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1181 - Chapter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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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1화

강유리는 해맑게 웃으며 다가가 바론 공작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네 맞는 것 같아요. 아빠가 요즘 저한테 너무 잘해주셔서 대디 걸이 된 거 같아요. 버릇이고 뭐고 제가 아빠를 너무 좋아해서가 아니겠어요? 우리 다 같이 아기 이름 지어요.”바론 공작은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방금 억지로 불러일으켰던 불만과 화가 가뭇없이 사라졌다. 도도하고 냉정하기만 하던 딸이 이런 애교를 부린다면 누가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체면은 지켜야 하기에 바론 공작의 표정은 부자연스러웠고 목소리도 힘이 잔뜩 실려 있었다.“여기에 있으면 캐번디시 가족이야. 반드시 내 말을 따라야 해.”그러자 강유리가 뜬금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당연하죠. 아버지는 우리 아기 외할아버지이신데 당연히 아빠 말을 따라야죠.”짐짓 엄숙한 척하고 있던 바론 공작의 표정이 제어가 안 되면서 이내 헤벌쭉하니 웃었다. 웃다가 갑자기 방금 강유리가 했던 말이 생각나 되물었다.“그런데 대디 걸은 무슨 뜻이야?”“아빠 사랑을 듬뿍 받는 공주같이 사는 여자를 말해요. 무엇을 하든 아빠에게 물어서 결정해야 하고 심지어 부부 문제도 아빠에게 물어야 하고 자기 주견이 없이 완전히 아빠 말만 듣는 거죠.”그 말에 바론 공작의 표정이 차츰 따뜻해지더니 입꼬리를 올린 채 말했다.“뭐든 적당해야지. 자기 주견도 있어야 하고 남편의 뜻도 따라야 해.”“네. 명심할게요.”강유리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답했다.곁에 앉아 있던 육시준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다른 한편 릴리는 끊긴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소파에서 공놀이하는 강표를 노려보면서 말했다.“아니,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니야?”입에 공을 물고 있던 강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릴리를 바라보며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아버지면 다야? 그 사람에 대해 아냐고? 어떻게 그렇게 어두운 생각으로 평가하고 추측할 수 있지? 단순히 좋아하는 건 무엇이고 단순하지 않는 건 또 뭔데? 고씨 가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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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릴리는 ‘지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강미영은 이 말투가 너무나도 익숙했다.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열을 받지만 그 화를 풀지 못해 미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인 것으로 봐서는 바론 공작과 다툰 게 분명했다. 하지만 릴리는 성격이 온화한 아이라 아버지와 다투는 경우가 드물었고 간혹 다투고 나서 분해서 엄마한테 울면서 부녀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지만 그건 투정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생부도 찾았고 캐번디시 가문의 형세도 안정되었기에 릴리는 전혀 겁낼 것이 없었다. 침대 머리에 기대어있던 강미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의혹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이번에는 무엇 때문이야?”릴리는 잠깐 침묵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절 존중하지 않아요.”강미영은 다시 미끄러져 누우면서 말했다.“그런 게 하루 이틀은 아니잖아.”그러자 릴리는 아무 말도 못 했다.“부녀 관계를 단절할 게 뭐가 있어? 처음부터 네 아빠가 아니잖아. 이모부와의 관계는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건 끊지 못해.”릴리는 화가 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냉정하게 사실을 설명하고 나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할 때 릴리는 갑자기 화제를 바꿔 물었다.“엄마, 그럼 우리 가문의 이 복잡한 관계는 언제 오픈할 거예요?”강미영은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었다.“무슨 복잡한 관계?”“그 사람은 이모부인데 모든 사람은 양부인 줄 알잖아요. 그리고 엄마와 그 사람의 관계도요. 부부가 아닌데 부부인 줄 알잖아요.”릴리의 말에 사심이 담기긴 했지만 더욱 큰 것은 의문이었다.릴리의 말을 듣고 난 강미영은 웃으며 말했다.“양부 맞잖아. 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 우리 관계는 내가 국내에서 안 돌아가면 Y국 쪽의 그 자식들도 언젠가는 눈치챌 거야.”“눈치만 채서 되는 거예요?”