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1151 - Chapter 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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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1장

릴리는 김찬욱이 자신에게 협조해 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그의 연기력에 다시금 감탄했다. 이렇게 곧바로 상황에 몰입할 줄이야.“가까운 관계와는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전 당신 여동생이 꽤 마음에 들었다는 거죠.”릴리도 바로 대사를 받아치며 뒤처지지 않으려는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그럼 난 그렇게 싫어요?”김찬욱이 조금 목소리를 높여서 묻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릴리의 눈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너무 과한 연기였다. 자칫하면 받아치지 못할 뻔했다. 그녀는 주변의 친구들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졌다.김찬욱은 마치 정말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약간 허리를 굽히고 두 팔꿈치를 무릎에 대며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생각에 잠긴 듯했다.김옥은 김찬욱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릴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그녀는 릴리에게서 계약서를 빼앗듯 받아 들며 말했다.“이건 법무팀에 가져가 검토해 보고 문제가 없다면 월요일에 직접 고성 그룹에 가져갈게.”“내가 세 가지 조건을 더 양보해 줄게요. 협력하는 동안 고성 그룹의 요구는 전부 맞춰 드릴게요.”김찬욱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하자 김옥과 릴리는 동시에 김찬욱을 바라보았다.이 정도로 양보하는 건 너무 비현실 적이었다. 이러다 들통나는 거 아닌가?릴리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김찬욱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김씨 집안 내부 사정을 몰라서 그러는 건가요? 나한테 이러면 안 되죠. 이 협력은 내가 꼭 따내야 해요.”릴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의문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갑자기 김찬욱의 말이 연기인지 진심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그들은 원래 가까이에 앉아 있었고 김찬욱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지만 화가 난듯한 목소리 때문에 김옥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대충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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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장

어차피 들킨 마당에 김옥은 더 이상 가식을 부리지 않았다.겉으로 보기에 김씨 가문은 김재민과 김서준이 서로 대립하며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재민 쪽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김옥이었다.김옥은 외부에 내성적이고 연약하며 사회생활을 꺼리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모든 것을 조율하는 인물이었다. 김재민이 집안의 주인처럼 보였지만 많은 중요한 결정들은 항상 김옥이 내렸다.김서준과의 경쟁 관계에서 김옥의 승부욕은 김재민 못지않았다. 그녀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즉시 행동으로 옮겼고 회사 측에 연락해 계약서를 가져가라고 했다.회사에서 계약서를 검토한 후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만류했다. 심지어 김재민도 직접 전화를 걸어왔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알아서 할게요.”“...”평소 같았으면 김재민은 분명히 그녀에게 의문을 제기했을 것이다.하지만 고씨 가문과의 일에서 그가 독단적으로 행동해 김씨 가문을 불리한 위치에 몰아넣었고 딸에게도 상처를 준 상황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에는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룸 안에서 릴리는 김옥이 휴대폰을 들고 여러 차례 자리를 비우며 회사와 김씨 가문 간의 의사결정과 진행 상황을 조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릴리는 김옥의 얼굴에서 목표를 달성한 안도감 대신 더 깊은 의문이 담긴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릴리는 가끔 옆에 있는 김찬욱을 힐끗 보며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 몇 번이나 그렇게 힐끗거리던 중 릴리의 휴대폰이 진동했다.김찬욱이 보낸 친구 추가 알림이었다. 그녀가 수락하자마자 메시지가 도착했다.[릴리 씨, 조금만 더 프로답게 행동해 줄 수 없어요? 자꾸 몰래 저를 쳐다보니까 웃음이 터질 것 같아요.][???][역시 연기였어요? 