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1195 챕터

제1161화

릴리의 시선이 과일 접시를 훑고 지나더니 부득이하게 선택해야 한다면 딸기가 괜찮은 선택이었다.“괜찮아요. 그런데 수박이 더 낫지 않아요?”“수박은 너무 커요.”신하균이 낮은 소리로 완곡하게 거절했다.신주리의 눈이 다시 휘둥그레졌다.“욕심을 더 확실하게 드러내지 그래? 아예 블루베리로 해.”신주리가 비꼬는 말투로 툭 내뱉었지만 신하균은 전혀 미동이 없는 얼굴로 포기하지 않고 릴리에게 물었다.“블루베리는 안 될까요?”“딸기! 딸기로 해.”“...”손가락으로 새빨간 딸기를 집으려 할 때 릴리의 가슴이 방망이질하기 시작했다.솔직히 말해 릴리가 많은 남자 친구를 사귀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남자와 접촉해 본 적이 없었다.그것도 수많은 사람이 바라보는 앞에서 주동적으로 남자에게 다가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다짐하더니 눈을 감고 이로 딸기를 물고 신하균을 향해 다가갔다.남자의 눈빛이 아까보다 좀 더 깊어지면서 눈앞의 여자를 보니 딸기의 빛이 반사된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라있었다.빨간 입술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다가오는 모습이 상당히 유혹적이었다.신하균은 눈을 감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참으며 몸을 낮추더니 고개를 숙였다.상대방의 호흡소리가 들리자 릴리의 가슴이 당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신하균의 얼굴이 눈앞에서 점점 확대되더니 입술이 살짝 닿으면서 달콤한 딸기즙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입술이 닿을락 말락 했던 느낌이 마치 깃털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 듯했고 분명히 거의 아무 감촉이 없었지만 릴리는 온몸이 전기충격이라도 맞은 듯 굳어졌다.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방안이 시끌법적했기에 그 누구도 릴리의 표정이 일순 변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릴리는 오작동한 기계처럼 입안의 딸기를 잘근잘근 씹으니 달콤했다.처음 연애를 해서부터 릴리는 자신이 이성과의 신체접촉을 거부한다는 것을 알아챘다.키스가 그나마 유지 가능한 적정거리였는데 상대가 선을 넘으려 해서 헤어진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신하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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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김옥이 술에 취한 김솔을 끌고 차에 태워달라고 부탁했다.“김찬욱이와 고우신은 어데 갔어요?”신하균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뒤쪽을 바라보니 고우신의 차가 아직 있었다.김옥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우리를 안 데려다줄 걸 알잖아요. 그리고 우신 오빠는 릴리를 데려다주고 싶어 하는데 기회를 줄 수 있겠어요?”신하균은 묵묵부답이다.그는 김옥의 의도를 알 수 있지만 릴리를 대신해 결정할 수 없기에 고개를 숙이고 곁에 서 있는 릴리에게 낮은 소리로 의견을 물었다.“고우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그러자 릴리도 고개를 들면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절 바래다주고 싶어요?”신하균의 눈이 반짝이더니 이내 말했다.“당연하죠.”“그럼 기회를 하균 씨에게 줄게요.”이 말을 남기고 릴리가 먼저 신하균의 차에 올라타자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김옥에게 말했다.“미안해요. 김옥 씨, 차 불러서 바래다 드리라고 할게요.”“옥아. 집에 가면 안 돼. 큰아버지가 널 데리고 술 마시러 나온 걸 알면 또 한바탕 뭐라 하실 거야.”김솔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정색해서 당부했지만 말투를 들어서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김솔은 오늘 밤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그녀의 신분, 학력과 미모를 따지면 주위에 널린 게 흠모자이다. 김솔과 릴리의 연애관이 비슷해 쿨하고 내키는대로 했으며 좋으면 사귀고 싫증나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차이점이 뭐냐면 김솔은 항상 주도권을 자기가 잡고 있었고 먼저 싫증 나서 헤어지는 타입이다.이렇게 교만하고 아름다운, 거의 한번도 거절당해 보지 못했던 김솔이 처음으로 신하균에게 거절당했다.“전 낯선 사람이 바래다주는 걸 안 좋아해요. 도와주세요. 먼저 릴리를 바래다주고 우리를...”김옥은 단념하지 않고 릴리와 함께 타고 가더라도 신하균의 차를 타려고 애썼다.신하균이 고개를 돌려 차 안을 들여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면서 예의 바르게 철벽을 쳤다.