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 신하균 쪽을 바라보다 앞을 막고 있는 사람 사이로 자기를 바라보는 깊고 조용한 눈빛과 정확히 부딪혔다.그러자 릴리는 움찔하면서 저도 모르게 수락 버튼을 누르니 신하균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핸드폰을 들고 낮지만 섹시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말했다.“요 며칠 릴리가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요. 시간 날 때 메시지 답장 좀 할래요?”마치 방안에 두 사람만 존재하듯 쥐 죽은 듯 고요했다.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와 현실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겹치더니 무한한 파워가 생기면서 바로 릴리의 심장을 가격했다.릴리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얼굴도 살짝 상기되면서 바로 통화를 끊어버리더니 뾰로통하게 말했다.“바빠요. 누가 맨날 핸드폰만 쳐다봐요?”“내가 봐요.”“네?”“릴리 답장을 기다리느라고 수시로 확인해요.”신하균이 설명을 덧붙였다.“...”“세상에 온몸이 오그라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연애 기술은 태생인가요? 아니면 어디서 과외라도 받았어요?육경서의 호들갑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침묵을 깨뜨리자 다른 사람도 그제야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역시 도련님은 도련님이야. 내가 아까 연애를 가르쳐주겠다고 했던 말 취소할게. 난 자격이 없어.”“릴리, 메시지 받으면 한글자라도 적어서 보내. 아니면 일하는데 집중이 되겠어?”“신 도련님이 이런 사람일 줄 몰랐어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릴리 씨는 어떻게 참았어요? 콘크리트로 심장을 봉하기라도 했어요?”“...”주위에서 의논하는 소리가 분분했다.릴리는 얼굴이 아까보다 훨씬 뜨거워지고 귀뿌리까지 화끈거려 손을 저으며 화제를 돌리려고 애썼다.“게임 계속해요.”다음 주자부터는 서로 밑바닥까지 아는 사이라 흥미가 확 사라졌고 모험게임은 범위가 넓기에 가슴이 뛰는 짜릿함도 덜 했다.그렇게 고우신 차례가 되었다.눈이 높기로 소문난 고씨 가문 도련님이 오늘은 이상하게 조용해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속심말할 거예요? 모험할 거예요?”육경서가 고우신의 체면
고요함이 귀청을 때렸다.다들 말도 없고 반응도 하지 않는 것으로 자기 태도를 표시했고 자발적으로 게임을 지속했다.다음 순서는 김솔이었고 그녀는 속심말을 선택했다.원래는 무작위로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었지만 김찬욱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번에도 카드를 뽑지 않고 김옥이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어떤 사람이야?”“...”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조용히 기다렸다.김솔의 눈빛이 슬쩍 옆을 쓸고 지나가더니 다시 릴리의 방향을 보면서 말했다.“있어. 지금 이곳에 있어.”“정말?”“대체 누가 김솔 씨의 마음을 사람 잡은 거야?”“혹시 짝사랑이야? 아니지? 대담하게 말해봐. 그 사람도 널 좋아할 수 있잖아.”“...”놀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다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김솔을 바라봤지만 릴리만 저도 모르게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김솔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가까이에 있는 남자를 보면서 대놓고 암시했다.“유감스럽게도 조금 전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어. 하지만 상관없어. 나는 인내심이 강하기 때문에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어.”다들 서로의 눈치를 봤다.“???”혹시 신 도련님 말이야?김솔이 신 도련님을 좋아한다고?이건 대체 무슨 대형 아수라장이지? 공개적으로 선전 포고하는 건가?다들 흥미진진해서 보고 있었다...김솔의 말은 공개 고백과 마찬가지였기에 분위기가 이상해졌고 신하균과 릴리와 김솔은 동시에 집중대상이 되어 버렸다.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모두의 바람대로 다음으로 뽑힌 행운아는 바로 릴리였다.“둘째 아가씨, 속심말이야 모험이야?”한 재벌 2세가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그 옆에 앉은 여자는 속마음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속심말 해. 문제도 다 준비했어.”“팝콘도 준비했어. 속심말 선택해 줘. 부탁이야.”“속심말, 속심말.”“...”모든 사람의 기대 속에서 릴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
