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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육경서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와인잔을 두 개 꺼내왔다.

그러자 신주리는 이내 “두 병”하고 외쳤고 육경서는 알겠다며 손으로 OK 사인을 보냈다.

식탁에 앉아 와인잔을 돌리던 신주리가 씁쓸히 말했다.

“기분이 안 좋아서 술 마시러 왔어?”

육경서에 대해 알 만큼 아는 신주리는 그가 괜히 뻔뻔스럽게 따라붙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번에는 상대 배우가 바보 같다며 흉보러 왔었고 그전에는 자기가 기대하는 작품이 블랙 리스트 연예인 때문에 연기되었다고 투정 부리러 왔으며 그 전전번은...

그게 처음이었다.

신주리를 위해 야식을 시키고 가짜 커플 하기로 합의 본 날이었다.

신주리가 생각에 빠진 틈을 타 육경서는 그녀의 잔에 와인을 따르고 짠하고 잔을 부딪치면서 말했다.

“기분이 나빠야만 술을 마셔? 기분이 좋아도 마실 수 있어.”

“어머, 육 도련님 오늘 기분이 좋으세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봐요?”

“여자 친구가 돌아왔으니 당연히 좋은 일이지.”

그러더니 민망스러운지 이내 한마디 덧붙혔다.

“그리고 밤샘 촬영도 없어.”

현재 유강 엔터의 탑인 육경서를 회사에서는 하느님처럼 받들고 있지만 고지식한 강 감독은 촬영 진도를 엄격히 준수하기에 가끔 밤샘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육경서가 온실 속 재벌 2세가 아니라고 해도 강 감독의 목숨 건 강행군에 적응하지 못해 갖은 핑계로 도망가려 했고 그 어떤 핑계도 먹히지 않지만 유독 여자 친구에 관여해서는 OK였다.

이건 강유리가 직접 제시한 조건이고 만일 강 감독이 허락하지 않으면 육경서는 모태 쏠로론으로 끝없이 괴롭혔다...

그러자 신주리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아니면 너 연예인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는 게 어때?”

“그만두지는 못하겠고 연예계에서 얼굴로 밥 벌어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아.”

그러면서 두 사람은 심심찮게 자기 근황에 관해 얘기했다.

비록 두 사람은 같은 업종이지만 카메라를 피하고자 단독으로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고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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