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1171 - Chapter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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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1화

반나절이나 회사를 땡땡이쳤지만 아무 일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하지만 릴리가 책임진 협력 건은 직접 결정해야 했다...“분부에 따라 대외로 소문을 발설했고 현재 신안 그룹과 대헌 그룹이 조운 그룹의 빈자리를 서로 다투고 있어요. 다른 기업에서도 연락이 오는 것을 봐서는 효과가 괜찮은 듯싶어요. 하지만 실력을 따지면 신안 그룹과 대헌 그룹이 제일 강하고 이 중에서도 대헌 그룹이 좀 더 강하지 아닐까 싶어요.”이윤을 최대치로 낮췄기에 자선사업이라고 해도 과분하지 않았다.양율이 잠깐 숨을 돌리더니 이어서 말했다.“두 그룹을 서로 경쟁시켜 그중에서 더 우수한 그룹을 선택하시려는 건가요? 대헌 그룹에서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줬기에 더는 양보 못할 거예요.릴리는 대헌 그룹의 계약서를 대충 훑어보면서 말했다.“당연하죠. 제가 협력업체를 괴롭히려는 건 아니에요.”양율이 의아한 눈빛으로 릴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말했다.“맞다. 한 기업이 더 있어요.”그러더니 이미 준비한 서류를 건네주자 릴리는 서류봉투에 시선을 고정하고 손을 뻗어 받았다.“제가 알기로는 이 기업은 심씨 가문의 대폭 지지를 받고 있으며 최고 주주가 심씨 가문의 절반 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적극적으로 기업을 소개하는 양율의 목소리에는 암시의 뜻이 다분했다.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계약 조건을 훑어보니 대헌 그룹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어 있었다.대헌 그룹이 자선 사업이라면 이 기업의 계약 조건은 적자라고 볼 수 있다.릴리는 혀를 끌끌 차면서 감개무량한듯 말했다.“심수정이 딸을 위해서 큰 결심을 한 듯 싶네요.”그러자 양율은 흠칫 놀라면서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릴리가 심씨 가문의 성의를 알아채지 못할까 봐 귀띔하려던 찰나에 이미 알고 있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충고만 한마디 했다.“신안 그룹에서 제시한 조건도 상당히 성의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이 두 기업과 비교하면 살짝 뒤처지는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신안 그룹은 고성이 제일 힘들 때 도와줬기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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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릴리는 단지 김씨 가문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생각뿐이었는데 신안 그룹에서 갑자기 계약서를 보내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여 계획은 계획대로 추진하고 릴리가 말했듯이 이제 와서 신안 그룹을 선택하는 건 김씨 가문에 복수도 할 겸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성은 지금 신안과 어깨를 나란히 한 파트너이고 신안에 의지해야 하는 약체가 아니다.양율의 얼굴은 탄복한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릴리의 복수심과 집행력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김씨 가문을 이렇게 조롱하면 고성이 나중에는 완전히 배제당하지 않을까요?”그러자 릴리가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김씨 가문 전체가 아니라 절반이겠죠? 나머지 절반은 김서준이 맡고 있으니 도리어 협력할 기회가 더 많아지겠죠? 적수의 적수는 친구잖아요.”양율은 릴리에 대해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복수를 하는 한편 계획을 전혀 차질 없이 집행하려면 대단한 안목과 지혜가 필요했다.겉으로 보기에는 릴리가 마음대로 행동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척 해도 집행력은 장난이 아니었다.“조금 전 제가 질의해서 죄송해요.”양율은 진심으로 말했고 전에 배신사건이 있을 때보다 더욱 릴리를 탄복했다.그러자 릴리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양 비서님만 저를 질의하는 게 아니에요.”유능한 비서는 그녀의 팔과도 같은 존재이고 신임할 수 있는 비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었다. 이제 임강준이 가고 나면 양율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야 하기에 그의 마음속에 황당무계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고 더욱이 겉으로만 복종하는 척 하면 안 되기에 가능한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했다. 하지만 양율은 릴리에 대해 탄복하는 동시에 그녀의 처지가 더욱 걱정되었다.“그럼 심씨 가문에서 보내온 계약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시겠어요? 