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병실을 나선 성신영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차가운 그의 얼굴은 마치 강유리 같아서 더욱 미웠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문이 열리고 여자가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그녀는 바로 떠나지 않고 성신영에게 다가가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신영 씨죠?”“...”고개를 든 성신영이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고주영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일방적으로 방금전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할아버지는 아이처럼 체면을 아주 중히 여겨요. 그러니 앞으로 이 점을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육청수의 생활 습관과 성격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성신영은 그녀가 육청수를 이해한다고 으시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들을수록 아무렇지 않은 그녀의 태도에서 그저 지나가는 당부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예요?”성신영이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고주영은 멈칫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예비 손주며느리인데 그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가요?”그저 그녀를 뚫어지게 볼 뿐이었다. 성신영은 다른 의도가 없는 그녀를 확인하고서야 입을 열었다.“어떻게 할아버지에 대해 그렇게 잘 아세요?”“이런 문제에 대해 흥미를 못 느끼는 줄 알았잖아요. 난 고 씨이고 아시다시피 육씨 가문과 고씨 가문은 명문가여서 자연스럽게 사돈을 맺을 뻔했죠…”고주영은 한창 얘기하다 갑자기 입을 닫더니 고개를 저으며 미소만 지었다.성신영의 시야가 또다시 흐릿해졌다.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너무 닮았다.옆모습은 물론 웃는 모습까지 똑같다.“혹시 저의 언니, 강유리를 아세요?”고주영은 갑작스러운 화제전환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성신영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렸다.“얼마 전에 한번 만났어요.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죠. 시준 씨의 취향에 놀라기도 했고요.”성신영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질문하기 바빴다.“얼마 전에 처음 만난 거예요? 아는 사이는
LK부동산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그룹 경영진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들은 모두 육시준을 찾기 바빴다.임강준은 정중하게 육청수의 입장을 전했다. 그가 아내인 김영미의 지분을 육경원에게 상속해 이런 일들은 육경원이 처리해야 하며 육시준이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충격을 받은 경영진들은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같은 시각, 그룹의 현 수장은 한창 여유롭게 저택에서 와이프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업무용 이메일을 답장하는 것부터 먹고 마시는 것까지.전부 강유리가 대신했다.그날 아침, 평소처럼 그의 아침을 챙기면서 강유리가 말했다.“오후에 약속 있어서 나가야 해. 그리고 저녁에는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라 좀 늦을 거야.”육시준은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보며 경제 뉴스를 읽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파티?”강유리는 수프를 떠서 호호 불어서 식힌 후 그의 입가에 가져갔다.“그래, 출시를 축하하는 자리야.”육시준은 아무 말 않고 그저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오늘은 유강그룹이 세마를 위해 환영식을 하는 날 아니야? 하필 오늘 파티를 하겠다는 거지?”“안 먹을 거야?”그녀는 들고 있는 팔이 너무나 저렸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내뱉었다.육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들은 환영식을 준비하고 난 나대로 파티를 하려는 건데 뭐가 문제야?”“아무도 안 올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아?”출시는 올해 유강엔터가 이룬 성과 중에서도 제일 눈부신 성장이었다.하지만 상영 시기가 겹쳐서 그 성과는 가려졌다.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유강엔터가 그룹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여기는 거야?”육시준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 뭔가 이해한 듯한 그는 턱으로 수프를 가리키며 말했다.“먹여주면서 계속 해 봐.”“...”자신에게 음식을 제공해 주던 그녀의 작고 하얀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안 먹는 다며?”그녀의 예쁜 눈이
