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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511 - 챕터 520

1379 챕터

제511화

“그리고 뭐요?”육시준이 캐묻자 육지원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냥. 어디까지나 내 짐작일 뿐이야. 고정남도 자기 친딸이 ‘사생아’라 불리는 건 원치 않겠지.”‘그러니까 성신영에게 대충 그 정도 명분만 주고 두고 보려는 거겠지.’이에 육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엄마가 사생아라는 단어를 꺼내니 고정남이 발끈하긴 했었지...’“그래서 사생아가 맞긴 한 겁니까?”“사생아라고 하기엔 또 애매한 구석이 있어.”“왜요?”“다들 고정남이 가문의 반대를 못 이겨서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하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과 조금 달라.”목소리를 가다듬은 육지원이 말을 이어갔다.“고정남은 정말 가문과 인연을 끊고서라도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고태규 회장이 어디 보통 사람이야? 결국 지금의 부인, 그러니까 차한숙과 잠자리를 하게 만들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한숙은 임신을 했고 쌍둥이를 낳게 됐어. 그런데 아이들이 돌이 다 되어 가는데 호적에도 못 올리고 있으니 차한숙 쪽 부모가 결국 나서게 된 거야. 그제야 여자는 그제야 고정남에게 차한숙이라는 아내는 물론, 쌍둥이 자식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워낙 자존심이 센 여자니 바로 고정남과 헤어지고 서울을 떠났어. 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거야.”아침드라마 못지않은 스토리 전개에 육시준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결국 고정남이 그 여자를 배신한 거군요.”‘와이프가 아이까지 낳았는데도 이기적으로 두 집 살림을 해온 그 우유부단함이 이 모든 사단을 만든 거겠지...’“뭐, 그런 거나 마찬가지지.”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그 여자도 임신 중이었는데 떠날 땐 아이를 지울 거라고 했었다네. 뭐, 시간이 한참 뒤에야 아이를 낳았다는 걸 알게 됐지만.”이에 육시준이 헛웃음을 터트렸다.“고태규 회장이 숨긴 거겠죠. 다들... 찌질하네요.”‘아니면 영감들은 다 그렇게 비겁한 술수를 쓰는 걸 좋아하는 건가?’“어쨌든 고씨 집안 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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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유리가 육시준에게 물었다.“아까 병원에서 고정남의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고 했잖아. 왜 그렇게 말했는데?”강유리의 질문에 운전석에 앉은 육시준은 여전히 전방을 주시한 채 대답했다.“자상한 아버지인 척, 몇 년 동안 딸을 찾는 척했던 게 전부 가짜였다는 뜻이잖아.”“...”고정남이 회사 업무까지 포기한 채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옛사랑과 딸을 찾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며 다들 그를 재벌집 아들답지 않은 순정남이라고 감탄했었지만...오늘 성신영을 향한 따귀는 성신영 본인에게는 물론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꽤 충격이었을 것이다.겨우 만난 핏줄, 그것도 그렇게나 사랑했던 여자가 낳은 딸.그들을 정말 사랑했다면 그렇게 매정하게 손을 대진 못했을 텐데...“어쩌면 성신영의 신분을 의심하는 건 아닐까?”하지만 육시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고성그룹에서 곧 성신영의 신분을 대외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래.”“...”‘그래, 내가 그쪽 사람들을 너무 과대평가했네.’육시준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차안은 적막에 잠겼다.차창에 고개를 기댄 강유리는 창밖을 빠르게 스쳐 지나는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지나치게 조용한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육시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그의 추측이 맞는다면 강민영은 자기 딸이 이 추잡하고 더러운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길 바라고 모든 걸 숨기려 했던 것이다. 전 세대의 악연에서 벗어나 그저 강민영의 딸로서, 유강그룹의 금지옥엽 첫째 딸로서 살아가길 바랐던 것이겠지.‘그게 장모님의 뜻이라면... 따를 수밖에.’“오늘 부모님께서 결혼식에 대해 말씀하셨잖아.”다시 고개를 돌린 육시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멍하니 앉아있던 강유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응, 그러셨지.”‘하, 뭐지?’육시준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강유리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러니까 내 말은... 