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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빨갛게 달아오른 릴리의 얼굴을 보면서 신하균이 꽉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말하자마자 신하균은 작고 예쁜 얼굴이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긴장하지만 큰 결심을 내린 듯했다.

신하균의 울대가 출렁이더니 릴리가 뭘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두 쌍의 눈이 서로 마주 보며 점점 가까워지더니 호흡마저 엉켜버렸고 릴리가 발꿈치를 들며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갖다 댔다.

잠자리가 수면을 건드리듯이 아주 잠깐하고 이내 떨어졌다.

너무 긴장한 탓에 릴리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고 예쁜 속눈썹이 부채처럼 신하균의 가슴을 살짝살짝 간지럽혀 미칠 것만 같았다.

입술에 닿은 촉감이 마치 눈꽃이 살짝 내려앉은 뒤 느끼기도 전에 녹아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남자는 눈빛이 더욱 깊어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안아 자기 쪽으로 당기자 릴리가 다급하게 물었다.

“뭐 하려고요?”

릴리의 얼굴이 빨갛게 충혈되어 터질 것만 같았고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날렸지만 입만 살아있었다.

“방금 과일 먹을 때 당신이 가까이 있어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길래 방금 다시 시도해 본 거예요. 오해하지 마요.”

“그래요?”

신하균은 허리를 굽히며 입술을 가까이하면서 물었다.

“그럼 지금 확인됐나요? 불편해요?”

코끝이 닿으면서 워낙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마치 불 위에 올려놓은 물고기처럼 좀 지나면 익어버릴 것 같았다.

“괜...괜찮은 거 같아요.”

릴리가 작은 소리로 답하자 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됐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입술이 다시 다가오더니 이내 릴리의 입술에 포개졌다.

방금 릴리의 테스트와는 달리 이번 키스는 깊이가 있었으며 서툴지만 억제된 느낌이었다. 알콜 냄새와 옅은 담배 냄새가 섞여 있어 머리가 흐리멍덩해졌다.

시간이 일분일초 흐르면서 복도의 불이 꺼졌다.

주위가 어두컴컴해지자 마치 다른 어떤 스위치도 꺼놓은처럼 정서와 오감이 더욱 확대되었다.

남자의 힘 있는 두 손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으스러지게 잡고 품으로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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