릴리는 김찬욱의 고소해하는 표정을 보더니 다시 한번 확인했다.“뭐라고요?”“이곳에 있는 이성 중의 한 명을 선택해 입으로 과일을 먹여줘야 한다고요. 무슨 과일인지는 상대가 지정할 수 있어요.”김찬욱은 릴리가 못 알아들었을까 봐 진지하게 설명했다.설명하고 나서 그는 릴리의 눈빛이 이상함을 감지했고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떠오르면서 다급히 덧붙였다.“선택당한 사람은 거절할 수 있어요. 거절당하면 다시 선택해야 해요.”분명히 김찬욱에게 물귀신 작전을 펼치려는 듯한 눈빛이었다.김찬욱이 미쳤다고 릴리와 이런 게임을 한단 말인가?“그렇게 쓰여있어요? 거절할 수 있다고?”릴리가 고집스레 묻자 김찬욱이 당당하게 대답했다.“안 쓰여있지만 거절할 권리는 있는 거 아니에요? 나같이 여자 친구가 있는 사람은 배려심이 있어야죠. 다들 안 그래요?”“맞아. 당연히 거절할 수 있지. 이건 게임에서 진 사람을 징벌하는 거지 우리를 징벌하는 거 아니잖아.”어떤 총명한 사람이 이내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그 때문에 거절하지 않을 이성을 찾아야죠.”“...”구경꾼들은 일을 키우기에 급급했지만 반대의견이 있을 시에는 소수가 다수에 복종하는 것이 원칙이다.릴리가 좀 더 고집을 피워보려다가 엉겁결에 신하균을 흘낏 쳐다보고 말았다.남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두 눈을 들어 조용히 릴리를 쳐다보는 것이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 같았다.릴리가 움찔하더니 입가까지 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좋아요.”“만일 모든 이성이 거절하면요?”두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고 좋다고 한 건 릴리였고 진지하게 물음을 던진 사람은 신주리였다.신주리는 여느 구경꾼과는 달리 친오빠인 신하균이 오픈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신하균이 아무리 릴리를 좋아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말이 끝나자마자 신주리가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신하균이 담담하게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모든 사람이 거절하지 않을 거야. 적어도 나는 아니야.”신주
릴리의 시선이 과일 접시를 훑고 지나더니 부득이하게 선택해야 한다면 딸기가 괜찮은 선택이었다.“괜찮아요. 그런데 수박이 더 낫지 않아요?”“수박은 너무 커요.”신하균이 낮은 소리로 완곡하게 거절했다.신주리의 눈이 다시 휘둥그레졌다.“욕심을 더 확실하게 드러내지 그래? 아예 블루베리로 해.”신주리가 비꼬는 말투로 툭 내뱉었지만 신하균은 전혀 미동이 없는 얼굴로 포기하지 않고 릴리에게 물었다.“블루베리는 안 될까요?”“딸기! 딸기로 해.”“...”손가락으로 새빨간 딸기를 집으려 할 때 릴리의 가슴이 방망이질하기 시작했다.솔직히 말해 릴리가 많은 남자 친구를 사귀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남자와 접촉해 본 적이 없었다.그것도 수많은 사람이 바라보는 앞에서 주동적으로 남자에게 다가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다짐하더니 눈을 감고 이로 딸기를 물고 신하균을 향해 다가갔다.남자의 눈빛이 아까보다 좀 더 깊어지면서 눈앞의 여자를 보니 딸기의 빛이 반사된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라있었다.빨간 입술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다가오는 모습이 상당히 유혹적이었다.신하균은 눈을 감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참으며 몸을 낮추더니 고개를 숙였다.상대방의 호흡소리가 들리자 릴리의 가슴이 당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신하균의 얼굴이 눈앞에서 점점 확대되더니 입술이 살짝 닿으면서 달콤한 딸기즙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입술이 닿을락 말락 했던 느낌이 마치 깃털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 듯했고 분명히 거의 아무 감촉이 없었지만 릴리는 온몸이 전기충격이라도 맞은 듯 굳어졌다.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방안이 시끌법적했기에 그 누구도 릴리의 표정이 일순 변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릴리는 오작동한 기계처럼 입안의 딸기를 잘근잘근 씹으니 달콤했다.처음 연애를 해서부터 릴리는 자신이 이성과의 신체접촉을 거부한다는 것을 알아챘다.키스가 그나마 유지 가능한 적정거리였는데 상대가 선을 넘으려 해서 헤어진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신하균과
