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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사실 그에게도 책임이 있었다.그가 너무 극단적으로 두 사람의 결혼 날짜를 앞당기려 했다.“유리의 성은 강 씨예요. 상의한다고 해도 강씨 가문의 사람과 해야 해요. 성홍주가 동의한다고 될 것 같아요?”육시준은 이성적이었다.하지만 육지원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부모가 결정한 것에 딸이라면 따라야 해.”잠시 멈칫하던 육시준이 폭탄 질문을 했다.“절대 따르지 않고 지금 당장 저랑 이혼하겠다고 한다면요?”육지원: “!!!”한미연과 육경서, “???”눈이 마주친 둘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특히 한미연의 마음이 더 다급해졌다.그녀는 강유리를 잘 알고 있었다. 능력 있고 배경까지 바쳐주는 강유리가 이혼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성씨 가문의 사람들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육지원의 행동은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든 셈이다.하지만 그는 전혀 그만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감히 이혼하려 해? 그럼 내가 유강엔터를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한미연이 쿠션을 육지원에게 집어 던지며 빽 소리 질렀다.“당신이 지금 뭘 망치고 있는지 알아요?”그제야 육지원이 시무룩해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태 파악을 못 한 육경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깊게 심호흡을 한 육시준이 맞잡은 두 손을 배에 올리며 뒤로 비스듬히 기댔다. 이 행동은 전형적인 협상을 종결할 때 자주 하는 그의 습관이었다.“이 결혼은 협력과 같아서 서로 상대를 존중해야 해야 해요. 그녀가 이혼을 요구해도 육씨 가문은 거절할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합력이 끝난 후 보복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아요.”“너...!”“다만 아직 그 정도로 최악의 상황은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깨어나시면 결혼식을 올리기로 합의 봤어요.”“...”마지막 말을 듣고서야 육지원의 표정이 어느 정도 풀렸다.잠시 침묵하던 그가 물었다.“진짜야?”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전제조건은 아버지가 다시는 성씨 가문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거예요.”내심 제 발 저렸지만, 육지원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결혼은 일생일대의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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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육시준은 그를 흘겨보았다.육경서는 더욱 가까이 붙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버지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하면 직접 얘기하면 되잖아. 왜 말을 돌리는 거야?”“필요 없어. 그저 다른 일로 바빠졌으면 할 뿐이야. 그리고 내가 직접 요구하면 날 도와줄까 아니면 설득할까?”“...”육경서는 말문이 막혔다.육지원의 몇십 년 동안의 변함없는 효심으로 봐선 절대 할아버지에 맞서지 않을 것이다.짧게 한숨을 쉬던 그가 말했다.“당연히 설득했겠지.”받아들이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면 안 된다고 어른을 존경하고 믿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방식이 중요한 거야.”지금 육지원은 자기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며느리가 남들의 계략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아들은 자기의 처지를 고려해 도움도 거절하고 있다.그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분명 반항할 것이다.그가 어떻게 반항하고 그것의 효과에 육시준은 관심 없다.그의 주의를 돌려 이 결혼의 불안정한 원인은 강유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성씨 별장.빨간 벤틀리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운전석에서 내린 하석훈이 차를 돌아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별장으로 향했다. 그들의 뒤에는 차가운 표정의 문기준과 서류 가방을 든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따르고 있었다...거실에는 성씨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강유리를 본 성홍주의 테이블을 내리치려던 손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밀려 허공에 멈췄다.“한일은 너의 친동생인데 어떻게 그렇게 모질게 굴 수 있어?”왕소영이 흐느끼며 그녀를 비난했다.성홍주도 즉각 반응하며 합세했다.“무슨 낯으로 돌아온 거야? 이 못 된 년아?”“여기는 제 집이에요. 당신들도 버티고 있는데 저라고 왜 안 되겠어요?”강유리는 담담한 말투로 대꾸하며 소파에 앉았다.“...”그녀의 말에 둘은 약이 바짝 올랐다.눈물을 쥐어짜고 있는 왕소영의 눈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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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성홍주가 으르렁거렸다.