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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신주리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바로 전화를 꺼버리고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강유리가 술 마신 다음날 필름이 끊기는 버릇이 부러웠다.

‘나는 왜 그런 버릇이 없는 걸까?’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자 육경서가 먼저 침묵을 깨면서 활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다. 내가 방금 SNS에 올린 글 봤어?”

신주리가 놀라며 물었다.

“글 올렸어?”

“당연하지. 한번 봐봐.”

신주리는 어젯밤 부끄러운 장면이 자꾸 뇌리에 떠오르면서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기회를 타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짧디짧은 몇십 분 동안에 실시간 검색어가 더욱 풍성해졌다.

#육경서 열애 인정#

#육경서 신주리 대시#

이러한 검색어가 번듯하게 실시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육경서의 조금 전 대응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알 수 있었다.

신주리가 클릭해 보니 소속사의 공식 해명이 아닌 간단명료한 몇 마디 말로 영상에 대해 설명했다.

그 몇 마디 말을 보면서 신주리는 심지어 육경서의 진지한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신주리는 육경서의 글을 보면서 표정이 짐짓 엄숙해졌다.

만일 육경서가 진심이라면, 진지하게 그녀와 공개 연애를 하려 한다면 신주리도 이 사건을 단지 일로만 생각해 매니저와 소속사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하여 자신의 SNS를 열고 문자를 편집하고 있을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고 확인해 보니 육경서였다.

잠깐 멈칫하고 수락 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너머로 너무나도 익숙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봤어? 오빠 의리 있지? 대부분의 공격을 이 한 몸으로 막아 너의 고귀하고 냉철한 이미지를 지켜냈어.”

그 말에 신주리는 얼굴을 씰룩이더니 물었다.

“내 이미지를 지켜주기 위해서야?”

“당연하지. 아니면 무슨 이유일 것 같아?”

육경서가 되묻자 신주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오산이었다.

절대 육경서 이 바보한테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래. 이대로 다 끝내고 말자.’

어젯밤 술 마시고 필름이 끊긴 척하고 육경서를 목 졸라 죽이는 것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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