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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병실을 나선 성신영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차가운 그의 얼굴은 마치 강유리 같아서 더욱 미웠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이 열리고 여자가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그녀는 바로 떠나지 않고 성신영에게 다가가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

“신영 씨죠?”

“...”

고개를 든 성신영이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고주영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일방적으로 방금전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아이처럼 체면을 아주 중히 여겨요. 그러니 앞으로 이 점을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육청수의 생활 습관과 성격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성신영은 그녀가 육청수를 이해한다고 으시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들을수록 아무렇지 않은 그녀의 태도에서 그저 지나가는 당부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예요?”

성신영이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

고주영은 멈칫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비 손주며느리인데 그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가요?”

그저 그녀를 뚫어지게 볼 뿐이었다. 성신영은 다른 의도가 없는 그녀를 확인하고서야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아버지에 대해 그렇게 잘 아세요?”

“이런 문제에 대해 흥미를 못 느끼는 줄 알았잖아요. 난 고 씨이고 아시다시피 육씨 가문과 고씨 가문은 명문가여서 자연스럽게 사돈을 맺을 뻔했죠…”

고주영은 한창 얘기하다 갑자기 입을 닫더니 고개를 저으며 미소만 지었다.

성신영의 시야가 또다시 흐릿해졌다.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 닮았다.

옆모습은 물론 웃는 모습까지 똑같다.

“혹시 저의 언니, 강유리를 아세요?”

고주영은 갑작스러운 화제전환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성신영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렸다.

“얼마 전에 한번 만났어요.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죠. 시준 씨의 취향에 놀라기도 했고요.”

성신영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질문하기 바빴다.

“얼마 전에 처음 만난 거예요? 아는 사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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