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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강유리는 이해가 안 갔다. “할아버지가 소개팅 주선해 주셨는데 왜 직접 가지 않고 대타를 찾았던 거죠?”육경서는 흥분해서 말했다. “우리 형한테 그런 미안한 짓을 해놓고 무슨 면목으로 우리 형을 만나요!”“어떤 짓이요?”“……”그 의문의 눈동자와 눈을 마주친 육경서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아직 이 얘기는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괜히 말한 거 아니야?’ 강유리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군가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는 건 서로 감정이 있는 두 사람에게만 해당한 단어겠죠? 만약 시준이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면 굳이 미안할 일은 없었겠죠? 만약 두 사람에게 감정이 있었다면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그렇다고 남매의 정일 수는 없잖아요?”“아니, 아니. 형수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니에요. 엄밀히 말하면 그 여자도 피해자이긴 해요……”육경서는 해명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은 또 하기가 어려웠다. 한참 우물쭈물하던 육경서는 얼굴까지 새빨개졌다. 그는 결국 도망가기로 했다. “에잇, 나도 몰라요! 일단 남주부터 내 거로 만들게요!”사무실은 순간 조용해졌다. 강유리는 물잔을 든 채 소파에 기댔다. 그녀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다 피해자라고? 그럼 내가 가해자라는 거네? 만약 우리 둘이 얼떨결에 결혼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다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건가? 집안 배경도 비슷하네……’“쾅!”그녀는 물잔을 힘껏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오후 여섯 시. 눈에 띄는 롤스로이스 한대가 길가에 서 있었다. 요염하고 날씬한 몸매에 캐주얼한 옷차림, 선글라스와 모자로 완정 무장한 여자가 날렵하게 차에 올라탔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임강준도 놀랄 정도였다. 백미러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는 여인을 보며 그는 눈가를 실룩였다. “사모님, 이 옷차림은 저도 못 알아볼 정도였어요. ”강유리는 담담하고 예의 있게 설명했다. “주리한테서 빌렸어요. 효과가 좋은 모양이네요.”육시준은 향기로운 바람이 부는 것을 느꼈고, 이내 차에 사람 한 명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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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그 말을 듣는 순간 사그라졌던 강유리의 기세가 하늘로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이렇게 독재적인 사람이었다고?내 기분도 내 마음대로 표현 못 해?내리라고?내가 못 내릴 줄 알고!내가 이번에도 화해하면 정말 사람도 아니야!강유리의 생각은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두 눈에서는 불씨가 번뜩이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차 손잡이에 올리더니 문을 열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골격이 분명한 커다란 손 하나가 강유리의 손목을 낚아채며 그녀의 행동을 저지했다.그 행동에 강유리는 발끈하더니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화를 내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누가 못 내릴 줄 알고? 누가 네 차에 타고 싶다고 했어? 누가 데리러 오라고 했어? 내가 뭐 엄청 너랑 같이 집에 가고 싶은 줄 알았나 봐?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수군대는 소리 들을 일…”그때 차 문이 열리더니 임강준이 도망치듯 차를 벗어났다.그렇게 미처 하지 다 끝내지 못한 말은 강유리의 입안에 남게 되었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강유리는 그만 머리가 하얘지고 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아마도, 어쩌면…내가 아니라 임강준보고 차에서 내리라고 한 건가?“나랑 집에 같이 가기 싫어서 그렇게 화가 난 거야?” 남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그의 말은 순식간의 차 안의 온도를 차갑게 만들었다.“…”강유리는 잡혀있는 손목을 빼려고 힘껏 발버둥을 쳤다.하지만 그녀의 그런 노력에도 육시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깊은 눈동자로 강유리를 쳐다보았다. “말 똑바로 해.”“아니.” 강유리가 먹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의 고개는 아래를 향하고 있었고, 시선은 남자의 기다란 손가락에 머물러 있었다. 뭐라 말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던 그녀는 내내 입만 뻐금거릴 뿐이었다.강유리는 하루 종일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다.