“결혼식에 신부 측이 비어있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육씨 가문은 서울의 웃음거리가 될 거야. 그러면 넌 한평생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되겠지.”“어머니 쪽에 사람이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요?”살짝 당황한 성홍주는 확실하게 태도를 밝혔다.“요구한 것들을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않으면 난 참석하지 않을 거야.”강유리는 변함없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곧 깨어나실 할아버지께서 제가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실 거예요.”“쨍그랑!”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 소각 났다.박살난 유리잔을 보던 강유리가 고개를 들어 충격받은 듯한 성홍주를 바라보았다.“아주 기쁜 소식이죠? 아직 더 기쁜 소식이 남았어요. 한일이 법을 어겨 잡힌 것밖에 모르는 당신들은 그가 어디에서 잡혔는지 알아요?”“...”성홍주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아주 불길한 기운이 몰려오는 듯했다.강유리가 말을 이었다.“서울 서쪽 교외에서 잡혔어요. 익숙한 곳이죠? 거기에는 강씨 가문의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죠. 예를 들어 익현제약이라던지?”의자를 잡은 성홍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지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무표정으로 강유리를 노려보고 있는 그는 그녀의 말이 거짓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왕소영이 성홍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익현제약은 경기가 좋지 못해서 오래전에 양도되었어. 당신은 자리를 비우고 있었으니 당연히 알 수 없지.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한일이와 관계있다는 거야? 허투루 지어내지 말아.”“붙잡혔을 때 한일은 익현제약의 모든 약들이 강씨 의료에 제공되고 강씨 가문의 요구에 맞게 생산된다고 했어요.”“말도 안 돼! 증거 있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성홍주는 버럭 화를 내며 반박했다.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던 강유리는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농담이에요. 방금 잡혀서 그렇게 많이 교대하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긴장하고 그러세요?”성홍주, “...”“증거가 없다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죠? 그럼, 약이 문제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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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분위기는 점점 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얼마나 흘렀을까. 강유리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이렇게 나오실 줄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그럼, 변호사와 얘기 나눠보세요...”“잠깐.”성홍주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앞으로 다가가려던 변호사의 발걸음도 순간 멈췄다. 그가 고개를 돌려 강유리가 반대하지 않는 것을 보고 도로 물러나며 서류 가방을 들고 공손하게 기다렸다.성홍주가 고개를 들며 강유리에게 시선을 맞췄다.“제약공장이 문제 있고 없고는 경찰에 맡기면 돼. 유강엔터의 주식은 결혼식을 올린 후에 다시 결정해.”“...”강유리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볼 뿐이었다.큰 결심을 내린 듯한 그는 그녀와 정면충돌은 피하고 싶은 모양이었다.“예물 따위 돌려줄게. 우리 성씨 가문에는 너 같은 사람은 없어.”“당신 성씨 가문과의 관계를 정리 할 수 있게 되어서 고마워요.”강유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사흘 안에 내 계좌로 입금하세요. 부디 경찰을 부르지 않게 해줘요.”강유리의 일행이 떠나고 나서야 성홍주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강유리의 행동에 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었다.그런 그를 바라보는 왕소영은 불만이 가득했다. 급기야 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사람도 돈도 다 잃었으니 이제 어떡할 거야. 한일이는 그냥 저대로 내버려 둘 거야?”성홍주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내가 언제 내버려 둔다고 했어? 지금 당장 육씨 가문에 연락해 일을 처리하게 할게.”이렇게 된 마당에 어떤 조롱을 당하려고 그러는 걸까?현재 남은 그의 유일한 요구를 육씨 가문이 흔쾌히 들어줄 줄 알았다.하지만 육씨 가문의 태도는 180도 변해있었다.같은 시각, 돌아가는 길.하석훈이 혼란스러워하며 강유리에게 물었다.“확실한 증거가 한가득한데 왜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어요?”“보고서는 성홍주의 죄를 묻기에는 부족해요. 그리고 오늘은 돈을 받으러 가는 거고요. 이것으로 유강엔터를 뺏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하지만 이건 너무 좋은 기회잖아요.”