심씨 가문이 서울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등 돌리면 우리한테 불리하지 않을까요.”“전혀요. 누군 뭐 영향력이 있는 부모가 없는 줄 알아요? 그들은 애초에 나와 등 돌리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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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눈앞에서 점차 확대되는 잘생긴 얼굴과 코끝에서 맴도는 남자의 익숙하고도 생소한 체취 때문에 릴리는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수가 빨라짐을 느꼈고 목소리도 모깃소리로 변했다.“립스틱 지워져요. 조금 있다 약속이 있어서 ㅋ...”‘키스’라는 단어를 말하기도 전에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가 채워지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숙이고 몸에 고정된 안전벨트를 보면서 순간 멍해 있었다.“방금 뭐라 했어?”한쪽 팔로 몸을 지탱하고 있던 신하균의 웃는 얼굴이 릴리 바로 코앞에 고정되더니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릴리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만일 그녀가 조금만 과감하게 행동했더라면 신하균의 사랑이 듬뿍 담긴 눈빛을 봤을 것이다. 릴리는 우물거리며 대답했다.“아니에요. 립스틱을 안 가져온 것 같다고요.”그러자 신하균은 큰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두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우물같이 깊은 두눈이 릴리의 얼굴을 천천히 훑으면서 입술에 고정되더니 뜨거운 기운을 뿜으며 말했다.“지금도 예뻐. 필요 없어.”릴리는 파들거리는 두 눈을 들어 신하균의 두 눈을 바라보자 눈동자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았다.부끄럽고 쑥스러워 허둥대는 표정이었다.예쁘고 맑은 두 눈이며 딸기 같은 입술이며 살짝 고개를 쳐든 모습은 마치 그 누가 꺾어가기를 기다리는 꽃망울과도 같았다.릴리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가슴이 팔랑거리더니 입가까지 나온 말을 꿀꺽 삼켰다.“지금은 필요 없겠지만 나중에는요?”남자의 두 눈이 어두워지면서 울대가 꿀렁이더니 고개를 낮춰 릴리를 한참 쳐다보다가 결국은 운전석으로 돌아가 자동차 엔진을 틀었다.신하균의 뜨거운 입김이 사라지자 그제야 숨통이 확 트이는 동시에 살짝 실망했다.‘분명히 암시했는데 뒤따른 행동이 없다고? 벌써 식었나?’고개를 돌려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조수석의 햇빛 가리개를 내려 거울을 보면서 자기 얼굴을 요리조리 살폈다.흐트러짐 없는 화장과 예쁜 오관이 그대로 있었다.‘아주 완벽한데 왜? 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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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괜찮아. 나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어.”인사치레인 것 알지만 릴리는 더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심수정의 맞은편에 앉았다.심수정의 시선이 그녀를 위해 의자를 빼주는 신하균의 얼굴에 멈추는 것을 보고 릴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소개했다.“제 남자 친구예요. 알고 계시죠? 저번처럼 고씨 가문에 갔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한사코 따라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과시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사실 저번 사건을 거론하기 위해서이다. 만일 상대가 기본적인 사리 분별이 되는 사람이라면 절대 도덕적인 잣대로 자신에게 몰염치하게 용서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릴리는 거절에 강하지 못했다. 그 말을 들은 심수정은 흠칫했지만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고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고씨 가문과 상관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그러자 릴리는 바로 자신이 오해했음을 느꼈다.“죄송해요. 제가 심했어요. 수정 이모, 화 안 내실 거죠?”릴리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대범하게 자신의 실수를 승인하면서 심수정에게 당근과 채찍을 고루 선물했다.릴리의 ‘수정 이모’라는 호칭은 심수정이 고씨 가족의 신분을 떠나 그녀를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러자 심수정의 미소가 짙어지면서 말했다.“이모가 너하고 화낼 입장이 아니란 걸 잘 알잖아."릴리는 웃으며 심수정의 말에 동의했다. 심수정이 오늘 만나자고 했을 때 고주경 때문인 줄 알았다. 약정된 결혼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데 인터넷에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소문이 진실이 되기때문에 그때 되면 고주경은 곤혹을 치를 게 뻔하다.하지만 심수정은 아무 일 없는 듯이 릴리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일은 힘들지 않은지, 국내 생활에 적응되는지, 엄마의 병세는 어떠한지 등등의 쓸데없는 일상대화를 나눴다. 