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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침대에서의 첫 전투가 패배로 끝난 뒤로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했더니 그걸로 소심하게 복수를 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극도의 피곤함에 강유리는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렸다.

도로를 밝히는 가로등의 따뜻한 조명으로도 가시지 않는 살벌한 추위의 겨울밤이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한편, 고성병원, vip 휴식실에 고정남이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리고 잠시 후, 정전 한번, 인터넷 고장 한번, 검사 장치 고장 한번.

오늘따라 파란만장했던 친자 검사 결과는... 불일치였다.

생물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는 내용의 결과지를 훑어보던 고정남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런저런 사고 때문에 반나절 넘게 기다렸지만 기분이 언짢지 않았던 건, 어디까지나 결과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있어서였다.

그런데... 종이에 찍힌 결과는 고정남의 흥분된 마음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왠지 자꾸 사고가 끊이지 않아서...”

굳은 표정의 고정남의 눈치를 살피던 의사가 변명을 늘어놓았다.

“전에는 이런 상황이 없었다고 했나?”

이때 고정남이 고개를 번쩍 들고 그 표정에 깜짝 놀란 의사가 뒤로 살짝 한발 물러섰다.

“아, 네. 정전과 인터넷 연결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최첨단 설비가 이렇게 말도 안 되게 고장날 리가 없는데... 오늘은 기기 재부팅만 몇 번을 했는지...”

“그게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잇지 않나?”

“아, 그건...”

의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비록 여러 가지 사고가 있긴 했지만 결과는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기기는 그렇다 쳐도 샘플을 취급한 이들 전부 프로, 결과가 잘못되었을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의사는 확신했다.

“그럴 리가 없어. 왜 강유리와 관련된 일은 전부 이렇게 틀어지는 거지. 이게 전부 우연일 리가 없어.”

연신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리던 고정남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늘 있었던 일, 외부에 절대 유출하지 마세요.”

고정남의 수행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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