하석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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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그 시간에 영화를 보면 대체 누구를 만난단 말인가?그가 잘못 짚은 걸까?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는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5시 반?]답장이 왔다.[끝났어? 지금 가는 중이야. 10분 후에 봐.]“회장님?”임강준이 그를 바라보았다.휴대폰을 내려놓은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그대로 진행해. 세마와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아봐.”담당자는 그가 화를 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외의 차분한 목소리에 황급히 대답했다.“네!”문을 닫은 임강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세마가 유강엔터와 계약을 체결할 의향도 밝혔다고 했어요. 넷째 도련님이 소문을 듣고 성신영과 함께 어르신을 뵈러 갔고 혼인신고까지 마쳤다고 하네요.”육경원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세마와 유강엔터가 손을 잡기로 했기에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초기에는 성신영을 안심시키기 위해 만날 수 있는 집안 어른들을 모두 만났다.재킷을 걸치려던 육시준의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혈세로군.”임강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씨 가문의 도련님 일로 어르신이 연루되었어요. 경찰서에서는 ...”“증거가 산더미이고 신한문이 사건을 맡아 누구도 간섭하지 못한다고 했어요.”“하지만 성씨와 육씨 가문이 사돈을 맺으면 결국에 어르신의 뜻대로 될 거예요.”“...”임강준은 아주 완곡하게 일깨워 줬다.육청수는 체면을 아주 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육시준에 불만이 가득한 셋째 도련님이기에 이 상황에서 웃음거리로 몰리기 싫은 것이니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그럼, 재판을 앞당겨 봐. 신한문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거야.”육시준은 이 화제에 흥미가 없었다. 마치 정해진 드라마와의 결말과 같았다.임강준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뒤를 따르며 개인 비서로서의 본분에 열중했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육시준은 그제야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눈살을 찌푸렸다.“왜 따라와?”임강준이 멈칫하더니 물었다.“사모님을 모시러 가는 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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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강유리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으며 윙크를 날렸다.“싫어. 이건 내가 약속한 거잖아.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책잡히면 어떡해?”육시준은 그녀의 허리를 감으며 그녀의 이마를 살짝 때렸다.“그럴 리가.”강유리가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위험한 장사꾼을 상대하려면 조심할 필요가 있어.”입술을 깨문 육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는 지하 주차장을 벗어났다.조수석에 앉은 강유리는 차에 올라서 부터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만 보고 있다. 엄숙한 그녀의 표정은 일할 때만 나타나는 모습이었다.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끔 보았다.“아직 할 일이 남았어?”짧게 대답한 강유리가 마지막 문자를 보낸 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할 말이 있어.”육시준의 눈썹이 곡선을 그렸다.“뭔데?”“성홍주가 아직도 입금하지 않았어. 너무한 거 아니야? 3일 안에 33억 입금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꼬물꼬물 미루면서 내 한계를 시험하네?”그녀는 아직 성홍주를 제대로 상대할 수 없어서 답답했다.육시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다시 한번 힐끔 보았다.“할 말이 이거야?”강유리가 멈칫하며 되물었다.“아니면?”육시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 뒤 그가 입을 열었다.“유강엔터는 디자인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인재를 영입하고 위해 상금과 공모전에 거액을 투자했어...”“그 뜻은 돈을 이미 써버렸다는 거야?”“처음에는 자금이 부족해 공모전이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최근에 점차 명성을 얻고 있어. 심지어 주얼리 장인 세마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지.”“...”잠시 침묵하던 강유리가 냉소를 지었다.“진짜 써 버렸네.”고개를 돌린 육시준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몰랐어?”강유리가 씩씩거렸다.“공모전은 알고 있었는데 내 돈으로 투자한 건 몰랐어.”육시준, “...”극장으로 가는 내내 강유리는 기분이 가라앉아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극장에 도착하자마자 육시준은 바로 휴대폰을 빼앗았다. 