그의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졌다.그의 짐작이 맞았다. 갑자기 이렇게 다정할 리 없다.입술을 살짝 깨문 육시준은 깊은 숨을 고르고 손을 뻗어 숟가락을 건네 잡으며 말했다.“사실 다친 것은 왼손이지 오른손이 아니어서 충분히 먹을 수 있어.”“그래? 열 손가락이 일심동체 아니었어? 왼손이 다쳤는데 어떻게 오른손을 움직여?”“아니야. 작은 상처뿐이고 이미 다 나았어.”“물에 닿아도 돼?”“될 거야, 아마.”“아마?”“괜찮을 거야. 정 못 믿겠으면 오늘 밤 내가 한번 씻겨 줄까?”“꺼져!”“...”즐거운 아침 식사가 끝이 났다. 며칠 동안 움직이지 못했던 육시준의 왼손이 갑자기 완쾌되었다.심지어 흔쾌히 유강엔터의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강유리는 의아했다. 왜 환영회에 출석해 세마를 쟁취하려 하지 않는 거지?자신만만해서 서두르지 않는 걸까?육시준의 입장은 육씨 가문에서 누군가가 쟁취하면 되는 것이어서 육시준마저 춤을 출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강유리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렇게 무관심한데 어떻게 육씨 가문을 이끌었단 말인가? 어떻게 국제 부자 순위에 이름을 걸었고 최고가 된 것일까?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모두 부모덕이란 말인가?저녁 6시, 시간을 맞춰 파티 장소에 도착한 강유리는 세상이 좁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마주치고 말았다.주차장.막 차에서 내린 강유리는 아주 익숙한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심지어 그녀를 향해 시끄러운 경적 소리까지 울렸다.눈살을 찌푸린 그녀는 차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드레스를 입은 성신영이 차에서 내렸다. 메이크업한 그녀는 여기저기에 악세서리를 하고 고급스러움을 뽐내고 있었다.그녀가 천천히 강유리에게로 다가갔다. 강유리의 빨간색 벤틀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긋하게 말했다.“언니만 온 거야? 형부는 왜 오지 않았어?”강유리가 침묵하자 그녀는 더욱 의기양양해했다.“형부에게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걸 도련님은 알고 있어?”성신영은
성신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오늘 이 파티에 적지 않은 육씨 가문 사람들도 올 거야. 언니에 대해 불만이 많으니 언니는 참석하지 않는 게 어때?”“유강엔터를 너에게 줄 때 계약서에 독립결정권도 양도한다고 똑똑히 명시했잖아. 그럼, 유강그룹의 사람도 아니니 환영식에 참석할 필요 없어.”성홍주가 차갑게 명령했다.“세마가 까다로운 성격이라는 걸 언니도 알잖아? 어렵게 마련한 자리인데 여기서 처신을 잘하지 못한다면 그룹의 발전에도 불리할 거야.”“신영이 절반만큼 철들기라도 한다면 내가 이렇게 머리 아프지 않잖아? 됐고, 왕 씨, 아가씨를 집에 모셔!”“...”부녀끼리 맞장구를 치면서 제멋대로 결론을 내렸다.명령을 받은 기사는 강유리에게 다가와 무심하게 손을 내밀고 짜증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회장님 뜻을 따르시죠.”아직 잡지도 못 했는데 누군가가 나타나 그의 손을 정확하게 낚아채고 여지없이 뒤로 꺾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렸다.“악!”깜짝 놀란 성홍주는 뒤로 물러섰다.“감히 누가 이러는 거야!”아직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강유리는 잔인한 문기준을 향해 혀를 찼다.“살살하시라고 했잖아요. 이제 어떡해요. 기사를 또다시 구하셔야겠어요.”“죄송해요. 다음부터 주의할게요.”담담한 문기준의 태도는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은 듯했다.“...”두사람을 번갈아 보던 성홍주는 마침내 상황을 파악하고 버럭 화를 냈다.“강유리!”강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육 회장의 보디가드라서 의료비를 청구하시려면 그이를 찾으면 돼요.”성홍주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그를 앞세워 협박할 생각 하지 말아!”협박이 아니라 그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었다.팔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강유리는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렀다.“환영식에는 관심이 없고, 갈 생각도 없어요! 오늘은 유강엔터도 여기에서 파티를 주최해요. 유강그룹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니 알려드릴 필요도 없는 거죠?”“오늘 파티를 한다고?
