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하니 이 사람, 날 보통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게 아니네.강유리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육씨 가문의 주인이 육미경 아가씨였나 보네요! 아까는 제가 경우가 없었어요. 대단하신 분이니 제 실수는 눈감아 주시는 거죠? 저랑 같은 사람 되실 필요가 있으세요?”“…”강유리의 태도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육미경은 조금 망연해졌다. 하지만 더 큰 감정은 조심스러움이었다.육미경은 조심스럽게 육청수의 눈치를 살핀 후에야 감히 큰 소리로 반박하기 시작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강유리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아닌가요? 방금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무슨 염치로 육씨 집안에 발을 들이냐고 하셨잖아요? 당신의 명성이 할아버님보다 더 높다는 말 아닌가요?”“가족 모임이란 모름지기 어르신들과 함께 얘기나 하고 밥이나 먹는 거 아니겠어요? 할아버님도 뭐라고 안 하시는데, 오히려 당신이 날 쫓아내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길래요!”“왜요? 주인이 아니라면, 무슨 권력으로 감히 할아버님보다 큰 소리를 내는 거예요?”“…”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뱉어내는 말이 육미경의 얼굴을 질리게 했다.권력과 존엄이 어르신에게 얼마 중요한지 육씨 가문 사람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이 집안에서 제일 중시를 받는 육시준도 그의 마음을 거슬렀을 때 찬밥 신세가 되곤 했다. 하마터면 집안에서 쫓겨날 뻔했다.육미경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긴장감에 말을 더듬거렸다. “너… 너… 헛소리하지 마! 그런 뜻은 전혀 없었어!”그 말에 강유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뜻이요?”“너…!”“그만!”육청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의 칼날은 강유리를 향하고 있었다. “역시 하늘 무서운지 모르는 미친 계집이구나. 언변이 남달라. 이간질하며 시비나 일으키고 말이야. 우리 육씨 가문은 너 같은 여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강유리의 눈동자가 그의 예리한 눈동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막 입을 열려는데 옆에서 가벼운 말투가 스쳐 지나갔다
“지금 소유하고 있는 스포츠카도 모두 회사 명의로 샀으니 도로 내놓는 게 좋을 거야.”“안 돼요! 오빠가 어떻게......”“난 육씨 가문의 집권자이니 내가 하는 말에는 무게가 실리는 법이지. 감히 내 사람에게 건방지게 굴었다는 건, 이미 각오했단 말이 아니겠어?”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얼음처럼 차가웠다.육미경은 그의 쌀쌀한 눈빛에 심장이 떨려와 입만 뻥긋거릴 뿐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육시준이 화나면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육경원이 나선다고 해도 소용없다.그녀는 강유리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자기의 부모님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그들 부부도 육시준의 말에 그대로 얼어붙어 육청수를 힐끗 쳐다봤다.육청수의 안색도 마찬가지로 어두웠다. 그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이 상황에 육씨 집안 셋째 사모님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려 했지만 육경원이 마침 입을 열었다.“가족끼리 이런 하찮은 일로 싸울 게 뭐 있어요.”육미경은 고개를 홱 돌리며 육경원을 노려보며 불만을 토로했다.“오빠!”‘어렵게 합류한 팀과 애써 모은 레이싱카가 한마디 때문에 날아가게 생겼는데 하찮은 일이라고? 저거 정말 내 친오빠 맞아?’“넌 너무 천방지축이야. 엄마 아빠가 응석받이로 키우니까 네가 이렇게 무법자가 된 거 아니겠어? 어떻게 형수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어.”“나......”“할아버지가 미경이를 아끼고 형님이 형수님을 아끼는 건 아주 합리적인 일이죠. 하지만 가족끼리 이런 일로 감정 상할 거 뭐 있겠어요. 형님도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말은 홧김에라도 하지 마세요.”육경원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양쪽을 다독였다.마치 자기야말로 가장 큰 그릇을 소유한 사람처럼 말이다.이런 수단은 육청수에게 아주 잘 먹혔다. 육경원은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 육청수의 체면을 세워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육시준이 기어코 육청수의 체
