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라는 소은의 동작을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몇 발짝 뒤따라갔다.“방금 그거 드신 거예요? 부작용 없어요? 아니면 집안사람이 먹으면 괜찮은 건가요?”소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정말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 그런 초능력이 어디 있어요?”“드라마에서 나오는 것도 다 생활에서 나온 거라면서요!”소은은 이보라가 참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작은 병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거 다른 이름이 있어요. 초콜릿이라고 하죠? 저혈당을 방지하는 효능도 있어요. 하나 줄까요?”“됐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신주리가 찾아왔다. 신제품을 착용해 보고 바로 촬영장으로 가 다급하게 홍보 사진을 찍었다. 이보라는 발에 불이 나게 바빴고, 머리가 핑그르르 돌 지경이었다. 오후에 촬영이 시작된 후에야 그녀는 조금 정신을 차릴 여유가 있었다. 오전 내내 받은 메시지가 너무 많았는데, 스튜디오에 관한 소식과 강유리에 관한 소식이었다. 그녀는 설레기도 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받았다. 덕과 능력이 어찌나 좋은지, 들어가자마자 높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었다. 모두가 그녀한테 조금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대하니 그녀는 꼭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비밀을 지키리라 다짐했다.이보라는 천천히 강유리한테로 다가가 귓속말로 말했다.“대표님, 추연화도 내일 홍보 사진을 전시한다고 합니다. 동시에 공개하면 좀 그렇지 않나요?”“괜찮아.”강유리는 육시준과 대화 중이었는데 내키는 대로 이보라의 말에 대충 대답했다.“모두가 대표님 작품을 기대하는데요…… 시기가 좀 잘못된 것 같아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요……”“내일 수중 영상 시리즈만 전시하니까 안심해.”“……”강유리의 말에 이보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많이 안심되었다. 잠시 후 안심했던 마음이 다시 울렁이기 시작했다. ‘지금 발표하지 않으면 결선 신상 발표회에서 이 작품을 발표한다고? 추연화는 발표 날짜를 강 대표님의 신제품 발표회와 같은 날로 정했는데……’고성그룹 기자회견도
강유리가 정신을 차렸을 때 추연화의 촬영 팀임을 알아차렸다. 방금 이보라가 말하기를 내일 발표한다고 했는데 공교롭게 촬영날짜와 장소도 겹쳤다.“아, 언니가 여기 있었네?”경이로운 소리가 문밖에서 울렸다. 성신영은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으며 강유리를 보는 순간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그렇게 위선적일 수가 없었다.강유리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디자이너부터 모델까지 스케줄 겹치는 걸 이렇게도 좋아하나 봐?”성신영은 얼굴이 조금 굳은 채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언니가 오해한 거야. 내가 요즘 몸이 아파서 촬영을 못 했어. 추 대표님이 내일 홍보 사진을 올린다길래 오늘 부랴부랴 온 거야.”옆에 있던 성신영의 매니저가 한마디 거들었다.“강 대표님, 이 스튜디오는 회사에서 빌린 거예요. 스케줄이 겹쳤다니요? 무슨 말을 그렇게 서운하게 하세요?”그런 매니저를 보면서 성신영이 연약한 척 귀띔했다.“됐어. 그만 해.”“뭐가 됐어요? 이렇게 착하게 구니까 강 대표님이 자꾸 괴롭히는 거예요!”두 사람은 낮은 소리로 토론했다.성신영은 사람들 앞에서 여전히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착한 여자 코스프레를 했는데, 억울함과 치욕을 참아내는 모양이 역겨울 지경이었다. 성신영은 고성그룹 덕분에 연예계에서 몸값이 많이 올랐다. 행사할 때도 경호원 여럿이 뒤를 따랐고, 매니저도 거들먹거렸다.“스튜디오에서 대체 어떻게 일하는 거예요? 미리 준비하라고 말하지 않았나요?”스튜디오 사람들은 일이 커질까 봐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저희 쪽 실책입니다. 당장 처리하겠습니다!”스튜디오 직원들은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돌려 강유리 쪽을 보며 말했다.“강 대표님, 성 회장님 분부대로 해야 하니 저녁 시간으로 조정해 드리겠습니다.”이건 상의가 아니라 통보였다.강유리가 대답하지 않자, 성신영은 걱정스러운 척하면서 비아냥거렸다.“언니,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거 아니야? 우리 엄청나게 오래 촬영할 텐데?”그 말에 직원 한 명이 알랑거리며 말했
