갑습니다,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저희 호텔은 CCTV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걸로 기억합니다. 5년 전 7월 24일, 2806호 층수의 CCTV 기록을 찾아보세요.”준재는 단도직입적으로 분부를 내렸다.갑작스러운 말에 호텔 매니저는 의아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찾아오라며 지시를 내렸다.아무래도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구남준은 대표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약간 어리둥절했고 그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갑자기 그날의 CCTV는 왜 확인하시는 겁니까?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5년 전, 이 호텔에서 일어난 일을 아직도 기억해?”준재는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남준은 잠시 생각한 후, 대표님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그의 대표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 그 일은 그날 밤에 일어난 계략에 걸려든 사건이었고, 명백한 사실이었다.준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난 여태껏 꿈이라고만 생각한 그날 밤에 이곳에서 어떤 여성과 잔 것 같아. 오늘 고 선생님이 아이들의 친아빠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녀가 말한 방이 바로 그 방이야.”그 순간, 그는 잠시 망설이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 방, 나만 사용했어.”“그럼, 고 선생님이 그날 밤 그 여자라는 말입니까?”남준은 충격을 받아 눈을 동그랗게 떴다.준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 나타난 뜻은 분명했다.침묵하는 준재를 바라보며 남준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문득 한 가지 일이 생각난 그는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만약 그런 거라면 몇 년 전 고 선생님의 명예가 훼손됐던 기간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분명 7월 24일 다음 날이었어요…….”상황이 여기까지 닿자, 남준은 소름 돋는 사실이 생각나서 더듬거리며 그의 대표를 바라보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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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더 부드럽게

여준재는 구남준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즉시 지시를 내렸다.“고 선생님 집으로 가자.” 남준은 그의 지시에 따라 호텔을 나섰고 곧이어 두 사람은 고다정의 동네에 도착했다.다정은 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여 대표님, 구 비서님, 왜 또 오셨어요?”남준은 다정을 바라보며 코를 긁적이다 이내 자신의 대표님을 바라보았다.다정은 그의 눈을 따라 준재를 바라보았다.준재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거짓말을 했다.“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찾아왔어요, 들어가도 됩니까?”“네, 들어오세요.”준재는 다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집으로 들어섰다.다정은 혼란스러운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이상하네, 며칠 전에 맥을 짚어봤을 땐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정은 준재의 맥을 다시 짚었다.“여 대표님, 어디가 불편하세요?”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준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럼에도 그는 정말 아픈 것처럼 핑계를 댔다.“머리가 좀 어지럽고, 무기력해요.”“어지럽고 무기력하다고요?”다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그의 말을 읊었고 이내 그의 맥박을 보며 입을 열었다.“너무 피곤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쉬어가면서 일하라고 했잖아요. 최근에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요즘 일이 많아요.”그의 말에 다정은 손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여 대표님, 전 여 대표님의 개인 의사예요, 제 말에 따라주세요. 대표님은 일을 줄이셔야 해요, 이미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라고요!”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의사로서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환자가 자기 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준재는 다정의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오히려 남준은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면 볼수록 이상했다.준재는 주도적으로 말을 꺼냈다.“고 선생님, 여기서 좀 쉬었다 가도 될까요? 하준이 침대도 괜찮아요.”“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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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마치 다른 사람 같아

여준재의 말에 고다정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돌렸다.“내일 제가 침을 놓으러 갈게요. 쌓인 피로가 풀릴 거예요.”“그럼 부탁드릴게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다.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구남준은 차를 몰고 와 두 사람 앞에 멈춰 섰다.다정을 본 그는 전보다 더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고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안녕하세요.”다정은 미소를 지으며 준재에게 나지막이 말했다.“구 비서님께서 오셨으니 전 이만 돌아가 볼게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본 후, 차를 탔다.남준은 그의 대표가 차에 오르자 이글거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그 눈빛은 마치 소리 없이 물건을 찾았는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자연히 눈치챈 준재는 정장 안주머니에서 머리카락을 넣은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얼른 가져가서 검사를 해 봐,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받아야 해.”“알겠습니다.”남준은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받은 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돌아가는 길에 그는 참지 못하고 뒷자리에 앉아있는 준재를 보았다.그의 마음은 참을 수 없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어쩌면 남준의 눈빛의 존재감이 강했을까, 준재는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고, 그를 엿보는 남준의 눈과 마주쳤다.“무슨 일이야?”준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딱 들킨 남준은 약간 민망해졌지만 마음속의 호기심들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고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나도…… 잘 모르겠어.”준재는 머뭇거렸다.하루아침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이 때문에 지금 그의 머리도 복잡했고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이미 잘 알고 있다.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모르는 척하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준재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나머지는 차근차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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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양심의 가책

