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정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불편한 마음에 눈빛이 흔들렸다.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자신이 쓰레기 같은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 여자는 요구 사항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 골똘히 생각하던 준재는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고 선생님이 바라는 건 너무 사소하지 않나요? 어차피 그 사람의 자식인데 그가 져야 할 책임은 그가 져야 하지 않겠어요?”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이 말을 들은 다정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도리가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단지 그 사람이 여유가 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길 바랄 뿐이에요. 그의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전 누군가가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싸우고 싶지 않아요.”‘상대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아이를 바라지 않아.’‘그러니 그 사람이 어떤 책임을 가지고 아이를 빼앗으려 하지 않겠지.’‘상대방이 아이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면 나도 억지로 부탁할 생각은 없어.’물론 그녀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이 사실을 모르는 준재는 방금 그녀가 한 말을 듣고는 한동안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이 대화는 끝이 났다.시간이 꽤 지나 침 치료가 끝난 후, 다정은 돌아갈 채비를 했다. 돌아가기 전, 그녀는 또다시 준재에게 몇 마디 당부를 했다.“일은 끝나지 않으니 중간중간 쉬면서 하세요. 앞으로는 일찍 주무시고 야근할 생각은 하지 말아요, 건강에 정말 안 좋습니다.”“알겠어요, 틈틈이 쉴게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그는 구남준을 불러 다정을 데려다주라는 지시를 내렸다.남준은 그녀를 불렀다.“고 선생님, 따라오세요.”“구 비서님, 제가 또 신세 지네요.”다정은 준재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집에 돌아가는 것은 위험했다.그 후 이틀 동안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어느덧 3일이 흘렀고 DNA 검사 결과가 나왔다.남준은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검사 결과를 받은 후 곧바로
구남준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계를 발전시키다니…….’그는 자기가 한 말에 놀라 그의 대표를 바라보았지만 대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설마 정말 그럴 생각인 거야?’‘내가 아직 대표님을 잘 모르고 있는 건가?’‘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표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확실히 대표님이 고 선생님을 대하는 게 다르긴 했어.’남준의 변화하는 표정을 본 여준재는 그의 생각을 간파하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할 생각이 없었고 단지 경고했다.“이 일은 입 밖에 꺼내지 마. 그리고 나한테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절대 발설될 일 없을 겁니다!”남준은 그에 말에 재빨리 약속했다.준재는 그를 믿었고 뒤이어 지시를 내렸다.“가서 장난감 좀 구해 와.”그날 저녁 퇴근 후 준재는 남준에게 시킨 장난감을 가지고 고다정의 집으로 향했다.다정은 두 손 가득히 든 채 문 앞에 서 있는 준재를 보고 매우 의아했다.“여 대표님, 어떻게 오셨어요? 그리고 이것들은 또 뭐예요?”다정은 그 말과 함께 그를 집에 들였다.하준과 하윤은 준재를 보자마자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인사를 했다.“여준재 아저씨!”강말숙도 준재의 손에 들려 있는 쇼핑백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여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앞으로 며칠간 일이 많아져서 야근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아마도 고 선생님께서 자주 침을 놔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준재는 손에 든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이건 그 전에 고 선생님께 드리는 뇌물이에요. 미리 받는다고 생각하세요.”다정은 잠시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감정이 동요될까 두려웠다.“귀찮게 왜 그러셨어요? 제가 치료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이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어요.”“부담 갖지 마세요.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 않았어요. 그냥 아이들의 장난감일 뿐이에요.”말은 그렇게 했지
고다정은 뭔가 이상했지만 그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그냥 아이들이 많이 반가워서 그런 걸 거야.’ 한동안 아이들을 놀아주던 여준재는 다정에게 치료를 부탁했다.침을 다 맞고 나니 시간은 많이 흐른 상태였다.준재는 이대로 돌아가기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먼저 가 볼게요. 하준아, 하윤아, 다음에 또 보자.”“아저씨, 잠깐만요.”하준과 하윤은 급히 그를 잡았다.준재와 다정은 의아한 상태로 서 있었다.“왜 그래?”준재가 물었다.뜻밖에도 하준과 하윤은 조심스럽게 준재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사라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다정은 어리둥절했다.마치 자기가 모르는 비밀이 그 세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방 안에 들어선 준재도 어리둥절했다.준재가 멀뚱히 서 있을 때, 아이들은 침대 밑에 숨겨놓은 보물 상자를 꺼내 과자와 사탕을 집어 들었다.“아저씨, 이건 모두 저희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아저씨 드릴게요.”아이들은 간식들을 소중히 들고 준재 앞에 서 있었다.하윤은 더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아저씨, 엄마한테 말하시면 안 돼요. 엄마가 이 썩는다고 뭐라고 하셔서 저희가 몰래 숨겨 놓은 거예요. 아저씨가 선물을 주셨으니 저희도 이걸 드릴게요.”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준재는 그저 귀엽기만 했다.그도 과자와 사탕을 받고 진지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건 우리 세 사람만의 비밀이야. 절대 너희 엄마에게 말하지 않을게.”“헤헤, 역시 아저씨예요!”아이들은 준재를 껴안았다.세 사람은 한동안 속삭인 후 방에서 나왔다.다정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봤다.“방에서 뭐 했어?”“엄마, 이건 아저씨랑 저희만의 비밀이니까 묻지 마세요.”하윤은 개구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준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다정은 그런 그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알겠어, 안 물어볼게.”이어 그녀는 준재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이제 가시는 거예요?”“네, 이제 가야죠.”그는 그들과 인사를
