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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릴리와 신하균은 가지런히 뒷좌석에 앉아 사이에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고는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한 채 릴리의 집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함께 차에서 내렸지만 릴리는 문을 열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신하균도 가지 않고 조용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복도의 따뜻한 불빛이 두 사람의 몸으로 쏟아지면서 공기마저 아름다운 빛으로 도색되었다.

릴리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균 씨.”

고개를 숙인 신하균이 대답했다.

“네?”

“오늘 제 생일이 아니에요.”

그러자 신하균이 움찔하더니 어쩔 바를 몰라 했다,

전에 경찰서에서 무의식중에 그녀의 신상정보를 본 적이 있는데 출생 일자가 바로 오늘이었다.

신하균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릴리는 웃으며 설명했다.

“저와 언니의 생일이 하루고 언니 결혼식 그날이에요. 전에 다른 이유가 있어 출생 신고를 늦게 했어요.”

신하균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말했다.

“다음에는 제대로 기억할게요.”

“어릴 때부터 진짜 생일을 쇤 적이 거의 없어요. 엄마, 아빠가 하도 바빠서 저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지만 일 년에 한 번씩은 생일파티를 정기적으로 해줬어요.

아마 신하균처럼 오늘이 생일인줄 로 아는가 보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여태까지의 생일 중에서 제일 행복한 생일이었다.

전에 매번 생일파티를 할 때면 항상 불안했다.

이런 시끌법적한 날에는 대개 대형 거래가 이뤄지거나 무언의 음모가 생성되는 날이라는 것을 릴리는 알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릴리가 절대 실수해서도 안 되는 날이기도 하다.

항상 자기 머리통을 겨냥하고 있던 칼을 제거하고 다시는 그런 생일파티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러고 처음 맞는 생일이 언니의 결혼식이다 보니 파티를 할 겨를이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 형부가 언니를 위해 생일 선물을 준비할 때 릴리는 내심 부러웠다.

바로 며칠 전 릴리는 오늘 날짜를 기억하고는 진짜 생일을 다들 잊어버렸으니 이 생일은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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