릴리는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아니면 어떻게 해? 공지라도 해서 우리 가문의 일을 까발려야 해?”강미영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그러자 릴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엄마 말을 들으니 그것도 맞는 말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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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요즘 한가한 탓인지 들어보니 재밌는 일인 것 같기도 해 강미영은 거절하지도, 승낙하지도 않고 화제를 바꿔 물었다.“오늘 단지 이것 때문에 전화했어?”릴리는 그제야 전화를 한 목적이 생각났다.“아니에요. 일이 있긴 한데 고씨 가문에 관한 거예요...”릴리는 오늘 심수정을 만난 일로부터 그녀가 했던 말까지 곧이곧대로 전달하고 나서 물었다.“엄마, 이 일을 엄마와 아버지가 지시했어요?”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열을 올리며 다투던 아버지가 그렇게 못마땅하지도 않았다. 비록 가끔 말을 아니꼽게 해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긴 해도 마음속으로는 릴리를 사랑했다. 어릴 때부터 시작해 릴리를 울린 사람은 바론 공작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전형적인 내 딸이기에 나는 괴롭힐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은 건들기만 해도 된통 혼나는 경우이다. “해외 것은 네 아버지가 지시한 게 맞는 거 같아. 이게 다 고씨 가문 탓 아니겠어? 지금 캐번디시 가문이 한창 상승세를 달리고 있을 때 미친 것 아니면 어떻게 너한테 그럴 수 있어?”그러고 나서 한참 침묵하더니 이어서 말했다.“그런데 국내 쪽은 내가 개입 안 했어.”강미영은 당일 고정남을 된통 혼내고 나서 수집한 증거로 협박한 뒤 그걸 신하균에게 그대로 넘겨줬다.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신하균의 역할이다. 여기까지 듣고 난 릴리는 눈을 반짝이며 강미영의 처리방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이건 강미영이 신하균을 신임한다는 뜻이 아닐까?“엄마,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요.”한참 머뭇거리다가 릴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강미영이 만일 아직 릴리의 속내를 알아맞히지 못했다면 이 나이 되도록 헛살지 않았을까?전화하자마자 아버지 때문에 잔뜩 골 난 원인이 바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툰 것이 아닌가?두 사람이 모순이 생겨 다투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고 릴리가 진짜로 신경 쓰는 일이 아니면 거의 이런 적이 없었다...릴리가 물어보기도 전에 강미영이 대답했다.“그 녀석 괜찮았어. 나는 의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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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강미영은 릴리의 뜻을 알 것 같았다.이해득실을 따져보면 굳이 몰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강미영은 미소를 지으며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철부지 공주님이 갑자기 어른이 됐어.”그러자 릴리는 멋쩍은 듯 말했다.“저를 응원해 주실 거죠?”사실 릴리가 신하균에게 한 말은 그녀의 솔직한 마음이기도 했다. 애인이든, 가족이든 간에 더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 살기 싫다고 했다.현재 릴리가 누리고 있는 것은 아버지, 언니와 형부 덕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제멋대로 함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자기만의 인맥을 쌓고 미래를 위해 기반을 튼튼히 해 그들처럼 강대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다. 기생충이 아닌 어깨를 나란히 한 파트너가 되고 싶었다...“당연하지.”강미영은 웃음을 지으며 평소와 마찬가지로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는 합리적이기만 하다면 너의 모든 결정을 존중해.”릴리는 가슴이 따뜻해지면 미소가 피어올랐다.“엄마, 고마워요.”...고씨 가문과 신씨 가문이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삽시에 퍼졌고 심씨 가문도 자기가 원했던 답을 받았기에 심수정은 바로 약속을 지켜 고성 그룹을 위해 많은 편의를 봐주었다.한동안 고성 그룹의 기세는 대단했다.고주경의 팬들은 무언의 압박 속에 응원 소리가 점점 작아졌고 한동안 잠적해 고성 그룹의 형세를 지켜보다 다시 팬심으로 역전하려고 했지만 나중에는 이런 결과일지 몰랐다.그리고 김옥도 승산이 있기에 이윤이 남지 않는 사업이라도 릴리가 자책하는 기회를 타 다른 곳에서 벌어 메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자기 성의를 무시한 채 바로 신안 그룹과 계약을 체결해 버렸다.릴리에게 전화해도 받지 않고 고성 그룹에 연락해도 서로 책임 전가하면서 무성의하게 대하자 화가 난 김옥은 고성 그룹 본부로 쳐들어가 그녀의 퇴근길을 막기로 했다.