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재는 구남준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즉시 지시를 내렸다.“고 선생님 집으로 가자.” 남준은 그의 지시에 따라 호텔을 나섰고 곧이어 두 사람은 고다정의 동네에 도착했다.다정은 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여 대표님, 구 비서님, 왜 또 오셨어요?”남준은 다정을 바라보며 코를 긁적이다 이내 자신의 대표님을 바라보았다.다정은 그의 눈을 따라 준재를 바라보았다.준재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거짓말을 했다.“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찾아왔어요, 들어가도 됩니까?”“네, 들어오세요.”준재는 다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집으로 들어섰다.다정은 혼란스러운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이상하네, 며칠 전에 맥을 짚어봤을 땐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정은 준재의 맥을 다시 짚었다.“여 대표님, 어디가 불편하세요?”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준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럼에도 그는 정말 아픈 것처럼 핑계를 댔다.“머리가 좀 어지럽고, 무기력해요.”“어지럽고 무기력하다고요?”다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그의 말을 읊었고 이내 그의 맥박을 보며 입을 열었다.“너무 피곤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쉬어가면서 일하라고 했잖아요. 최근에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요즘 일이 많아요.”그의 말에 다정은 손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여 대표님, 전 여 대표님의 개인 의사예요, 제 말에 따라주세요. 대표님은 일을 줄이셔야 해요, 이미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라고요!”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의사로서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환자가 자기 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준재는 다정의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오히려 남준은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면 볼수록 이상했다.준재는 주도적으로 말을 꺼냈다.“고 선생님, 여기서 좀 쉬었다 가도 될까요? 하준이 침대도 괜찮아요.”“그래요,
여준재의 말에 고다정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돌렸다.“내일 제가 침을 놓으러 갈게요. 쌓인 피로가 풀릴 거예요.”“그럼 부탁드릴게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다.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구남준은 차를 몰고 와 두 사람 앞에 멈춰 섰다.다정을 본 그는 전보다 더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고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안녕하세요.”다정은 미소를 지으며 준재에게 나지막이 말했다.“구 비서님께서 오셨으니 전 이만 돌아가 볼게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본 후, 차를 탔다.남준은 그의 대표가 차에 오르자 이글거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그 눈빛은 마치 소리 없이 물건을 찾았는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자연히 눈치챈 준재는 정장 안주머니에서 머리카락을 넣은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얼른 가져가서 검사를 해 봐,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받아야 해.”“알겠습니다.”남준은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받은 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돌아가는 길에 그는 참지 못하고 뒷자리에 앉아있는 준재를 보았다.그의 마음은 참을 수 없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어쩌면 남준의 눈빛의 존재감이 강했을까, 준재는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고, 그를 엿보는 남준의 눈과 마주쳤다.“무슨 일이야?”준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딱 들킨 남준은 약간 민망해졌지만 마음속의 호기심들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고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나도…… 잘 모르겠어.”준재는 머뭇거렸다.하루아침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이 때문에 지금 그의 머리도 복잡했고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이미 잘 알고 있다.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모르는 척하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준재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나머지는 차근차근 해
밝은 방에는 여준재가 반쯤 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는 침을 맞으며 뜬금없이 질문을 했다. “고 선생님, 외람되지만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무슨 질문이요?”고다정은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준재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왜 아이들의 친아버지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으셨어요?”질문을 들은 다정은 준재가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다소 놀랐다.다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처음에는 살기 바빠서 찾을 생각을 못 했어요. 어디서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찾을 수 있겠어요?”준재는 다정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생각에 잠긴 그는 다시 물었다.“그러면 왜 갑자기 그 사람을 찾으려는 거예요?”다정은 이 말을 듣고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이제 아이들도 컸고 예민한 시기이니 아빠의 자리가 필요할 거예요. 전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어요. 무작위로 사람을 구한다면 아이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친아빠를 찾아주고 싶어요.”다정은 말을 하다 잠시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그녀의 모습을 준재는 물었다.