할아버지도 깨셨겠다 결혼식 언제 올리면 좋겠냐고.”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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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오늘 마지막 촬영이었잖아요...”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강유리가 아니었다.“그러니까. 마지막 촬영까지 끝냈으면 다른 스케줄은 없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안 왔어요?”“마지막 촬영까지 끝냈으니까 당연히 쫑파티를 열어야죠!”“스태프들이 준비한 쫑파티 거절했다면서요.”“...”강유리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잘못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든 육경서가 고개를 돌렸다.‘큼, 주아랑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그러지...’다행히 강유리는 더 캐묻지 않고 우아한 몸짓으로 포크를 내려놓았다.“두 사람이 연애를 하든 말든 난 상관없어요. 뭐, 공개연애를 하겠다고 해도 찬성이고요. 하지만... 두 사람 연애 소식을 다른 기자들 입에서 듣는 건 용납못해요.”“연, 연애라니요!”육경서가 다급하게 두 손을 내저었다.육경서와, 주아 두 사람 사이에 스캔들은 나름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팬들이 알아서 그저 촬영팀의 작품 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인 게 분명하다며 해명 아닌 해명을 해준 덕분에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걸 최측근인 강유리가 모를 리가 없었다.‘하, 요것 봐라? 발뺌을 하시겠다?”“아, 두 사람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사실 전 이번 작품만 끝내면 도련님 좀 쉬시길 바랐거든요. 주아도 마침 작품 끝냈겠다. 두 사람이 같이 보낼...”“휴가, 좋죠! 감사, 아니. 사랑합니다, 형수님!”강유리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문 육경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우리 사이에 사랑처럼 위험한 감정은 감당하기 힘들고요.”“헤헤, 아무튼 고맙습니다!”애초에 집을 방문한 목적도 달성했겠다, 행여나 강유리가 또 말을 바꾸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 육경서는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별장을 나서 거리를 한참 달리던 육경서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그러고 보니까 완전 형수님 페이스에 말려버렸네. 두 사람 왜 싸운 건지 물으려고 했던 건데... 뭐, 어쨌든 형수님이 그렇게까지 여유로우시다는 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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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한참이 지나도 육시준은 아무런 대답도 없고...깊은 한숨을 내쉰 강유리는 일부러 쿵쾅 소리를 내며 돌아섰다.한편, 안방.샤워를 마치고 헐렁한 잠옷을 입은 육시준은 섹시한 쇄골을 그대로 드러낸 채 책 한권을 들고 있다.물론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아 방금 전부터 같은 페이지만 보고 있지만 말이다.잠시 후, 점점 멀어져가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든 육시준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스쳤다.‘뭐야? 이렇게 가버린다고? 차라리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오고야 마는 여자인데 말이지...’책을 내려놓고 한참을 기다리던 그때...옷방에서부터 탁탁탁 발걸음소리가 들리더니 잠옷 차림의 강유리가 씩씩대며 옷방과 안방을 연결한 다른 문을 벌컥 열었다.성큼성큼 다가온 강유리가 육시준의 턱을 덥석 잡았다.“어쭈, 저 문 하나만 막아놓으면 내가 못 들어올 줄 알았어? 많이 컸네, 아주?”차가운 두 쌍의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보고...갑자기 고개를 숙인 강유리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복수라도 하듯 그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순간, 육시준의 깊은 눈동자가 더 어두워지고 그는 말없이 엄지로 욱신대는 입술을 살짝 건드렸다.순간, 서로 의견이 부딪힐 때면 싸우지 말고 그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 즉 키스로 싸움을 중단하기로 했던 두 사람만의 약속이 떠올랐다.“이게 키스야?”육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럼, 키스지. 안 그럼 뭐야? 입술 박치기야?”여전히 씩씩대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던 육시준이 입을 열었다.“방문 하나 남겨뒀잖아. 왜 그렇게 화가 났어?”“허?”순간 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옷방과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통해 안방으로 들어온 것이 허를 찌르는 공격이라 생각했던 강유리는 모든 게 그의 계산안에 있었다는 생각에 왠지 허탈해졌다.