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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신하균의 말에 릴리는 군번줄을 손으로 꼭 움켜주고 눈까풀을 파르르 떨더니 손톱으로 연청색 침대 시트를 후벼파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누군 첫 키스가 아닌 줄 알아요? 그게 그렇게 대단해요?”

비록 릴리의 겉모습은 날라리이지만 일단 관계를 확정하면 자기처럼 일편단심일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일은 썩 전의 일이었다.

사실 신하균은 릴리가 선물을 거절할까 봐 내심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는 겨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진 신하균은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그럼 우리 끝까지 가는 거지?”

그러자 릴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볼멘소리로 말했다.

“쳇, 이렇게 중요한 일을,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전화로 대충 얼버무리면 끝이에요?”

“아니. 전부터 말하고 싶었어. 그런데너무 갑작스럽게 행운이 찾아오는 바람에 까맣게 잊고 있었어.”

신하균의 말에 릴리는 방금 집 앞에서의 키스가 떠오르면서 얼굴이 화끈거렸졌지만 입으로는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하균 씨가 심지가 별로 굳지 않네요. 만일 적군이 미인계로 유혹하면 수행해야 할 임무를 깡그리 잊어버리는 거 아닌가요?”

“아니야. 너한테만 그래.”

신하균이 낮은 소리로 릴리의 말을 시정했다.

그러자 얼굴이 더욱 화끈거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뭐라고 말하려던 참에 신하균이 이어서 말했다.

“혹시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면 지금 문 열어. 얼굴 보면서 정중하게 물을게.”

그 말에 릴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

“아직 안 갔어요?”

신하균이 “어”하고 대답하더니 이어서 말했다.

“잠깐 정신을 잃다 보니 할 말을 다 못했어.”

릴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안 갔다고요?”

신하균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릴리는 아무 말 없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침실 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머뭇거리더니 큰 결심을 내렸는지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며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

“늦었어요. 빨리 집에 가요.”

신하균이 잠깐 침묵하더니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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