“김옥 씨, 어떤 일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오늘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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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릴리와 신하균은 가지런히 뒷좌석에 앉아 사이에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고는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침묵한 채 릴리의 집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함께 차에서 내렸지만 릴리는 문을 열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신하균도 가지 않고 조용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도의 따뜻한 불빛이 두 사람의 몸으로 쏟아지면서 공기마저 아름다운 빛으로 도색되었다.릴리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하균 씨.”고개를 숙인 신하균이 대답했다.“네?”“오늘 제 생일이 아니에요.”그러자 신하균이 움찔하더니 어쩔 바를 몰라 했다,전에 경찰서에서 무의식중에 그녀의 신상정보를 본 적이 있는데 출생 일자가 바로 오늘이었다.신하균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릴리는 웃으며 설명했다.“저와 언니의 생일이 하루고 언니 결혼식 그날이에요. 전에 다른 이유가 있어 출생 신고를 늦게 했어요.”신하균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말했다.“다음에는 제대로 기억할게요.”“어릴 때부터 진짜 생일을 쇤 적이 거의 없어요. 엄마, 아빠가 하도 바빠서 저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지만 일 년에 한 번씩은 생일파티를 정기적으로 해줬어요.아마 신하균처럼 오늘이 생일인줄 로 아는가 보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여태까지의 생일 중에서 제일 행복한 생일이었다.전에 매번 생일파티를 할 때면 항상 불안했다.이런 시끌법적한 날에는 대개 대형 거래가 이뤄지거나 무언의 음모가 생성되는 날이라는 것을 릴리는 알고 있었다.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릴리가 절대 실수해서도 안 되는 날이기도 하다.항상 자기 머리통을 겨냥하고 있던 칼을 제거하고 다시는 그런 생일파티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러고 처음 맞는 생일이 언니의 결혼식이다 보니 파티를 할 겨를이 없었다.솔직하게 말해 형부가 언니를 위해 생일 선물을 준비할 때 릴리는 내심 부러웠다. 바로 며칠 전 릴리는 오늘 날짜를 기억하고는 진짜 생일을 다들 잊어버렸으니 이 생일은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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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빨갛게 달아오른 릴리의 얼굴을 보면서 신하균이 꽉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말하자마자 신하균은 작고 예쁜 얼굴이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긴장하지만 큰 결심을 내린 듯했다.신하균의 울대가 출렁이더니 릴리가 뭘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두 쌍의 눈이 서로 마주 보며 점점 가까워지더니 호흡마저 엉켜버렸고 릴리가 발꿈치를 들며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갖다 댔다.잠자리가 수면을 건드리듯이 아주 잠깐하고 이내 떨어졌다.너무 긴장한 탓에 릴리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고 예쁜 속눈썹이 부채처럼 신하균의 가슴을 살짝살짝 간지럽혀 미칠 것만 같았다.입술에 닿은 촉감이 마치 눈꽃이 살짝 내려앉은 뒤 느끼기도 전에 녹아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남자는 눈빛이 더욱 깊어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안아 자기 쪽으로 당기자 릴리가 다급하게 물었다.“뭐 하려고요?”릴리의 얼굴이 빨갛게 충혈되어 터질 것만 같았고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날렸지만 입만 살아있었다.“방금 과일 먹을 때 당신이 가까이 있어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길래 방금 다시 시도해 본 거예요. 오해하지 마요.”“그래요?”신하균은 허리를 굽히며 입술을 가까이하면서 물었다.“그럼 지금 확인됐나요? 불편해요?”코끝이 닿으면서 워낙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마치 불 위에 올려놓은 물고기처럼 좀 지나면 익어버릴 것 같았다.“괜...괜찮은 거 같아요.”릴리가 작은 소리로 답하자 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됐어요.”말이 끝나자마자 입술이 다시 다가오더니 이내 릴리의 입술에 포개졌다.방금 릴리의 테스트와는 달리 이번 키스는 깊이가 있었으며 서툴지만 억제된 느낌이었다. 알콜 냄새와 옅은 담배 냄새가 섞여 있어 머리가 흐리멍덩해졌다.시간이 일분일초 흐르면서 복도의 불이 꺼졌다.주위가 어두컴컴해지자 마치 다른 어떤 스위치도 꺼놓은처럼 정서와 오감이 더욱 확대되었다.남자의 힘 있는 두 손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으스러지게 잡고 품으로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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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눈앞에서 닫혀버린 문을 보면서 신하균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웃었다. 