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긴 시간 동안 항상 참고만 살았던 육지원은 처음 강하게 나왔다. 그리고 끝까지 강하게 밀어붙일 셈이다.“만약 아버지가 이렇게 독단적으로 결정하신다면, 전 회사의 주주들과 함께 아버지의 결정을 엎을 것입니다.”“쿵!”육청수는 팔에 잔뜩 힘을 실어 물잔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매의 눈으로 육지원을 노려봤다.“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육지원은 육청수의 성질을 잘 알고 있기에, 당연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알고 있었다.육청원은 잘 못 들어서 묻는 것이 아니다.다시 한번 묻는 건 그에게 되돌릴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그동안 육시준이 기업을 위해 헌신하다가 결혼 상대만 자기의 생각대로 결정했을 뿐인데 이런 불공평한 대우를 받다니.게다가 어른이 되어서 아직 어린 강유리를 죽이려 하고 명성을 더럽히려고 했다.정말 너무하다......“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전 아버지의 결정을 따를 수 없습니다!”육지원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한미연도 육지원의 패기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함께 전투태세를 찾았다.“이이 말이 맞아요. 기업의 일은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해요. 아버님은 지금 너무 편파적이에요!”“무엄하다! 너희들이 감히!”육청수는 찻잔을 움켜쥐고 두 사람을 향해 던졌다.“꺄악!”혼란스러운 상황에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육지원은 팔을 뻗어 한미연을 품에 안고 찻잔을 피했다.육시준도 갑자기 깜짝 놀라며 육지원과 같은 동작으로 강유리를 감쌌다.강유리와 한미연은 나란히 앉았다. 찻잔이 날아오자 강유리는 한미연을 밀쳤고 그 찻잔은 곧장 그녀의 머리로 향했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유리는 관자놀이가 지끈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눈을 떠보니 힘센 팔뚝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육시준의 셔츠는 젖어있었고, 찻잔은 값비싼 시계에 부딪혀 완전히 깨져버렸다.육시준의 팔에 깨진 찻잔 조각이 스치면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얼마나 힘을 썼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강
육청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누구한테 맞은 것처럼 뺨이 화끈거렸다.화가 난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강유리를 가리키고 있는 손마저 떨리고 있었다.“너, 이 교양 없는 년...”“교양도 없을뿐더러 폭력적이기도 하죠. 믿기 어려우시면 한번 보여드릴까요?”강유리가 다시 한번 찻잔을 들었다.육청수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그때 눈을 굴리던 성신영이 급히 육청수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녀는 강유리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화가 난 거라면 할아버지한테 그러지 말고 나한테 풀어.”가식적인 그녀의 모습에 강유리는 그저 기가 막혔다. 강유리는 찻잔을 내려놓고 밖으로 향했다.찻잔은 테이블 위에서 뱅그르르 돌았다.그러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쨍그랑-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났다.육시준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강유리에게서 떠난 적 없었다. 그녀를 서둘러 막지도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게 바라볼 뿐이다.마치 그녀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지켜보려는 것 같았다.그녀가 돌아서 밖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가볍게 두어번 헛기침했다.강유리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더니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다시 밖으로 향했다...어둠이 드리운 서울의 밤은 화려했다.천강호텔의 주차장에는 고급 외제 차들이 줄지어 섰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다.강유리는 남자의 다친 손을 바라보며 빨간 입술을 한참 깨물다 입을 열었다.“미안해. 내가 또 참지 못하고 폐를 끼쳤어.”육씨 가문은 갈수록 황당무계한 짓들을 많이 했다.그렇게 튄 불똥에 육시준이 다치고 말았고 강유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상대가 누구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날 위해 그랬다는 걸 알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먼저 병원부터 가야 하지 않을까?”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예상했던 만큼 나빠 보이지 않는다.강유리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깊은 눈동자를 들여다 보았다.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느낌은 그녀
당황한 강유리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진지함으로 가득한 얼굴이지만 그 속에 약간의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긴장되어 있던 그녀의 신경이 다시 느슨해졌다.그러나 불신으로 가득 찬 그녀의 눈빛은 다시 한번 확인하려 했다.“진짜 화 안 났어?”남자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화 낼 게 뭐가 있어? 내가 그렇게 사리에 어두워 보여?”와이프가 자신을 위해 나선 것이니 기쁜 일이다.그의 정체를 알고, 더 이상 그녀에게 빌붙은 기생오라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예전처럼 무의식적으로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반항하기란 쉽지 않다. 기꺼이 받아들일 뿐이다.그러니 화낼 이유가 없다.“할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어.”입술을 깨물며 상처를 소독하면서 강유리는 좀 전 행동을 이성적으로 돌아보았다.육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교묘하게 부모님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왔으니, 상황은 나쁘지 않아.”“...”그녀의 작은 음모는 역시 그를 속이지 못했다.홧김에 그녀가 쏘아붙인 말은 자신의 남편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경고일 뿐만 아니라 시댁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었다.겉으로는 그들의 위치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이나 사실상 그들을 철저히 육청수의 반대편으로 서게 했다.육지원은 겨우 어렵게 내뱉기는 했지만, 아직 마음이 확고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가 그렇게 오랫동안 수다를 떨고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강유리의 행동과 말들은 육지원의 입장을 확실하게 못 박았다.더불어 그는 단호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며느리의 도움에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다.“흠!”남자는 인상을 쓰며 숨을 가쁘게 들이마셨다. “살살 해줘. 아프단 말이야.”한눈팔고 있던 강유리는 그만 상처를 세게 건드리고 말았다.멈칫하던 그녀가 남자를 바라보았다. 여유롭게 앉아 그녀를 살짝 흘기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왜 이렇게 상반되게 달콤한 걸까?그의 말투는 불만스럽긴 했지만 여전히 다정했다.“아버지와 어머니를 걱정하는 건 알겠어. 그런 상
