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시간 후, 도희 부부와 신주리 그리고 이런 가십거리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육경서까지 차례로 강유리의 집을 방문했다.컴퓨터를 켜던 강유리가 짜증스런 눈길로 육경서를 힐끗 바라보았다.“도련님은 왜 오셨어요? 오늘 안 바쁘세요?”어차피 신주리와의 관계도 이미 들켰겠다, 육경서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아직 휴가 중이잖아요 저. 주리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졸졸 따라가야죠.”자연스레 허리에 감은 손을 내려다보며 경고의 시선을 보내는 신주리를 향해 찡긋 미소를 지은 육경서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형수님은 우리 엄마, 아빠 스파이나 마찬가지야.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거 아니야. 협조 좀 하지?”하지만 신주리는 불편해서 죽겠다는 얼굴로 손을 걷어냈다.“친구 앞에서까지 연기하려니까 불편해서 그러지.”“그럼 연기라고 생각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육경서의 속삭임에 화들짝 놀란 신주리가 고개를 돌렸다.‘뭐지? 왜 심장이 뛰고 난리야. 볼도 조금 뜨거워진 것 같고. 설마... 나 어디 아픈가?’“두 사람 그만 좀 하죠. 나 두 사람 팬인데 자꾸 이런 모습 보여줄 거예요?”“에이.”이에 육경서가 특유의 넉살좋은 미소를 지었다.“좋아하는 연예인 사생활 정도는 존중해 줘야죠? 그런데 알렉스 씨가 내 팬인 줄은 몰랐네. 나 남자 팬 별로 없는데.”“누가 육경서 씨 팬이랍니까? 전 신주리 씨 팬입니다. 항상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죠.”그러자 신주리는 알렉스를 흘겨보다 도희에게 속삭였다.“뭐야. 네 남편이 날 딸이라고 생각한대. 이거 족보 꼬이는 거 아니야?”“워낙 꼰대라서 그래. 아주 집에서도 아빠보다 잔소리가 더 많아요.”도희는 이미 익숙해진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됐고. 일 얘기부터 하자. 추연화, 뭔가 이상하다는 거 언제부터 발견한 거야? 알렉스 말론 추연화는 한 번도 네 사무실에 들어간 적 없다던데.”한편, 컴퓨터 앞에 앉아 신주리와 육경서의 투닥거림을 바라보던 강유리는 육시준과 시선이 마주친
“자기야, 진정 좀 해.”잔뜩 흥분한 얼굴로 벌떡 일어선 도희를 다시 앉히게 한 알렉스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이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육시준이 입을 열었다.“추연화와 오랜 시간 동안 라이벌 관계였으니 그쪽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닙니까?”“라이벌이라뇨! 실력 차이가 이렇게 심한데 라이벌은 무슨!”도희가 또다시 발끈했다.“그래요? 라이벌이라고 칭할 수준도 안 된다면 뭐가 그렇게 걱정인 거죠?”“...”“추연화는 몰래 세마의 컨셉을 엿보았고 감시카메라 기록을 지웠어요. 굉장히 초조하고 조심스러웠다는 걸 의미하죠. 그런데 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왜 두 번째 시도를 했을까요? 아마... 한 번 본 거로는 부족했기 때문이겠죠?”“맞아.”강유리도 육시준의 의견에 동조했다.“추연화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 그리고 내 컨셉은 대충 엿보는 걸로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두 결과물이 동시에 대중 앞에 드러난 순간, 누가 누굴 베낀 건지, 다들 알게 될 겁니다. 대중들 눈이 옹이구멍은 아니니까요.”두 사람의 설명을 들을수록 도희의 눈은 점점 더 커다래져만 갔다.“미리 네 컨셉을 얘기한 것도 경고한 거나 마찬가지였네? 괜히 일 키우지 말라고.”“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추연화, 고성그룹 쪽 사람이야. 괜히 안 좋게 엮여서 좋을 게 없으니까.”하지만 육시준은 그녀의 말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런 걱정을 해. 내가 너한테 했던 말 잊은 거야?”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하라고. 영원히 네 편이 되어주겠다고 말했는데. 아직도 그가 못미더운가 싶어 조금 섭섭했다.역시나 그의 생각을 읽은 강유리가 육시준의 무릎을 어루만졌다.“당신은 육경원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하잖아. 괜히 나까지 일 키울 거 있어?”‘뭐지? 내가 그렇게 약해 보였나? 육경원이 나한테 꽤 위협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그녀의 의도와 달리 육시준은 진지한 반성을 시작했다.“형수님, 형이