분명 머리로는 아주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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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강유리는 멋쩍게 손을 거두더니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방금까지 가시 돋친 고슴도치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던 강유리는 지금 힘이 빠진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있었다. 무척이나 고분고분해 보였다.그녀의 모습에 육시준의 눈동자에 옅은 웃음기가 어렸다. 하지만 그 웃음기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말았다. 그는 이 모습이 단지 겉모습일 뿐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함께 지내온 시간이 얼만데, 그는 이미 그녀의 껄끄러운 성격을 다 알아차렸다.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대화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강유리는 오직 자기 생각만으로 사건의 자초지종을 판단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옳고 그름을 따져보지도 않고 사람에게 모욕을 주는 그런 사람이다…“육씨 가문과 관련된 소문이라도 들은 거야? 그 사람들이 너한테 불친절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 남자는 탐색하듯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의혹이 가득했다.그의 말에 강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그 말에 육시준은 다시 한번 자세히 생각했다. “그럼 나에 관한 소문이라도 들은 거야? 내가 널 속였다고 생각해서?”이번에 강유리는 침묵을 선택했다.묵인하는 그녀의 반응은 남자의 눈썹을 들썩이게 했다.마음이 조급했지만 그래도 그는 여유를 부리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앞에서 눈을 드리우며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을 흥미롭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말해봐. 나에 대한 어떤 소문을 들었는지.”“사실 뭐 별건 없어. 나도 알아. 당신이 날 속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하지만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걸 참지 못하겠어. 이건 다 내 문제야.” 강유리는 갑자기 단정한 태도로 반성하기 시작했다.육시준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말의 중점을 잡기 시작했다. “속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그의 말에 강유리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그녀는 이내 방금 한 말을 보충했다. “날 속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육시준은 아무 말 없이 꼿꼿한 눈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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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그 사건은 확실히 육시준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다주었다.하지만 그 사건은 고주영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단지 사건의 도화선일 뿐이었다. 나중에 일어난 일들은 모든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곤 했다.주위 사람들, 그리고 육경서까지도 고주영이 그에게 특별한 존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행여나 그의 역린이라도 건드릴까 줄곧 조심스러워했다.그는 알고 있었다. 단지 해명하기 귀찮았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창피한 일이 강유리를 이상한 생각에 빠지게 했다. 그는 진지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그랬구나!”그의 말에 강유리는 문득 깨닫게 되었다. “난 또…”육시준은 담담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쳐다보았다. “또 뭐? 옛날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줄 알았어? 지금도 뭔가 숨기는 게 있으면서도 염치없이 안 알려주고 있는 줄 알았어?”“어…”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솔직하게 입 밖으로 꺼내자 강유리는 무척이나 껄끄러워졌다.안 그래도 켕키는 마음에 양심의 가책까지 추가되자 여자는 그만 운명을 단념하며 의기양양한 머리를 수그렸다.딱히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는 게 맞다. “미안해. 잘못했어. 다른 사람 말만 믿고 당신 말은 듣지도 않는 게 아니었어.”‘이게 다 육경서 그 자식 때문이야! 말하다 말아! 이상한 생각하게!’“잘못은 엄청 빨리 인정한단 말이지.” 육서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냉담했다. 그녀는 그의 기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화낼 생각이 없는 듯한 모습에 강유리는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남자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을 이어 나갔다. “태도도 좋지? 강약은 어때? 시원해? 오늘 하루 힘들었지? 우리 남편 수고했어, 쪽쪽…”여자는 과한 애교를 부리더니 입술을 내밀며 그에게 다가갔다.