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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괜찮아. 나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어.”

인사치레인 것 알지만 릴리는 더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심수정의 맞은편에 앉았다.

심수정의 시선이 그녀를 위해 의자를 빼주는 신하균의 얼굴에 멈추는 것을 보고 릴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소개했다.

“제 남자 친구예요. 알고 계시죠? 저번처럼 고씨 가문에 갔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한사코 따라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과시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사실 저번 사건을 거론하기 위해서이다.

만일 상대가 기본적인 사리 분별이 되는 사람이라면 절대 도덕적인 잣대로 자신에게 몰염치하게 용서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릴리는 거절에 강하지 못했다.

그 말을 들은 심수정은 흠칫했지만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고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고씨 가문과 상관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자 릴리는 바로 자신이 오해했음을 느꼈다.

“죄송해요. 제가 심했어요. 수정 이모, 화 안 내실 거죠?”

릴리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대범하게 자신의 실수를 승인하면서 심수정에게 당근과 채찍을 고루 선물했다.

릴리의 ‘수정 이모’라는 호칭은 심수정이 고씨 가족의 신분을 떠나 그녀를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자 심수정의 미소가 짙어지면서 말했다.

“이모가 너하고 화낼 입장이 아니란 걸 잘 알잖아."

릴리는 웃으며 심수정의 말에 동의했다.

심수정이 오늘 만나자고 했을 때 고주경 때문인 줄 알았다.

약정된 결혼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데 인터넷에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소문이 진실이 되기때문에 그때 되면 고주경은 곤혹을 치를 게 뻔하다.

하지만 심수정은 아무 일 없는 듯이 릴리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일은 힘들지 않은지, 국내 생활에 적응되는지, 엄마의 병세는 어떠한지 등등의 쓸데없는 일상대화를 나눴다.

릴리는 속으로 놀랬지만 내색하지 않고 어른의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묻는 말에 진심으로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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