릴리는 속으로 놀랬지만 내색하지 않고 어른의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묻는 말에 진심으로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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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하여 오늘 만남은 사실 무의미해진 것이다...릴리는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리 밝고 총명한 릴리에 대해 심수정은 아주 만족했고 대신 고주경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상대가 잘못을 승인하는 태도가 좋다고 해서 용서하는 것은 자신에 대해 공평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생활 환경이 비록 열악했지만 부모님은 절대 억울함을 당하게는 하지 않았기에 스스로 자신을 바보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심수정은 릴리의 표정을 살피면서 뭔가 말하려다 주춤하더니 끝내는 입을 열었다.“너에게 상처를 준 건 내가 주경이 대신 사과할게. 네가 무슨 보상이 필요한지 말만 해. 심씨 가문에서 다 만족시켜 줄게.”그러자 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제가 큰 피해를 본 건 없으니까요.”이미 복수를 했기에 보상받을 필요가 없었다.“며칠 뒤에 주경이 데리고 해외에 가서 바람 좀 쐬다 올까 해.”심수경이 무의식적으로 한 말인 것 같지만 릴리를 테스트해 보려는 뜻이 없지 않아 있었다.그러자 릴리는 잠깐 주춤하더니 이내 심수정의 뜻을 알아차렸다.‘내가 고주경을 죽이기라도 할까 봐?’심수정이 한사코 배상하겠다고 했지만 릴리가 거절했기에 용서는 못 해주더라도 죽이지는 말라는 뜻인 것 같았다. 그말에 릴리는 웃으며 말했다.“수정 이모, 제가 그렇게 무정하고 잔인한 사람이 아니에요. 누가 제 뺨을 때리면 저도 한대 갚아주면 끝이에요. 이후에 절 건드리지 않으면 저도 절대 안 건드려요.”심씨 가문에서 아직 외손녀를 포기하지 않는 한 고주경과 김씨 가문의 혼약은 단지 형식뿐이다. 결혼식을 올린다고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소문이 좋지 않을 뿐이다. 심씨 가문에서 고주경을 해외로 피신시켰다가 소문이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와 이혼하기만 한다면 별로 손해 보는 일도 아니었다.릴리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고주경을 핍박해 죽음에 달하게 하려는 생각은 없었다.“그럼 시름 놨어. 그렇다면 너희 부모님 측에 번거롭겠지만 대신 설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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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그러더니 심수정은 잠깐 머뭇거리다 이내 웃으며 말했다.“어떻듯 간에 주경이 살려줘서 고마워. 심씨 가문의 명의로 약속하는데 주경과 우신이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고씨 가문은... 마음대로 해.”릴리는 눈썹을 찡긋하더니 심수정의 ‘마음대로’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 “네”하고 대답했다.“아 맞다. 우신이가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건 내가 장담 못하겠지만 적어도 너에게 악의는 없을 거야.”고우신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고 아직 오누이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릴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쳐다만 보았다.땅거미가 지더니 불빛이 화려하게 빛났다. 서울의 야경은 일품이었다. 식당에서 나와 릴리는 가슴이 답답하다며 산책하자고 제의했고 두 사람은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간혹 불어오는 밤바람이 몰고 오는 서늘함을 만끽했다.고요한 밤거리에 하이힐이 바닥을 밟는 또각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발 괜찮아?”따뜻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보니 신하균의 시선이 발에 꽂혀있었다.“괜찮아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릴리는 살짝 패인 웅덩이를 밟으면서 몸이 기우뚱하자 이내 힘 있는 팔이 뻗어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면서 품으로 당겼다. 고개를 드니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고 따뜻한 가로등 불빛이 그의 몸을 비추면서 뚜렷한 오관이 흐릿하게 보였다. 릴리는 당황하며 이내 몸을 바로 하면서 말했다.“발은 괜찮은데 길이 별로 안 좋네요.”“저쪽에서 쉬다 갈까?”“그래요.”강변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물었고 네온사인이 수면위로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번화하면서도 고요한 느낌이 들었으며 바람에 따라 수면위로 오색찬란한 물결이 찰랑이었다.릴리가 의자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자 옆에 서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의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한 손으로 그녀의 발목을 잡고 한 손으로는 하이힐을 벗겼다.