연기력이 너무 좋은데요?]릴리는 거의 속을 뻔했다. 그를 위로해 줘야 하나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고성 그룹과의 협력은 이번 건만이 아니며 언제든 그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으니 이렇게 상심할 필요가 없다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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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마찬가지야. 나도 너를 좋아해.”김옥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릴리를 향해 방긋 웃어 보였고 그 웃음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천진하고 단순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진정성이 돋보였다.릴리는 잠깐 멍하더니 회심의 일격을 느꼈다.‘망했다.’또다시 미안한 감이 들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김찬욱 그 쓰레기와 연합해 계략을 꾸미지 않을 것 그랬다.“다음에 제가 밥 살게요. 김옥 씨만 단독으로요.”릴리가 정색해서 말하더니 다시 뭐가 생각났는지 말을 이었다.“남자 친구 소개해 줄게요. 아주 우수한 남자예요.”김옥이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릴리 오빠보다 더 우수해?”릴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고우신이 마음에 들어요?”김옥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에는 마음에 안 들어도 별다른 선택이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씨 가문과 협력하려면 혼약이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진심”으로 다가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김찬욱이 김옥과 계약을 다투는지 모르지만 김옥이 제시한 조건과 내린 결정에는 성의가 보였다.갓 상업계에 발을 들여놓았기에 단순하고 착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미안한 감이 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두 명의 “순진하고 착한” 여자는 나름대로 각자의 계략과 꿍꿍이가 있었기에 누가 먼저 탈락할지는 아직 모른다.핸드폰 액정에 메시지가 뜨자 확인해 보니 양율이 김씨 가문의 계약서에 제시한 조건이 너무 우월해 사기인 것 같다고 했다.릴리가 피씩 웃으며 화면을 캡쳐하더니 답장했다.[그럼 계약해도 되겠어?]릴리의 물음에 양율이 잠깐 고민했다.[불확실해요. 좀 더 기다려봐도 될 것 같아요.]조운 그룹에서 갑자기 재계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불안정하던 고성 그룹은 설상가상이었고 LK 가 감당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불안했다.지금 다들 앞다투어 계약서를 보내오니 양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릴리가 답장했다.[똑같은 생각이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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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이 여자는 모든 사람을 속였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속였으며 겉모습처럼 연약하고 순진하지 않았고 일할 때는 노련하기까지 했다.전혀 집에서 곱게 자란 어리광 부리는 철부지 아가씨가 아니었다.“내가 무슨 쇼를 했다고 그래? 처음부터 이 모습이었어.”평소와는 달리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노련할 뿐이다.머리를 갸우뚱하고 진지하게 고우신을 바라보던 김옥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당신한테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어. 단지 내가 릴리의 통제를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화났을 뿐이야.”“아, 아니다. 우신 씨가 아니라 어머님이 화 나셨겠지?”“고주영 일은 기정사실이야. 어머니도 마음속에 숫자가 있을 거야. 당신이 덤터기를 쓰고 나쁜 사람이 될지언정 우신 씨가 릴리한테 밉보이지 않게 하려는 거잖아. 이젠 그만 해.”말이 끝나자 김옥은 고우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더니 손을 밀치고 우아한 자태로 룸으로 돌아가자 고우신은 제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엄마가 다 알고 있다고?’그래서 고주영이 과분했다고 고우신이 릴리 편에 설 수 있다고 말한건가?...릴리의 목적이 바로 김옥과 함께 쇼하는 것이고 하마터면 탄로 날뻔했지만 김찬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하지만 김찬욱이 왜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조금 한가해지자 릴리는 그제야 김찬욱에게 물었다.“맞다. 그런데 찬욱 씨는 왜 왔어요? 누가 도와달라고 하던가요?”그러더니 무의식적으로 신하균이 떠올랐다.김찬욱이 잠깐 머뭇거리더니 난처한 듯 말했다.“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릴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어서 계속 말하라는 눈치였다.