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이 술에 취한 김솔을 끌고 차에 태워달라고 부탁했다.“김찬욱이와 고우신은 어데 갔어요?”신하균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뒤쪽을 바라보니 고우신의 차가 아직 있었다.김옥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우리를 안 데려다줄 걸 알잖아요. 그리고 우신 오빠는 릴리를 데려다주고 싶어 하는데 기회를 줄 수 있겠어요?”신하균은 묵묵부답이다.그는 김옥의 의도를 알 수 있지만 릴리를 대신해 결정할 수 없기에 고개를 숙이고 곁에 서 있는 릴리에게 낮은 소리로 의견을 물었다.“고우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그러자 릴리도 고개를 들면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절 바래다주고 싶어요?”신하균의 눈이 반짝이더니 이내 말했다.“당연하죠.”“그럼 기회를 하균 씨에게 줄게요.”이 말을 남기고 릴리가 먼저 신하균의 차에 올라타자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김옥에게 말했다.“미안해요. 김옥 씨, 차 불러서 바래다 드리라고 할게요.”“옥아. 집에 가면 안 돼. 큰아버지가 널 데리고 술 마시러 나온 걸 알면 또 한바탕 뭐라 하실 거야.”김솔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정색해서 당부했지만 말투를 들어서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김솔은 오늘 밤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그녀의 신분, 학력과 미모를 따지면 주위에 널린 게 흠모자이다. 김솔과 릴리의 연애관이 비슷해 쿨하고 내키는대로 했으며 좋으면 사귀고 싫증나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차이점이 뭐냐면 김솔은 항상 주도권을 자기가 잡고 있었고 먼저 싫증 나서 헤어지는 타입이다.이렇게 교만하고 아름다운, 거의 한번도 거절당해 보지 못했던 김솔이 처음으로 신하균에게 거절당했다.“전 낯선 사람이 바래다주는 걸 안 좋아해요. 도와주세요. 먼저 릴리를 바래다주고 우리를...”김옥은 단념하지 않고 릴리와 함께 타고 가더라도 신하균의 차를 타려고 애썼다.신하균이 고개를 돌려 차 안을 들여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면서 예의 바르게 철벽을 쳤다.“김옥 씨, 어떤 일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오늘 충분히
Last Updated : 2024-09-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