느긋하게 소파에 기댄 남자는 셔츠를 살짝 풀어 헤쳤다. 다친 손은 소파에 걸쳐놓고 다른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의도적으로 꾸민 허세가 아니라 높은 지위에서 품어져 나오는 행동이었다.강유리의 눈이 반짝였다. 이건 처음으로 이성으로부터 느끼는 존경스러움이었다.“날 탓할 여유도 없을 거야. 아마 그 불똥은 어머니에게 날아가게 되겠지.”“...”멈칫하던 그녀의 머릿속에 요즘 조사한 자료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송이혁의 고모로 위로 오빠만 세 명이어서 유일한 딸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오빠들은 의학계에서 모두 잘나가는 인사들이다.송씨 조상은 어의로써 서울에서 유일하게 가문의 유산과 온전히 자신의 힘에 의존하여 명문 가문이 되었다.육지원에 대해서는 소홀했어도 육청수는 한 번도 송미연을 무시한 적 없었다.송미연이 비교적 온화한 성격이라 가족이 그나마 화목할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 밤.육청수는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송미연에 손찌검하고 말았다.송씨 가문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모든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한 강유리는 눈앞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방금 느낀 존경스러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입을 뗐다.“당신에게 마마보이 기질이 보여.”“???”그녀의 경멸 어린 눈빛을 마주한 그는 순간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이내 이런 하찮은 얘기를 그만두고 화제를 돌렸다.“저녁도 먹지 못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늦었으니 분명 배가 고플 거야?”“아니.”강유리는 고개를 저었다.“오늘 가족 모임에서 머리를 굴리느라 다들 분주해 보였지만 유독 우리 둘만 진지하게 식사했어.”육시준이 뜸 들이다 정정했다.“당신만 진지하게 먹고 있었고 나는 옆에서 당신이 먹는 걸 거들기만 했지.”“...”사실이었다.“뭐 먹고 싶어? 아주머니를 부를까?”“뭐를 먹던 상관없지만 이렇게 다쳤는데 과연 젓가락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서네?”그가 낙담했다.강유리는 그를 흘기
심사숙고하던 그는 JL빌라에 거의 도착할 때쯤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심각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심하게 다쳤다면 형수가 병원에 데리고 갔겠죠. 방금 문자로 확인하니 그저 피부만 살짝 긁힌 정도라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대요.”“그래?”송미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담담한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육경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방금 연락와서...”송미연이 말을 끊었다.“그럼 됐어. 본가로 차 돌려.”“???”육경서가 괜한 말을 한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설상가상이다.“여기까지 왔는데 형 얼굴이라도 한번 보시죠?”육경서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몸부림쳤다. 형에게 설득할 수 있는 좋은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그러자 송미연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보긴 뭘 봐? 보고 이대로 끝내라는 거야? 나한테 손찌검까지 했어. 손찌검했다고! 내가 이러고도 참아야 해?”“...”화가 제대로 난 그녀는 그것이 누구든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차 돌리라고!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운전할 테니 저리 비켜!”“알았어요. 당장 돌릴게요.”차는 재빨리 가장 왼쪽 차선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신호등 교차로에서 방향을 바꿨다.속도를 줄이지 않은 상태로 부드럽게 방향을 전환했다.1초라도 더 뭉그적거렸다면 육경서는 물론 차 안에 또 다른 육씨도 함께 길바닥으로 버려질 것 같았다.늦은 밤.검은색 세단이 빠르게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수많은 차량들 속에서 유독 눈에 띄게 곡선을 그렸다. 오랫동안 억눌렀던 분노와 불만도 함께 방출되고 있었다.방 안에 있던 육청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좀처럼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급기야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거려서 육경원이 병원으로 모셨다.육청수는 병원으로 가는 길에서 안정을 되찾았다.너무 격분했지만 오늘 일이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아들은 잘 구슬리면 되고 지분 상속에도 그렇게 큰 장애가 없을 것이지만 송미연이 어떻게 나올지는 가늠하기