이렇게 부정적인 여론으로 파다한 건 고정남의 은밀한 작업 덕분이기도 했다.한편, 고씨 집안사람들은 고주영을 위로하는 중이었다.“세마? 하,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어서야 원. 됐어. 그딴 홍보모델 안 하면 그만이야.”우아한 자세로 차를 마시던 차한숙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엄마, 세마가 그딴은 아니죠. 쥬얼리 쪽에선 톱인데.”고우신이 눈치 없이 찬물을 끼얹자 차한숙의 목소리는 더 날카로워졌다.“넌 오빠란 애가 동생 위로는 못해줄 망정. 너 누구 편이야?”“아, 네네. 아주 뭐든 다 내 잘못이지. 그냥 닥치고 있을게요.”“그렇게 대단한 곳이면 네가 좀 어떻게 해봐. 너 친구들 많잖아. 도대체 왜 우리 주영이가 떨어진 건지 이유라도 알아보라고!”“...”한편, 차분한 얼굴로 앉아있던 고주영은 괜한 불똥이 고우신에게로 튀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엄마, 그만하세요. 어차피 다른 스케줄 때문에 시간 빼기도 힘들었는데. 잘됐죠 뭐.”“그러니까요. 언니 정도면 더 좋은 브랜드 엠버더서도 할 수 있는걸요 뭘.”고주영 옆에 앉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성신영 역시 한 마디 끼어들었다.그런데... 성신영의 목소리는 오히려 차한숙의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고 말았다.“네가 뭔데 우리 얘기에 끼어들어!”“...”“신주리 따위 때문에 우리 주영이가 처음 거절을 당했어. 겨우 너 정도 레벨밖에 안 되는 연예인한테 우리 주영이가 밀렸다고! 그러니까 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어?”“엄마.”고우신이 차한숙을 바라보았다.성신영이 아니꼬운 마음이야 백번 이해하지만 이건 말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었다.“시끄러! 팔이 밖으로 굽어도 유분수지. 넌 네 편, 남의 편이 누군지 구분도 못 해?”“아니, 그게 아니라...”“아니, 얘는 울긴 왜 울어? 아침부터 재수 없게!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런 널 우리 고씨 집안 핏줄이라고 인정해야 한다니... 기가 막혀서 원.”“사모님... 제 존재가 모두에게 큰 민폐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게... 제
“......”여전히 아름다운 차한숙의 얼굴이 어느새 증오로 가득찼다.과거의 그 일은 분명 그녀도 피해자였다. 그런데 고정남이 무슨 자격으로 이제 와서 그녀의 인성에 대해 평가질을 하는 걸까?‘여자 한 명 찾겠다고 20년 동안 집에 한번 들어오지도 않고 이제 그 여자가 낳은 더러운 핏줄까지 내 집에 들여놓은 것도 기가 차는데 뭐가 어쩌고 어째?’“당신... 설마 내가 당신 와이프라는 이 타이틀을 지키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 거야?”“맞잖아. 이제 와서 아닌 척이야?”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는 고정남과 차한숙 사이에 죽음 같은 침묵이 감돌았다.고우신, 고주영 두 남매 역시 꽤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부모님 사이가 안 좋다는 거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재벌 사이의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사이는 의례 그렇게 지내는 것이거니 했었다.그런데... 두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둘은 자기가 생각한것 보다 꽤 더 큰 악연으로 엮여있는 듯 싶었다.“아빠, 그만하세요. 엄마도 정말 나쁜 마음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닐 거예요.”자리에서 일어선 고우신이 어떻게든 중재를 해보려 애썼다.그제야 울음을 멈춘 성신영 역시 고우신의 편을 들었다.“그러니까요, 아빠. 화내지 마세요... 제가 떳떳하지 못한 딸이라는 건, 저도 알아요. 솔직히 사모님 입장에서 절 때리셔도 전 할 말 없습니다.”고개를 푹 숙인 채 웅얼거리는 성신영의 모습은 가련한 신데렐라의 모습 그 자체였다.그리고 그녀의 말에서 바로 포인트를 캐치한 고정남이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때리기까지 했어?”차한숙의 차가운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성신영은 잔뜩 겁 먹은 얼굴로 움츠러들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사모님께서 저한테 얼마나 잘해 주시는데요...”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성신영의 손은 어느새 손목 부위를 가리고 있었다.성큼성큼 다가간 고정남이 성신영의 손목을 홱 낚아채고 손목에 난 상처가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이게 뭐야?”상처를 확인한 순간, 고정남은 물론이고 차한숙 역시 눈이