강유리는 생각했다. ‘이 남자, 화낼 때는 어떤 방법을 써도 소용이 없어.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는데 밀쳐내잖아.’하지만 그녀의 입술이 그의 앞에 다가가고, 두 입술이 거의 닿을 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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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차창 밖에서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에 남자의 품속에 안겨있던 여자는 순간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녀는 바로 문 쪽으로 몸을 피신했다.육시준은 잠깐 몸이 얼어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차창을 내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사건의 주모자를 쳐다보았다.임강준은 아직도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욕구불만인 대표님의 표정에 임강준의 심장은 쿵 내려앉고 말았다. 그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휴대폰을 가리켰다.“육 회장님, 빨리 오시라는 전화가 와서요.”“알겠어요. 얼른 가보세요.”강유리가 급히 그의 말에 대답했다.“…”가족 모임은 여느 때처럼 천강 호텔에서 열리게 되었다.강유리와 육시준이 룸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제일 늦게 도착한 사람이 확실했다.“우리 오빠는 역시 신비로워요. 이렇게 많은 어른이 학수고대하고 기다렸는데! 드디어 이렇게 실물을 보게 되네요! 몇 시간 늦은 게 뭐 대수겠어요!”깔끔한 목소리가 사실을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목소리의 주인은 육미경이었다. 육경민 일 때문에 육미경은 줄곧 강유리를 증오하고 있었다.이렇게 실물을 보게 되었으니,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강유리는 한쪽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일제히 자신을 향하고 있는 시선 속에서 그녀는 익숙한 얼굴들을 꽤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육경민, 육경원 말고 성신영도 이 자리에 있었다.진도가 꽤 빠르네.강유리는 이내 시선을 거둔 후,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차가 좀 막혀서요.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해요.”하지만 이 수법은 육미경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비꼬는 말투였다. “서울 전체의 차가 다 당신들 길을 막고 있었나 보지?”그 말에 강유리의 시선은 다시 육미경의 몸에 떨어지게 되었다. “죄송하지만, 누구시죠?”“나 육미경! 육 씨 집안의 유일한 아가씨!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무슨 염치로 우리 집안의 발을 들이는 거지?”여자는 교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비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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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보아하니 이 사람, 날 보통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게 아니네.강유리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육씨 가문의 주인이 육미경 아가씨였나 보네요! 아까는 제가 경우가 없었어요. 대단하신 분이니 제 실수는 눈감아 주시는 거죠? 저랑 같은 사람 되실 필요가 있으세요?”“…”강유리의 태도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육미경은 조금 망연해졌다. 하지만 더 큰 감정은 조심스러움이었다.육미경은 조심스럽게 육청수의 눈치를 살핀 후에야 감히 큰 소리로 반박하기 시작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강유리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아닌가요? 방금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무슨 염치로 육씨 집안에 발을 들이냐고 하셨잖아요? 당신의 명성이 할아버님보다 더 높다는 말 아닌가요?”“가족 모임이란 모름지기 어르신들과 함께 얘기나 하고 밥이나 먹는 거 아니겠어요? 할아버님도 뭐라고 안 하시는데, 오히려 당신이 날 쫓아내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길래요!”“왜요? 주인이 아니라면, 무슨 권력으로 감히 할아버님보다 큰 소리를 내는 거예요?”“…”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뱉어내는 말이 육미경의 얼굴을 질리게 했다.권력과 존엄이 어르신에게 얼마 중요한지 육씨 가문 사람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이 집안에서 제일 중시를 받는 육시준도 그의 마음을 거슬렀을 때 찬밥 신세가 되곤 했다. 하마터면 집안에서 쫓겨날 뻔했다.육미경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긴장감에 말을 더듬거렸다. “너… 너… 헛소리하지 마! 그런 뜻은 전혀 없었어!”그 말에 강유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뜻이요?”“너…!”“그만!”육청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의 칼날은 강유리를 향하고 있었다. “역시 하늘 무서운지 모르는 미친 계집이구나. 언변이 남달라. 