“왜 그러세요?”“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찾을 수 있을까 해서요. 호텔을 찾는 손님도 많고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결국 다정은 그 사람을 찾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느꼈다.준재는 침묵을 유지할 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다정은 그가 난처할까 봐 급히 분위기를 바꿨다.“여 대표님도 부담 갖지 마세요. 못 찾아도 상관없어요.”그녀의 말에 준재는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찾고 난 다음은요?”그는 다정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차분히 말을 이어 나갔다.“그리고 그 사람이 만약 결혼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거예요?”다정은 순간 멍해졌다. 이것은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만약 결혼을 했다면 방해할 수 없겠
고다정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불편한 마음에 눈빛이 흔들렸다.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자신이 쓰레기 같은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 여자는 요구 사항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 골똘히 생각하던 준재는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고 선생님이 바라는 건 너무 사소하지 않나요? 어차피 그 사람의 자식인데 그가 져야 할 책임은 그가 져야 하지 않겠어요?”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이 말을 들은 다정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도리가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단지 그 사람이 여유가 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길 바랄 뿐이에요. 그의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전 누군가가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싸우고 싶지 않아요.”‘상대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아이를 바라지 않아.’‘그러니 그 사람이 어떤 책임을 가지고 아이를 빼앗으려 하지 않겠지.’‘상대방이 아이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면 나도 억지로 부탁할 생각은 없어.’물론 그녀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이 사실을 모르는 준재는 방금 그녀가 한 말을 듣고는 한동안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이 대화는 끝이 났다.시간이 꽤 지나 침 치료가 끝난 후, 다정은 돌아갈 채비를 했다. 돌아가기 전, 그녀는 또다시 준재에게 몇 마디 당부를 했다.“일은 끝나지 않으니 중간중간 쉬면서 하세요. 앞으로는 일찍 주무시고 야근할 생각은 하지 말아요, 건강에 정말 안 좋습니다.”“알겠어요, 틈틈이 쉴게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그는 구남준을 불러 다정을 데려다주라는 지시를 내렸다.남준은 그녀를 불렀다.“고 선생님, 따라오세요.”“구 비서님, 제가 또 신세 지네요.”다정은 준재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집에 돌아가는 것은 위험했다.그 후 이틀 동안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어느덧 3일이 흘렀고 DNA 검사 결과가 나왔다.남준은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검사 결과를 받은 후 곧바로
구남준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계를 발전시키다니…….’그는 자기가 한 말에 놀라 그의 대표를 바라보았지만 대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설마 정말 그럴 생각인 거야?’‘내가 아직 대표님을 잘 모르고 있는 건가?’‘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표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확실히 대표님이 고 선생님을 대하는 게 다르긴 했어.’남준의 변화하는 표정을 본 여준재는 그의 생각을 간파하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할 생각이 없었고 단지 경고했다.“이 일은 입 밖에 꺼내지 마. 그리고 나한테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절대 발설될 일 없을 겁니다!”남준은 그에 말에 재빨리 약속했다.준재는 그를 믿었고 뒤이어 지시를 내렸다.“가서 장난감 좀 구해 와.”그날 저녁 퇴근 후 준재는 남준에게 시킨 장난감을 가지고 고다정의 집으로 향했다.다정은 두 손 가득히 든 채 문 앞에 서 있는 준재를 보고 매우 의아했다.“여 대표님, 어떻게 오셨어요? 그리고 이것들은 또 뭐예요?”다정은 그 말과 함께 그를 집에 들였다.하준과 하윤은 준재를 보자마자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인사를 했다.“여준재 아저씨!”강말숙도 준재의 손에 들려 있는 쇼핑백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여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앞으로 며칠간 일이 많아져서 야근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아마도 고 선생님께서 자주 침을 놔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준재는 손에 든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이건 그 전에 고 선생님께 드리는 뇌물이에요. 미리 받는다고 생각하세요.”다정은 잠시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감정이 동요될까 두려웠다.“귀찮게 왜 그러셨어요? 제가 치료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이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어요.”“부담 갖지 마세요.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 않았어요. 그냥 아이들의 장난감일 뿐이에요.”말은 그렇게 했지
