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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내가 직접 한다는 말이 농담 같아?”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강유리는 조금 감동을 한 모양인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수고했어. 이건 포상이야.”강유리의 행동에 멈칫한 육시준이였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다른 사람도 있는데, 주의해.”임강준은 어이가 없었다.“…”날 사람 취급 안 해도 되는데. 너희 둘 싸움만 안 해도 난 감지덕지니까. 강유리는 전에 한번 합작했었던 사진사를 선택하고 장소는 아직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상황이 있는 하객들을 고려해야 하니까.육시준은 그녀의 말에 이어 물어봤다.“이모는 초대할 거야?”강유리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응답했다.“당연하지. 이모네 가족 모두 초대할 거야.”육시준은 뭔가를 알아차렸다.가족이라면 이모가 전에 비혼주의자라고 했던 것도 그저 거짓말인 것이다.곧 집에 도착할 무렵, 강유리는 아이패드를 놓고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육시준을 바라보면서 물었다.“그런데 성신영, 요즘 많이 변한 것 같지 않아?”“그래? 신경 안 써서 모르겠는데.”육시준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역시 환경을 바꾸니까 사람이 확 달라지네. 예전 같으면 걔 분명 나랑 당장에서 싸움 나고 말았잖아.”강유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차한숙의 교육법이 효과가 있네. 완전히 얌전해졌잖아.”“차한숙 같은 성격에 자기 체면도 버리고 걔랑 싸울 리가 없잖아.”강유리는 그의 말에 놀랐다.“그러면 성신영 팔에 상처는 뭔데? 저절로 그랬단 말이야? 일부러?”육시준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육경원은 어떤 사람 같아?”강유리는 이해가 안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육 씨네 집안에 대해 조사해 봤잖아. 그런데 육경원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탐욕적이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그리고 또?”“그리고?”강유리는 더욱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건 그녀가 완전히 접해본 적이 없는 부분이다.차가 마당에 세워지고 육시준은 차에서 내리면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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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강유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쿠션 하나 집어 들고는 이미 들을 준비를 끝마쳤다.육시준은 곧이어 고정남 왕년의 업적을 모두 알려주었다.강유리는 턱을 어루만지면서 생각에 잠겼다.“이렇게 들어보면 확실히 소문은 소문이네. 성신영이 불쌍해 보이네.”육시준은 도리어 무덤덤하게 말했다.“왕관을 쓰려면 무게를 견딜 줄도 알아야지. 걔가 원한 거잖아.”강유리는 그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너 대체 걔 편을 드는 거야 안 드는 거야?”“내가 왜 걔 편을 드는데?”“너 방금 나한테 걔가 혼외 딸이 아니라며 시정했잖아.”“그건 객관적인 사실이니까.”“…”강유리는 인정한다는 듯 눈썹을 약간 치켜올렸다.확실히 객관 사실이기는 하니까.하지만 육시준은 흥미가 없는 사실에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도 그녀가 싫어하는 사람한테…“네 생각은 어떤데?” 육시준은 도리어 강유리를 물었다.“무슨 생각?”“내 말에 동의하는 거야?”강유리는 끄덕거렸다.“동의해. 들어보면 확실히 고 씨네 혼외 딸은 아니잖아. 모든 것이 고정남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맞아. 하지만 고 씨네는 자기네들 체면 때문에 자기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지.”“그래서 그저 운수 나쁜 딸더러 이런 누명을 덮으라는 거야?”강유리는 풉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표정은 약간의 혐오가 들어갔다.“고정남의 딸로 태어나는 건 진짜 별로네. 그런데 그 여자도 진짜 바보 아니야? 사랑 때문에 눈이 멀어서 뭐가 맞는 건지 모르잖아.”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집안을 맞서나간다고 생각했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이미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쌍둥이도 낳았던 거니까. 미련하다.“바보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적어도 고정남 몰래 딸을 지켰잖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고정남한테 발견되지 않은 걸 보면.”강유리는 인정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사랑하지 않으니까 다시 똑똑해진 거지.”“…”고 씨네 작은 아가씨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발표회는 모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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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밤이 깊어졌다.