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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솔직히 안방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육시준을 제대로 혼내 줄 생각이었다.

남자가 돼선 식을 올리고 싶으면 올리는 거지 왜 엄마 핑계, 아빠 핑계를 대며 내 맘을 떠보는 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그런데... 육시준은 역시나 그녀의 예상을 훨씬 더 뛰어넘는 남자였다.

자기 주장이 넘치다 못해 이미 결혼식 준비까지 거의 다 마친 상태라니.

허리춤에 당당히 얹은 손이 왠지 살짝 떨려왔다.

“그럼... 생일날... 식 올리든가...”

비록 모기소리만큼 작은 목소리였지만 육시준이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정말?”

“정말이지 그럼! 내가 설마 결혼식 날짜로 장난을 치겠어!”

그럼에도 앙큼하게 혼자 식 준비를 진행한 육시준이 왠지 얄미워진 강유리는 고개를 홱 돌렸다.

“진짜 생일날에 올릴 거야 아니면 가짜 생일날에 올릴 거야?”

“큼... 뭐, 아무 날이나 상관없잖아?”

그녀의 대답에 겨우 풀렸던 육시준의 얼굴이 다시 굳어버렸다.

“상관없어? 아니, 인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이야. 좀 진지하게 생각하면 안 돼?”

“진짜, 진짜 생일날 올려!”

강유리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가짜 생일은 그냥 아무렇게나 정한 날짜란 말이야. 솔직히 지금까지 생일이라고 딱히 축하받은 적도 없고.”

“임천강이 생일파티도 안 해줬어?”

“뭐?”

이 상황에서 갑자기 전남친 언급이라니.

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진짜 생일을 아는 사람은 당신까지 네 사람뿐이야.”

“다른 세 사람은 누군데?”

육시준이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우리 엄마, 우리 할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

한편, 어느새 침대에 올라온 강유리는 애교 넘치는 고양이처럼 꿈틀대더니 바로 육시준의 품을 파고들었다.

“아니,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하든가! 그리고 아무리 섭섭해도 그렇지. 와이프를 문전박대를 해? 우리 둘 다 잘못했으니까 쌤쌤, 없던 일로 치자, 응?”

고개를 숙인 육시준의 눈동자에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강유리의 얼굴이 들어왔다.

다른 사람에게는 항상 차갑고 도도한 그녀, 이런 표정을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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