오늘 여자 친구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았고 그 어떤 모습도 사랑스럽고 예뻤다......집으로 들어간 릴리는 문 앞에 있는 강아지를 품에 안더니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걸음에 소파로 다가가 몸을 던졌다.강철의 앞발을 주무르면서 릴리는 참지 못해 강아지와 기쁨을 공유했다.“못난이 강철아. 이 공주님이 사랑에 빠진 것 같아.”강철은 릴리의 변태적인 모습에 놀랐는지 작은 소리로 콩콩 짖어댔다.“나를 축복해 주는 거야? 고마워. 내일 맛있는 거 사줄게. 소고기를 사야 하고 통졸임도 사야겠어. 너무 빨리 크지 마. 알겠어?”맛있는 것을 사준다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강아지의 두 눈이 반짝거리더니 다시 콩콩 짖어댔다.강아지와 한참 놀고 나서 릴리는 욕실로 향해 욕조에 따뜻한 물을 잔뜩 받아놓고 조용히 몸을 뉘웠다.따뜻한 물이 피로를 싹 씻어주면서 온몸의 모공이 활짝 열린 것만 같았다.릴리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방금 신하균이 키스하던 모습을 떠올렸다.깊은 두 눈이며, 살짝 잠긴 목소리며, 그때는 너무 긴장해 많은 것을 신경 쓰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호흡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조금 전에 겁내지 말고 아예 집으로 끌고 와 밤새 키스하면서 호흡소리를 들을 걸 그랬어.잘 자요가 뭐야?’릴리는 그가 오늘 저녁 자지 않기를 바랐다...찰싹하고 자기 뺨을 때리자 소리가 너무 커 깜짝 놀랐다.“방탕해졌어. 키스 한 번 한걸로 대체 무슨 더러운 생각을 하는 거야?”오늘 밤, 잠을 이루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번 연애는 느낌이 아주 미묘했고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신하균의 목소리뿐만 아니라고 함께 있으면서 그의 피부에 닿고 싶었다.전의 남자 친구처럼 목소리 외에는 불편했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한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옆에 놓인 핸드폰이 부르르 떨리는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급히 손을 뻗어 메시지를 보는 순간 주춤해졌다.강유리였다.[예쁜이 자?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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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릴리에 말에 강유리가 잠깐 침묵하더니 어이없는 말투로 말했다.“이렇게 말하면 내가 오늘 너한테 생일 축복을 보내지 않은 사람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해야겠어.”릴리는 무슨 뜻인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해마다 생일 때문에 하도 불만을 토로했기에 기억도 나지 않았다.“아빠가 오늘 아침 새벽 댓바람부터 너한테 전화하려고 하는 걸 네가 밤새웠을 것같으니까 좀 더 자게 두라고 말렸어. 그리고 이모도 점심에 네가 진짜로 오늘 생일 안 쇠냐고 나한테 물었어. 그리고 너의 주리 언니도 오늘 너 때문에 모임을 조직했지만 생일인 티를 안 내려고 했던 것뿐이야...”강유리는 릴리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시정해 주려고 급급히 설명했다.릴리는 멍하니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반문했다.“그런데 언니는 왜 날 위해 생일 선물을 준비했어?”강유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수화기 너머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육시준의 나른한 잠투정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유리보고 준비하라고 했어. 어떤 남자가 너한테 대시한다는 것을 알면서 우리가 아무 준비도 안 하면 네가 불만이 있을 것 같아서.”잠깐 멈추다가 육시준이 덧붙여 말했다.“그리고 우리 결혼식 때문에 다들 네 생일을 까먹었어. 오늘 보충해 줄게. 다른 문제또 있어?”싸늘한 목소리에 불쾌함이 섞여있었지만 뱉는 말은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릴리가 헤헤 웃더니 말했다.“아니요. 없어요.”“없으면 일찍 자. 잠이 안 오면 재워줄 사람을 찾던가. 지금 몇 시야? 내 마누라 찾지 마.”육시준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유리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형부 헛소리 듣지 마. 네 일이라면 언니는 언제든 시간이 있어.”릴리가 방긋 웃더니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빨리 자. 그러다 내일 못 일어나겠어.”엄격하고 규칙이 많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기에 1분만 늦게 일어나도 적어도 30분 단위로 훈계를 받아야 했다.강유리는 릴리의 뜻을 알아차리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괜찮아. 우리가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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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LOGO가 찍혀있는 상자를 꺼내보니 또 다른 물건이 들어있었다.