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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유리가 육시준에게 물었다.

“아까 병원에서 고정남의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고 했잖아. 왜 그렇게 말했는데?”

강유리의 질문에 운전석에 앉은 육시준은 여전히 전방을 주시한 채 대답했다.

“자상한 아버지인 척, 몇 년 동안 딸을 찾는 척했던 게 전부 가짜였다는 뜻이잖아.”

“...”

고정남이 회사 업무까지 포기한 채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옛사랑과 딸을 찾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며 다들 그를 재벌집 아들답지 않은 순정남이라고 감탄했었지만...

오늘 성신영을 향한 따귀는 성신영 본인에게는 물론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꽤 충격이었을 것이다.

겨우 만난 핏줄, 그것도 그렇게나 사랑했던 여자가 낳은 딸.

그들을 정말 사랑했다면 그렇게 매정하게 손을 대진 못했을 텐데...

“어쩌면 성신영의 신분을 의심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육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고성그룹에서 곧 성신영의 신분을 대외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래.”

“...”

‘그래, 내가 그쪽 사람들을 너무 과대평가했네.’

육시준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차안은 적막에 잠겼다.

차창에 고개를 기댄 강유리는 창밖을 빠르게 스쳐 지나는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조용한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육시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의 추측이 맞는다면 강민영은 자기 딸이 이 추잡하고 더러운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길 바라고 모든 걸 숨기려 했던 것이다. 전 세대의 악연에서 벗어나 그저 강민영의 딸로서, 유강그룹의 금지옥엽 첫째 딸로서 살아가길 바랐던 것이겠지.

‘그게 장모님의 뜻이라면... 따를 수밖에.’

“오늘 부모님께서 결혼식에 대해 말씀하셨잖아.”

다시 고개를 돌린 육시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

멍하니 앉아있던 강유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응, 그러셨지.”

‘하, 뭐지?’

육시준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강유리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할아버지도 깨셨겠다 결혼식 언제 올리면 좋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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