이간질하며 시비나 일으키고 말이야. 우리 육씨 가문은 너 같은 여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강유리의 눈동자가 그의 예리한 눈동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막 입을 열려는데 옆에서 가벼운 말투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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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지금 소유하고 있는 스포츠카도 모두 회사 명의로 샀으니 도로 내놓는 게 좋을 거야.”“안 돼요! 오빠가 어떻게......”“난 육씨 가문의 집권자이니 내가 하는 말에는 무게가 실리는 법이지. 감히 내 사람에게 건방지게 굴었다는 건, 이미 각오했단 말이 아니겠어?”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얼음처럼 차가웠다.육미경은 그의 쌀쌀한 눈빛에 심장이 떨려와 입만 뻥긋거릴 뿐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육시준이 화나면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육경원이 나선다고 해도 소용없다.그녀는 강유리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자기의 부모님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그들 부부도 육시준의 말에 그대로 얼어붙어 육청수를 힐끗 쳐다봤다.육청수의 안색도 마찬가지로 어두웠다. 그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이 상황에 육씨 집안 셋째 사모님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려 했지만 육경원이 마침 입을 열었다.“가족끼리 이런 하찮은 일로 싸울 게 뭐 있어요.”육미경은 고개를 홱 돌리며 육경원을 노려보며 불만을 토로했다.“오빠!”‘어렵게 합류한 팀과 애써 모은 레이싱카가 한마디 때문에 날아가게 생겼는데 하찮은 일이라고? 저거 정말 내 친오빠 맞아?’“넌 너무 천방지축이야. 엄마 아빠가 응석받이로 키우니까 네가 이렇게 무법자가 된 거 아니겠어? 어떻게 형수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어.”“나......”“할아버지가 미경이를 아끼고 형님이 형수님을 아끼는 건 아주 합리적인 일이죠. 하지만 가족끼리 이런 일로 감정 상할 거 뭐 있겠어요. 형님도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말은 홧김에라도 하지 마세요.”육경원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양쪽을 다독였다.마치 자기야말로 가장 큰 그릇을 소유한 사람처럼 말이다.이런 수단은 육청수에게 아주 잘 먹혔다. 육경원은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 육청수의 체면을 세워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육시준이 기어코 육청수의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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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육청수가 더는 따지지 않자 한미연은 화기애애하게 육시준과 강유리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한바탕 풍파가 지나갔다.육청수는 오늘 제대로 위엄을 세우라고 했는데 오히려 체면을 잃고 말았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육청수가 입을 열었다.“미경아, 경원이 말로는 너 며칠 전에 점 찍어둔 차가 있는데 국내에 아직 입고되지 않았다고?”심술로 가득 찼던 육미경은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요.”육청수는 육시준을 힐끔 보더니 입을 열었다.“어떤 차야? 이 할아버지가 네 앞에 가져다줄게.”육미경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할아버지, 정말요?”“그럼!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회사 명의가 아닌 네 명의로 차 하나 뽑아야지!”“......”육미경은 너무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녀가 수집한 차는 전부 한정판 고급 차이다. 최저 20억부터 시작된다.그녀의 용돈으로는 절대 그렇게 많이 살 수 없다. 기껏해야 육경원을 구슬려 회사 명의로 사고 실질적인 소유주가 되었을 뿐이다.‘셋째 오빠도 공금으로 애인한테 선물 사주는데, 나라고 왜 못 사? 전에는 큰오빠가 눈감아 주고 추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왜 저래......’다행히 진청조가 그녀의 정서를 보듬어주었으니 주제를 알고 여기서 멈춰야 한다.그녀는 기분 좋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 할아버지! 알겠어요!”육청수는 만족스러운 듯 오만한 표정으로 육시준을 흘겨보았다.하지만 육시준은 육청수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육시준은 아주 자연스럽게 강유리에게 반찬을 집어주었고, 강유리는 고개를 살짝 돌려 육시준에게 귓속말했으며 육시준은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들으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 모습에 육청수는 멍해졌다.몇 년 동안 육청수는 오직 육시준이 일에 있어 임격하고 진지한 모습만 봐왔지 이렇게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본 적 없었다.마치 손에 꼭 쥐고 있던 꼭두각시의 실이 끊어지고 자주 의식이 생긴 것 같았다.