성신영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서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한숙처럼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분명 이 수치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녀한테 찾아올 것이다.차한숙이 화를 내면 그 기회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다. 차한숙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손찌검이라도 한다면 그녀의 함정에 딱 빠진 것이다.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생기면 계속 폭로하여 차한숙을 고 씨 집안에서 내보낼 수 있다.며칠 사이에 이미 고정남의 태도는 명확히 파악했다. 그는 차한숙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혐오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꼼수를 부려도 아무 말도 없이 지켜보고 있는것이다…아니면 고 씨네 세력으로 언론이 이렇게까지 퍼질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할 리가 없다.하지만 온 저녁을 기다렸지만 차한숙은 찾아오지 않았고 아침에 미용실 갔다는 소식만 들려왔다.하이 팰리스.서울 최고의 미용실.듣기로는 권세가 있는 부잣집 사모님들만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 회원 카드가 있으면 부잣집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진 거랑 마찬가지라고.이인실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강유리는 마사지를 받고 있으면서 실없는 수다를 떨고 있었다.“Seema새 작품의 홍보사진도 이미 올렸는데 절 지금 부른 이유는 홍보대사 일때문만이 아니겠죠?”“역시 이래서 내가 똑똑한 사람이랑 대화하기 좋아하는 거라니까.”차한숙은 눈을 감고 힘이 풀린 목소리로 대답했다.“한동안 유리씨랑 성신영이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사실인 건가요?”강유리도 서서히 대답했다.“이건 해명해야 하는 부분인데 사실 맞거든요.”차한숙은 참지 못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어제 신영이랑 만났는데 걔가 유리씨더러 내가 자기를 학대한다고 했나요?”강유리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추측하고 있던 무언가의 진실을 안 것 같은 느낌이다.차한숙의 초대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성신영의 일때문에 찾아온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해결책에서 하필 그녀를 선택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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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차한숙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예전에 성신영을 데리고 이런 장소로 가면 항상 우물쭈물하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강유리는 완전 달랐다.소개를 듣고 이 정도로 덤덤할 뿐만 아니라 자랑까지 해대다니?불만과 동시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이 계집에 송만추의 마음에 들 수 있다는 점도.하긴, 처음 보는 사이지만 기도 세고 어디서 꿀리지 않은 성격이니까…“씻겨주고 나머지는 다 나가.”차한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내보냈다.그녀는 예정보다 일찍 끝내고 빨리 강유리랑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하지만 강유리는 그럴 마음이 하나도 없다는 듯 마사지사한테 말했다.“나가지 마시고 계속해 주세요. 얼굴 케어 끝나고 온몸 마사지도 부탁할게요. 아, 제가 낼 돈은 많으니까 근심하지는 마시고요. 제가 돈이 없다고 해도 사모님이 여기 계시는 데 근심할 필요는 없겠네요.”“…”차가운 눈빛으로 강유리가 서비스를 다 받기까지 지켜보고 있는 차한숙이다.강유리는 하품하고 느긋하게 일어났다.“사모님 벌써 끝나셨어요? 아참. 방금 모두 내보낸 건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 건지?”마치 이제야 생각이 난듯한 모습이다.“…”차한숙은 강유리의 태도로 뭔가를 확신했다. 이 계집은 성신영만큼 호락호락한 년이 아니라는걸.게다가 육 씨네 가문에서의 지위도 성신영이랑 비교가 안 될 정도니까. 이걸 깨닫고 차한숙은 바로 태도를 바꿨다.“제가 왜 온 건지 아니잖아요. 유리씨도 신영이 그 계집애 안 좋아하는 걸 아는데, 우리가 합작해서 각자 얻고 싶은 걸 얻는 건 어때요.”그녀는 휴게실에 앉아 빨대로 주스를 휘적휘적했다.방금 화풀이를 하고나니 강유리도 태도가 많이 온화해졌다.“어떻게 하시고 싶은데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차한숙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해명하려고 해요. 성신영 그 계집애를 망쳐버리면 더 좋고.”