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가한 탓인지 들어보니 재밌는 일인 것 같기도 해 강미영은 거절하지도, 승낙하지도 않고 화제를 바꿔 물었다.“오늘 단지 이것 때문에 전화했어?”릴리는 그제야 전화를 한 목적이 생각났다.“아니에요. 일이 있긴 한데 고씨 가문에 관한 거예요...”릴리는 오늘 심수정을 만난 일로부터 그녀가 했던 말까지 곧이곧대로 전달하고 나서 물었다.“엄마, 이 일을 엄마와 아버지가 지시했어요?”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열을 올리며 다투던 아버지가 그렇게 못마땅하지도 않았다. 비록 가끔 말을 아니꼽게 해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긴 해도 마음속으로는 릴리를 사랑했다. 어릴 때부터 시작해 릴리를 울린 사람은 바론 공작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전형적인 내 딸이기에 나는 괴롭힐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은 건들기만 해도 된통 혼나는 경우이다. “해외 것은 네 아버지가 지시한 게 맞는 거 같아. 이게 다 고씨 가문 탓 아니겠어? 지금 캐번디시 가문이 한창 상승세를 달리고 있을 때 미친 것 아니면 어떻게 너한테 그럴 수 있어?”그러고 나서 한참 침묵하더니 이어서 말했다.“그런데 국내 쪽은 내가 개입 안 했어.”강미영은 당일 고정남을 된통 혼내고 나서 수집한 증거로 협박한 뒤 그걸 신하균에게 그대로 넘겨줬다.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신하균의 역할이다. 여기까지 듣고 난 릴리는 눈을 반짝이며 강미영의 처리방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이건 강미영이 신하균을 신임한다는 뜻이 아닐까?“엄마,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요.”한참 머뭇거리다가 릴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강미영이 만일 아직 릴리의 속내를 알아맞히지 못했다면 이 나이 되도록 헛살지 않았을까?전화하자마자 아버지 때문에 잔뜩 골 난 원인이 바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툰 것이 아닌가?두 사람이 모순이 생겨 다투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고 릴리가 진짜로 신경 쓰는 일이 아니면 거의 이런 적이 없었다...릴리가 물어보기도 전에 강미영이 대답했다.“그 녀석 괜찮았어. 나는 의견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9-2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