육청수는 마음이 가라앉더니 망설이고 있던 생각이 이 순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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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이에 비해 셋째 부부의 표정은 아주 밝았고, 기쁨을 억지로 참으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육청수를 바라봤다.역시나 육청수는 그녀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그는 먼저 육경원의 공로를 세어 칭찬했다.그리고 선포했다.“난 경원이에게 그의 할머니가 남긴 주식을 상속할 것이다!”육씨 집안 셋째 사모님은 너무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우리 경원이는 늘 성실하고 겸손하여 손해만 볼 줄 알았는데 제 생각이 틀렸어요. 우리 경원이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마워요, 아버님. 경원이는 반드시 잘 해낼 거예요!”“아버지가 우리 경원이를 믿어주셔서 영광입니다! 빨리 할아버지한테 인사드려.”육경원의 아버지가 재촉했다.“경원이가 기업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우리 모두 잘 알잖아요!”육경민도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요, 넷째 오빠가 안성맞춤이에요!”육미경도 흥분했다.“......”그들은 즐거움에 젖어있었다.하지만 정작 육경원은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육청수에게 술을 따르며 예의 있게 말했다.“할아버지, 이 손주 반드시 잘 해낼 겁니다.”육청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신영을 바라봤다.“네가 데려온 이 손주며느리 아직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이리와, 어디 자세히 좀 보자꾸나.”그 말에 성신영은 깜짝 놀라 어쩔 바를 몰랐다.육씨 가문처럼 대단한 집안은 절대 성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하여 그녀는 육경원 부모님의 태도를 예상했지만 그저 육경원만이 그녀를 잘해준다면 그녀는 그거로 충분했다.그런데 이런 권력자가 그녀에게 이렇게도 상냥하다니?게다가 강유리에게는 아주 야박하게 대했다.그녀는 갑자기 어질어질해지며 온몸이 붕붕 뜨는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육청수 가까이 다가갔다.“할아버지.”육청수는 집사에게서 작은 케이스 하나를 건네받고 말했다.“이건 애들 할미가 자기 손주며느리에게 주라고 남긴 물건이야. 이젠 너한테 물려준다. 두 사람 행복하길 기원할게.”성신영은 감정을 억누르며 마다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받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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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룸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긴 시간 동안 항상 참고만 살았던 육지원은 처음 강하게 나왔다. 그리고 끝까지 강하게 밀어붙일 셈이다.“만약 아버지가 이렇게 독단적으로 결정하신다면, 전 회사의 주주들과 함께 아버지의 결정을 엎을 것입니다.”“쿵!”육청수는 팔에 잔뜩 힘을 실어 물잔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매의 눈으로 육지원을 노려봤다.“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육지원은 육청수의 성질을 잘 알고 있기에, 당연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알고 있었다.육청원은 잘 못 들어서 묻는 것이 아니다.다시 한번 묻는 건 그에게 되돌릴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그동안 육시준이 기업을 위해 헌신하다가 결혼 상대만 자기의 생각대로 결정했을 뿐인데 이런 불공평한 대우를 받다니.게다가 어른이 되어서 아직 어린 강유리를 죽이려 하고 명성을 더럽히려고 했다.정말 너무하다......“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전 아버지의 결정을 따를 수 없습니다!”육지원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한미연도 육지원의 패기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함께 전투태세를 찾았다.“이이 말이 맞아요. 기업의 일은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해요. 아버님은 지금 너무 편파적이에요!”“무엄하다! 너희들이 감히!”육청수는 찻잔을 움켜쥐고 두 사람을 향해 던졌다.“꺄악!”혼란스러운 상황에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육지원은 팔을 뻗어 한미연을 품에 안고 찻잔을 피했다.육시준도 갑자기 깜짝 놀라며 육지원과 같은 동작으로 강유리를 감쌌다.강유리와 한미연은 나란히 앉았다. 찻잔이 날아오자 강유리는 한미연을 밀쳤고 그 찻잔은 곧장 그녀의 머리로 향했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유리는 관자놀이가 지끈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눈을 떠보니 힘센 팔뚝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육시준의 셔츠는 젖어있었고, 찻잔은 값비싼 시계에 부딪혀 완전히 깨져버렸다.육시준의 팔에 깨진 찻잔 조각이 스치면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얼마나 힘을 썼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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