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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한편, 멍하니 서 있는 차한숙의 시선은 여전히 성신영의 가녀린 손목을 향해 있었다.

비록 다정한 말 한마디 안 해준 건 사실이었지만 맹세코 몸에 손을 댄 적은 없었다.

그리고 당황한 척하지만 묘한 제스처로 암시를 주던 성신영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고정남에게 어떻게든 자기가 학대를 받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고 싶었겠지. 내 딸의 CF를 위해 일부러 손에 상처를 낸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길 바랐던 거야. 하, 이딴 수작에 넘어가? 하긴, 고정남 당신은 애초에 날 겨우 그런 여자로 보고 있을 테니까. 추악한 내 말보다 그렇게 사랑했던 여자가 낳은 금지옥엽 딸의 말을 믿고 싶겠지.”

모든 실마리가 밝혀지고 나니 화가 나긴커녕 오히려 이 상황이 우습게 느껴졌다.

자리에서 일어선 차한숙이 처음 듣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치료 잘 받아. CF 촬영 열심히 해야지.”

“...”

분명 너무나 친절한 말투였지만 성신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차한숙까지 자리를 뜨고 식탁 앞에는 어느새 고우신 남매와, 성신영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

여전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성신영은 이번엔 두 남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떡해요. 아빠가 오해를 하신 것 같아요.”

“후...”

이에 고우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 문제니까 두 분이 알아서 하시겠지. 너도 아빠 화 풀리면 제대로 해명하고.”

‘누가 들어도 오해할 만한 말이었어. 왜 하필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 걸까?’

“손목은 도대체 어쩌다 다친 거야?”

“아, 그게...”

성신영이 손목을 감싸 쥐었다.

“며칠 전에... 너무 배가 고파서... 야식 좀 끓여먹으려다가... 데었어요.”

“아주머니한테 부탁하지 그랬어.”

고우신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주머니도 주무시는 것 같고... 아주머니가 사모님 사람인 거 저도 다 아는데. 괜히 부탁드렸다가 사모님한테 더... 미움받게 될까 봐...”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식탁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듣기엔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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