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고 신발을 마구 벗어 던진 릴리는 방안으로 들어서면서 말했다.“나가서 생활할 공간들을 둘러봤어요.”릴리는 신하균의 집에 있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신주리에게 숨겼다.“그럼 됐어. 나는 또 네가 우리 오빠를 만나서 붙어있는 줄 알았지!”“...”이 말만 들으면 릴리가 신하균을 보기만 하면 치근덕거리는 것 같지만 오늘은 신하균이 먼저 초대한 것이다. 다음에는 신하균의 집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볼일이 있거나 다른 상황이 생기면 신하균한테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하겠다고 릴리는 다짐했다...“들었어?”전화 저편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릴리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방금 물 마시고 있어서 못 들었어요. 뭐라고 했어요?”신주리가 다시 말했다.“올해 너의 운세가 이렇게 안 좋은 게 아마도 그때 너한테 좋은 기운을 받으라고 돈을 보내지 않았던 것 때문인 것 같아. 그래서 오늘 이체해줬어!”“언니, 사랑해요...”“사랑 고백에 급급하지 말고, 이 자식아! 마음이 어떤 상처를 받아도 언니가 금융치료로 다 고쳐줄 수 있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한답시고 너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가 필요하다고만 하지 않으면 돼!”“...”그렇다, 돈을 그렇게 빨리 이체했던 이유가 신하균에 관한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까 봐 그런 거였다. 말이 나온 김에 릴리는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신하균 씨가 어디 생리적이거나 인격적으로 모자라요? 그날 언니가 했던 말을 들어보면 내가 나이 많은 아저씨를 좋아하는 거에 화난 게 아니라 하균 씨가 나에게 해를 입힐까 봐 걱정하는 것 같던데요?”“음, 네 말이 맞아. 너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커. 하지만 양심적으로 친오빠를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저주할 수는 없어.”“그럼 문제없다는 거죠? 근데 왜 저희를 반대하는 거예요?”“내 이럴 줄 알았어. 그때 너 거짓말한 거지? 아직 오빠를 좋아하면서 아닌 척...”전화 저편에서 큰소리가 나자 릴리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멀리 떼어냈다. 전화의 소란이 잦아들자 그제야 반박했다.“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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