고다정은 뭔가 이상했지만 그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그냥 아이들이 많이 반가워서 그런 걸 거야.’ 한동안 아이들을 놀아주던 여준재는 다정에게 치료를 부탁했다.침을 다 맞고 나니 시간은 많이 흐른 상태였다.준재는 이대로 돌아가기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먼저 가 볼게요. 하준아, 하윤아, 다음에 또 보자.”“아저씨, 잠깐만요.”하준과 하윤은 급히 그를 잡았다.준재와 다정은 의아한 상태로 서 있었다.“왜 그래?”준재가 물었다.뜻밖에도 하준과 하윤은 조심스럽게 준재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사라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다정은 어리둥절했다.마치 자기가 모르는 비밀이 그 세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방 안에 들어선 준재도 어리둥절했다.준재가 멀뚱히 서 있을 때, 아이들은 침대 밑에 숨겨놓은 보물 상자를 꺼내 과자와 사탕을 집어 들었다.“아저씨, 이건 모두 저희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아저씨 드릴게요.”아이들은 간식들을 소중히 들고 준재 앞에 서 있었다.하윤은 더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아저씨, 엄마한테 말하시면 안 돼요. 엄마가 이 썩는다고 뭐라고 하셔서 저희가 몰래 숨겨 놓은 거예요. 아저씨가 선물을 주셨으니 저희도 이걸 드릴게요.”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준재는 그저 귀엽기만 했다.그도 과자와 사탕을 받고 진지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건 우리 세 사람만의 비밀이야. 절대 너희 엄마에게 말하지 않을게.”“헤헤, 역시 아저씨예요!”아이들은 준재를 껴안았다.세 사람은 한동안 속삭인 후 방에서 나왔다.다정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봤다.“방에서 뭐 했어?”“엄마, 이건 아저씨랑 저희만의 비밀이니까 묻지 마세요.”하윤은 개구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준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다정은 그런 그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알겠어, 안 물어볼게.”이어 그녀는 준재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이제 가시는 거예요?”“네, 이제 가야죠.”그는 그들과 인사를
YS그룹, 대표실. 구남준은 장엄한 초대장을 들고 문을 두드렸다.그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초대장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오늘 밤 문성 노인의 70번째 생신입니다. 지금 문씨 집안에서 사람을 보내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 대표님께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알겠어, 그들에게 시간 맞춰 가겠다고 전해.”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초대장을 받았다.여씨 집안과 문씨 집안은 친밀한 사이일뿐더러 상업상 왕래가 잦았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날이면 필연적으로 여씨 집안을 초대했다.남준은 지시를 받고 다시 질문했다.“그럼 어르신께 드릴 선물은 어떻게 할까요?”준재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고민했다.“제란원에 있는 괜찮은 서예를 골라 문성 어르신께 드리고, 가는 김에 내 정장도 들고 와.”“알겠습니다.”남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대표실을 나왔다.그날 저녁, 준재는 퇴근 후 사무실에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그가 문씨 저택으로 가려고 할 때, 신수 노인의 전화를 받았다.[준재야, 출발했니?]“아직요, 무슨 일 있으세요?”준재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며 물었다.신수 노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다정이를 데리고 왔으면 싶구나.]“고 선생님 말씀입니까?”준재는 의아함에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설마 고 선생님도 문씨 저택에 가는 거야?’신수 노인은 놀란 준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그래, 데려와 줄 수 있겠니?]“네, 곧 갈게요.”준재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후, 그는 남준에게 먼저 다정의 집을 들리자고 지시했다.남준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고 선생님도 문성 어르신의 생일 잔치에 참석합니까?”“아마도.”준재는 그 한마디를 남긴 채 뒷좌석에 등을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남준은 그의 모습을 보고 얌전히 운전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다정의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준재는 휴대폰을 꺼내 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휴대폰에서는 다정의 놀란 목소리가 흘러나왔
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준재에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대표님 말씀을 듣고 나니 긴장이 덜어지네요.” 준재는 그녀의 얼굴에 퍼진 환한 미소를 바라보며 잠시 넋을 놓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그녀의 관심은 오직 준재의 말을 향해 있었기에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고 선생은 문씨 집안이랑 친분이 없는데 신수 어르신은 왜 그녀를 초대했을까?’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자 준재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고 선생님은 문성 어르신과 아무런 친분이 없는데 신수 어르신께서는 왜 생일 잔치에 초대한 건가요?”“말하자면 좀 길어요. 혹시 지난번에 그 약식당에서 식사했던 날을 기억해요?”다정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암묵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표시를 했다.“그날과 관련이 있나요?”“맞아요, 그날 신수 어르신께서 저에게 처방전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하셨는데 그 처방전이 어르신께 도움이 됐나 봐요, 그래서 이번에 초대받게 되었다고 들었어요.”다정은 처방전을 개선해 준 일을 간략적으로 말했다.준재는 상황을 이해한 후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런 거라면 문성 어르신은 고 선생님을 매우 좋아하실 거예요.”“왜요?”다정은 미심쩍게 입을 열었다.‘내가 의사라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처방전을 개선해서 그런 건가?’하지만 준재는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미소 짓기만 할 뿐,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다정은 말문이 막혔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준재에게 이번 생일 잔치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물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들은 문씨 저택에 도착했다.연회장은 손님들로 붐볐고, 길가에는 수많은 고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준재를 따라 나와 이 상황을 본 다정은 주눅이 들었다.준재는 단번에 그녀의 희미한 표정 변화를 알아차렸다.준재는 활짝 웃으며 팔을 걷어붙였다.“제 팔을 잡으세요.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그의 말을 들은 다정은 준재의 얼굴과 걷어붙인 셔츠 사이로 탄탄한 그의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