몇 년간 그녀를 이렇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성신영 이 년이 지금 먼저 이렇게 했으니까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어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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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사진 두 장까지 첨부했다. 그중 한장은 고 씨네 가족사진이다.다른 한 장은 고주영과 차한숙, 그리고 성신영 세 명이 같이 찍은 사진이다.해명문이 나오니 인터넷은 마비되었다.실시간 검색어에는 온통 이 사건과 고 씨네에 연관된 것 뿐이었다.대부분 사람은 고주영의 신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고 소수의 사람은 고주영이 지금, 이 시점에 이런 글을 올린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부잣집 딸내미라서 그런가 봐. 예전부터 고주영 분위기가 고급스럽다고 했어.”“가족사진에는 성신영이 없는데. 고 씨 집안이 아직 성신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인가?”“대박. 내 최애 언니 둘이 친자매였다니.”“누가 그년이랑 자매라는 거야. 우리 주영 언니는 진정한 고 씨 아가씨고 성신영은 어디서 굴러온 건데.”“위에 댓글 말하는 꼬락서니 봐. 고주영이 직접 신영이 언니를 인정한 거잖아.”“그저 해명 글이잖아. 루머 퍼뜨리는 기사 때문에 그런 건가? 팬이 배우 닮아간다고, 성신영네 팬들도 자기 언니처럼 들러붙기 바쁘네.”“성신영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완전 애매모호하게 말해서 주영 언니 엄마 모함하려고?”“헐, 빨리 자기 신분 인정해라고 협박하는 거네.”“와, 진짜 역겨워.”“,,,”고주영의 인지도는 성신영이랑 차이가 크게 났다. 팬의 수량도 비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니고.그런 고주영이 갑자기 이 사태에 휘말리니 고주영 팬들의 공격은 물론이고 언론사들도 고주영 쪽으로 치우치는 기사를 내고 있다.동영상의 진실 여부에 관해서 관심하는 사람은 없었고 성신영이 이렇게 하는 의도에만 집중이 갈 뿐이다…JL빌라.강유리는 소파에 기대어 인터넷의 기사를 보고 있었다.고주영이 이 정도로 말을 잘 들을 줄 몰랐다. 이렇게 오랫동안 숨겨온 신분을 망설임 없이 터뜨리다니.이때 메시지 한 통이 떴다.차한숙님, [왜 아직도 사람들이 주영이가 그년을 인정하는 거로 생각하는거야? 우리 의도랑 어긋나잖아. 유리씨, 내가 원하는 건 해명뿐만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 줬으면 좋겠어.”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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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46화

육시준은 맞은편의 소파에 앉아 그녀를 진지하게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성신영을 고 씨네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거야?”강유리는 직접 대답하지 않았다.“차한숙은 그러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우리가 합작해서 원하는 걸 얻으려면 성신영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지.”“너 고정남이 성신영이 막 하는 걸 왜 안 말리는지 알아?”“그게 중요해?”“…”육시준은 순간 목이 메어왔다.고정남이 성신영을 상관하지 않는 건 차한숙을 처리하기 위해서다.매정하지만 자기 딸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일을 평생 비밀로 할 수가 있었지만, 고정남이 강유리를 위해 이 모든 걸 계획한 거라면 그가 반대할 이유도 없다.그래서 성신영이랑 차한숙의 싸움에도 옆에서 보고만 있고 심지어 성신영을 지지하기 까지 하는 거다.“고 씨네 집안 사정에는 관심이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만약 내가 고주영을 움직인 게 너한테 피해를 줬다면 미안해. 하지만 그외의 일은 내 알바가 아닌것 같아.”강유리는 별거 아니라는 듯한 말투로 말하고 나서 의문을 내던졌다.“그런데, 고주영 신분이 밝혀지는 게 그렇게까지 안 되는 일이었나?”육시준은 입을 꾹 대문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아니면 고정남이랑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어서 내가 성신영을 처리하는 게 싫은 건가?”“넌 그러고 싶어?”육시준은 대답은 하긴커녕 되물었다.강유리는 입을 삐쭉댔다.“내가 성신영을 안 좋아한다는 모두 다 아는 사실이잖아. 예전에 처리를 안 한 건 그저 성신영이 그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하지만 지금처럼 그녀를 철저하게 밟아버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걸 안 잡을 이유가 없잖아.육시준은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하고 싶으면 해. 뒷처리는 후에 다시 보지 뭐.”“…”육시준이 이렇게 말할수록 강유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일어서 그의 앞에 다가가 표정을 관찰했다.“설마 내가 무슨 일을 망친 건 아니겠지? 고주영 때문이야 고정남 때문이야? 너랑 고정남이 무슨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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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아주머니와 류 집사가 어느 때든 나올 수 있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에게 부탁하지 않으면 정말 계속할 생각인 듯했다. 