YS그룹, 대표실. 구남준은 장엄한 초대장을 들고 문을 두드렸다.그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초대장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오늘 밤 문성 노인의 70번째 생신입니다. 지금 문씨 집안에서 사람을 보내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 대표님께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알겠어, 그들에게 시간 맞춰 가겠다고 전해.”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초대장을 받았다.여씨 집안과 문씨 집안은 친밀한 사이일뿐더러 상업상 왕래가 잦았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날이면 필연적으로 여씨 집안을 초대했다.남준은 지시를 받고 다시 질문했다.“그럼 어르신께 드릴 선물은 어떻게 할까요?”준재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고민했다.“제란원에 있는 괜찮은 서예를 골라 문성 어르신께 드리고, 가는 김에 내 정장도 들고 와.”“알겠습니다.”남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대표실을 나왔다.그날 저녁, 준재는 퇴근 후 사무실에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그가 문씨 저택으로 가려고 할 때, 신수 노인의 전화를 받았다.[준재야, 출발했니?]“아직요, 무슨 일 있으세요?”준재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며 물었다.신수 노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다정이를 데리고 왔으면 싶구나.]“고 선생님 말씀입니까?”준재는 의아함에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설마 고 선생님도 문씨 저택에 가는 거야?’신수 노인은 놀란 준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그래, 데려와 줄 수 있겠니?]“네, 곧 갈게요.”준재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후, 그는 남준에게 먼저 다정의 집을 들리자고 지시했다.남준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고 선생님도 문성 어르신의 생일 잔치에 참석합니까?”“아마도.”준재는 그 한마디를 남긴 채 뒷좌석에 등을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남준은 그의 모습을 보고 얌전히 운전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다정의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준재는 휴대폰을 꺼내 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휴대폰에서는 다정의 놀란 목소리가 흘러나왔
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준재에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대표님 말씀을 듣고 나니 긴장이 덜어지네요.” 준재는 그녀의 얼굴에 퍼진 환한 미소를 바라보며 잠시 넋을 놓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그녀의 관심은 오직 준재의 말을 향해 있었기에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고 선생은 문씨 집안이랑 친분이 없는데 신수 어르신은 왜 그녀를 초대했을까?’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자 준재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고 선생님은 문성 어르신과 아무런 친분이 없는데 신수 어르신께서는 왜 생일 잔치에 초대한 건가요?”“말하자면 좀 길어요. 혹시 지난번에 그 약식당에서 식사했던 날을 기억해요?”다정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암묵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표시를 했다.“그날과 관련이 있나요?”“맞아요, 그날 신수 어르신께서 저에게 처방전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하셨는데 그 처방전이 어르신께 도움이 됐나 봐요, 그래서 이번에 초대받게 되었다고 들었어요.”다정은 처방전을 개선해 준 일을 간략적으로 말했다.준재는 상황을 이해한 후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런 거라면 문성 어르신은 고 선생님을 매우 좋아하실 거예요.”“왜요?”다정은 미심쩍게 입을 열었다.‘내가 의사라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처방전을 개선해서 그런 건가?’하지만 준재는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미소 짓기만 할 뿐,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다정은 말문이 막혔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준재에게 이번 생일 잔치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물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들은 문씨 저택에 도착했다.연회장은 손님들로 붐볐고, 길가에는 수많은 고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준재를 따라 나와 이 상황을 본 다정은 주눅이 들었다.준재는 단번에 그녀의 희미한 표정 변화를 알아차렸다.준재는 활짝 웃으며 팔을 걷어붙였다.“제 팔을 잡으세요.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그의 말을 들은 다정은 준재의 얼굴과 걷어붙인 셔츠 사이로 탄탄한 그의 팔