고개를 든 그녀가 경고가 담긴 그에게 환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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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적극적으로 해봐! 그래야 쟁취할 수 있어.”“...”육시준의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그녀들 화제의 대상이 자기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눈을 질끈 감은 그는 문자를 포기하고 직접 강유리를 찾으러 나가기로 했다.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머리위 조명이 어두워졌다. 주위가 조용해지고 정면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화려한 드레스 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차가운 표정에 빨간 입술, 한 손에 꽃을 들고 다른 한 손에 팝콘을 들고 있었다.그는 순간 얼어붙었다. 이 상황을 정리하러 간 게 아니야?이건?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육시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불안함이 엄습했다.그 여자는 다가와 그에게 팝콘을 건네며 꽃을 내밀었다.“네 거야!”“...”육시준에게 용기를 내보려던 여대생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옆에 앉은 커플도 그대로 굳어졌다.앞줄의 아기도 울음을 그쳤다.그의 얼굴이 살짝 발그스레해졌다.“이걸 사러 간 거야?”강유리는 의기양양해하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당연하지! 첫 데이트잖아. 이미 준비된 거였는데 일 때문에 잠깐 깜빡했어. 마음에 들어?”“...”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그저 이렇게 많은 관중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남자친구에게 이렇게 잘해줘요? 스케줄도 꽃도 모두 여자분이 챙기세요?” 옆에 앉은 남자가 대뜸 물었다.그러자 강유리가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왜요? 무슨 문제 있나요?”“당연하죠. 여자가 꽃을 선물하는 게 어디 있어요? 남자가 너무 쓸모없는 거 아니에요?”남자가 박장대소하자, 주위 사람들도 낮은 소리로 웃었다.강유리는 그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여자도 경멸에 가득 찬 말투로 입을 열었다.“예쁘게 생겼으면서 굳이 그럴 필요 있어요?”강유리가 텅 빈 그녀의 손을 한번 보고 남자에게 쏘아붙였다.“그러는 당신도 여자 친구에게 꽃을 선물하지 않았네요. 그럼 당신도 똑같이 쓸모가 없네요.”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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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강유리, “...”바닥 난 팝콘을 내려다보던 강유리는 살짝 목이 마르는 것 같았다.양손으로 힘겹게 이동했던 자기의 모습을 떠올리던 그녀가 말했다.“내가 손이 세 개라도 돼? 어떻게 콜라까지 들어? 적당히 해.”육시준이 씩씩거리는 그녀를 살짝 쥐어박으며 말했다.“알았어. 다음에는 내가 사람을 시켜 준비할게.”강유리가 대뜸 화제를 바꿨다.“영화 볼 때 팝콘을 먹는 소녀 감성이 있을 줄은 또 오늘에야 알았네?”“내가 요구했다고?”“아니야? 남들의 손에 팝콘이 들려있는 것을 보고 요구했잖아.”“...”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한참을 침묵했다.머리를 굴리던 강유리는 그제야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방금 혹시 나더러 통째로 빌리지 않았냐고 물은 거야?”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혹시는 없었어.”그가 몸을 일으켰다.뒤를 급하게 따라가는 강유리는 낮은 소리로 해명하기 바빴다.“처음이잖아. 다음엔 주의할게. 그렇게 쌀쌀맞게 대하지 말고 한 번만 기회를 줘. 아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잖아...”목소리를 한껏 낮췄지만, 일부내용은 옆 사람도 들을 수 있었다.처음부터 그들을 주시하던 소녀들은 다소 멍한 표정이었다.알고 보니 그 언니는 처음으로 데이트 코스를 짠 것이다.너무 달콤하고 따뜻한 마음이지 않은가.한편 강유리에게 혼 난 그 커플은 아직 자리에 앉아있었다.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한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어린 것이 허세를 부리고 있네? 명품으로 온몸을 두른 걸 보니 분명 돈 때문에 저러는 걸 거야!”남자도 합세했다.“맞아! 속물인 여자들이 얼마나 많아.”옆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을 힐끔 볼 뿐 그저 지나쳤다.강유리와 육시준은 바로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그들의 주제가 드디어 영화에 집중되었다.시사회의 반응을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자리에 앉은 강유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도 반응이 나쁘지 않아. 역시 나의 촉은 녹슬지 않았어.”육시준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을 열었다.“나랑 협력에 관해 얘기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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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합석한 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이 잘나가는 연예인은 그와 특별한 사이인 것 같았다.