그러자 릴리는 깜짝 놀라면서 순간 발을 빼려고 했다.“뭐…”“가만히 있어.”남자는 낮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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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겨우 우세를 차지한 릴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쑥스러움을 뒤로 한 채 연이어 물었다.“맞나요? 언제부터 내 매력에 반한 거죠?”그래도 신하균은 얇은 입술을 꾹 닫은 채 아무 말이 없었다.릴리는 히히 웃으며 손바닥으로 의자를 짚고는 두 발을 흔들거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전에 주리 언니가 하균 씨가 부모님의 결혼 독촉 때문에 대충 목표를 나로 정했다는데 지금 봐서는 하균 씨를 잘 모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 신 팀장님이 시크하면서도 얼마나 끼가 많다고요. 일찍부터 나한테 반했을지도 모르잖아요.”“어. 맞아.”신하균이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찬성했다. 그러자 릴리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맞다고요? 진짜예요? 그게 언제예요?”신하균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쑥스러운지 다른 말로 화제를 바꿨다. “이젠 가야 하지 않겠어? 강철이 아직 산책시키지 않았잖아?”“맞아요. 빨리 가요. 우리 강철 씨가 이 공주님이 무지 보고 싶을 거예요.”말하면서 릴리를 허리를 숙여 다시 하이힐을 신으려고 하자 신하균이 신발을 집어 들고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다른 팔로 무릎 뒤를 감싸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왜요?”릴리는 깜짝 놀라면서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안더니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귓가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빨리 가자.”아무리 직진남이라도 해도 연애를 하면 변하는 법인가 보다.신하균의 고리타분한 성격으로는 밖에서나 혹은 사람 앞에서 절대 친근한 행동을 하거나 달콤한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만 해도 여러 번 놀라게 했다.‘뭐가 어때서?’이렇게 대범한 남자 앞에서 쑥스러울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릴리는 소리 없이 목에 감은 두 팔에 힘을 줬다. 품에 안겨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힘 있는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며 릴리는 감격해 말했다.“기분이 좋아요. 하균 씨가 날 일찍부터 좋아했다면 내가 짝사랑했던 시간이 짧아지잖아요. 그러면 조금이나마 공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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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돌아가는 길에 차 안은 조용했고 릴리는 핸드폰을 뒤적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침묵을 깼다.“하균 씨, 주리 언니 새 영화가 개봉되었어요.”“알아. 10개 상영관을 통째로 대절했어.”릴리는 눈을 깜빡이며 신하균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설명을 기다렸지만 이 말만 하고는 아무 반응이 없어 조용히 바라봤다.릴리의 의아한 눈초리를 감지했는지 신하균은 대충 보충 설명을 했다.“새 영화가 방영될 때마다 하던 습관이야. 주리에게 보내는 응원이라고 할 수 있지.”이렇게 보니 친오누이답기도 했다. 신하균을 만나면서 릴리는 그의 사고방식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어떤 말은 단도직입적으로 해야지 스스로 이해하기를 기대하는 건 금물이었다.하여 아주 모호하게 귀띔해줬다.“통째로 대절해서 혼자 보러 가요?”“아니. 안 봐. 내가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고 시간도 없어.”‘잘났어. 그래. 돈 낭비가 자랑이야?’그러고는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월계만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신하균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릴리에게 물었다.“주말에 시간이 있는데 보고 싶으면 같이 가줄게.”“보고 싶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과 약속했으니 바쁜 사람은 일 보세요.”릴리의 말에 신하균은 억울하고 속상하고 또한 유감스러웠다. 연애에 있어 신하균은 경험도 부족했고 둔감하기까지 했다. 밤이 되자 릴리는 강표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고 신하균은 전화를 받고 한참동안 공적인 일을 얘기하더니 그쪽에 자문을 구했다.“어떤 여자의 완곡한 데이트 신청을 거절했는데 보상할 방법이 없을까?”수화기 건너편에 있던 김찬욱이 그 말을 듣더니 정신을 번쩍 차리면서 말했다.“네? 설마 강씨 가문 둘째 아가씨 데이트 신청을 거절한 건 아니죠? 역시 신 팀장님이시네요. 둘째 아가씨의 호감을 산 것도 대단한데 무슨 배짱으로 거절했어요?”신하균은 김찬욱의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거슬렸는지 차갑게 말했다.