한편, 멍하니 서 있는 차한숙의 시선은 여전히 성신영의 가녀린 손목을 향해 있었다.비록 다정한 말 한마디 안 해준 건 사실이었지만 맹세코 몸에 손을 댄 적은 없었다.그리고 당황한 척하지만 묘한 제스처로 암시를 주던 성신영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고정남에게 어떻게든 자기가 학대를 받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고 싶었겠지. 내 딸의 CF를 위해 일부러 손에 상처를 낸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길 바랐던 거야. 하, 이딴 수작에 넘어가? 하긴, 고정남 당신은 애초에 날 겨우 그런 여자로 보고 있을 테니까. 추악한 내 말보다 그렇게 사랑했던 여자가 낳은 금지옥엽 딸의 말을 믿고 싶겠지.”모든 실마리가 밝혀지고 나니 화가 나긴커녕 오히려 이 상황이 우습게 느껴졌다.자리에서 일어선 차한숙이 처음 듣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머,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치료 잘 받아. CF 촬영 열심히 해야지.”“...”분명 너무나 친절한 말투였지만 성신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차한숙까지 자리를 뜨고 식탁 앞에는 어느새 고우신 남매와, 성신영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여전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성신영은 이번엔 두 남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어떡해요. 아빠가 오해를 하신 것 같아요.”“후...”이에 고우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두 분 문제니까 두 분이 알아서 하시겠지. 너도 아빠 화 풀리면 제대로 해명하고.”‘누가 들어도 오해할 만한 말이었어. 왜 하필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 걸까?’“손목은 도대체 어쩌다 다친 거야?”“아, 그게...”성신영이 손목을 감싸 쥐었다.“며칠 전에... 너무 배가 고파서... 야식 좀 끓여먹으려다가... 데었어요.”“아주머니한테 부탁하지 그랬어.”고우신이 미간을 찌푸렸다.“아주머니도 주무시는 것 같고... 아주머니가 사모님 사람인 거 저도 다 아는데. 괜히 부탁드렸다가 사모님한테 더... 미움받게 될까 봐...”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식탁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듣기엔 충분
고주영은 어쩔 수 없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앞으로 엄마랑 성신영의 모순에 대해 참견 좀 그만해!”고우신의 눈빛이 약간 흔들리더니 이내 대답했다.“성신영이 그렇게 싫어?”“그럼 넌 좋아한다는 뜻이야?”“좋아한다기보다는 너무 불쌍해.”“불쌍하다고?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 불쌍하다는 사람이 매번 아빠가 집에 올 때마다 갈등을 일으켜? 아빠가 엄마에 대해 불만을 품게 하지 않았냐고!”“우연의 일치 아니야? 설마 그렇게 나쁘기야 하겠어?”고우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또 한 가지 일이 떠올라 다시 입을 열었다.“아빠가 엄마가 한 일을 아직도 원망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고주영은 그의 말에 눈을 질끈 감더니 말했다.“역시. 어리석은 남자들만 이런 저급한 수법에 넘어가겠지. 그리고, 원망하든 안 하든 뭐가 중요해? 지금은 다 한집안 식구인데.”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사람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오직 그만이 이런 수법에 절대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현명하든 저급하든 그는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그 외국 여자 외에는 아무도 상대하지 않았다. 물론 강유리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녀는 현재 육시준 부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육시준은 그녀에 대해 책임질 의무가 있다. ‘엄마 아빠가 지금 지내는 패턴이 뚜렷한 예가 아닌가? 서로 사랑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서로 깍듯이 대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그런 패턴……’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속으로 후회하면서 되뇌었다.‘그때 맞선에 내가 나갔더라면 내가 육시준 부인이 되었을 게 분명해……’그녀는 두 번이나 기회를 놓쳤다……그때, 고주영이 입을 열었다.“지난번에 육시준이 클럽에 갔다면서?”“아내를 데리고 왔던데. 왜?”“다음에 오면 나한테 알려줘.”……강유리는 완성된 시리즈 제품을 직접 검수하러 나섰다. 장식품은 가공 기술이 정교하고 디자인이 교묘하며 무거운 느낌을 개량하고 현대적인 요소를 첨가하여 화려하면서도 유행을 잃지 않아 사람들의 눈을 번득하게 했다. 육시준은 몹시 놀
