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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하여 오늘 만남은 사실 무의미해진 것이다...

릴리는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리 밝고 총명한 릴리에 대해 심수정은 아주 만족했고 대신 고주경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상대가 잘못을 승인하는 태도가 좋다고 해서 용서하는 것은 자신에 대해 공평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생활 환경이 비록 열악했지만 부모님은 절대 억울함을 당하게는 하지 않았기에 스스로 자신을 바보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심수정은 릴리의 표정을 살피면서 뭔가 말하려다 주춤하더니 끝내는 입을 열었다.

“너에게 상처를 준 건 내가 주경이 대신 사과할게. 네가 무슨 보상이 필요한지 말만 해. 심씨 가문에서 다 만족시켜 줄게.”

그러자 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큰 피해를 본 건 없으니까요.”

이미 복수를 했기에 보상받을 필요가 없었다.

“며칠 뒤에 주경이 데리고 해외에 가서 바람 좀 쐬다 올까 해.”

심수경이 무의식적으로 한 말인 것 같지만 릴리를 테스트해 보려는 뜻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자 릴리는 잠깐 주춤하더니 이내 심수정의 뜻을 알아차렸다.

‘내가 고주경을 죽이기라도 할까 봐?’

심수정이 한사코 배상하겠다고 했지만 릴리가 거절했기에 용서는 못 해주더라도 죽이지는 말라는 뜻인 것 같았다.

그말에 릴리는 웃으며 말했다.

“수정 이모, 제가 그렇게 무정하고 잔인한 사람이 아니에요. 누가 제 뺨을 때리면 저도 한대 갚아주면 끝이에요. 이후에 절 건드리지 않으면 저도 절대 안 건드려요.”

심씨 가문에서 아직 외손녀를 포기하지 않는 한 고주경과 김씨 가문의 혼약은 단지 형식뿐이다.

결혼식을 올린다고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소문이 좋지 않을 뿐이다.

심씨 가문에서 고주경을 해외로 피신시켰다가 소문이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와 이혼하기만 한다면 별로 손해 보는 일도 아니었다.

릴리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고주경을 핍박해 죽음에 달하게 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럼 시름 놨어. 그렇다면 너희 부모님 측에 번거롭겠지만 대신 설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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