“뾰족한 수가 없으면 끊어.”그러자 김찬욱이 서둘러 말했다.“잠깐만요.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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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여보세요?”“아빠, 요즘 바쁘세요? 아빠 예쁜 딸 안 보고 싶어요?”릴리의 끈적하고 애교 듬뿍한 목소리에 바론 공작은 바로 침묵해버리고 엄숙한 표정으로 계단으로 올라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고개 돌려 또 다른 예쁜 딸한테 진지하게 물었다.“네 동생이 요즘 혹시 사고 쳤어?”“아니요.”한창 육시준에게 내일 말 타러 가자고 칭얼거리던 중에 바론 공작의 목소리가 들려와 강유리는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왜요? 왜 그러세요?”바론 공작은 그제야 덜컥 내려앉은 가슴을 다소 진정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쌀쌀하게 물었다.“요즘 바빠. 무슨 일로 전화했어?”그러자 릴리는 속상한 척하며 말했다.“이렇게 확연하게 편애하실 건가요? 방금 언니한테 말씀하시는 말투와 저한테 하시는 말투를 비교해 보세요.”“내가 어떤 말투로 너한테 말해야 하는지 너 모르겠어? 쓸데없이 애교 부릴 때에는 꼭 무슨 꿍꿍이가 있어.”릴리는 눈썹을 움찔거리면서 어이없는 듯 말했다.“아버지 요즘 변하셨어요. 어떻게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어요?”“이게 언어의 예술이야. 강단 명료하잖아. 난 괜찮다고 생각해.”그러고 나서 이내 릴리의 목적이 불순하다고 생각해 다그쳐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해. 이 시간이 지나면 안 들어줄 거야.”이 계집애는 겉보기에는 애교가 많은 것 같지만 제 언니처럼 뼛속까지 차가운 사람이다.공식적인 일이 없으면 절대 먼저 전화하지 않을 것이다. 릴리는 아버지의 가슴 속에 남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아주 송구스럽게 생각했다.“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바론 공작은 잠깐 침묵하더니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내일 사람을 보내 네가 저지른 사단을 정리할 테니 짐 싸서 돌아와. 전용기가 점심쯤에 도착할 거야.”갑자기 들려온 엄숙한 목소리에 릴리는 그제야 바론 공작의 말뜻을 알아차렸다.바론 공작은 릴리가 속상한 일이 있어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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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릴리는 평소 냉정하고 욱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신하균은 침범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하지만 안하무인인 바론 공작은 제 마음대로 신하균을 추측하고 평가했다.“아버지, 저를 무시하고 의심하는 건 괜찮은데 왜 무턱대고 다른 사람을 추측하고 평가해요? 제 신분이 그렇게 특별해요?”“넌 내 딸이야...”“제가 지금 아버지의 딸일 뿐만 아니라 고씨 그룹의 주주이기도 하고 신씨 가문과 공적으로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코딱지만 한 고성 그룹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 내 한마디 말이면 내일 망하게 할 수도 있어.”따뜻한 문안 전화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릴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깊게 한숨을 들이쉬고 냉정하게 반박하려고 할 때 목소리가 바뀌었다.“릴리야? 급하게 상의해야 할 일이 아니면... 지금 우리가 좀 바빠. 곧 태어날 아기 이름을 지어야 하거든. 늦게 다시 전화할게.”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끊겼다. 자매 사이라 그런지 말이 없어도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강유리와 바론 공작이 분쟁이 있을 때는 항상 릴리가 해결사의 역할을 하지만 간혹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뀔 때는 강유리가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하지만 강유리가 원만한 성격이 아닌지라 해결이 안 되면 강압적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끊어버려 서로 진정하게 냉 처리하기도 했다.공기가 유난히 조용하다. 바론 공작은 강유리가 빼앗아 간 핸드폰을 보고 다시 눈앞의 친딸을 보더니 갈색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폭풍우가 닥치기 전의 고요함과 같았다.강유리는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척 말했다.“오후에 아기 이름 짓기로 했잖아요. 시간 됐어요. 가정 회의 시작하죠.”“너 오늘 저녁에 데이지와 약속이 있다고 했어.”바론 공작이 냉랭하게 쳐다보며 말했다.그러자 강유리는 시치미를 떼며 말했따.“제가요? 언제요? 아. 잊어버렸어요. 제가 임신한 것 아닐까요? 임신하면 건망증이 생긴다고 하던데.”바론 공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유리를 노려보았다.하도 발 연기라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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