금속 체인을 꺼내 보니 군번 목걸이였고 위에 신하균의 이름, 번호, 소속 부대 등 각종 내용이 찍혀있었다.그걸 보는 순간 릴리는 움찔하면서 얼굴빛이 굳어버렸다.릴리는 이 물건이 아주 익숙했고 이것 때문에 신하균이라는 재벌 2세를 주목하게 되었다.오늘 모임에서 신하균은 확실히 여느 재벌 2세와는 달랐고 그는 위험하지만 영광스러운 직업을 가지고 있다.금속 재질로 된 군번줄이 바로 그의 신분 상징이었고 임무 수행 중 혹시라도 희생될 시 빠르고 정확하게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릴리는 이 군번줄이 아주 무겁게 느껴졌고 따라서 마음도 무거워졌다...갑자기 핸드폰 액정이 반짝 빛나더니 신하균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자?]손에 군번줄을 들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엎드려 답장을 보냈다.[아직요.]그러자 이내 음성 통화가 걸려 왔고 릴리는 수락 버튼을 눌렀다.“아직 안 자고 뭐하고 있어?”“하균 씨도 안 자고 있잖아요.”릴리는 군패에 찍힌 이름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신하균은 기분이 좋은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재워주는 서비스가 필요해?”릴리는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방금 선물을 봤어요.”신하균이 잠깐 주춤하더니 물었다.“마음에 들어?”한참 생각을 굴리다가 릴리가 대답했다.“그럭저럭요. 그런데 하균 씨 말처럼 꼭 마음에 드는 느낌은 아니었어요.”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아무 말이 없었다.신하균은 릴리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릴리도 마찬가지로 신하균의 뜻을 알 수 없지만 혼자 추측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왜 이걸 선물했어요?”신하균이 물었다.“어떤 거?”“둘 다 궁금해요.”“그 목걸이는 네가 좋아한다길래 강유리를 부탁해 디자이너로부터 구입한 거야.”“네 맞아요. 좋아하는 디자인이에요. 그럼 다른 하나는요?”“...”신하균이 입을 열기도 전에 릴리는 군번줄을 들고 물었다.“이걸 왜 나한테 선물했어요? 한편으로는 나에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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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신하균의 말에 릴리는 군번줄을 손으로 꼭 움켜주고 눈까풀을 파르르 떨더니 손톱으로 연청색 침대 시트를 후벼파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누군 첫 키스가 아닌 줄 알아요? 그게 그렇게 대단해요?”비록 릴리의 겉모습은 날라리이지만 일단 관계를 확정하면 자기처럼 일편단심일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일은 썩 전의 일이었다.사실 신하균은 릴리가 선물을 거절할까 봐 내심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는 겨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기분이 좋아진 신하균은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 그럼 우리 끝까지 가는 거지?”그러자 릴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볼멘소리로 말했다.“쳇, 이렇게 중요한 일을,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전화로 대충 얼버무리면 끝이에요?”“아니. 전부터 말하고 싶었어. 그런데너무 갑작스럽게 행운이 찾아오는 바람에 까맣게 잊고 있었어.”신하균의 말에 릴리는 방금 집 앞에서의 키스가 떠오르면서 얼굴이 화끈거렸졌지만 입으로는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하균 씨가 심지가 별로 굳지 않네요. 만일 적군이 미인계로 유혹하면 수행해야 할 임무를 깡그리 잊어버리는 거 아닌가요?”“아니야. 너한테만 그래.”신하균이 낮은 소리로 릴리의 말을 시정했다.그러자 얼굴이 더욱 화끈거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뭐라고 말하려던 참에 신하균이 이어서 말했다.“혹시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면 지금 문 열어. 얼굴 보면서 정중하게 물을게.”그 말에 릴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아직 안 갔어요?”신하균이 “어”하고 대답하더니 이어서 말했다.“잠깐 정신을 잃다 보니 할 말을 다 못했어.”릴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래서 안 갔다고요?”신하균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릴리는 아무 말 없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침실 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머뭇거리더니 큰 결심을 내렸는지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며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늦었어요. 빨리 집에 가요.”