육청수가 더는 따지지 않자 한미연은 화기애애하게 육시준과 강유리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한바탕 풍파가 지나갔다.육청수는 오늘 제대로 위엄을 세우라고 했는데 오히려 체면을 잃고 말았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육청수가 입을 열었다.“미경아, 경원이 말로는 너 며칠 전에 점 찍어둔 차가 있는데 국내에 아직 입고되지 않았다고?”심술로 가득 찼던 육미경은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요.”육청수는 육시준을 힐끔 보더니 입을 열었다.“어떤 차야? 이 할아버지가 네 앞에 가져다줄게.”육미경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할아버지, 정말요?”“그럼!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회사 명의가 아닌 네 명의로 차 하나 뽑아야지!”“......”육미경은 너무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녀가 수집한 차는 전부 한정판 고급 차이다. 최저 20억부터 시작된다.그녀의 용돈으로는 절대 그렇게 많이 살 수 없다. 기껏해야 육경원을 구슬려 회사 명의로 사고 실질적인 소유주가 되었을 뿐이다.‘셋째 오빠도 공금으로 애인한테 선물 사주는데, 나라고 왜 못 사? 전에는 큰오빠가 눈감아 주고 추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왜 저래......’다행히 진청조가 그녀의 정서를 보듬어주었으니 주제를 알고 여기서 멈춰야 한다.그녀는 기분 좋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 할아버지! 알겠어요!”육청수는 만족스러운 듯 오만한 표정으로 육시준을 흘겨보았다.하지만 육시준은 육청수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육시준은 아주 자연스럽게 강유리에게 반찬을 집어주었고, 강유리는 고개를 살짝 돌려 육시준에게 귓속말했으며 육시준은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들으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 모습에 육청수는 멍해졌다.몇 년 동안 육청수는 오직 육시준이 일에 있어 임격하고 진지한 모습만 봐왔지 이렇게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본 적 없었다.마치 손에 꼭 쥐고 있던 꼭두각시의 실이 끊어지고 자주 의식이 생긴 것 같았다.육청수는 마음이 가라앉더니 망설이고 있던 생각이 이 순간 더
이에 비해 셋째 부부의 표정은 아주 밝았고, 기쁨을 억지로 참으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육청수를 바라봤다.역시나 육청수는 그녀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그는 먼저 육경원의 공로를 세어 칭찬했다.그리고 선포했다.“난 경원이에게 그의 할머니가 남긴 주식을 상속할 것이다!”육씨 집안 셋째 사모님은 너무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우리 경원이는 늘 성실하고 겸손하여 손해만 볼 줄 알았는데 제 생각이 틀렸어요. 우리 경원이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마워요, 아버님. 경원이는 반드시 잘 해낼 거예요!”“아버지가 우리 경원이를 믿어주셔서 영광입니다! 빨리 할아버지한테 인사드려.”육경원의 아버지가 재촉했다.“경원이가 기업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우리 모두 잘 알잖아요!”육경민도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요, 넷째 오빠가 안성맞춤이에요!”육미경도 흥분했다.“......”그들은 즐거움에 젖어있었다.하지만 정작 육경원은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육청수에게 술을 따르며 예의 있게 말했다.“할아버지, 이 손주 반드시 잘 해낼 겁니다.”육청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신영을 바라봤다.“네가 데려온 이 손주며느리 아직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이리와, 어디 자세히 좀 보자꾸나.”그 말에 성신영은 깜짝 놀라 어쩔 바를 몰랐다.육씨 가문처럼 대단한 집안은 절대 성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하여 그녀는 육경원 부모님의 태도를 예상했지만 그저 육경원만이 그녀를 잘해준다면 그녀는 그거로 충분했다.그런데 이런 권력자가 그녀에게 이렇게도 상냥하다니?게다가 강유리에게는 아주 야박하게 대했다.그녀는 갑자기 어질어질해지며 온몸이 붕붕 뜨는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육청수 가까이 다가갔다.“할아버지.”육청수는 집사에게서 작은 케이스 하나를 건네받고 말했다.“이건 애들 할미가 자기 손주며느리에게 주라고 남긴 물건이야. 이젠 너한테 물려준다. 두 사람 행복하길 기원할게.”성신영은 감정을 억누르며 마다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받을 수 없어요