단순히 유강그룹의 촬영이라면 양보하면 그만이었다. 성홍주가 직접 추연화의 수요를 우선으로 하라고 분부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이제 와서 단순히 유강그룹 촬영이 아니라 그 유명한 디자이너 세마의 촬영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서둘러 사람을 시켜 책임자를 불렀다.성신영 일행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다른 스튜디오 사람들도 소식을 듣고 달려와 그 상황을 구경했다.“어? 성신영이잖아? 여기서 홍보 사진을 찍는 건가?”“마감일이 다 됐는데 이제야 촬영한다고? 하긴, 고성그룹 집안사람인데 어련하시겠어? 이렇게 직업을 막 대해도 되는 건가?”“지금은 부잣집 아가씨인데 예전과 비교할 수 없지.”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매니저가 눈살을 찌푸리며 내쫓으려 하자 성신영은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이미지 세탁을 하려는 작정이었다. 금방 고성그룹 집안사람이 된 것처럼 바보스럽게 자기 얼굴을 더럽혀서는 안 되었다.성신영은 각양각색의 시선을 뚫고 천천히 강유리 앞으로 걸어갔다.“언니, 정말 여기 있는 줄 몰랐어요. 폐를 끼쳐서 정말 미안해요. 진작 촬영했어야 했는데 제가 몸이 불편한 바람에……”그녀의 목소리는 주위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높았다. 강유리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응답하는 듯했다.강유리는 눈썹을 한껏 찌푸리고 성신영의 뒷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신영은 정성스럽게 해명했고, 자신의 소매를 잡아당겨 아직 감추지 않은 상처를 드러냈다.“추 대표님 작품에 팔찌도 있어요.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매니저 오빠가 모든 스케줄을 뒤로 미룬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소파에 기세등등하게 앉아있는 강유리와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강유리는 성신영의 수법을 알아차리지 못해 몇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 주위에서 놀람을 금치 못하는 소리가 들렸고, 휴대전화를 들고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유리는 다시 그녀의 손에 있
순간, 숨 막히는 침묵이 찾아왔고, 강유리의 눈빛이 급격히 싸늘해졌다. 그녀는 성신영이 상황이 좋지 않으면 저절로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를 여기 들인 사람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무고한 사람에게 화를 입힐세라 그녀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순진했다. 일부 사람들은 업무능력이 딸릴 뿐만 아니라 심리 소질은 더욱 딸리므로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무슨 일이에요?”책임자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육시준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여기 대표님이 점점 보는 눈이 없어지는 것 같네요. 무슨 물건이든 다 잡지사에 끌어들이나요?”그 책임자는 살짝 눈치를 보더니 육시준임을 발견하고 공손하게 앞으로 나가 인사했다. 사건의 경위를 파악한 즉시 일을 잘못 처리한 직원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그 직원은 자신이 총알받이가 된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강유리한테 소리치다가 또 고개를 돌려 성신영을 향해 소리쳤다.“양심이 있어요? 방금 나한테 내쫓으라고 시켰잖아요! 누가 있든 내쫓으라고 시킬 때는 언제고……”책임자가 소리쳤다.“닥쳐! 얼른 끌고 나가!”그러고 나서 손을 흔들어 경호원에게 그 직원을 데리고 가라는 의사를 표시했다. 한바탕 난리를 결국 스태프들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성신영도 대기실에 가서 기다리겠으니 좀 늦어도 괜찮다고 선심을 썼다. 방금 지체된 시간을 보상한다고 하면서 예의 있게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신주리는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신주리가 일을 마치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강유리한테로 뛰어오더니 말했다.“무슨 상황이야?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데?”강유리가 신비로운 말투로 대답했다.“빅 뉴스.”신주리는 그녀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더니 간절한 말투로 말했다.“얘길 좀 해 봐. 나 안 바빠. 시간 엄청 많다고!”강유리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말했다.“내가 시간 없어. 남편이랑 집에 가야 해. 실시간 검
