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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1379 챕터

제521화

그렇다면 방금 전 들은 말을 이 회사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강유리와 그녀뿐이라는 뜻.‘만약 이 사실이 유출된다면 바로 내가 의심받게 되는 거잖아... 아니지?’기연아는 적당히 정보를 유출하고 다른 정보를 캐내는 것도 능력이라며 칭찬하던 강유리의 말을 떠올렸다.“대표님, 설마... 제가 이 소식을 퍼트리길 바라시는 겁니까?”기연아가 조심스레 물었다.“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하면 되는 거죠?”‘역시, 기연아... 똑똑한 여자야. 구체적으로 짚어주지 않아도 바로 알아듣네.’강유리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일과 관련된 내용 말고 전부요.”그렇게 사무실에서 나온 기연아는 빈 물컵을 들고 넋이 나간 얼굴로 자리에 돌아왔다.지금까지 온갖 업무는 다 맡아봤지만 일부러 소문을 퍼트리는 업무라니.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럼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이 정말... 세마 스튜디오를 위한 거였어?’“연아 씨, 왜 멍하니 앉아있어요. 대표님한테 혼난 거예요?”옆에 있던 동료가 조심스레 물어왔다.“아니요!”정신을 차린 기연아가 눈을 반짝였다.“우리 커피 한잔할래요? 내가 대박사건 하나 알아냈는데...”...잠시 후, 퇴근을 위해 건물을 나선 강유리는 낯익은 얼굴과 마주한다.번듯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고정남 역시 그녀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왔다.“강유리 씨, 우연이네요.”“우연이라뇨. 제가 퇴근하려면 이 문을 무조건 나서야 한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용건 있으면 그냥 얘기하시죠. 아, 홍보모델 건은 안 됩니다. 이미 계약까지 전부 체결한 상태라서요.”강유리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고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은 고정남은 잠깐 벙찐 표정을 짓다 웃음을 터트렸다.“이 핑계로 밥 한번 사려고 했는데... 너무 쉽게 들켜버렸네요.”계단 위에 서 있는 강유리가 고정남을 내려다보며 물었다.“그럼, 남은 용건은요?”피식 웃던 고정남이 자동차 조수석 문을 열었다.“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식사나 해주시죠?”잠깐 망설이던 강유리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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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차량은 한참을 달려 단아한 분위기의 한식당에 도착했다.“뭐 좋아해요?”“매운 건 잘 먹나?”“해산물은 좋아해요?”“와인은 어때요? 술 좋아하나?”메뉴판을 들여다보며 고정남은 끊임없이 질문을 이어갔지만 강유리의 표정은 점점 더 짜증스러워질 뿐이었다.메뉴 주문을 마치고 직원이 멀어지자 강유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고 대표님, 이렇게까지 제 비위 맞추실 필요 없습니다. 대표님이 무슨 짓을 하시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요. 뭐,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이 식사 한 번으로 무조건 오케이라는 대답이 나올 리도 없고요.”그녀의 말에 고정남은 오히려 너털웃음을 지었다.“참 직설적인 성격은 나랑 아주 비슷하구먼. 마음에 들어요.”‘하, 누가 그쪽 마음에 들고 싶대?’강유리가 속으로 구시렁댔다.잠시 후, 메뉴들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오르고 고정남은 요리 하나하나에 들어간 재료까지 설명해 주는 인내심을 보였다.대충 요리를 다 맛본 강유리가 드디어 먼저 포문을 열었다.“그래서... 도대체 용건이 뭐죠?”“뭐가 그렇게 급해요. 일단 이것부터 먹어봐요.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땅콩가루는 빼달라고 했으니까. 땅콩 싫어한다면서요...”탁.젓가락을 내려놓은 강유리가 차가운 얼굴로 고정남을 노려보았다.그 시선을 느낀 고정남이 어깨를 으쓱했다.“뭐, 뒷조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어디까지나 유리 씨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알아본 것뿐이에요.”“제가 그쪽 따님과 사이가 안 좋은 건 맞습니다만 맹세코 제가 먼저 건드린 적은 없으니 괜히 저한테 관심 가지지 마세요.”이때, 깊은 한숨을 내쉬던 고정남이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육시준 대표 말입니다. 유리 씨한테 아주 특별한 존재인가요?”‘뭐야? 성신영이 아니라 고주영 때문에 온 거였어?’“부부사이니 특별하다면 그 누구보다 특별하다고 할 수 있죠.”강유리는 특별히 부부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두 사람 어떻게 만났습니까?”“그게 왜 궁금하시죠?”잠깐 멈칫하던 고정남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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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자리에서 일어서 컵에 꽂힌 빨대를 챙긴 고정남 역시 식당을 나섰다.