문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가 무뚝뚝한 위로를 건넸다.“회장님께 초대장이 있으니, 우리도 환영식에 참가할 수 있어요.”강유리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환영하지도 않는데 제가 거길 왜 가요?”멈칫하던 문기준이 입을 열었다.“상대가 불쾌해야 기뻐하시지 않았던가요?”“...”“아직 어린 나이라 알맹이를 모르네요! 상대를 언짢게 하는 방식은 다양하더라도 굳이 스스로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죠.”문기준은 저도 모르게 눈이 파르르 떨렸다.그는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리단 한마디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미 40을 바라보는 아저씨인데 말이다.그러나 강유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뿐이었다.“마음이 바뀌었어.”수신자는 몇초간 아무 말이 없었다.“환영식에 가겠다는 거야? 그렇게 빨리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어?”“아니, 그냥 오랫동안 못 본 것 같아서 보고 싶어서 그래. 오늘 환영식에 가지 말고 우리 파티에 와.”“진심이야? 나도 그러고 싶은데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괜찮을까?”“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 환영식을 열면 꼭 얼굴을 비춰야 한다고 누가 그래?”“일리 있어.”동의를 얻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바꾸며 대뜸 물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 그들이 또 심기를 건드린 거야?”강유리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성홍주가 환영식이 중요하다고 망신시키지 말라며 나더러 나타나지 말라고 했어.”진한 탄성 소리와 함께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그렇게까지 경고했다니 가지 않을게. 파티 장소를 알려줘.”“문자로 보낼게.”전화를 끊은 강유리는 대화 기록을 뒤져 주소를 찍어 보냈다.답장이 오고 화면을 통해서도 상대의 들뜸이 전해졌다.[일부터 도발하려고 동일한 호텔을 잡은 거야? 만약 그들이 나를 보게 된다면 충격받을지도 몰라.]문자를 본 강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이건 오해다.파티의 주최를 맡은 사람은 홍
“괴롭힘을 당했어.”“...”임강준과 남기준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돌렸다.시선을 낮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육시준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누가 널 괴롭힐 수 있다는 거야?”“성홍주.”그의 입가에 번지던 옅은 미소가 갑자기 사라졌다.“무슨 일이야?”강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화제를 돌렸다.“유강그룹이 세마를 위해 마련한 환영식도 여기에서 열린다네? 당신도 알고 있었어?”육시준이 대답했다.“알아.”강유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눈빛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순수하게 축하해 주려고 우리 파티에 참석하려는 거야?”그녀의 의도를 눈치챈 육시준의 눈빛이 한껏 짙어졌다.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연히 아니야.”그의 목을 감고 있던 손이 풀리고 강유리는 자리에 똑바로 섰다.모두 그녀만의 착각이고 너무 많은 걸 바란 그녀 탓이다.과연 그는 유강그룹의 환영식을 포기하지 않았다.분위가 바뀌려는 그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그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파티는 관심 없고 난 오직 와이프만 보러 온 거야.”당황한 강유리에 비해 남자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사악한 이 남자는 그녀의 마음을 읽고 일부러 놀리고 있었다.그녀의 예쁜 눈동자가 그를 매섭게 흘겼고 그녀의 작은 손이 그의 어깨 위에 올려졌다.“그래야만 해! 오늘은 고분고분 여기에 있고 환영식은 꿈도 꾸지 마.’모두 거물급이라서 그녀가 성홍주의 체면을 깍을까 봐 두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럼, 그중에서 가장 큰 거물과 주인공을 빼앗을 것이다....성홍주를 만나 조금 지체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육시준을 기다리느라 또 얼마간 허비한 탓에 파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30분 늦어버린 시간이였다.파티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하지만 겉보기에만 그러했고 회사 고위급들의 얼굴이 점차 굳어가고 있었다.유강그룹의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유강그룹은 그렇다 쳐도 강유리마저 보이지 않았다.연기할 것을 제안했지만