“내가 직접 한다는 말이 농담 같아?”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강유리는 조금 감동을 한 모양인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수고했어. 이건 포상이야.”강유리의 행동에 멈칫한 육시준이였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다른 사람도 있는데, 주의해.”임강준은 어이가 없었다.“…”날 사람 취급 안 해도 되는데. 너희 둘 싸움만 안 해도 난 감지덕지니까. 강유리는 전에 한번 합작했었던 사진사를 선택하고 장소는 아직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상황이 있는 하객들을 고려해야 하니까.육시준은 그녀의 말에 이어 물어봤다.“이모는 초대할 거야?”강유리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응답했다.“당연하지. 이모네 가족 모두 초대할 거야.”육시준은 뭔가를 알아차렸다.가족이라면 이모가 전에 비혼주의자라고 했던 것도 그저 거짓말인 것이다.곧 집에 도착할 무렵, 강유리는 아이패드를 놓고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육시준을 바라보면서 물었다.“그런데 성신영, 요즘 많이 변한 것 같지 않아?”“그래? 신경 안 써서 모르겠는데.”육시준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역시 환경을 바꾸니까 사람이 확 달라지네. 예전 같으면 걔 분명 나랑 당장에서 싸움 나고 말았잖아.”강유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차한숙의 교육법이 효과가 있네. 완전히 얌전해졌잖아.”“차한숙 같은 성격에 자기 체면도 버리고 걔랑 싸울 리가 없잖아.”강유리는 그의 말에 놀랐다.“그러면 성신영 팔에 상처는 뭔데? 저절로 그랬단 말이야? 일부러?”육시준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육경원은 어떤 사람 같아?”강유리는 이해가 안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육 씨네 집안에 대해 조사해 봤잖아. 그런데 육경원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탐욕적이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그리고 또?”“그리고?”강유리는 더욱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건 그녀가 완전히 접해본 적이 없는 부분이다.차가 마당에 세워지고 육시준은 차에서 내리면서 한마디
강유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쿠션 하나 집어 들고는 이미 들을 준비를 끝마쳤다.육시준은 곧이어 고정남 왕년의 업적을 모두 알려주었다.강유리는 턱을 어루만지면서 생각에 잠겼다.“이렇게 들어보면 확실히 소문은 소문이네. 성신영이 불쌍해 보이네.”육시준은 도리어 무덤덤하게 말했다.“왕관을 쓰려면 무게를 견딜 줄도 알아야지. 걔가 원한 거잖아.”강유리는 그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너 대체 걔 편을 드는 거야 안 드는 거야?”“내가 왜 걔 편을 드는데?”“너 방금 나한테 걔가 혼외 딸이 아니라며 시정했잖아.”“그건 객관적인 사실이니까.”“…”강유리는 인정한다는 듯 눈썹을 약간 치켜올렸다.확실히 객관 사실이기는 하니까.하지만 육시준은 흥미가 없는 사실에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도 그녀가 싫어하는 사람한테…“네 생각은 어떤데?” 육시준은 도리어 강유리를 물었다.“무슨 생각?”“내 말에 동의하는 거야?”강유리는 끄덕거렸다.“동의해. 들어보면 확실히 고 씨네 혼외 딸은 아니잖아. 모든 것이 고정남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맞아. 하지만 고 씨네는 자기네들 체면 때문에 자기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지.”“그래서 그저 운수 나쁜 딸더러 이런 누명을 덮으라는 거야?”강유리는 풉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표정은 약간의 혐오가 들어갔다.“고정남의 딸로 태어나는 건 진짜 별로네. 그런데 그 여자도 진짜 바보 아니야? 사랑 때문에 눈이 멀어서 뭐가 맞는 건지 모르잖아.”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집안을 맞서나간다고 생각했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이미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쌍둥이도 낳았던 거니까. 미련하다.“바보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적어도 고정남 몰래 딸을 지켰잖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고정남한테 발견되지 않은 걸 보면.”강유리는 인정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사랑하지 않으니까 다시 똑똑해진 거지.”“…”고 씨네 작은 아가씨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발표회는 모든 사