이보라는 오전에 불려 와 신주리와 상의하고 신제품을 착용해 보려 했다. 강유리가 온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우연히 세 사람의 대화를 들은 이보라는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이걸 직접 디자인 하셨다고? 육 대표님이랑 결혼식을 준비하신다고?’이보라는 머릿속이 하얘져 몇 분 동안이나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소은이 주문을 넣으라는 소리에 그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걸어가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했다.“주문서를 어떻게……”“주문 넣을 줄 몰라요?”그것은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가 유강그룹 직원이라는 것이 포인트였다. 이보라는 조금은 불안한 말투로 물었다.“저를 그렇게 믿으세요? 저더러 이런 일을 하라고 시키시다니……”그녀의 말에 소은은 웃으며 말했다.“계약서를 잘 확인하지 않았나 봐요? 보라 씨는 강 대표님 비서잖아요. 어차피 유강그룹도 강 대표 것이 될 텐데 다 한 식구 아니겠어요?”이보라는 망연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그렇기는 하지만, 제가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거 아닙니까?”소은은 살짝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왜요? 입을 막을 일이 생길까 봐 그래요?”이보라는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입을 막았다.“그렇게 심각한 일이에요? 아니면 방금 들은 거 모두 못 들은 걸로 할까요?”소은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너무 늦었어요. 이미 다 들었잖아요? 강 대표가 늘 말했는데, 수다 떨기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요? 정보를 이리저리 넘기고……”“아…… 제가 비밀을 잘 지키기도 합니다.”“못 믿겠어요. 이걸 먹지 않는 이상 정말 믿지 못하겠어요.”소은은 작은 도자기 병을 꺼내더니 까맣고 동글동글한 것을 쏟아 놓았다.“이건 우리 집안에서 만들어낸 약이에요. 보라 씨가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하면 온몸이 간지러울 거예요. 특히 얼굴이 간지러워서 계속 긁게 되고 결국에는 얼굴이 망가지게 돼요. 이걸 먹으면 비밀을 지킬 거라는 걸 믿을게요.”이보라는 얼떨떨한 얼굴로 눈앞에 있는
이보라는 소은의 동작을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몇 발짝 뒤따라갔다.“방금 그거 드신 거예요? 부작용 없어요? 아니면 집안사람이 먹으면 괜찮은 건가요?”소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정말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 그런 초능력이 어디 있어요?”“드라마에서 나오는 것도 다 생활에서 나온 거라면서요!”소은은 이보라가 참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작은 병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거 다른 이름이 있어요. 초콜릿이라고 하죠? 저혈당을 방지하는 효능도 있어요. 하나 줄까요?”“됐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신주리가 찾아왔다. 신제품을 착용해 보고 바로 촬영장으로 가 다급하게 홍보 사진을 찍었다. 이보라는 발에 불이 나게 바빴고, 머리가 핑그르르 돌 지경이었다. 오후에 촬영이 시작된 후에야 그녀는 조금 정신을 차릴 여유가 있었다. 오전 내내 받은 메시지가 너무 많았는데, 스튜디오에 관한 소식과 강유리에 관한 소식이었다. 그녀는 설레기도 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받았다. 덕과 능력이 어찌나 좋은지, 들어가자마자 높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었다. 모두가 그녀한테 조금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대하니 그녀는 꼭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비밀을 지키리라 다짐했다.이보라는 천천히 강유리한테로 다가가 귓속말로 말했다.“대표님, 추연화도 내일 홍보 사진을 전시한다고 합니다. 동시에 공개하면 좀 그렇지 않나요?”“괜찮아.”강유리는 육시준과 대화 중이었는데 내키는 대로 이보라의 말에 대충 대답했다.“모두가 대표님 작품을 기대하는데요…… 시기가 좀 잘못된 것 같아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요……”“내일 수중 영상 시리즈만 전시하니까 안심해.”“……”강유리의 말에 이보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많이 안심되었다. 잠시 후 안심했던 마음이 다시 울렁이기 시작했다. ‘지금 발표하지 않으면 결선 신상 발표회에서 이 작품을 발표한다고? 추연화는 발표 날짜를 강 대표님의 신제품 발표회와 같은 날로 정했는데……’고성그룹 기자회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