김찬욱의 뜻은 구경하러 온 건 맞지만 릴리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김찬욱의 두 눈이 반짝 빛나면서 비밀스럽게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왔어요.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어요.”문이 열리고 불빛이 어둑해지더니 직원이 디자인이 독특한 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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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그러면서 호감이 점차 감소했지만 오늘 목적을 이루면서 그가 온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릴리는 신하균이 건네준 생일 선물과 따뜻한 눈빛을 보니 마음속에 있던 불만이 가뭇없이 사라졌다.“뭐예요?”선물 박스를 받으며 릴리가 물었다.“좋아할 것 같아서 샀어요.”신하균이 웃으며 말하자 릴리는 토끼 눈을 하면서 물었다.“지금 열어봐도 돼요?”“집에 가서 열어봐요.”신하균이 말했다.룸 안은 조용했고 다들 두 사람이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적인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상업계의 따분한 모임이 싫어 참석하는 것을 꺼렸지만 정작 신하균 본인은 유명인사였다. 그런 신하균이 모처럼 나타나서 여자와 속삭이듯 대화하는 모습에 다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 사람이 진짜로 냉철하고 무정한, 여자라는 말만 들어도 귀찮다고 하면서 자기 여동생도 거들떠보지 않는 신씨 가문 도련님이 맞단 말인가?다들 뭐 하나 놓칠까 봐 두 사람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다.두 사람과 제일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던 김솔은 이 모습에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만일 오늘 전에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깨끗하게 포기했겠지만 바로 전에 릴리와 몇몇 나쁜 여자들의 대화를 들었다.릴리는 신하균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아무 조건 없이 자기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전에 김솔은 릴리가 남자관계가 복잡하고 책임감이 없으며 애인에게 충실하지 못하다는 등등의 소문을 많이 들었다.일단 남자가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그녀는 못 본 체 떠나버린다...“하균 씨, 이 로맨틱한 분위기는 뭐예요? 꽃다발이며 선물이며. 누가 보면 고백이라도 하는 줄 알겠어요?”김솔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장난투로 다들 있는 앞에서 신하균의 속마음을 폭로한 동시에 릴리가 태도를 표시하게끔 압박했다.만일 릴리가 두 사람 사이를 승인하고 사귀면 이제부터 진심으로 신하균을 대하고 그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으면 그만이다.하지만 신하균을 거절하고도 신씨 가문의 덕을 보려 한다면 이곳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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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화

신하균이 고개를 들면서 김솔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위로 몇 대를 거슬러도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데 친오누이가 말이 돼요? 릴리를 좋아하는 게 맞고 지금 대시 중인 것도 맞아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분위기가 아수라장이 되었다.“진짜예요? 진짜로 릴리 좋아해요?”“나는 신 도련님이 한평생 여자와 엮이지 않을 줄 알았어.”“신 도련님 힘내요. 제가 연애 레슨 해드릴까요?”“입 닥쳐. 릴리는 다른 여자와는 차원이 달라. 네 방법이 먹힐 줄 알아?”“...”주위에서 장난치면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김솔의 얼굴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그녀와 마찬가지로 신주리도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신주리는 자리를 차고 일어나 릴리를 향해 걸어가더니 막무가내로 그녀를 자기 좌석으로 잡아끌면서 신하균을 힘껏 노려보았다.그래도 신하균은 화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이자리에서 릴리의 답을 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반면에 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연약한 신주리가 갑자기 어디서 그런 괴력이 생겼는지 마구잡이로 잡아끄는 바람에 반응할 틈도 없이 끌려가면서 다급하게 말했다.“잠깐만, 아직 대답을 못 했어. 내가 모르는 체하면 난처하잖아.”“대답하면 네 친구인 내가 난처해.”신주리가 쌀쌀맞게 말하더니 이내 덧붙여 말했다.“난처한 게 아니고 가슴이 아파. 계집애가 왜 이렇게 물러터졌어? 내가 며칠 안 봤더니 그새 속아 넘어갔어?”신주리의 분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릴리는 자신이 없지만 입만 살아서 대꾸했다.“속아 넘어갔다는 건 좀 슬프다. 하균 씨가 내 생일도 기억하고 있어.”신주리가 차갑게 노려보면서 물었다.