“그러는 당신은? 왜 화가 난 건데. 뭐 식 올리기 전까진 따로 자? 그럼 지금까진 왜 같이 잔 건데.”강유리는 고개를 더 빳빳이 쳐들었다.“전에는 할아버지께서 깨어나지 못한 상황이었잖아.”“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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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솔직히 안방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육시준을 제대로 혼내 줄 생각이었다.남자가 돼선 식을 올리고 싶으면 올리는 거지 왜 엄마 핑계, 아빠 핑계를 대며 내 맘을 떠보는 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그런데... 육시준은 역시나 그녀의 예상을 훨씬 더 뛰어넘는 남자였다.자기 주장이 넘치다 못해 이미 결혼식 준비까지 거의 다 마친 상태라니.허리춤에 당당히 얹은 손이 왠지 살짝 떨려왔다.“그럼... 생일날... 식 올리든가...”비록 모기소리만큼 작은 목소리였지만 육시준이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정말?”“정말이지 그럼! 내가 설마 결혼식 날짜로 장난을 치겠어!”그럼에도 앙큼하게 혼자 식 준비를 진행한 육시준이 왠지 얄미워진 강유리는 고개를 홱 돌렸다.“진짜 생일날에 올릴 거야 아니면 가짜 생일날에 올릴 거야?”“큼... 뭐, 아무 날이나 상관없잖아?”그녀의 대답에 겨우 풀렸던 육시준의 얼굴이 다시 굳어버렸다.“상관없어? 아니, 인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이야. 좀 진지하게 생각하면 안 돼?”“진짜, 진짜 생일날 올려!”강유리가 다급하게 대답했다.“가짜 생일은 그냥 아무렇게나 정한 날짜란 말이야. 솔직히 지금까지 생일이라고 딱히 축하받은 적도 없고.”“임천강이 생일파티도 안 해줬어?”“뭐?”이 상황에서 갑자기 전남친 언급이라니.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내 진짜 생일을 아는 사람은 당신까지 네 사람뿐이야.”“다른 세 사람은 누군데?”육시준이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우리 엄마, 우리 할아버지, 그리고 나까지.”“...”한편, 어느새 침대에 올라온 강유리는 애교 넘치는 고양이처럼 꿈틀대더니 바로 육시준의 품을 파고들었다.“아니,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하든가! 그리고 아무리 섭섭해도 그렇지. 와이프를 문전박대를 해? 우리 둘 다 잘못했으니까 쌤쌤, 없던 일로 치자, 응?”고개를 숙인 육시준의 눈동자에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강유리의 얼굴이 들어왔다.다른 사람에게는 항상 차갑고 도도한 그녀, 이런 표정을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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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껄렁거리듯 마지막 음을 살짝 올리는 목소리가 왠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일부러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이건 무효야!”하지만 눈을 아무리 부릅 떠 보아도 이미 얼굴까지 잡힌 상황에서 그녀의 말이 위협이 될 리가 없었다.오히려 잔뜩 바람을 불어넣은 볼이 귀엽게 느껴지고...고개를 숙인 육시준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웃음소리에 따라 강유리가 손을 올린 그의 가슴 역시 들썩거리고 진동 때문인지 손바닥이 어딘가 찌릿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정말 이럴 거야...”“기회 한 번 더 줄 테니까 이번엔 잘해 봐.”“뭐...”이번에도 역시나 강유리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폭풍 같은 키스가 시작되었다.‘악마 같은 자식...’이 게임에 재미라도 들린 듯 육시준은 그녀의 숨이 다할 때까지 폭풍 키스를 이어가다 살짝 숨 쉴 틈을 준 뒤 또 다시 키스를 이어가기를 반복하길 몇 번....참다못한 강유리가 이번엔 그의 어깨를 잡은 채 허리를 돌리며 어떻게든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저번에 이미 한번 똑같은 술수에 당한 적 있는 육시준은 능숙하게 이를 피해 버리고 오히려 그녀를 다시 침대에 눕혀버렸다.‘허, 피해?’이 방법이 통하지 않은 건 처음이라 당황한 것도 잠시, 순간 승부욕이 타오른 강유리는 또 예리한 공격을 해보지만... 이 역시도 육시준은 너무나 쉽게 피해버렸다.안방. 두 사람이 쿵쾅대는 소리가 더 세게 울려 퍼지고...한편, 마침 계단을 오르던 아주머니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아이고, 젊다, 젊어.’...지난밤의 치열한 전투가 어찌나 피곤했던지 강유리는 다음 날 점심이 되어서야 부스스 눈을 떴다.그리고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도희에게 문자를 보냈다.[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만났을 땐 어떻게 해야 해?]약 3초 후, 부리나케 전화를 해온 도희가 고래고래 소리쳤다.“뭐? 이길 수 없는 상대? 누군데? 너, 뭐 이상한 짓 당한 거 아니지? 호신용품 이런 건 안 챙겼어?”