텅 빈 침묵 속에서 따뜻하고 큰 손이 허리 위로 올라가자, 강유리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쳤다.“제발! 우리 방으로 가자!”육시준은 미소 짓더니 그대로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서 엎드리고는 그제야 웃음을 머금고 설명했다.“오 씨 아주머니랑 류 집사 집에 없어.”“뭐?”육시준은 그녀에게 다시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큰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와 깍지를 끼고 부드러운 침대 시트 위에 살포시 누웠다. 그때,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육시준은 눈썹을 약간 찌푸리더니 벨 소리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키스에만 집중했다. 벨 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멈추면 또다시 울렸다.강유리는 그를 밀어내며, 가볍게 헐떡거렸다.“일단 전화 받아. 혹시 무슨 급한 일이 생긴 거면 어떡하려고?”그는 침대 옆에 옷과 함께 떨어진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전화 발신 번호를 들여다봤다. 장경호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수신 버튼을 막 누르자 옆에 있던 강유리가 장난치기 시작했다. 반쯤 그의 가슴 위에 엎드린 채 연약한 작은 손으로 셔츠 속을 파고들며 손끝으로 무턱대고 그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그는 잠깐 당황한 듯 몸이 굳어지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귀엽긴…… 방금 내 행동을 복수라도 하겠다는 건가?’다만 손해 볼 건 하나도 없었다.“시준 씨,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온 거 봤어요?”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동시에 멍해졌다. 강유리의 장난 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얼굴이 굳어졌다.‘고주영?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해?’육시준은 강유리의 눈치를 살피더니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전화를 끊으려 했으나 그녀가 제지했다.“저는 그냥 걱정이 돼서요……”전화 반대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말할 수 없이 다정했다.“……”육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강유리는 빠르게 몸을 홱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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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로열 사무실.고주영은 소파에 걸터앉아 끊어진 전화를 쳐다보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강유리와 고주영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뚜렷하게 구별됐다. 그녀는 강유리에게 이런 행운이 있다는 것을 시종 믿을 수 없었고 이런 우연이 육시준의 마음을 열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맞은편 멀지 않은 곳에 앉은 장경호는 통화 내용을 뚜렷하게 들었고, 그의 눈에는 슬픔이 어려 있었다. 그 통화로 피해를 본 건 장경호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육시준을 방애하는 자체가 두려운 일이었는데, 옆에 강유리까지 있었으니 더 심각한 일이었다. 육시준이 한 달 동안 야근을 추가한 것은 그나마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기회를 찾아 해명해야겠네……’“주영 씨, 제가 말했잖아요. 부부 생활을 방애하는 건 좋지 않은 일이라고요……”그의 말에 고주영은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시준 씨는 강유리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냥 서로 필요해서……”그녀의 말에 그는 잠시 멍해졌고, 고주영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두 분이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거로 생각해요.”“뭘 알아서 그런 말을 해요? 제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있는 눈빛을 분명히 내 눈으로 봤다고요!”강유리는 특별한 존재였기에 고주영은 점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상상보다 육시준에게 더 소중한 사람이었다.그녀는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가버렸고, 장경호는 소파에 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내가 봉변을 당하는구나…… 주영 씨와 가까이 지내는 게 아니었는데……’……깊은 밤에도 JL빌라 2층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차가운 밤 속에 온화함이 깃든 느낌이었다.목욕을 마친 강유리는 온몸이 개운해 이불 속에 틀어박혀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고, 욕실에서 콸콸 흐르는 물소리를 듣느라 잠시 넋을 잃었다. 