모두 일제히 문 쪽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남자는 훤칠했고 여자는 아름다웠다. 분명 아무 관계도 없는 둘이었지만 이렇게 함께 서 있으니 너무 잘 어울렸다.보는 이들의 눈이 너무 즐거운 조합이다.초대받은 기자들은 육시준의 등장에 너도나도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여한영도 멍해서 아무 말도 못 하다 급히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육시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귀하신 분이 어떻게 이곳에 오신 거예요? 어서 오세요.”“유리 씨는 왜 저한테 귀띔하지 않았어요? 미리 준비도 못 했잖아요.”그는 고개를 돌려 강유리를 나무랐다.주름이 겹치는 그의 미소는 바람에 흐트러진 국화를 연상케 했다. 강유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뒷걸음질 치다 해명했다.“아래층에서 기다렸어요. 그래서 조금 늦었어요.”그 말에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달은 여한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가족과 같은 관계라며 늦는 것쯤은 중요하지 않다며 태도를 바꿨다.갑자기 돌변하는 여한영의 태도에 하석훈과 육경서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분명 좀 전까지만 해도 이런 태도는 아니었다.지금도 이 정도인데 강유리와 육시준의 관계를 알고 나면 어떻게 오두방정을 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머리를 맞대고 상의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절대 그들이 이 일에 대해 알면 안 된다.휴대폰을 보고 있던 신주리가 강유리를 구석으로 잡아끌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소은이도 올 거라는 데 어떻게 된 거야?”강유리는 예상했다는 듯 대답했다.“출시가 성공적인데 기쁜 일이잖아. 그렇다면 축하해 주러 와야지 않겠어?”“하지만 거기서도 환영식이 열리고 있잖아.”잠시 멈칫하던 신주리가 의심을 눈초리를 보냈다.“또 한바탕 한 거야?”강유리는 말이 없었다.파티 분위기는 육시준의 등장으로 후끈 달아올랐다.모두 환하게 미소를 머금고 있다.여한영은 한참 아부를 떨었지만, 육시준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그만뒀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강유리에게 물었다.“다 온 것 같으
잘난 척하는 그녀의 모습이 강유리는 너무 사랑스러워 그녀의 행동을 흉내 냈다.“아주 좋아. 고마움의 표시로 다음에 세마의 악세사리를 선물할게.”조보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감동한 듯한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좋아. 평생 너와 함께할게.”그렇게 조보희를 달래고 고개를 돌린 강유리는 계속 해서 조명휘와 못다 한 인사를 나눴다. 그러다 뭔가 생각 난 듯 조명휘에게 말했다.“아저씨, 소개할 사람이 있어요.”눈빛이 살짝 흔들리던 조명휘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멀지 않은 곳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육시준을 가리켰다.“저 사람이야?”강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조명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녀를 지긋이 바라봤다.“오늘 허전할까 봐 걱정돼서 한 번 보러 온 건데 이런 VIP도 초대한 걸 보니 내가 지나친 걱정을 한 것 같구나.”강유리가 수줍게 미소 지었다.“아니에요. 아저씨야말로 VIP세요.”조명휘는 혼란스러웠다.“...”강유리는 조명휘를 모시고 센터로 이동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육시준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손을 들어 여기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육시준은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느릿한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두 사람의 친숙한 몸짓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조명휘였다. 강유리가 옆에 선 남자를 가리키며 소개했다.“이쪽은 저의 남편 육시준이에요.”조명휘에 소개를 마친 그녀는 육시준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이분은 나의 아저씨야. 알다시피 조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아주 친밀한 사이지.”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겸손하게 인사했다.“처음 뵙겠습니다. 유리에게서 아저씨에 대해 자주 들었습니다.”조명휘의 손이 얼어붙어 그만 와인잔을 놓쳤다.예상했던 그의 반응에 강유리가 재빨리 손을 뻗어 떨어지는 와인잔을 잡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도로 건넸다.“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와인잔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