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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릴리는 ‘지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강미영은 이 말투가 너무나도 익숙했다.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열을 받지만 그 화를 풀지 못해 미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인 것으로 봐서는 바론 공작과 다툰 게 분명했다.

하지만 릴리는 성격이 온화한 아이라 아버지와 다투는 경우가 드물었고 간혹 다투고 나서 분해서 엄마한테 울면서 부녀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지만 그건 투정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생부도 찾았고 캐번디시 가문의 형세도 안정되었기에 릴리는 전혀 겁낼 것이 없었다.

침대 머리에 기대어있던 강미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의혹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에는 무엇 때문이야?”

릴리는 잠깐 침묵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절 존중하지 않아요.”

강미영은 다시 미끄러져 누우면서 말했다.

“그런 게 하루 이틀은 아니잖아.”

그러자 릴리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부녀 관계를 단절할 게 뭐가 있어? 처음부터 네 아빠가 아니잖아. 이모부와의 관계는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건 끊지 못해.”

릴리는 화가 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냉정하게 사실을 설명하고 나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할 때 릴리는 갑자기 화제를 바꿔 물었다.

“엄마, 그럼 우리 가문의 이 복잡한 관계는 언제 오픈할 거예요?”

강미영은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었다.

“무슨 복잡한 관계?”

“그 사람은 이모부인데 모든 사람은 양부인 줄 알잖아요. 그리고 엄마와 그 사람의 관계도요. 부부가 아닌데 부부인 줄 알잖아요.”

릴리의 말에 사심이 담기긴 했지만 더욱 큰 것은 의문이었다.

릴리의 말을 듣고 난 강미영은 웃으며 말했다.

“양부 맞잖아. 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 우리 관계는 내가 국내에서 안 돌아가면 Y국 쪽의 그 자식들도 언젠가는 눈치챌 거야.”

“눈치만 채서 되는 거예요?”

릴리는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

“아니면 어떻게 해? 공지라도 해서 우리 가문의 일을 까발려야 해?”

강미영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그러자 릴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엄마 말을 들으니 그것도 맞는 말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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