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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더니 심수정은 잠깐 머뭇거리다 이내 웃으며 말했다.

“어떻듯 간에 주경이 살려줘서 고마워. 심씨 가문의 명의로 약속하는데 주경과 우신이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고씨 가문은... 마음대로 해.”

릴리는 눈썹을 찡긋하더니 심수정의 ‘마음대로’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 “네”하고 대답했다.

“아 맞다. 우신이가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건 내가 장담 못하겠지만 적어도 너에게 악의는 없을 거야.”

고우신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고 아직 오누이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릴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쳐다만 보았다.

땅거미가 지더니 불빛이 화려하게 빛났다.

서울의 야경은 일품이었다.

식당에서 나와 릴리는 가슴이 답답하다며 산책하자고 제의했고 두 사람은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간혹 불어오는 밤바람이 몰고 오는 서늘함을 만끽했다.

고요한 밤거리에 하이힐이 바닥을 밟는 또각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발 괜찮아?”

따뜻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보니 신하균의 시선이 발에 꽂혀있었다.

“괜찮아요.”

말이 끝나기 바쁘게 릴리는 살짝 패인 웅덩이를 밟으면서 몸이 기우뚱하자 이내 힘 있는 팔이 뻗어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면서 품으로 당겼다.

고개를 드니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고 따뜻한 가로등 불빛이 그의 몸을 비추면서 뚜렷한 오관이 흐릿하게 보였다.

릴리는 당황하며 이내 몸을 바로 하면서 말했다.

“발은 괜찮은데 길이 별로 안 좋네요.”

“저쪽에서 쉬다 갈까?”

“그래요.”

강변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물었고 네온사인이 수면위로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번화하면서도 고요한 느낌이 들었으며 바람에 따라 수면위로 오색찬란한 물결이 찰랑이었다.

릴리가 의자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자 옆에 서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의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한 손으로 그녀의 발목을 잡고 한 손으로는 하이힐을 벗겼다.

그러자 릴리는 깜짝 놀라면서 순간 발을 빼려고 했다.

“뭐…”

“가만히 있어.”

남자는 낮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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