육시준은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그녀는 의도적으로 둘 사이의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었다...“전에는 항상 혼자 제 작품을 보러 오셨는데 이번에는 유리 씨와 함께 찾아주셔서 살짝 놀랐어요.”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도발하는 듯했다.미소를 짓고 있던 강유리는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놀라실 것 없죠. 똑똑하신 분이시니 금방 알 텐데요.”말끝을 수줍게 흐리며 보란 듯이 옆에 놓인 꽃다발을 바라보았다.고주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오면서 이미 꽃다발을 보았지만 육시준같은 일 중독자는 이성과의 영화데이트를 즐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었다. 심지어 꽃을 선물하고 레스토랑을 사전에 예약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강유리의 표정을 보니 그녀가 육시준을 한창 모르고 있은 것 같았다.“장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사양했는데도 이렇게 사 온 거 있죠? 못 말린다니깐요.”강유리는 수줍게 입을 가리며 수줍은 듯 웃었다.포크를 든 육시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고개를 돌리니 고주영이 볼 수 없는 각도에서 우연히 경고의 의미로 가득 찬 그녀의 시선과 마주쳤다.그녀는 마치 오늘 협조하지 않으면 각오하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 같았다.육시준이 접시에 수프를 담아 그녀에게 건네며 맞장구를 쳤다.“저번에 여자들이 아니라는 것은 꼭 해줘야 한다고 했잖아?”눈을 깜빡이던 강유리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그의 태도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내가?”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럼 성씨 가문과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바로 꼬리를 내린 거지?”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의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그녀를 흘끔 본 육시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간섭하길 원해?”강유리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 진짜 아니야. 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둘은 마치 아무도 없는 듯이 대화하고 있었다. 고주영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는 것을 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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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먹구름이 꼈던 그녀의 기분이 육시준의 한마디에 맑아졌다.낮게 쾌재를 부르며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그이가 프로답지 못한 건 모두 제 탓이에요. 제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 어쩔 수 없네요. 지난달 주영 씨의 영화가 개봉하던 날 제가 약속이 생겨서 가지 못했잖아요...”그녀는 최대한 그럴듯하게 연기하고 있었다.그녀가 일부러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육시준도 보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고주영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당황해하며 물었다.“와이프요? 두 사람 진짜 결혼했어요?”강유리가 코끝을 찡긋거리며 대답했다.“네. 보아하니 그리 놀라지 않는 모양이네요?”고주영은 진정하며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저 일적인 관계가 아니긴 했죠. 그러나 소문을 익히 들어 놀랍지는 않네요.”강유리가 되물었다.“일적인 관계가 아니라고요?”고주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식사만 할 뿐이었다.한 끼 식사는 소리 없는 전쟁 속에서 끝이 났다.레스토랑을 나선 두 사람은 아주 예의를 갖추며 작별 인사를 했다.차에 오르고 나서야 강유리의 억지스럽게 올라간 광대가 제자리를 찾았다.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그를 노려보았다.“고주영과 아주 가까워 보이던데?”육시준은 그저 그녀를 힐끔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시동을 걸 뿐이었다.강유리는 화를 꾹꾹 눌러 삼키고 있었다.식사 자리에서 고주영이 의도적으로 엮으려고 하는 것에 해명하지 않는 것은 봐준다 쳐도 지금도 해명하지 않을 것인가?그래.그녀도 화를 내지 않았다.침묵을 지키며 어느덧 JL빌라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하이힐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2층으로 향했다.방문을 잠그려는 그때 뒤에 하나의 그림자가 따라 들어왔다. 그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품에 안았다. “화났어?”그녀는 씩씩거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내가 뭘?”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의 시선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강유리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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