밝은 방에는 여준재가 반쯤 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는 침을 맞으며 뜬금없이 질문을 했다. “고 선생님, 외람되지만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무슨 질문이요?”고다정은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준재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왜 아이들의 친아버지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으셨어요?”질문을 들은 다정은 준재가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다소 놀랐다.다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처음에는 살기 바빠서 찾을 생각을 못 했어요. 어디서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찾을 수 있겠어요?”준재는 다정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생각에 잠긴 그는 다시 물었다.“그러면 왜 갑자기 그 사람을 찾으려는 거예요?”다정은 이 말을 듣고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이제 아이들도 컸고 예민한 시기이니 아빠의 자리가 필요할 거예요. 전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어요. 무작위로 사람을 구한다면 아이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친아빠를 찾아주고 싶어요.”다정은 말을 하다 잠시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그녀의 모습을 준재는 물었다.“왜 그러세요?”“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찾을 수 있을까 해서요. 호텔을 찾는 손님도 많고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결국 다정은 그 사람을 찾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느꼈다.준재는 침묵을 유지할 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다정은 그가 난처할까 봐 급히 분위기를 바꿨다.“여 대표님도 부담 갖지 마세요. 못 찾아도 상관없어요.”그녀의 말에 준재는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찾고 난 다음은요?”그는 다정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차분히 말을 이어 나갔다.“그리고 그 사람이 만약 결혼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거예요?”다정은 순간 멍해졌다. 이것은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만약 결혼을 했다면 방해할 수 없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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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그녀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다

고다정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불편한 마음에 눈빛이 흔들렸다.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자신이 쓰레기 같은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 여자는 요구 사항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 골똘히 생각하던 준재는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고 선생님이 바라는 건 너무 사소하지 않나요? 어차피 그 사람의 자식인데 그가 져야 할 책임은 그가 져야 하지 않겠어요?”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이 말을 들은 다정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도리가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단지 그 사람이 여유가 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길 바랄 뿐이에요. 그의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전 누군가가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싸우고 싶지 않아요.”‘상대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아이를 바라지 않아.’‘그러니 그 사람이 어떤 책임을 가지고 아이를 빼앗으려 하지 않겠지.’‘상대방이 아이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면 나도 억지로 부탁할 생각은 없어.’물론 그녀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이 사실을 모르는 준재는 방금 그녀가 한 말을 듣고는 한동안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이 대화는 끝이 났다.시간이 꽤 지나 침 치료가 끝난 후, 다정은 돌아갈 채비를 했다. 돌아가기 전, 그녀는 또다시 준재에게 몇 마디 당부를 했다.“일은 끝나지 않으니 중간중간 쉬면서 하세요. 앞으로는 일찍 주무시고 야근할 생각은 하지 말아요, 건강에 정말 안 좋습니다.”“알겠어요, 틈틈이 쉴게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그는 구남준을 불러 다정을 데려다주라는 지시를 내렸다.남준은 그녀를 불렀다.“고 선생님, 따라오세요.”“구 비서님, 제가 또 신세 지네요.”다정은 준재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집에 돌아가는 것은 위험했다.그 후 이틀 동안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어느덧 3일이 흘렀고 DNA 검사 결과가 나왔다.남준은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검사 결과를 받은 후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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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이렇게 많은 선물은 뭐예요?

구남준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계를 발전시키다니…….’그는 자기가 한 말에 놀라 그의 대표를 바라보았지만 대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설마 정말 그럴 생각인 거야?’‘내가 아직 대표님을 잘 모르고 있는 건가?’‘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표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확실히 대표님이 고 선생님을 대하는 게 다르긴 했어.’남준의 변화하는 표정을 본 여준재는 그의 생각을 간파하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할 생각이 없었고 단지 경고했다.“이 일은 입 밖에 꺼내지 마. 그리고 나한테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절대 발설될 일 없을 겁니다!”남준은 그에 말에 재빨리 약속했다.준재는 그를 믿었고 뒤이어 지시를 내렸다.“가서 장난감 좀 구해 와.”그날 저녁 퇴근 후 준재는 남준에게 시킨 장난감을 가지고 고다정의 집으로 향했다.다정은 두 손 가득히 든 채 문 앞에 서 있는 준재를 보고 매우 의아했다.“여 대표님, 어떻게 오셨어요? 그리고 이것들은 또 뭐예요?”다정은 그 말과 함께 그를 집에 들였다.하준과 하윤은 준재를 보자마자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인사를 했다.“여준재 아저씨!”강말숙도 준재의 손에 들려 있는 쇼핑백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여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앞으로 며칠간 일이 많아져서 야근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아마도 고 선생님께서 자주 침을 놔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준재는 손에 든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이건 그 전에 고 선생님께 드리는 뇌물이에요. 미리 받는다고 생각하세요.”다정은 잠시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감정이 동요될까 두려웠다.“귀찮게 왜 그러셨어요? 제가 치료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이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어요.”“부담 갖지 마세요.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 않았어요. 그냥 아이들의 장난감일 뿐이에요.”말은 그렇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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