오후 6시가 되어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문서를 덮고 가방을 꺼내 화장을 고친 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하려 했다.오늘 육경서와 신주리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약속했고 당연히 육경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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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김씨 가문에서 성의를 한껏 보여줬는데 조롱당했으니 화날 법도 했다.하지만 방금 릴리가 말한 것처럼 한쪽은 미래 시부모님이고 한쪽은 원수이니 잘못 선택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이 상황에서 계약 조건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양율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멍하니 서 있는 릴리를 향해 말했다.“김옥 씨가 만단의 준비하고 온 것 같으니 쉽게 해결이 안 될 거예요.”릴리의 지시에 따라 고성그룹은 요 며칠 김씨 가문에 대해 어영부영 대처하고 있었다.이런 대처 방법이 상대의 역린을 건드리는 도화선이 되어 아예 고성 그룹으로 쳐들어온 것이다.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찾아온 사람이 하필 김씨 가문에서 제일 사랑받는 공주님이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임 비서님 어디 가셨어요?”릴리가 생뚱맞은 물음을 던지자 양율은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LK에 처리할 문제가 생겨서 오후에 그쪽으로 가셨어요.”릴리는 양율의 퉁퉁 부은 말투를 눈치채지 못하고 바로 말했다.“연락해서 오라고 해요.”양율은 그 자리에 선 채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강 대표님, 이 정도 일은 저도 처리할 수 있어요. 지금 보고드리는 건 대표님께서 적당히 체면을 봐주라고 건의드리는 거예요.”그러더니 잠깐 멈췄다가 이어서 말했다.“만일 제 건의를 거절한다고 하셔도 제가 잘 대처할 수 있어요.”릴리는 눈썹을 살짝 끌어올리며 의문스런 표정으로 그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아 그래요?”그러자 양율이 강경한 말투로 말했다.“당연하죠. 무슨 큰일이라고요.”똑같은 비서이고 똑같이 대기업에 몸담고 있으며 임강준보다 나이도 많기에 경력이나 식견은 그보다 많을 것인데 상대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그라고 왜 못 하겠는가?‘웃기고 있어.’“저는요. 임 비서님이 나이도 됐는데 아직 일 때문에 여자 친구 사귈 시간도 없잖아요. 그래서 기회를 만들어줄까 해서요. 양 비서님도 필요하세요?”그러자 양율은 순간 멍하더니 이내 알아차리고 재빨리 대답했다.“지금 바로 연락할게요.”양율은 대학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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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김옥때문에 릴리는 육경서와의 약속 시간을 놓쳐버렸다.차를 운전하고 지하 주차장에서 쌩하니 나와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에 릴리는 육경서에게 문자를 보냈다.릴리: [도착했어요? 10분만 기다려요.]육경서: [오지 마.]릴리: [???]육경서: [주리가 나한테 다 얘기했어. 주리한테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했다면서? 이렇게 섣불리 결혼한다는 게 말이 돼? 난 절대 동의 못 해. 그리고 형과 형수도 동의하지 않을 거야. 일찌감치 꿈 깨.]릴리는 육경서의 갑작스러운 문자에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답장했다.릴리: [오해에요. 장난이에요. 결혼할 마음이 없어요. 그리고 주리 언니한테 중요한 일을 상의할 게 있어요. 아주 중요해요.]미래 시아버님의 호의를 막무가내로 이틀 미룬 건 김씨 가문에 복수하기 위해서이기에 사정이 있는 것도 확실했다. 하지만 신씨 가문의 연회를 거절할 핑계가 없기에 반드시 신주리와 상의하고 만단의 준비해야만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문자를 보낸 지 한참이 지나도 답장이 없어 릴리는 물음표 몇 개를 발송했다.그래도 답장이 없어 바로 육경서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기가 꺼졌다는 차가운 안내 메시지만 들려왔다.릴리는 어이없어 할 말을 잃었다.‘변절자 같으니라고 인생에 도움이 안 돼.’이제부터 육경서를 오빠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릴리는 마음먹었다....영화관은 물 샐 틈 없이 꽉 차 있었다.두 사람은 다른 상영관으로 가려다 이미 대관 되었고 이 사이에 신주리는 약속을 릴리가 잡은 것을 알고 가기를 거절했으며 즉석에서 티켓 2장을 구매해 분위기를 느껴보려 했다.자리에 앉아 조심히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신주리를 바라보는 육경서의 표정이 불안했다.불빛 때문인지 오늘 저녁 그녀는 기분이 안 좋아 보였고 그를 대하는 태도도 싸늘했다. 친구인 릴리와 친오빠의 연애가 이렇게도 불만이란 말인가?‘무엇 때문이지?’