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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릴리는 김찬욱의 고소해하는 표정을 보더니 다시 한번 확인했다.

“뭐라고요?”

“이곳에 있는 이성 중의 한 명을 선택해 입으로 과일을 먹여줘야 한다고요. 무슨 과일인지는 상대가 지정할 수 있어요.”

김찬욱은 릴리가 못 알아들었을까 봐 진지하게 설명했다.

설명하고 나서 그는 릴리의 눈빛이 이상함을 감지했고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떠오르면서 다급히 덧붙였다.

“선택당한 사람은 거절할 수 있어요. 거절당하면 다시 선택해야 해요.”

분명히 김찬욱에게 물귀신 작전을 펼치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김찬욱이 미쳤다고 릴리와 이런 게임을 한단 말인가?

“그렇게 쓰여있어요? 거절할 수 있다고?”

릴리가 고집스레 묻자 김찬욱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안 쓰여있지만 거절할 권리는 있는 거 아니에요? 나같이 여자 친구가 있는 사람은 배려심이 있어야죠. 다들 안 그래요?”

“맞아. 당연히 거절할 수 있지. 이건 게임에서 진 사람을 징벌하는 거지 우리를 징벌하는 거 아니잖아.”

어떤 총명한 사람이 이내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그 때문에 거절하지 않을 이성을 찾아야죠.”

“...”

구경꾼들은 일을 키우기에 급급했지만 반대의견이 있을 시에는 소수가 다수에 복종하는 것이 원칙이다.

릴리가 좀 더 고집을 피워보려다가 엉겁결에 신하균을 흘낏 쳐다보고 말았다.

남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두 눈을 들어 조용히 릴리를 쳐다보는 것이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 같았다.

릴리가 움찔하더니 입가까지 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좋아요.”

“만일 모든 이성이 거절하면요?”

두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고 좋다고 한 건 릴리였고 진지하게 물음을 던진 사람은 신주리였다.

신주리는 여느 구경꾼과는 달리 친오빠인 신하균이 오픈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신하균이 아무리 릴리를 좋아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신주리가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신하균이 담담하게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모든 사람이 거절하지 않을 거야. 적어도 나는 아니야.”

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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