쏟아지는 질문에 목소리는 또 어찌나 높은지 강유리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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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내가 왜 알렉스한테 내 사무실 감시하라고 했는지 알아?]강유리가 문자를 보냈다.[그거야 너희 회사에 스파이가 있으니까!!]휴대폰을 내려놓은 강유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스파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본부에 그녀를 탐탁치 않게 보고 있는 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닌 것만은 자명한 사실.중요한 정보는 굳이 사무실에서 처리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디자인대회는 어느새 결승전을 맞이하게 되었다.사실 대회 자체보다 세마와 추연화가 차례로 새 작품을 발표할 것이라는 뉴스가 더 눈길을 끌긴 했지만 말이다.그중 추연화의 새 작품은 고성그룹 고정남 대표가 오래전 잃어버린 딸이 착용한 채 그녀의 신분을 밝히는 기자회견장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는 앞으로 고성그룹과 유강그룹의 지속적인 협력을 의미하기도 했다.그보다 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 바로 세마의 작품이었다.정식으로 국내 시장 문을 두드리는 건 이번이 처음, 그 첫 포문을 누가 열 것인지. 누가 가장 먼저 새 작품을 착용할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열띤 토론이 이어졌지만 세마는 일관적으로 기밀사항이라 아직 발표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인터넷에서 두 브랜드의 팬들이 자기 쪽 디자이너가 더 대단하다고 키보드 전쟁을 벌이는 한편, 유강그룹 역시 작은 폭풍을 맞이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시작은 이번 세마 새 작품의 홍보대사를 고주영에게 맡기자는 누군가의 제안 때문이었다.이 안건은 회의에서 바로 투표에 붙여졌고 당연하게도 강유리, 사인호 등 소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이에 찬성을 표했다.이때, 평소 성홍주와의 친분을 믿고 항상 강유리에게 태클을 걸어왔던 김 이사가 비아냥댔다.“강유리 대표님, 고주영 씨를 홍보대사로 선정하는 걸 반대하신다는 건... 생각해 두신 다른 후보가 있어서입니까?”“그럼요.”강유리가 침착하게 대답했다.“당연하죠. 전 신주리 씨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유강엔터 쪽에서도 어떻게든 신주리 씨가 홍보대사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힘쓰고 있는 중이고요. 설마 모르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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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하지만 그의 말에도 강유리는 그저 차갑게 성홍주를 쏘아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차분한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에 성홍주는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저 계집애 앞에만 서면 이상하게 후달린단 말이지.’하지만 회사 임원진들 앞에서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는 법.잠깐 침묵하던 그가 다시 근엄한 목소리로 말해다.“그래. 유강엔터 소속인 신주리를 밀어주고 싶은 마음이야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더 큰 곳을 봐야 할 때야.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참가자가 바로 세마와 추연화야. 그만큼 중요한 홍보모델이니까 괜히 수작질할 생각하지 말...”“수작질이요? 뒤에서 온갖 더러운 수작질하시는 건 성홍주 이사님 아니십니까? 자기 앞길을 위해서라면 딸도 팔아버리는 그런 분이시잖아요. 뭐, 그 덕분에 고성그룹이라는 대단한 뒷배를 얻으셨으니 아주 기분 좋으시겠어요?”강유리의 말에 제대로 자극받은 성홍주가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너 지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하지만 성홍주가 분노할수록 강유리는 어깨를 으쓱하는 여유까지 보였다.“왜요? 제 말이 틀렸어요? 그 수많은 연예인들 중 왜 굳이 고주영을 추천하는 건지 제가 정말 모를 것 같으세요? 신주리를 추천하는 제게 사심이 있다고요. 네,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는 성 이사님은요? 정말 떳떳하십니까?”“고주영이 신주리보다 인기가 더 많은 건 사실...”“신주리의 화제성도 결코 고주영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마가 언제부터 톱클라스 연예인들만 고집했죠? 세마는 오로지 작품의 컨셉과 분위기에 따라 홍보모델을 정해 왔습니다. 아, 외람된 질문이지만 이번 세마의 작품, 무슨 컨셉인지 알고는 계십니까?”강유리의 질문에 성홍주가 드디어 침묵하기 시작했다.아니, 성홍주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귀를 바짝 세웠다.