육경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를 바라보는 신주리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지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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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하여 육경서는 신주리의 불만을 눈치채지 못하고 점점 더 화가 났던 것이다.신주리도 똑같이 이해되지 않았다.비록 육경서가 진중하지 못한 면이 있긴 해도 신주리를 대함에 있어서는 진심이었고 항상 그녀의 의견을 존중했다.하지만 영화가 끝난 지 한참 되었는데도 육경서는 꼼짝하지 않았고 그녀에 대해서도 쌀쌀했다.육경서를 힐끗 쳐다보니 왠지 화가 난 모습이어서 신주리는 이유를 몰라 가방을 들고 하이힐로 그의 종아리를 차며 말했다.“선생님,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그러자 육경서는 신주리의 손목을 잡아 품으로 당기자 신주리는 경악하며 그의 무릎에 풀썩 주저앉았다.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관객이 다 빠져나간 뒤라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쉬더니 낮은 소리로 나무랐다.“뭐 하는 거야?”남자는 야구모자로 얼굴을 가려 완벽한 턱선만 보였고 그 밑으로 섹시한 쇄골이 보였다.육경서가 입만 열지 않으면 상당히 잘생기긴 했다.남자는 여자의 속마음도 모르고 화가 잔뜩 나 물었다. “진짜로 키스했어?”몇 초 동안 멍하니 있던 신주리는 그제야 육경서가 영화 장면을 말하는 것을 알아차렸다.“당연히 진짜로 해야지. 그 신에서 가짜로 한다는 게 말이 돼? 내가 나의 작품에 대해 나름의 요구가 있어. 절대로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돼.”신주리는 고개를 쳐들고 거만하게 말하더니 육경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덧붙여 말했다.“육 배우, 좀 더 배워야겠어. 아직 갈 길이 멀어.”그러자 육경서가 볼멘소리로 말했다.“못 배워. 난 지금 키스신이 있는 시나리오를 안 받아.”신주리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이 자식의 키스 스킬에 관한 신이 제일 많지 않았던가?’그리고 팬으로부터 전 연예계에서 키스를 제일 잘하는 남자 배우, 아세아에서 제일 키스하고 싶은 남자 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육경서가 키스신이 있는 시나리오를 거절한다고?“너와 사귀고부터 키스신이 있는 시나리오를 안 받았어.”신주리의 의아한 눈빛을 눈치채고 육경서는 진지하게 설명했다.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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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영화 데이트는 서로에 대한 불만만 잔뜩 남기고 끝났다.주차장으로 내려와 신주리는 꼴도 보기 싫어 따로 가자고 하자 육경서가 말했다. “안 돼. 아직 밥도 안 먹었어.”“먹긴 뭘 먹어? 밥 먹다 죽은 귀신이라도 들렸어? 맨날 밥밖에 몰라.”신주리의 말에 육경서는 억울했다.사실 그는 대단한 장래 희망 같은 것이 없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육경서는 막무가내로 신주리의 밴에 올라타고는 말했다.“오늘 네 동의 없이 릴리 약속에 응해서 미안해.”그러자 신주리는 발로 육경서를 차며 말했다.“너 당장 차에서 내려. 당장 나의 마술 궁전에서 꺼져.”“범아, 빨리 운전해. 너도 배고프지?”신주리의 기사와 익숙한 사이라 육경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시하고 나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봐봐, 범이도 배고프다잖아. 이건 뭘 설명하겠어? 세상에서 밥 먹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는 거야.”기사는 신주리와 똑같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백미러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니 진짜로 거절하는 것 같지 않아 엔진을 틀고 출발했다.거의 매일이다시피 아웅다웅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이젠 그도 습관이 됐다.신주리가 사는 오피스텔 단지에 도착해 육경서는 연기 합을 봐야 한다고 기어코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진짜 밥 먹으러 안 나갈 거야? 또 배달시키려고? 맛있는 스테이크 집을 아는데 배달하면 맛이...”“합 맞추러 온 거 아니었어?”신주리가 싸늘하게 잘라버렸다.어떤 때에는 정말 이 바보 자식과 선을 긋고 싶었다.‘어떤 남자가 대시를 이 따위로 하냐고?’간혹 신주리는 육경서가 대체 왜 이러는 지 의문될 때가 있었다. 그래도 육경서는 전혀 거리낌 없이 뻔뻔하게 말했다.“합을 봐도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언제부터 그곳에 함께 가보고 싶었는데 네가 항상 바쁘다고 해서.”“됐어. 육 배우가 얼마나 바쁜데. 내 신작을 함께 봐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어떻게 바쁘다는 핑계를 대겠어?”