이 버릇없는 년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한순간 화가 났다가 또다시 겁에 질리기를 반복했다. 이번에는 이 정도로 끝났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그를 공격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는 불안정한 혈압으로 밤새 뒤척이며 애를 먹었다.효성이 지극한 손주며느리인 성신영은 육청수의 곁을 지켰다.다음날 눈을 떴을 때 육청수는 잘못을 인정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첫째네 가족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저 낯설고 가식적인 얼굴을 한 성신영만 보였다.“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할아버지가 걱정된다며 경원 씨가 저더러 곁을 지켜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는 아버님의 전화를 받고 일 보러 갔어요.”“...”육청수는 화를 꾹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강엘주얼리가 초대한 주얼리 장인이 떠올랐다. LK주얼리도 그 덕을 보기 위해서겠지. 그는 눈을 감았다.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기분이 잡치지 않을 것이다.오후까지 기다렸지만 끝내 보고 싶은 얼굴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다른 이를 만나게 되었다. 고주영이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마침 육청수가 깨어나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제가 쉬시는 걸 방해했나요?”육청수는 몸을 일으키며 침대에 앉았다. 날카로운 눈빛에 당황스러움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말투는 부드러웠다.“주영이 왔구나. 방해는 무슨, 하루 종일 잠만 잤어.”“의사 선생이 더 이상 무리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푹 쉬어야 해요.”고주영은 나른한 목소리로 위로하며 육청수를 부축했다.“알았어. 주영이 말대로 할게.”“...”육청수는 고주영을 예뻐했다. 그녀 때문에 하루 종일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둘은 마치 혈육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병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흘러 넘쳤다.그때 병실에 다시 들어서던 성신영이 이 광경을 보았다.침대 옆에 앉아 다정하게 말하며 한편으로 과일을 깎고 있는 고주영은 햇빛을 받아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녀의 옆모습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병실을 나선 성신영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차가운 그의 얼굴은 마치 강유리 같아서 더욱 미웠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문이 열리고 여자가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그녀는 바로 떠나지 않고 성신영에게 다가가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신영 씨죠?”“...”고개를 든 성신영이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고주영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일방적으로 방금전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할아버지는 아이처럼 체면을 아주 중히 여겨요. 그러니 앞으로 이 점을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육청수의 생활 습관과 성격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성신영은 그녀가 육청수를 이해한다고 으시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들을수록 아무렇지 않은 그녀의 태도에서 그저 지나가는 당부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예요?”성신영이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고주영은 멈칫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예비 손주며느리인데 그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가요?”그저 그녀를 뚫어지게 볼 뿐이었다. 성신영은 다른 의도가 없는 그녀를 확인하고서야 입을 열었다.“어떻게 할아버지에 대해 그렇게 잘 아세요?”“이런 문제에 대해 흥미를 못 느끼는 줄 알았잖아요. 난 고 씨이고 아시다시피 육씨 가문과 고씨 가문은 명문가여서 자연스럽게 사돈을 맺을 뻔했죠…”고주영은 한창 얘기하다 갑자기 입을 닫더니 고개를 저으며 미소만 지었다.성신영의 시야가 또다시 흐릿해졌다.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너무 닮았다.옆모습은 물론 웃는 모습까지 똑같다.“혹시 저의 언니, 강유리를 아세요?”고주영은 갑작스러운 화제전환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성신영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렸다.“얼마 전에 한번 만났어요.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죠. 시준 씨의 취향에 놀라기도 했고요.”성신영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질문하기 바빴다.“얼마 전에 처음 만난 거예요? 아는 사이는
LK부동산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그룹 경영진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들은 모두 육시준을 찾기 바빴다.임강준은 정중하게 육청수의 입장을 전했다. 그가 아내인 김영미의 지분을 육경원에게 상속해 이런 일들은 육경원이 처리해야 하며 육시준이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충격을 받은 경영진들은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같은 시각, 그룹의 현 수장은 한창 여유롭게 저택에서 와이프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업무용 이메일을 답장하는 것부터 먹고 마시는 것까지.전부 강유리가 대신했다.그날 아침, 평소처럼 그의 아침을 챙기면서 강유리가 말했다.“오후에 약속 있어서 나가야 해. 그리고 저녁에는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라 좀 늦을 거야.”육시준은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보며 경제 뉴스를 읽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파티?”강유리는 수프를 떠서 호호 불어서 식힌 후 그의 입가에 가져갔다.“그래, 출시를 축하하는 자리야.”육시준은 아무 말 않고 그저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오늘은 유강그룹이 세마를 위해 환영식을 하는 날 아니야? 하필 오늘 파티를 하겠다는 거지?”“안 먹을 거야?”그녀는 들고 있는 팔이 너무나 저렸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내뱉었다.육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들은 환영식을 준비하고 난 나대로 파티를 하려는 건데 뭐가 문제야?”“아무도 안 올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아?”출시는 올해 유강엔터가 이룬 성과 중에서도 제일 눈부신 성장이었다.하지만 상영 시기가 겹쳐서 그 성과는 가려졌다.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유강엔터가 그룹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여기는 거야?”육시준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 뭔가 이해한 듯한 그는 턱으로 수프를 가리키며 말했다.“먹여주면서 계속 해 봐.”“...”자신에게 음식을 제공해 주던 그녀의 작고 하얀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안 먹는 다며?”그녀의 예쁜 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