세마의 작품 컨셉은 대회 참가 이후로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 왔던 사안, 그걸 강유리가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박 정보인 것만큼은 확실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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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강유리가 반복했다.“세마 신제품 홍보모델로 고주영은 어떻게 생각해?”“미쳤어? 당연히 별로지. 아까 주리 언니랑 계약까지 다 했는데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해? 고성그룹한테서 살해 협박이라도 받았어?”다혈질인 도희가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역시, 이럴 줄 알았지.’“말했잖아. 임원진들의 건의사항이라고.”“...”한동안의 정적끝에 도희가 헛웃음을 지었다.“그럼 미안한데 네가 그 잘나신 임원진들분들께 얘기 좀 해줄래? 홍보모델은 우리가 이미 알아서 정했다고. 그쪽에서 신경 쓸 필요 없다고.”“그래. 그럼 끊어.”통화를 마친 강유리는 휴대폰을 내려놓곤 성홍주 일행을 바라보았다.“다들 들으셨겠지만... 한발 늦었네요. 이미 계약까지 끝냈다는데요.”여전히 차분한 강유리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성홍주는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저 계집애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 맞지? 지금 우리 한 방 먹이려고 일부러 이런 거 아니야!’물론 강유리 역시 홍보모델이 신주리로 내정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뭐, 이건 하늘이 그녀의 편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어찌 되었든 이 통화로 임원진들의 망상은 완전히 깨부쉈으니, 강유리는 만족스러웠다.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잔뜩 굳은 얼굴로 회의실을 나선 성홍주는 사무실로 돌아와 바로 추연화를 호출했다.“세마 새 작품 어떤 스타일인지 알고 있나?”이미 40대인 추연화였지만 어깨까지 오는 중장발에 식지, 중지에 독특한 디자인의 액세서리까지 하고 있는 모습은 딱 봐도 나 아티스트예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성홍주의 질문에 추연화는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건 기밀사항이라는 걸 알고 계실 텐데요?”안락한 의자에 기대어 앉은 성홍주는 묘한 눈동자로 추연화를 훑어보았다.“정말 몰랐나? 이번 자네의 작품이 세마의 것과 굉장히 흡사하던데.”“하.”자존심이 상당히 상한 추연화가 헛웃음을 터트렸다.“회장님, 지금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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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추연화가 사무실을 나서고 혼자 남은 성홍주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세마, 독창적인 재능으로 슬럼프라곤 없을 것 같은 불세출의 디자인 천재, 대중들이 그녀에 대한 이미지기도 했다.그런데 그런 그녀가 이번에 추연화의 컨셉을 베꼈다?‘정말 슬럼프라도 온 걸까? 아니면 같은 컨셉이라도 추연화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만약 전자라면... 우리에겐 분명 유리한 상황이야. 세마의 이미지가 일낙천장할 테니까. 만약 후자라고 해도... 우리 쪽에서 가만히 있을 순 없지.’한편, 사무실로 들어가려던 강유리는 컵을 든 기연아가 하품까지 해가며 탕비실로 들어가는 걸 발견했다.오후쯤이면 졸려서 탕비실에서 수다라도 떨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 잡힌다나 뭐라나...“연아 씨, 이쪽으로 와봐요.”“...”강유리를 발견한 기연아는 반쯤 남은 하품을 억지로 다시 삼켜냈다.‘얼마 전까지 동료였던 사람이 갑자기 상사가 되다니.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니까.’부랴부랴 달려간 기연아가 물었다.“네, 대표님.”두 사람이 선후로 사무실로 들어서고...“세마 홍보모델이 정해졌어요. 이번 건은 연아 씨가 컨택하도록 해요. 곧 도희가 연락할 거예요.”“정말요?”방금 전까지 졸림으로 가득 차 있던 기연아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누군데요? 신주리예요 아니면 고주영이에요?”“신주리 씨로 정해졌어요.”“오!”기연아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잘됐네요. 저도 신주리 팬인데. 그래도 이번엔 고성그룹이 버티고 있으니 이번 홍보모델은 힘들겠다 싶었는데...”워낙 회사에서 소식통인 기연아가 홍보모델 최종 후보를 알고 있는 것쯤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그런데 뭐요?”‘아, 신주리 씨도 유강엔터 소속이었지.’아차 싶은 생각에 기연아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아, 아닙니다. 결국은 신주리 씨로 결정될 것 같았어요.”“이번에 세마가 내놓은 신제품은 총 두 점이에요. 하나는 물그림자 시리즈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건데 옥비녀 시리즈라고 전통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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