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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쳇, 급할 때만 오빠고 불리하면 전화기 꺼놓고 잠수타고. 누가 이딴 식으로 인간관계를 처리하라고 했어?”

릴리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워낙 철면피인 육경서는 전혀 변함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사정이 있어. 주리가 널 만나기 싫다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거역해? 그리고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총구를 밖으로 겨눠야지. 사적인 감정은 날 잡아서 풀도록...”

“헛소리 그만하고 무슨 일이야?”

입을 삐죽거리며 릴리가 물었다.

“주리 오피스텔 앞에 기자와 팬들로 꽉 찼어. 우리가 나타나지 않으면 절대 안 갈 것 같은데 네가 다른 곳으로 좀 유인해 봐.”

릴리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이내 전화를 끊고 문을 열고 나가려고 보니 익숙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신하균이 노크하려던 참이었다.

“왜요?”

릴리가 묻자 신하균이 답했다.

“주리 찾으러 가려고?”

릴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하균이 말했다.

“함께 가.”

검은색 SUV가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곧장 신주리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오피스텔 주차장 입구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출구를 물샐틈없이 막고 있었다.

차가 천천히 다가가면서 릴리는 밖에서 들려오는 격렬한 쟁론 소리를 들었다.

“몇 신데 아직도 안 나와? 아직 자고 있을까? 오늘 밖에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아니야. 육경서가 이미 대응했는데 숨길 게 뭐가 있어?”

“그렇겠지? 육경서의 성격대로라면 대범하게 승인했으면 인터뷰 따위를 겁내겠어?”

“비록 첫 기사는 아니지만 인터뷰만 따낼 수 있다면 가치가 있어.”

“양측 팬덤이 무너졌는데 탈덕이 거의 없는 것으로 봐서 아직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왜 아직도 안 나오지? 다른 곳으로 빠지지 않았을까?”

“아니야. 신주리 차가 아직 주차장에 있어. 주차장에도 동료가 지키고 있어.”

그 옆을 지나면서 릴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확신에 차 있는 그 사람을 보았다.

자그마한 키에 두 눈은 별처럼 빛났으면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잘 알고 있다고? 사생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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