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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여보세요?”

“아빠, 요즘 바쁘세요? 아빠 예쁜 딸 안 보고 싶어요?”

릴리의 끈적하고 애교 듬뿍한 목소리에 바론 공작은 바로 침묵해버리고 엄숙한 표정으로 계단으로 올라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고개 돌려 또 다른 예쁜 딸한테 진지하게 물었다.

“네 동생이 요즘 혹시 사고 쳤어?”

“아니요.”

한창 육시준에게 내일 말 타러 가자고 칭얼거리던 중에 바론 공작의 목소리가 들려와 강유리는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왜요? 왜 그러세요?”

바론 공작은 그제야 덜컥 내려앉은 가슴을 다소 진정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쌀쌀하게 물었다.

“요즘 바빠. 무슨 일로 전화했어?”

그러자 릴리는 속상한 척하며 말했다.

“이렇게 확연하게 편애하실 건가요? 방금 언니한테 말씀하시는 말투와 저한테 하시는 말투를 비교해 보세요.”

“내가 어떤 말투로 너한테 말해야 하는지 너 모르겠어? 쓸데없이 애교 부릴 때에는 꼭 무슨 꿍꿍이가 있어.”

릴리는 눈썹을 움찔거리면서 어이없는 듯 말했다.

“아버지 요즘 변하셨어요. 어떻게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어요?”

“이게 언어의 예술이야. 강단 명료하잖아. 난 괜찮다고 생각해.”

그러고 나서 이내 릴리의 목적이 불순하다고 생각해 다그쳐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해. 이 시간이 지나면 안 들어줄 거야.”

이 계집애는 겉보기에는 애교가 많은 것 같지만 제 언니처럼 뼛속까지 차가운 사람이다.

공식적인 일이 없으면 절대 먼저 전화하지 않을 것이다.

릴리는 아버지의 가슴 속에 남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아주 송구스럽게 생각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바론 공작은 잠깐 침묵하더니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

“내일 사람을 보내 네가 저지른 사단을 정리할 테니 짐 싸서 돌아와. 전용기가 점심쯤에 도착할 거야.”

갑자기 들려온 엄숙한 목소리에 릴리는 그제야 바론 공작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바론 공작은 릴리가 속상한 일이 있어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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