심해영과 고다정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신수 노인과 문성 노인이 다가왔다.심해영과 여진성은 그의 말을 듣고 놀랐다. “아……? 신수 어르신께서 초대하신 거예요?”신수 노인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여준재에게 시선을 돌렸다.준재는 침착하게 말했다.“어르신 말씀대로 고 선생님을 모시고 왔습니다.”“잘했다.”신수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미소를 되찾은 그는 문성 노인을 끌어당겼다.“문성 영감, 이분이 바로 당신에게 처방전을 내려 준 고 선생이야.”문성 노인은 그의 말을 듣고 눈앞에 있는 앳되고 아름다운 다정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어 그는 웃으며 말했다.“신수 영감과 있을 때 고 선생 칭찬이 자자했어. 당연히 나이가 많은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네.”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은 다정은 조금 쑥스러웠다.“저도 벌써 스물다섯이에요. 그렇게 어린 것도 아닙니다.”“아이고, 스물다섯이 어린 게 아니면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게냐?”문성 노인은 허허 웃으며 농담을 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신수 노인은 참지 못하고 불평을 했다.“내가 훨씬 젊으니 영감이야 말로 살아있는 화석이지.”그 말을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한껏 웃고 떠든 후, 문성 노인은 본론으로 들어가 상냥한 표정으로 다정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처방전을 개선해 준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고 선생을 초대한 거야.”“아닙니다, 어르신.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걸요.”다정은 웃으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문성 노인은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고 선생이 부족하다니, 난 잘 모르겠네. 겸손하지 않아도 된단다. 내 몸이 나날이 좋아지는 건 전부 고 선생이 고쳐준 처방전 덕이야. 정말 고맙다.”그의 말에 다정은 더 이상 사양하기 어려웠다.“어르신, 너무 마음에 담아두실 필요 없습니다. 어르신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그렇게 두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심해영과 여진성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
신수 노인의 불만 섞인 표정을 본 문성 노인은 대수롭지 않았다. “탓하려면 당신의 의술이 다른 사람들보다 저조한 걸 탓하셔.”“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난 한의사야. 너무나도 많은 유산을 잃었는데 어떻게 옛 한의학과 비교할 수 있는가? 만약 당신이 2년 전에 그 의술을 보여줬더라면, 난 더 이름을 날렸을 거라고.”신수 노인은 그의 말을 인정하지 못하고 반박했다.문성 노인은 여전히 침착하게 말했다.“지금까지 네가 본 고대 의학 서적도 적지 않겠지, 하지만 그것을 습득하지 못했다면 외부적인 요인을 탓하지 말아야지.”“…….”신수 노인은 말문이 막혀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두 어르신이 또 말다툼하는 것을 본 다정은 웃기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지만 이 두 어르신의 관계는 끈끈해 보였다.그리고 그들이 있는 곳이라면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많은 사람이 서로 귓속말을 하며 다정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놓았다.“저 여자는 누구예요?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저도 몰라요, 보아하니 문성 어르신과 신수 어르신과 꽤 가까운 사이인가 봐요.”“설마 여 대표의 파트너라 두 어르신이 저렇게 대하는 걸 까요?”결국 다정이 준재의 팔짱을 끼고 연회장에 들어온 장면은 모든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준재는 자신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몰랐다.하지만 그도 다정이 두 어르신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 놀랐다.동시에 사랑받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더 기뻤다.잠시 후, 문성 노인은 아직 소개해 줄 사람이 남았다며 손자를 불렀다.“다정아, 내 손자 문진혁이다.”문성 노인은 손자와 다정에게 각각을 소개해 줬다.“이 고 선생은 내 귀한 손님이야. 앞으로도 잘 살펴드리고 내 서재에 책을 모아뒀으니 고 선생이랑 같이 가서 고대 서적 몇 권을 들고 오거라. 그녀에게 의학서를 보여드리고, 절대 대충하지 말거라.”“안심하세요, 할아버지. 제가 고 선생님을 잘 모시겠습니다.”그렇게 말했지만 진혁은 속으로 적지 않은 충격
여준재는 그녀의 말을 듣고 무관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굳이 초연 씨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귀찮을 리가요, 저희 집안 사이에 귀찮은 일이 어디에 있겠어요.”임초연은 준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척 이 틈을 타 기회를 노렸다.그녀는 와인잔을 들고 가까이 다가가서, 눈앞에 있는 멋있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눈에 박힌 집착을 숨기지 않았다.동시에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는 준재의 눈에도 또렷이 보였다.그녀는 오늘 이 생일 잔치에 준재가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고 특별히 스타일리스트에게 섹시한 모델처럼 꾸며달라고 요청했다.‘남자는 시각적 동물이라는 말은 그저 옛말이었던가, 준재 씨는 어떻게 이런 날 보고도 무심할 수 있지?’이를 생각한 초연은 눈을 깜박이며 준재의 붉은 입술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그리고 준재 씨가 절 귀찮게 하는 건 언제나 환영이에요.”그녀는 한 손을 들어 준재의 가슴팍에 올려놓으려 했지만 그녀가 움직이자마자 준재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초연 씨, 스스로 책임감을 더 가지시길 바랍니다.”준재는 초연의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는 손을 놓고 한 발 뒤로 물러나 두 사람 사이에 거리를 뒀다.“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죄송합니다.”이 말을 끝으로 그는 돌아서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다.초연은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다 쓰라린 마음으로 돌아서 떠났다.준재의 눈에 그녀는 단지 남일뿐이었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준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더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한순간 그녀의 표정은 우울감으로 어두워졌다.‘왜, 왜!’‘자존심 다 버리고 다가갔는데, 어떻게 준재 씨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는 거야!’‘설마 애 딸린 그 여자보다 내가 더 별로라는 거야?’방금 그 장면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심해영의 눈에 띄었다.그녀는 자기 아들이 초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눈살을 찌푸렸다.‘초연이는 내가 가장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