룸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긴 시간 동안 항상 참고만 살았던 육지원은 처음 강하게 나왔다. 그리고 끝까지 강하게 밀어붙일 셈이다.“만약 아버지가 이렇게 독단적으로 결정하신다면, 전 회사의 주주들과 함께 아버지의 결정을 엎을 것입니다.”“쿵!”육청수는 팔에 잔뜩 힘을 실어 물잔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매의 눈으로 육지원을 노려봤다.“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육지원은 육청수의 성질을 잘 알고 있기에, 당연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알고 있었다.육청원은 잘 못 들어서 묻는 것이 아니다.다시 한번 묻는 건 그에게 되돌릴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그동안 육시준이 기업을 위해 헌신하다가 결혼 상대만 자기의 생각대로 결정했을 뿐인데 이런 불공평한 대우를 받다니.게다가 어른이 되어서 아직 어린 강유리를 죽이려 하고 명성을 더럽히려고 했다.정말 너무하다......“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전 아버지의 결정을 따를 수 없습니다!”육지원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한미연도 육지원의 패기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함께 전투태세를 찾았다.“이이 말이 맞아요. 기업의 일은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해요. 아버님은 지금 너무 편파적이에요!”“무엄하다! 너희들이 감히!”육청수는 찻잔을 움켜쥐고 두 사람을 향해 던졌다.“꺄악!”혼란스러운 상황에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육지원은 팔을 뻗어 한미연을 품에 안고 찻잔을 피했다.육시준도 갑자기 깜짝 놀라며 육지원과 같은 동작으로 강유리를 감쌌다.강유리와 한미연은 나란히 앉았다. 찻잔이 날아오자 강유리는 한미연을 밀쳤고 그 찻잔은 곧장 그녀의 머리로 향했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유리는 관자놀이가 지끈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눈을 떠보니 힘센 팔뚝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육시준의 셔츠는 젖어있었고, 찻잔은 값비싼 시계에 부딪혀 완전히 깨져버렸다.육시준의 팔에 깨진 찻잔 조각이 스치면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얼마나 힘을 썼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강
육청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누구한테 맞은 것처럼 뺨이 화끈거렸다.화가 난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강유리를 가리키고 있는 손마저 떨리고 있었다.“너, 이 교양 없는 년...”“교양도 없을뿐더러 폭력적이기도 하죠. 믿기 어려우시면 한번 보여드릴까요?”강유리가 다시 한번 찻잔을 들었다.육청수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그때 눈을 굴리던 성신영이 급히 육청수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녀는 강유리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화가 난 거라면 할아버지한테 그러지 말고 나한테 풀어.”가식적인 그녀의 모습에 강유리는 그저 기가 막혔다. 강유리는 찻잔을 내려놓고 밖으로 향했다.찻잔은 테이블 위에서 뱅그르르 돌았다.그러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쨍그랑-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났다.육시준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강유리에게서 떠난 적 없었다. 그녀를 서둘러 막지도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게 바라볼 뿐이다.마치 그녀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지켜보려는 것 같았다.그녀가 돌아서 밖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가볍게 두어번 헛기침했다.강유리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더니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다시 밖으로 향했다...어둠이 드리운 서울의 밤은 화려했다.천강호텔의 주차장에는 고급 외제 차들이 줄지어 섰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다.강유리는 남자의 다친 손을 바라보며 빨간 입술을 한참 깨물다 입을 열었다.“미안해. 내가 또 참지 못하고 폐를 끼쳤어.”육씨 가문은 갈수록 황당무계한 짓들을 많이 했다.그렇게 튄 불똥에 육시준이 다치고 말았고 강유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상대가 누구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날 위해 그랬다는 걸 알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먼저 병원부터 가야 하지 않을까?”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예상했던 만큼 나빠 보이지 않는다.강유리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깊은 눈동자를 들여다 보았다.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느낌은 그녀