한편, 레스토랑을 나선 강유리를 맞이한 건 익숙한 롤스로이스 차량이었다.마침 차에서 내린 육시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괜찮은 거지?”“그럼, 괜찮지.”괜찮다는 말에도 강유리의 몸 이곳저곳을 훑어본 뒤에야 육시준이 그녀를 에스코트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하는 육시준을 보고 있자니 괜히 더 화를 내기 민망해진 강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 괜찮아. 그냥 같이 식사 한번 한 것뿐이야. 고정남도 바보도 아니고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나한테 무슨 짓이야 하겠어? 당신한테 문자 한 건 어디까지나 괜히 엇갈릴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고!”“그래서, 왜 널 만나러 온 건데?”육시준의 질문에 강유리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몰라. 이상한 질문만 잔뜩 하더라고. 뭐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나 뭐라나.”“너에 대해 알고 싶다고?”육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응.”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게다가... 뭐 우리 엄마 납골당에 가보고 싶다나... 설마... 나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겠지?”충격 발언에 깜짝 놀란 임강준이 거세게 브레이크를 밟았다.관성에 의해 바로 몸이 앞으로 쏠렸지만, 육시준의 탄탄팔이 그녀를 지탱해 주었다.“임 비서!”육시준의 호통에 임강준이 보기 드물게 당황한 기색으로 변명을 이어갔다.“앞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서요. 죄송합니다, 대표님, 사모님!”오히려 강유리는 손을 내저었다.“괜찮아요, 괜찮아. 운전에 집중하세요. 우리 대화 엿듣지 말고요.”“...”‘저도 엿듣고 싶지 않아요. 사모님께서 너무 크게 말씀하셔서 그런 거 아닙니까!’“앞으로 고정남 최대한 피해 다녀. 단둘이 만나는 건 더더욱 안돼.”“뭐?”“사랑의 라이벌이라고 해주기도 짜증 나지만 그 정도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짜증 나니까.”“...”‘그냥 대충 말한 건데 그걸 또 진지하게 받아들이냐...’이에 강유리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내가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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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잠시 후, 집에 도착한 육시준은 정원에서 문기준의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고정남 대표가 사모님과 함께 식사한 테이블에서 빨대를 챙겨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보입니다.”이에 육시준이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어느 병원인데?”“고성그룹 산하의 DNA 감식센터입니다.”“...”육시준의 침묵에 문기준 역시 긴장하기 시작했다.솔직히 오늘 처음 고정남의 행동을 지켜볼 때까지만 해도 이 남자 혹시 변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여성이 사용했던 빨대를 몰래 챙기는 모습, 누가 봐도 정상처럼 보이진 않았으니까.하지만 고정남이 그 길로 바로 병원으로 향하는 걸 본 순간, 지금까지 육시준이 그에게 알아보라고 했던 내용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머릿속에 놀라운 가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앞으로 찰리와 함께 움직이도록 해. 고정남 대표가 검사결과지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이번 일을 위해 히든카드나 다름없는 프로 해커 찰리까지 동용하다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건지 알아챈 문기준의 목소리가 한결 더 무거워졌다.“알겠습니다.”통화를 마친 육시준은 잠깐 고민하다 임강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고정남도 귀국한 마당에 아직도 고성그룹은 고 회장 위주로 돌아가고 있나?”‘갑자기 고성그룹에 대해 물으신다고?’흠칫하던 그가 살짝 안경테를 올리며 대답했다.“최근 고성그룹에 큰 이슈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굳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라면 되찾은 딸에 대한 기자회견과 그 자리에서 소속 디자이너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한다는 것쯤이랄까요?”“디자이라면 추연화인가?”“네. 추연화는 워낙 고성그룹과 각별한 사이입니다. 화제성 면에서 세마를 눌러버리기 위해 특별히 이번 기회를 이용하려는 것 같습니다.”“...”그저 입을 꾹 다물고만 있는 육시준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방법이 없으니 임강준은 말을 이어갔다.“저희 LK 쥬얼리 소속의 두 디자이너도 전부 결정에 진출했습니다. 세마도 꽤 마음에 들어한다고...”“추연화가 포인트네. 