머리에는 자기도 모르게 방금 육시준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그는 고성그룹의 비밀스러운 사생아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고정남이 저번에 찾아온 게 성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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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아니, 국내 상황은 나도 잘 몰라. 지석 오빠 한국에 있잖아. 그쪽한테 물어보든가.”“우리 남편도 못 알아낸 거니까 지석 오빠도 힘들 거야. 게다가 고정남 그 사람 꽤 오랫 동안 해외에 있었잖아. 그래서 정보를 얻으려면 해외 쪽에서...”이에 릴리의 눈이 반짝였다.‘뭐야. 지석 오빠도 못 알아내고 그 대단하다는 언니 남편도 실패했다고? 그럼 내가 여기서 고정남에 대한 정보를 턱 알아내면 두 사람보다 내가 더 대단하다는 거잖아?’이런 생각에 더 이상 뒷말은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그래서 누구에 대해 조사하고 싶다고? 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다 알아봐줄게!”“고정남이 한때 굉장히 사랑했던 여자가 있어. 그런데 고정남에게 배신을 당했고 임신한 채로 서울을 떠났었지...”“어머, 내 이런 막장 스토리 너무 좋아해!”“...”“아, 그리고 이 일은 너희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이때 강유리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어? 왜?”“때가 되면 해명할 테니까 일단 비밀로 해. 그리고 자세한 건 도희 언니한테 묻고.”잠깐 멈칫하던 강유리가 말을 이어갔다.“혹시나 말이야. 이 모든 것의 끝에 우리 가족들이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숨기지 말고 나한테 말해.”꽤 진지한 목소리에 릴리의 목소리도 조금 떨려왔다.“뭐야... 생각보다 꽤 복잡하잖아? 내가 엄마 가족에 대해 알아보는 걸 알면... 날 죽일지도 몰라.”“걱정하지 마. 네가 이모한테 맞아죽으면 장례는 내가 책임지고 치러줄 테니까.”“됐거든.”“아, 그리고 할아버지 상태 많이 좋아지셨어. 연말 쯤에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줄게. 내 결혼식 때까지 실컷 놀다가 가.”“오케이!”그제야 릴리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미션 무조건 완수할 테니까 좋은 소식 기다려.”통화를 마치자마자 안방 문이 열리고 육시준이 물었다.“누구랑 통화한 거야. 연말에 뭐 어디 가?”“왜 남의 통화를 엿듣고 그래!”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문을 제대로 닫았어야지.”“내가 문을 열었어도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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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그녀의 말에 잠깐 고민하던 육시준이 물었다.“어떤 비밀을 듣고 싶은데?”“당연히 당신에 관한 거지!”진지한 표정과 달리 강유리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내가 모르는 당신에 대한 정보를 말해 줘! 아주 자극적인 걸로!”“사람들은 날 대한민국 자산 규모 1위라고 말하지만 그건 잘못된 말이야.”육시준의 담담한 대답에 강유리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추측들이 스쳐지났다.‘뭐지? 그냥 노이즈 마케팅이었나? 이 모든 게 연기였나? 아니면 얼마 전에 파산했나?’“새로운 랭킹에선 내가 3위더라고. 아직 우리 가족들도 모르는 내용이야.”“...”‘아, 진짜... 난 또 뭐라고...’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빠른 상황 변화에 강유리는 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이 정도면 안 되나?”강유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육시준은 말을 이어갔다.“사실 LK그룹은 내가 가진 자산의 3분의 1에 불과해. 다른 곳에는...”“됐어. 더 이상 안 들으래.”강유리가 차갑게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뭐야. 육시준... 생각보다 훨씬 더 부자였잖아. 난 그것도 모르고 괜히 아껴쓰고 있었네.’홱 돌아선 강유리는 바로 방에 올라가 소심한 복수의 의미로 한정판 명품백 몇 개를 주문했다. 물론 계산은 육시준 카드로 말이다.디자인 대회 결과가 나오고 추연화는 1위를 차지한 디자이너를, 세마는 기연아가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LK그룹 소속 디자이너와 함께 콜라보를 진행하기로 했다.이제 곧 신작 발표회.저녁 식사를 마친 강유리는 바로 2층으로 향했다.‘그래. 아무리 자신만만한 척해도 불안하긴 하겠지.’추연화의 디자인 컨셉이 먼저 발표되고 나서 대중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이런 상황에 그녀의 작품이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지 않다면 그녀의 실력이 추연화에게 뒤처진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LK그룹 홍보팀에게 내일 기사 업로드 상황 면밀히 살펴보라고 전해.]육시준이 임강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알겠습니다. 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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