당황한 강유리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진지함으로 가득한 얼굴이지만 그 속에 약간의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긴장되어 있던 그녀의 신경이 다시 느슨해졌다.그러나 불신으로 가득 찬 그녀의 눈빛은 다시 한번 확인하려 했다.“진짜 화 안 났어?”남자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화 낼 게 뭐가 있어? 내가 그렇게 사리에 어두워 보여?”와이프가 자신을 위해 나선 것이니 기쁜 일이다.그의 정체를 알고, 더 이상 그녀에게 빌붙은 기생오라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예전처럼 무의식적으로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반항하기란 쉽지 않다. 기꺼이 받아들일 뿐이다.그러니 화낼 이유가 없다.“할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어.”입술을 깨물며 상처를 소독하면서 강유리는 좀 전 행동을 이성적으로 돌아보았다.육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교묘하게 부모님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왔으니, 상황은 나쁘지 않아.”“...”그녀의 작은 음모는 역시 그를 속이지 못했다.홧김에 그녀가 쏘아붙인 말은 자신의 남편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경고일 뿐만 아니라 시댁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었다.겉으로는 그들의 위치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이나 사실상 그들을 철저히 육청수의 반대편으로 서게 했다.육지원은 겨우 어렵게 내뱉기는 했지만, 아직 마음이 확고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가 그렇게 오랫동안 수다를 떨고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강유리의 행동과 말들은 육지원의 입장을 확실하게 못 박았다.더불어 그는 단호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며느리의 도움에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다.“흠!”남자는 인상을 쓰며 숨을 가쁘게 들이마셨다. “살살 해줘. 아프단 말이야.”한눈팔고 있던 강유리는 그만 상처를 세게 건드리고 말았다.멈칫하던 그녀가 남자를 바라보았다. 여유롭게 앉아 그녀를 살짝 흘기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왜 이렇게 상반되게 달콤한 걸까?그의 말투는 불만스럽긴 했지만 여전히 다정했다.“아버지와 어머니를 걱정하는 건 알겠어. 그런 상
느긋하게 소파에 기댄 남자는 셔츠를 살짝 풀어 헤쳤다. 다친 손은 소파에 걸쳐놓고 다른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의도적으로 꾸민 허세가 아니라 높은 지위에서 품어져 나오는 행동이었다.강유리의 눈이 반짝였다. 이건 처음으로 이성으로부터 느끼는 존경스러움이었다.“날 탓할 여유도 없을 거야. 아마 그 불똥은 어머니에게 날아가게 되겠지.”“...”멈칫하던 그녀의 머릿속에 요즘 조사한 자료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송이혁의 고모로 위로 오빠만 세 명이어서 유일한 딸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오빠들은 의학계에서 모두 잘나가는 인사들이다.송씨 조상은 어의로써 서울에서 유일하게 가문의 유산과 온전히 자신의 힘에 의존하여 명문 가문이 되었다.육지원에 대해서는 소홀했어도 육청수는 한 번도 송미연을 무시한 적 없었다.송미연이 비교적 온화한 성격이라 가족이 그나마 화목할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 밤.육청수는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송미연에 손찌검하고 말았다.송씨 가문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모든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한 강유리는 눈앞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방금 느낀 존경스러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입을 뗐다.“당신에게 마마보이 기질이 보여.”“???”그녀의 경멸 어린 눈빛을 마주한 그는 순간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이내 이런 하찮은 얘기를 그만두고 화제를 돌렸다.“저녁도 먹지 못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늦었으니 분명 배가 고플 거야?”“아니.”강유리는 고개를 저었다.“오늘 가족 모임에서 머리를 굴리느라 다들 분주해 보였지만 유독 우리 둘만 진지하게 식사했어.”육시준이 뜸 들이다 정정했다.“당신만 진지하게 먹고 있었고 나는 옆에서 당신이 먹는 걸 거들기만 했지.”“...”사실이었다.“뭐 먹고 싶어? 아주머니를 부를까?”“뭐를 먹던 상관없지만 이렇게 다쳤는데 과연 젓가락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서네?”그가 낙담했다.강유리는 그를 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