고성그룹이 확 바빠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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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이미 뉴스에 나왔으니까.”육시준이 대답했다.‘하, 내가 성홍주를 너무 과소평가했네. 그 정도로 경고하면 당분간이라도 가만히 있을 줄 알았는데. 감히 선수를 쳐? 그럼 이제 작품을 발표해도 내 입장만 난처해지게 생겼잖아...’“이게 정말 이번 대회의 메인 테마야?”육시준이 다시 한번 캐물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유리가 고개를 들었다.“어느 쪽인 것 같아?”설계도면을 내려놓은 육시준이 뭔가 더 말하려던 그때, 뭔가 묘한 향기가 풍겨오고 육시준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강유리의 날카로운 펀치가 바로 육시준의 코 앞에서 멈췄다.“내가 이기면 그때 얘기해 줄게.”여유롭게 펀치를 피한 육시준이 어깨를 으쓱했다.“그냥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해.”며칠 전 육시준과의 “난투”에서 패배한 뒤로 강유리는 시간 날 때마다 육시준에게 기습공격을 하곤 했다.뭐 그때마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어쭈 피해?”...그리고 5분 뒤.두 손을 완전히 뒤로 꺾이고 얼굴은 책상에 처박다시피 한 강유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육시준! 진짜 와이프한테 이렇게까지 할 거야? 그 외모로 왜 20년 동안 솔로로 살았나 했더니... 성격이 더러워서였네!”이에 육시준은 손목에 더 힘을 주며 우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응? 뭐라고?”“아아아, 아파! 이거 좀 놔봐!”“일단 질문에 대답부터 해.”“대회에 주제 같은 건 없었어! 추연화 그 자식이 내껄 베낀 거라고!”강유리의 대답에 육시준의 눈이 살짝 커졌다.추연화, 그쪽으로 뭔가 시나리오를 써볼까 했더니 이렇게 바로 소재를 던져주시네...“왜 그렇게 확신해?”“그거야...”육시준의 손목에 힘이 점점 풀리기 시작하자 이때다 싶은 생각에 강유리는 그의 다리 사이를 향해 킥을 날렸다.화들짝 놀란 육시준이 뒤로 물러서며 강유리는 드디어 자유를 얻게 되었다.“미쳤어? 얘가 얼마나 중요한데! 너, 신중하게 생각해. 남은 부부생활 행복하게 할 수 있냐가 달린 문제기도 하니까.”육시준이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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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한편, 진짜 강유리의 싸움실력을 확인한 육시준은 나름 꽤 놀란 상태였다.그리고 저번 레이싱 사건 때도 봐주는 건 상대를 존중하는 게 아니라며 극히 분노하던 모습도 떠올랐다.‘부부사이에도 승부욕을 불을 태우는 스타일이었나...’방금 전 난투로 살짝 흐트러진 옷 사이로 육시준의 매력적인 쇄골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래, 내가 졌다.”“졌다고?”“그래, 내가 졌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육시준의 큰 손이 강유리의 얇은 허리를 감싸 쥐었다.풀썩.강유리가 자연스럽게 육시준 위로 쓰러지고...얇은 섬유 사이로 느껴지는 뜨거운 손바닥의 온기가 허리에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야릇한 자세까지, 강유리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하지만 겉으론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어여쁜 아녀자를 보쌈하여 납치한 산적 두목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오늘은 이 자세로 하는걸로. 어때?”그녀의 말에 육시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이런 혜택이 있을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져줄 걸 그랬다.얇은 허리를 감싸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긴 키스가 시작되었다.살을 에는 칼바람이 부는 차가운 날씨와 달리 후끈 달아오른 서재의 온도 때문에 창문에 얇은 안개가 드리웠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칠대로 지친 강유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큼, 절대 내가 먼저 지친 거 아니야. 아까 싸우느라 힘, 힘을 너무 많이 빼서 그래.”성관계에서까지 주도권을 차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강유리를 품에 끌어안은 육시준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그래, 그래. 그런데... 추연화가 네 아이디어를 표절했다고 했잖아. 왜 그렇게 확신해?”“하, 이렇게 바로 일 얘기로 넘어가는 거야?”“그럼 뭐? 아까 하던 거 계속해?”화들짝 놀란 강유리가 육시준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헛수고에 불과했다.“그래, 일 얘기하자 일. 내가 기막힌 영감이 떠올랐... 읍!”남은 말은 결국 폭풍 같은 키스에 휘말려 사라 져버렸다.그렇게 그날 밤, 서재의 조명은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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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침대에서의 첫 전투가 패배로 끝난 뒤로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했더니 그걸로 소심하게 복수를 하는 게 분명했다.