“오늘 네 생일이야?”그러자 릴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비록 진짜 생일은 아니지만 신분증은 오늘 날짜로 되어있어. 하균 씨가 마음 썼잖아.”“이게 마음 쓴 거야? 진심으로 마음을 쓴다면 진짜 생일을 알아냈어야지.”“함부로 뒷조사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건 내가 싫어.”그러자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릴리를 바라보았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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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속마음이야 모험이야?”신주리가 담담하게 묻자 신하균이 움찔하면서 말했다.“모험.”직업 때문인지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를 물어볼까 봐 신하균은 속마음을 바로 배제해버렸다.“좋아.”신하균의 선택에 전혀 놀라지 않고 신주리는 익숙하게 카드를 끌어모으더니 그에게 건네줬다.신하균이 한 장을 뽑아 확인하더니 카드에 시선을 꽂은 채 굳어있었다.다들 궁금해 앞다투어 물었다.“뭐예요? 빨리 읽어봐요.”그 모습을 보고 신주리가 신하균의 손에서 카드를 빼앗아 힐끗 보더니 오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카톡 즐겨찾기 맨 위에 저장된 사람과 영상통화로 보고 싶다고 말하기.”말이 끝나자 주위가 순간 조용해지더니 갑자기 야유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신 팀장님 즐겨 찾기에 저장되었다면 일과 관계된 사람 아닐까?”“거야 모르지. 신 팀장님께서 지금 대시하는 여자가 있잖아.”“만일 아니면 입장이 난처해지는 거 아니야?”“...”다들 웃으며 추측하고 있을 때 신주리는 쌤통이라는 표정으로 신하균을 바라보았다.확실히 입장이 난처해졌다.전에 신주리가 신하균의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메시지를 발송할 때 보니 즐겨찾기에 저장된 유일한 멤버는 그의 직장 파트너였다.맞아. 남자였어.신하균이 머뭇거리며 어쩔 바를 몰라 했다.이때 육경서가 나서면서 신하균의 위기를 모면해 줬다.“이렇게 하면 어때? 신 팀장님 신분이 특수하잖아. 먼저 즐겨찾기 멤버가 누구인지 보고 만일 일 혹은 직장과 관련된 거면 음성 통화는 안 하는 거로.”한밤중에 직장 동료에게 영상 통화로 보고 싶다고 하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다.두 남자라서 어색한 것보다 만일 파트너가 예민한 성격이라 신하균이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호들갑이라도 떠는 날이면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다들 동의하고 신주리도 의견이 없는 듯했다.“그래, 우리한테 보여주기만 하면 돼. 누가 신 도련님 마음속에 제일 중요한 사람인지 알고 싶어.”말하면서 신주리가 릴리를 무심하게 힐끗 쳐다보니 어쩔 수 없지만 받아들이겠다는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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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고개를 들어 신하균 쪽을 바라보다 앞을 막고 있는 사람 사이로 자기를 바라보는 깊고 조용한 눈빛과 정확히 부딪혔다.그러자 릴리는 움찔하면서 저도 모르게 수락 버튼을 누르니 신하균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핸드폰을 들고 낮지만 섹시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말했다.“요 며칠 릴리가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요. 시간 날 때 메시지 답장 좀 할래요?”마치 방안에 두 사람만 존재하듯 쥐 죽은 듯 고요했다.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와 현실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겹치더니 무한한 파워가 생기면서 바로 릴리의 심장을 가격했다.릴리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얼굴도 살짝 상기되면서 바로 통화를 끊어버리더니 뾰로통하게 말했다.“바빠요. 누가 맨날 핸드폰만 쳐다봐요?”“내가 봐요.”“네?”“릴리 답장을 기다리느라고 수시로 확인해요.”신하균이 설명을 덧붙였다.“...”“세상에 온몸이 오그라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연애 기술은 태생인가요? 아니면 어디서 과외라도 받았어요?육경서의 호들갑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침묵을 깨뜨리자 다른 사람도 그제야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역시 도련님은 도련님이야. 내가 아까 연애를 가르쳐주겠다고 했던 말 취소할게. 난 자격이 없어.”“릴리, 메시지 받으면 한글자라도 적어서 보내. 아니면 일하는데 집중이 되겠어?”“신 도련님이 이런 사람일 줄 몰랐어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릴리 씨는 어떻게 참았어요? 콘크리트로 심장을 봉하기라도 했어요?”“...”주위에서 의논하는 소리가 분분했다.릴리는 얼굴이 아까보다 훨씬 뜨거워지고 귀뿌리까지 화끈거려 손을 저으며 화제를 돌리려고 애썼다.“게임 계속해요.”다음 주자부터는 서로 밑바닥까지 아는 사이라 흥미가 확 사라졌고 모험게임은 범위가 넓기에 가슴이 뛰는 짜릿함도 덜 했다.그렇게 고우신 차례가 되었다.눈이 높기로 소문난 고씨 가문 도련님이 오늘은 이상하게 조용해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속심말할 거예요? 