밤이 깊어졌다.성신영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서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한숙처럼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분명 이 수치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녀한테 찾아올 것이다.차한숙이 화를 내면 그 기회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다. 차한숙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손찌검이라도 한다면 그녀의 함정에 딱 빠진 것이다.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생기면 계속 폭로하여 차한숙을 고 씨 집안에서 내보낼 수 있다.며칠 사이에 이미 고정남의 태도는 명확히 파악했다. 그는 차한숙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혐오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꼼수를 부려도 아무 말도 없이 지켜보고 있는것이다…아니면 고 씨네 세력으로 언론이 이렇게까지 퍼질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할 리가 없다.하지만 온 저녁을 기다렸지만 차한숙은 찾아오지 않았고 아침에 미용실 갔다는 소식만 들려왔다.하이 팰리스.서울 최고의 미용실.듣기로는 권세가 있는 부잣집 사모님들만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 회원 카드가 있으면 부잣집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진 거랑 마찬가지라고.이인실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강유리는 마사지를 받고 있으면서 실없는 수다를 떨고 있었다.“Seema새 작품의 홍보사진도 이미 올렸는데 절 지금 부른 이유는 홍보대사 일때문만이 아니겠죠?”“역시 이래서 내가 똑똑한 사람이랑 대화하기 좋아하는 거라니까.”차한숙은 눈을 감고 힘이 풀린 목소리로 대답했다.“한동안 유리씨랑 성신영이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사실인 건가요?”강유리도 서서히 대답했다.“이건 해명해야 하는 부분인데 사실 맞거든요.”차한숙은 참지 못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어제 신영이랑 만났는데 걔가 유리씨더러 내가 자기를 학대한다고 했나요?”강유리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추측하고 있던 무언가의 진실을 안 것 같은 느낌이다.차한숙의 초대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성신영의 일때문에 찾아온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해결책에서 하필 그녀를 선택한 이
차한숙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예전에 성신영을 데리고 이런 장소로 가면 항상 우물쭈물하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강유리는 완전 달랐다.소개를 듣고 이 정도로 덤덤할 뿐만 아니라 자랑까지 해대다니?불만과 동시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이 계집에 송만추의 마음에 들 수 있다는 점도.하긴, 처음 보는 사이지만 기도 세고 어디서 꿀리지 않은 성격이니까…“씻겨주고 나머지는 다 나가.”차한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내보냈다.그녀는 예정보다 일찍 끝내고 빨리 강유리랑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하지만 강유리는 그럴 마음이 하나도 없다는 듯 마사지사한테 말했다.“나가지 마시고 계속해 주세요. 얼굴 케어 끝나고 온몸 마사지도 부탁할게요. 아, 제가 낼 돈은 많으니까 근심하지는 마시고요. 제가 돈이 없다고 해도 사모님이 여기 계시는 데 근심할 필요는 없겠네요.”“…”차가운 눈빛으로 강유리가 서비스를 다 받기까지 지켜보고 있는 차한숙이다.강유리는 하품하고 느긋하게 일어났다.“사모님 벌써 끝나셨어요? 아참. 방금 모두 내보낸 건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 건지?”마치 이제야 생각이 난듯한 모습이다.“…”차한숙은 강유리의 태도로 뭔가를 확신했다. 이 계집은 성신영만큼 호락호락한 년이 아니라는걸.게다가 육 씨네 가문에서의 지위도 성신영이랑 비교가 안 될 정도니까. 이걸 깨닫고 차한숙은 바로 태도를 바꿨다.“제가 왜 온 건지 아니잖아요. 유리씨도 신영이 그 계집애 안 좋아하는 걸 아는데, 우리가 합작해서 각자 얻고 싶은 걸 얻는 건 어때요.”그녀는 휴게실에 앉아 빨대로 주스를 휘적휘적했다.방금 화풀이를 하고나니 강유리도 태도가 많이 온화해졌다.“어떻게 하시고 싶은데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차한숙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해명하려고 해요. 성신영 그 계집애를 망쳐버리면 더 좋고.”몇 년간 그녀를 이렇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성신영 이 년이 지금 먼저 이렇게 했으니까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어렵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