신작이 상영된 지 얼마나 지났는데 함께 보자는 얘기도 없다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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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육경서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와인잔을 두 개 꺼내왔다.그러자 신주리는 이내 “두 병”하고 외쳤고 육경서는 알겠다며 손으로 OK 사인을 보냈다. 식탁에 앉아 와인잔을 돌리던 신주리가 씁쓸히 말했다.“기분이 안 좋아서 술 마시러 왔어?”육경서에 대해 알 만큼 아는 신주리는 그가 괜히 뻔뻔스럽게 따라붙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번에는 상대 배우가 바보 같다며 흉보러 왔었고 그전에는 자기가 기대하는 작품이 블랙 리스트 연예인 때문에 연기되었다고 투정 부리러 왔으며 그 전전번은...그게 처음이었다. 신주리를 위해 야식을 시키고 가짜 커플 하기로 합의 본 날이었다.신주리가 생각에 빠진 틈을 타 육경서는 그녀의 잔에 와인을 따르고 짠하고 잔을 부딪치면서 말했다.“기분이 나빠야만 술을 마셔? 기분이 좋아도 마실 수 있어.”“어머, 육 도련님 오늘 기분이 좋으세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봐요?”“여자 친구가 돌아왔으니 당연히 좋은 일이지.”그러더니 민망스러운지 이내 한마디 덧붙혔다.“그리고 밤샘 촬영도 없어.”현재 유강 엔터의 탑인 육경서를 회사에서는 하느님처럼 받들고 있지만 고지식한 강 감독은 촬영 진도를 엄격히 준수하기에 가끔 밤샘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다.아무리 육경서가 온실 속 재벌 2세가 아니라고 해도 강 감독의 목숨 건 강행군에 적응하지 못해 갖은 핑계로 도망가려 했고 그 어떤 핑계도 먹히지 않지만 유독 여자 친구에 관여해서는 OK였다.이건 강유리가 직접 제시한 조건이고 만일 강 감독이 허락하지 않으면 육경서는 모태 쏠로론으로 끝없이 괴롭혔다...그러자 신주리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아니면 너 연예인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는 게 어때?” “그만두지는 못하겠고 연예계에서 얼굴로 밥 벌어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아.”그러면서 두 사람은 심심찮게 자기 근황에 관해 얘기했다.비록 두 사람은 같은 업종이지만 카메라를 피하고자 단독으로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고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다.저번에 만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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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갑작스런 충돌에 신주리는 눈앞에서 별이 반짝였고 육경서는 그녀가 넘어질까 봐 얼른 허리를 껴안았다.품에 안겨 작은 손으로 이마를 잡고 한참 있더니 신주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육경서 씨, 날 죽이려는 거예요?”육경서도 갑작스럽게 품으로 덮친 신주리 때문에 넋을 잃고 있다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자기 머리가 왜 이렇게 단단해? 복근이 다 아파.”그러자 신주리가 눈을 깜빡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방금 자기라고 했어?”가슴을 쓸어내리던 육경서는 잠깐 손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별처럼 빛나는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건 묵인과 마찬가지이다. “쳇, 내가 속을 것 같아? 자기라고 부르면 내가 이성을 잃고 가슴 근육을 복근으로 알 것 같지?”신주리는 싸늘하게 웃으며 방금 자기가 부딪쳤던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말만 두서없을 뿐이지 아직 멀쩡해 보였다.육경서는 허리를 안고 있던 손에 조금씩 힘을 주며 물었다.“그래서 자기라고 불러도 괜찮다는 거야?”신주리는 멈칫하더니 바로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육경서의 배 쪽에 고정하며 물었다.“그래서 복근이 진짜로 있냐고?”“대답하면 만지게 해줄게.”남자의 얼굴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뜨거운 기운이 얼굴에 닿았고 허스키한 낮은 목소리에 안 그래도 취기가 오른 머리가 더욱 어질어질해졌다.신주리가 고개를 들자 예쁜 두 눈이 반짝거렸고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지만 두 손은 이미 저도 모르게 복근을 찾아 더듬고 있었다.그러자 육경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서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낮은 소리로 꼬드겼다.“반칙하면 안 돼. 아직 내 물음에 대답 안 했어.”그 말에 신주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을 표시하더니 작은 손을 마구 버둥거리자 육경서는 한 발짝 두 발짝 통창 유리 앞까지 물러섰다.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육경서는 막무가내로 덮쳐오는 신주리의 손목을 한 손으로 잡고는 갑자기 몸을 돌려 그녀를 통창 유리로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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