모험할 거예요?”육경서가 고우신의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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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고요함이 귀청을 때렸다.다들 말도 없고 반응도 하지 않는 것으로 자기 태도를 표시했고 자발적으로 게임을 지속했다.다음 순서는 김솔이었고 그녀는 속심말을 선택했다.원래는 무작위로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었지만 김찬욱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번에도 카드를 뽑지 않고 김옥이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어떤 사람이야?”“...”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조용히 기다렸다.김솔의 눈빛이 슬쩍 옆을 쓸고 지나가더니 다시 릴리의 방향을 보면서 말했다.“있어. 지금 이곳에 있어.”“정말?”“대체 누가 김솔 씨의 마음을 사람 잡은 거야?”“혹시 짝사랑이야? 아니지? 대담하게 말해봐. 그 사람도 널 좋아할 수 있잖아.”“...”놀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다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김솔을 바라봤지만 릴리만 저도 모르게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김솔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가까이에 있는 남자를 보면서 대놓고 암시했다.“유감스럽게도 조금 전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어. 하지만 상관없어. 나는 인내심이 강하기 때문에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어.”다들 서로의 눈치를 봤다.“???”혹시 신 도련님 말이야?김솔이 신 도련님을 좋아한다고?이건 대체 무슨 대형 아수라장이지? 공개적으로 선전 포고하는 건가?다들 흥미진진해서 보고 있었다...김솔의 말은 공개 고백과 마찬가지였기에 분위기가 이상해졌고 신하균과 릴리와 김솔은 동시에 집중대상이 되어 버렸다.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모두의 바람대로 다음으로 뽑힌 행운아는 바로 릴리였다.“둘째 아가씨, 속심말이야 모험이야?”한 재벌 2세가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그 옆에 앉은 여자는 속마음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속심말 해. 문제도 다 준비했어.”“팝콘도 준비했어. 속심말 선택해 줘. 부탁이야.”“속심말, 속심말.”“...”모든 사람의 기대 속에서 릴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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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릴리는 김찬욱의 고소해하는 표정을 보더니 다시 한번 확인했다.“뭐라고요?”“이곳에 있는 이성 중의 한 명을 선택해 입으로 과일을 먹여줘야 한다고요. 무슨 과일인지는 상대가 지정할 수 있어요.”김찬욱은 릴리가 못 알아들었을까 봐 진지하게 설명했다.설명하고 나서 그는 릴리의 눈빛이 이상함을 감지했고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떠오르면서 다급히 덧붙였다.“선택당한 사람은 거절할 수 있어요. 거절당하면 다시 선택해야 해요.”분명히 김찬욱에게 물귀신 작전을 펼치려는 듯한 눈빛이었다.김찬욱이 미쳤다고 릴리와 이런 게임을 한단 말인가?“그렇게 쓰여있어요? 거절할 수 있다고?”릴리가 고집스레 묻자 김찬욱이 당당하게 대답했다.“안 쓰여있지만 거절할 권리는 있는 거 아니에요? 나같이 여자 친구가 있는 사람은 배려심이 있어야죠. 다들 안 그래요?”“맞아. 당연히 거절할 수 있지. 이건 게임에서 진 사람을 징벌하는 거지 우리를 징벌하는 거 아니잖아.”어떤 총명한 사람이 이내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그 때문에 거절하지 않을 이성을 찾아야죠.”“...”구경꾼들은 일을 키우기에 급급했지만 반대의견이 있을 시에는 소수가 다수에 복종하는 것이 원칙이다.릴리가 좀 더 고집을 피워보려다가 엉겁결에 신하균을 흘낏 쳐다보고 말았다.남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두 눈을 들어 조용히 릴리를 쳐다보는 것이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 같았다.릴리가 움찔하더니 입가까지 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좋아요.”“만일 모든 이성이 거절하면요?”두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고 좋다고 한 건 릴리였고 진지하게 물음을 던진 사람은 신주리였다.신주리는 여느 구경꾼과는 달리 친오빠인 신하균이 오픈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신하균이 아무리 릴리를 좋아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말이 끝나자마자 신주리가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신하균이 담담하게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모든 사람이 거절하지 않을 거야. 적어도 나는 아니야.”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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