김옥이 술에 취한 김솔을 끌고 차에 태워달라고 부탁했다.“김찬욱이와 고우신은 어데 갔어요?”신하균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뒤쪽을 바라보니 고우신의 차가 아직 있었다.김옥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우리를 안 데려다줄 걸 알잖아요. 그리고 우신 오빠는 릴리를 데려다주고 싶어 하는데 기회를 줄 수 있겠어요?”신하균은 묵묵부답이다.그는 김옥의 의도를 알 수 있지만 릴리를 대신해 결정할 수 없기에 고개를 숙이고 곁에 서 있는 릴리에게 낮은 소리로 의견을 물었다.“고우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그러자 릴리도 고개를 들면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절 바래다주고 싶어요?”신하균의 눈이 반짝이더니 이내 말했다.“당연하죠.”“그럼 기회를 하균 씨에게 줄게요.”이 말을 남기고 릴리가 먼저 신하균의 차에 올라타자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김옥에게 말했다.“미안해요. 김옥 씨, 차 불러서 바래다 드리라고 할게요.”“옥아. 집에 가면 안 돼. 큰아버지가 널 데리고 술 마시러 나온 걸 알면 또 한바탕 뭐라 하실 거야.”김솔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정색해서 당부했지만 말투를 들어서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김솔은 오늘 밤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그녀의 신분, 학력과 미모를 따지면 주위에 널린 게 흠모자이다. 김솔과 릴리의 연애관이 비슷해 쿨하고 내키는대로 했으며 좋으면 사귀고 싫증나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차이점이 뭐냐면 김솔은 항상 주도권을 자기가 잡고 있었고 먼저 싫증 나서 헤어지는 타입이다.이렇게 교만하고 아름다운, 거의 한번도 거절당해 보지 못했던 김솔이 처음으로 신하균에게 거절당했다.“전 낯선 사람이 바래다주는 걸 안 좋아해요. 도와주세요. 먼저 릴리를 바래다주고 우리를...”김옥은 단념하지 않고 릴리와 함께 타고 가더라도 신하균의 차를 타려고 애썼다.신하균이 고개를 돌려 차 안을 들여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면서 예의 바르게 철벽을 쳤다.“김옥 씨, 어떤 일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오늘 충분히
릴리와 신하균은 가지런히 뒷좌석에 앉아 사이에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고는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침묵한 채 릴리의 집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함께 차에서 내렸지만 릴리는 문을 열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신하균도 가지 않고 조용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도의 따뜻한 불빛이 두 사람의 몸으로 쏟아지면서 공기마저 아름다운 빛으로 도색되었다.릴리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하균 씨.”고개를 숙인 신하균이 대답했다.“네?”“오늘 제 생일이 아니에요.”그러자 신하균이 움찔하더니 어쩔 바를 몰라 했다,전에 경찰서에서 무의식중에 그녀의 신상정보를 본 적이 있는데 출생 일자가 바로 오늘이었다.신하균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릴리는 웃으며 설명했다.“저와 언니의 생일이 하루고 언니 결혼식 그날이에요. 전에 다른 이유가 있어 출생 신고를 늦게 했어요.”신하균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말했다.“다음에는 제대로 기억할게요.”“어릴 때부터 진짜 생일을 쇤 적이 거의 없어요. 엄마, 아빠가 하도 바빠서 저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지만 일 년에 한 번씩은 생일파티를 정기적으로 해줬어요.아마 신하균처럼 오늘이 생일인줄 로 아는가 보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여태까지의 생일 중에서 제일 행복한 생일이었다.전에 매번 생일파티를 할 때면 항상 불안했다.이런 시끌법적한 날에는 대개 대형 거래가 이뤄지거나 무언의 음모가 생성되는 날이라는 것을 릴리는 알고 있었다.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릴리가 절대 실수해서도 안 되는 날이기도 하다.항상 자기 머리통을 겨냥하고 있던 칼을 제거하고 다시는 그런 생일파티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러고 처음 맞는 생일이 언니의 결혼식이다 보니 파티를 할 겨를이 없었다.솔직하게 말해 형부가 언니를 위해 생일 선물을 준비할 때 릴리는 내심 부러웠다. 바로 며칠 전 릴리는 오늘 날짜를 기억하고는 진짜 생일을 다들 잊어버렸으니 이 생일은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파