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극도의 피곤함에 강유리는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렸다.도로를 밝히는 가로등의 따뜻한 조명으로도 가시지 않는 살벌한 추위의 겨울밤이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한편, 고성병원, vip 휴식실에 고정남이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그리고 잠시 후, 정전 한번, 인터넷 고장 한번, 검사 장치 고장 한번.오늘따라 파란만장했던 친자 검사 결과는... 불일치였다.생물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는 내용의 결과지를 훑어보던 고정남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이런저런 사고 때문에 반나절 넘게 기다렸지만 기분이 언짢지 않았던 건, 어디까지나 결과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있어서였다.그런데... 종이에 찍힌 결과는 고정남의 흥분된 마음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오래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왠지 자꾸 사고가 끊이지 않아서...”굳은 표정의 고정남의 눈치를 살피던 의사가 변명을 늘어놓았다.“전에는 이런 상황이 없었다고 했나?”이때 고정남이 고개를 번쩍 들고 그 표정에 깜짝 놀란 의사가 뒤로 살짝 한발 물러섰다.“아, 네. 정전과 인터넷 연결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최첨단 설비가 이렇게 말도 안 되게 고장날 리가 없는데... 오늘은 기기 재부팅만 몇 번을 했는지...”“그게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잇지 않나?”“아, 그건...”의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비록 여러 가지 사고가 있긴 했지만 결과는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기기는 그렇다 쳐도 샘플을 취급한 이들 전부 프로, 결과가 잘못되었을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의사는 확신했다.“그럴 리가 없어. 왜 강유리와 관련된 일은 전부 이렇게 틀어지는 거지. 이게 전부 우연일 리가 없어.”연신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리던 고정남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오늘 있었던 일, 외부에 절대 유출하지 마세요.”고정남의 수행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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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한편, 경호원이 별뜻없이 뱉은 말에 공허하던 고정남의 눈동자에 다시 빛이 감돌았다.‘그래.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해. 사실 난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그 마지막 확신이 그 정도로 중요한 건 아니잖아?’자세를 고쳐앉은 고정남이 생각을 이어갔다.‘아니지. 그러고 보니 LK쪽에서는 왜 내가 딸을 찾는 걸 그렇게 방해하는 거지? 육시준 그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유강그룹에서 주최한다는 그 디자인대회는 어떻게 돼가고 있지? 강유리, 성홍주 두 사람이 아주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면서? 강유리는 세마, 성홍주는 추연화를 지지한다고 들었어.”“네. 추연화와 세마가 내놓을 작품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추연화 디자이너가 선보일 작품의 홍보대사는 신영 아가씨가 아닙니까? 신영 아가씨의 신분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장에 보석도 함께 보여줄 예정입니다.”“...”경호원의 설명에 고정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경호원은 말을 이어갔다.“추연화 디자이너는 회장님과 아주 각별한 사이입니다. 신영 아가씨의 신분을 밝히는 자리라면 언론사들이 잔뜩 모일 테니 이를 기회로 본 거겠죠. 실력적으로 보면 추연화 디자이너가 세마에게 밀리는 게 사실이니까요.”“우리 동생... 몇년 사이에 많이 자랐네.”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갖 수단으로 딸을 찾으려는 그를 방해하더니 정작 딸을 찾고 나니 바로 이용하기 시작하는 점까지.‘아버지와 참 닮았어.’“조치를 취할까요?”경호원이 물었다.“아니야. 동생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써주는데 받아줘야지.”사생아, 지금 다시 딸을 되찾는다 해도 그 아이에게 달릴 이 꼬리표가 신경 쓰여 그 동안 망설이고 또 망설였던 고정남이다.‘그래. 누군가 그 모욕을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성신영 그 아이가 받는 게 나을 거야. 힘을 더 쌓은 뒤 고정철의 만행을 파헤친다면... 그땐 대중들도 되찾은 사생아보다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 고정철에게 집중하게 될 테니까.’