신하균이 잠깐 침묵하더니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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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신하균의‘자기’라는 호칭이 엄청난 힘으로 릴리의 영혼을 가격했다.전에 전 남자 친구로부터 예쁜이, 아기야, 내 사랑 등등의 호칭을 들었어도 이 정도로 가슴이 설렌 적이 없었다.이것이 바로 목소리의 힘이 아닌가 싶으면서 혼이 빠져나간 것만 같았다.“잘 자요.”신하균에게 굿나잇을 고했지만 릴리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전혀 잠들 수가 없었다.행복과 부끄러움과 설레임 등등이 섞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하여 끝내는 주체하지 못하고 모멘트에 [생일 축하가 비록 늦게 도착했지만 나도 해마다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라는 글귀를 적고 목걸이를 착용하고 찍은 셀카를 한 장 올렸다.모멘트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밤낮이 바뀐 야행성 동물이고 특히 절친들은 이 글귀를 보자마자 난리법석을 떨면서 또 연애를 시작했냐고 문자를 보내왔다.거의 날이 밝을 때까지 카톡으로 수다를 떨다 드디어 진정하고 잠이 들려고 할 때 핸드폰이 반짝이더니 메시지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신주리: [우리 오빠가 준 선물이야?]신주리: [진짜로 사귀기로 했어?]신주리: [우리 오빠가 널 꼬신 거 아니지? 너 그새를 못 참고 넘어갔어? 너 왜 이렇게 물러터졌어? 더 지켜보겠다고 했잖아?]신주리: [우리 오빠가 갑자기 미쳤는지 하필 왜 어제 네 생일을 축하해주는지 모르겠어. 너무 신경 쓰지 마. 신하균이 뭘 알겠어? 이것 때문에 속상해하고 그러지 마.”신주리: [그런데 너 어제 보니 신하균을 싫어하는 것 같지 않던데 허락했어? 너 미쳤어?]신주리: [신하균은 네 진짜 생일도 몰라.]신주리: [신하균이 무슨 자격으로 너와 생일을 함께 하겠대? 네가 아까워.]썰물처럼 쏟아져나오는 메시지에 릴리는 머리가 뗑해지면서 하루 종일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 처럼 오르락내리락했기에 더 안 자면 힘들어 죽어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문자가 쏟아져나오는 기세로 봐서는 릴리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으면 신주리가 조급해서 죽어버릴 것이다. 둘 중 한 사람이 죽어야 한다면 자기가 아닌 절친이 죽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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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이튿날 릴리는 끝내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떠보니 이미 점심시간이었다.핸드폰을 켜니 수많은 문자가 들어와 있었고 대부분 어젯밤 모멘트에 관한 것이었다. 어젯밤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오늘 아침에 보고 릴리에게 영문을 물었다.그중 신하균의 문자도 들어있었다.신하균은 릴리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줄 알고 임 비서에게 연락을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11시 반에 아침 식사가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그런데 신주리의 문자는 없었다. 맨발로 바닥을 밟으며 구름 위를 걷듯이 사뿐사뿐 문 앞에 와보니 정교하게 포장된 배달 봉투가 보였다.연애하는 느낌이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었다...배달 봉투를 들고 들어오면서 신하균에게 전화하니 바쁘지 않은지 바로 받았다.“여보세요?”신하균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면서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손에 들린 배달 봉투를 보면서 웃는 얼굴로 물었다.“하균 씨가 보낸 거예요?”그러자 신하균이 대답했다.“어. 아직 따뜻해?”릴리는 핸드폰을 스피커 모드로 전환해 테이블에 놓고는 봉투를 열고 손등으로 살짝 배달 용기에 대 보았다.“네. 따뜻해요.”“그럼 됐어.”두 사람 모두 말이 없다가 릴리가 물었다.“주리 언니가 하균 씨한테 전화하지 않았어요?”신주리가 릴리에게 문자를 안 한 것이 이상했고 그렇다면 당사자에게 확인했을 게 뻔하다. 그리고 신하균은 릴리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것이란걸 잘 알고 있었다.“어. 나한테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나중에 천천히 설명할 거야.”신하균이 낮은 소리로 말하다가 갑자기 시정했다.“자기와 주리가 나이가 비슷한데 언니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그러자 릴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말했다.“주리 언니가 언니 친구이기에 언니라고 부르는 게 습관 됐어요.”그러자 신하균이 말했다.“나중에 주리가 자기를 언니라고 불러야 할 텐데 그러면 호칭이 이상해져.”그러자 릴리는 젓가락질을 멈추더니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면서 낮은 소리로 신하균을 나무랐다.“뻔뻔하긴.”그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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