빨갛게 달아오른 릴리의 얼굴을 보면서 신하균이 꽉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말하자마자 신하균은 작고 예쁜 얼굴이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긴장하지만 큰 결심을 내린 듯했다.신하균의 울대가 출렁이더니 릴리가 뭘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두 쌍의 눈이 서로 마주 보며 점점 가까워지더니 호흡마저 엉켜버렸고 릴리가 발꿈치를 들며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갖다 댔다.잠자리가 수면을 건드리듯이 아주 잠깐하고 이내 떨어졌다.너무 긴장한 탓에 릴리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고 예쁜 속눈썹이 부채처럼 신하균의 가슴을 살짝살짝 간지럽혀 미칠 것만 같았다.입술에 닿은 촉감이 마치 눈꽃이 살짝 내려앉은 뒤 느끼기도 전에 녹아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남자는 눈빛이 더욱 깊어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안아 자기 쪽으로 당기자 릴리가 다급하게 물었다.“뭐 하려고요?”릴리의 얼굴이 빨갛게 충혈되어 터질 것만 같았고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날렸지만 입만 살아있었다.“방금 과일 먹을 때 당신이 가까이 있어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길래 방금 다시 시도해 본 거예요. 오해하지 마요.”“그래요?”신하균은 허리를 굽히며 입술을 가까이하면서 물었다.“그럼 지금 확인됐나요? 불편해요?”코끝이 닿으면서 워낙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마치 불 위에 올려놓은 물고기처럼 좀 지나면 익어버릴 것 같았다.“괜...괜찮은 거 같아요.”릴리가 작은 소리로 답하자 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됐어요.”말이 끝나자마자 입술이 다시 다가오더니 이내 릴리의 입술에 포개졌다.방금 릴리의 테스트와는 달리 이번 키스는 깊이가 있었으며 서툴지만 억제된 느낌이었다. 알콜 냄새와 옅은 담배 냄새가 섞여 있어 머리가 흐리멍덩해졌다.시간이 일분일초 흐르면서 복도의 불이 꺼졌다.주위가 어두컴컴해지자 마치 다른 어떤 스위치도 꺼놓은처럼 정서와 오감이 더욱 확대되었다.남자의 힘 있는 두 손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으스러지게 잡고 품으로 당겼다.
눈앞에서 닫혀버린 문을 보면서 신하균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웃었다. 오늘 여자 친구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았고 그 어떤 모습도 사랑스럽고 예뻤다......집으로 들어간 릴리는 문 앞에 있는 강아지를 품에 안더니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걸음에 소파로 다가가 몸을 던졌다.강철의 앞발을 주무르면서 릴리는 참지 못해 강아지와 기쁨을 공유했다.“못난이 강철아. 이 공주님이 사랑에 빠진 것 같아.”강철은 릴리의 변태적인 모습에 놀랐는지 작은 소리로 콩콩 짖어댔다.“나를 축복해 주는 거야? 고마워. 내일 맛있는 거 사줄게. 소고기를 사야 하고 통졸임도 사야겠어. 너무 빨리 크지 마. 알겠어?”맛있는 것을 사준다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강아지의 두 눈이 반짝거리더니 다시 콩콩 짖어댔다.강아지와 한참 놀고 나서 릴리는 욕실로 향해 욕조에 따뜻한 물을 잔뜩 받아놓고 조용히 몸을 뉘웠다.따뜻한 물이 피로를 싹 씻어주면서 온몸의 모공이 활짝 열린 것만 같았다.릴리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방금 신하균이 키스하던 모습을 떠올렸다.깊은 두 눈이며, 살짝 잠긴 목소리며, 그때는 너무 긴장해 많은 것을 신경 쓰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호흡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조금 전에 겁내지 말고 아예 집으로 끌고 와 밤새 키스하면서 호흡소리를 들을 걸 그랬어.잘 자요가 뭐야?’릴리는 그가 오늘 저녁 자지 않기를 바랐다...찰싹하고 자기 뺨을 때리자 소리가 너무 커 깜짝 놀랐다.“방탕해졌어. 키스 한 번 한걸로 대체 무슨 더러운 생각을 하는 거야?”오늘 밤, 잠을 이루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번 연애는 느낌이 아주 미묘했고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신하균의 목소리뿐만 아니라고 함께 있으면서 그의 피부에 닿고 싶었다.전의 남자 친구처럼 목소리 외에는 불편했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한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옆에 놓인 핸드폰이 부르르 떨리는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급히 손을 뻗어 메시지를 보는 순간 주춤해졌다.강유리였다.[예쁜이 자? 방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