“그래도 일단 더 이상 내가 하려는 일에 끼어들지 못하겐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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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그래. 우리 집으로 와. 나 오늘 회사 안 나갈 예정이니까.”“그래.”통화를 마치고 크게 기지개를 켜던 강유리는 어느새 문 앞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육시준을 발견했다.잠깐 멈칫하던 그녀는 바로 차가운 표정으로 돌변했다.“회사 안 나갔어? 언제 들어온 거야? 왜 노크는 안 해?”“아침은 네가 좋아하는 계란찜이야. 내가 아주머니한테 부탁했어.”이에 육시준은 동문서답으로 응했다.계란찜? 방금 전까지 아침 생각이 전혀 없었던 그녀인데 어느새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다른 반찬도 네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해 달라고 했으니까 얼른 일어나서 밥부터 먹어. 일 얘기는 천천히 하고.”어느새 옷장까지 다가온 육시준이 옷을 꺼내 강유리에게 건네주더니 무덤덤하게 물었다.“뭐, 내가 도와줘?”이에 겨우 조금 풀렸던 강유리의 표정이 다시 확 어두워졌다.“싫어! 나가! 당신이랑 하룻동안 절교할 거니까.”이불로 몸을 꽁꽁 둘러싸 맨 강유리가 소리쳤다.“하루는 너무 길지 않아? 조금 있다가 친구도 온다면서? 우리 사이가 너무 냉랭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어느새 어물쩡 침대맡에 앉은 육시준이 강유리를 달래기 시작했다.‘그런가...’습관처럼 손톱을 뜯던 강유리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안돼! 지금 저 페이스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내 친구가 오든 말든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회사 안 가?”“안 갈 거야. 추연화가 네 작품을 표절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관심이 가서 말이야.”“...”‘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아주 한번 물면 끝까지 놓지를 않아요.’“추연화의 작품 출시 여부가 LK쥬얼리와도 관련이 있나 보지?”강유리의 질문에 육시준은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뭐 LK에 영향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육시준이 더 관심을 가지는 건 이것이 고성그룹을 상대할 좋은 패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추연화는 어디까지나 고성그룹 사람이야. 추연화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고성그룹 쪽이겠지. 육경원이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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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아침 식사 시간 후, 도희 부부와 신주리 그리고 이런 가십거리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육경서까지 차례로 강유리의 집을 방문했다.컴퓨터를 켜던 강유리가 짜증스런 눈길로 육경서를 힐끗 바라보았다.“도련님은 왜 오셨어요? 오늘 안 바쁘세요?”어차피 신주리와의 관계도 이미 들켰겠다, 육경서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아직 휴가 중이잖아요 저. 주리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졸졸 따라가야죠.”자연스레 허리에 감은 손을 내려다보며 경고의 시선을 보내는 신주리를 향해 찡긋 미소를 지은 육경서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형수님은 우리 엄마, 아빠 스파이나 마찬가지야.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거 아니야. 협조 좀 하지?”하지만 신주리는 불편해서 죽겠다는 얼굴로 손을 걷어냈다.“친구 앞에서까지 연기하려니까 불편해서 그러지.”“그럼 연기라고 생각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육경서의 속삭임에 화들짝 놀란 신주리가 고개를 돌렸다.‘뭐지? 왜 심장이 뛰고 난리야. 볼도 조금 뜨거워진 것 같고. 설마... 나 어디 아픈가?’“두 사람 그만 좀 하죠. 나 두 사람 팬인데 자꾸 이런 모습 보여줄 거예요?”“에이.”이에 육경서가 특유의 넉살좋은 미소를 지었다.“좋아하는 연예인 사생활 정도는 존중해 줘야죠? 그런데 알렉스 씨가 내 팬인 줄은 몰랐네. 나 남자 팬 별로 없는데.”“누가 육경서 씨 팬이랍니까? 전 신주리 씨 팬입니다. 항상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죠.”그러자 신주리는 알렉스를 흘겨보다 도희에게 속삭였다.“뭐야. 네 남편이 날 딸이라고 생각한대. 이거 족보 꼬이는 거 아니야?”“워낙 꼰대라서 그래. 아주 집에서도 아빠보다 잔소리가 더 많아요.”도희는 이미 익숙해진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됐고. 일 얘기부터 하자. 추연화, 뭔가 이상하다는 거 언제부터 발견한 거야? 알렉스 말론 추연화는 한 번도 네 사무실에 들어간 적 없다던데.”한편, 컴퓨터 앞에 앉아 신주리와 육경서의 투닥거림을 바라보던 강유리는 육시준과 시선이 마주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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