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991 - Chapter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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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상대는 릴리를 죽이려고 여러 번이나 치명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릴리는 전부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마지막에 그 칼이 부러지지 않았더라면 상대는 아마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고우신은 지금까지 안일하게 살아왔다. 유일한 자극이라면 아마 레이싱카를 타고 질주할 때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비하면 레이싱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릴리의 잔인하고 과감한 움직임을 보면 이런 상황을 대체 얼마나 겪었는지 가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싸워야 이 정도가 된단 말인가...고우신의 머릿속은 여전히 뒤죽박죽이었고 그를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던 릴리는 곧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불길은 점점 더 거세졌고 연기도 마구 들어와 오래 머무를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언니까지 데리러 왔다니 신속하게 나가야 했다.그런데 옆에 서 있던 두 경호원이 릴리를 막으면서 귀띔했다.“아가씨, 잠시만요.”릴리의 날카로운 눈빛에 두 경호원은 긴장한 얼굴로 다급하게 설명했다.“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육 회장님 아직 안 오셨어요.”혹시라도 릴리가 따귀라도 때릴까 두려워 아주 빨리 말했다. 설령 릴리가 때린다고 해도 그들은 감히 반격할 수 없었다.다행히 말이 끝나자마자 문밖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문을 들이박는 소리였다. 경호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셨네요.”두 경호원은 조금 전 릴리와 싸웠던 두 사람을 아주 쉽게 제압해버렸다. 수단이 어찌나 잔인한지 릴리 못지않았다. 게다가 릴리보다 더 강했는데 딱 봐도 프로였다.두 사람을 제압한 후 팔을 부러뜨렸고 발로 다리 관절을 가차 없이 짓밟았다. 비명과 함께 임무를 마친 네 사람은 창문을 통해 소리 없이 사라졌다...그 모습에 릴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장에 성신영과 고우신, 릴리, 그리고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두 경호원만 남게 되었다. 참으로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릴리는 잠깐 멈칫하다가 매캐한 연기를 참으며 고우신을 협박의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눈치 빠른 고우신은 어찌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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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고우신이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그때 제복 차림의 경찰들이 인질을 구출하러 달려왔다.그런데 사람들이 다 멀쩡하게 서 있어 누가 인질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신하균이 뒤에서 다가와 그들을 훑어보며 말했다.“안 나가고 뭐 해요? 계속 여기 있을 거예요?”이 빌라는 아주 오래된 빌라였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마당의 작은 공지였고 정자를 지나서야 빌라 밖의 큰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 적지 않은 사람과 경찰차가 서 있었고 소방차도 와있었다.릴리는 고정철 부자가 경찰차에 압송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릴리를 본 고한빈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고 당장이라도 달려와 그녀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너 아주 대단하다 그래! 본인이 죽더라도 우리를 잡겠다 이거야?”그런데 양옆의 경찰이 그를 제압하고 강제로 차에 태웠다.“가만히 있어!”릴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때 강미영과 바론이 다가왔다. 그들 뒤로 지팡이를 짚은 강씨 어르신도 따라왔다.“할아버지,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강씨 어르신이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여기로 왔어?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감히 우리 외손녀를 괴롭혀?”“딸,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강미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이들 중에서 가장 차분한 건 바론이었다. 바론은 릴리가 다친 데 없는지 꼼꼼하게 살핀 후 더는 묻지 않았다.릴리도 그가 잘 살피도록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커다란 두 눈에 의아함이 가득했다.‘누가 이 상황을 설명 좀... 대체 어떻게 된 거야?’강미영과 바론은 오기 전까지 이 일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다들 베테랑들이라 결과를 보자마자 바로 내막이 어떤지 눈치챘다.딸의 어리둥절한 눈빛에 설명해 주려던 그때 신하균이 다가왔다. 결국 강미영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다.“돌아가서 얘기해.”그러고는 신하균을 보며 말했다.“하균아, 미안하지만 여길 부탁할게. 네가 알아서 정리해줘.”신하균이 고개를 끄덕였다.“미안하긴요. 당연히 해야 하는걸요.”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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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그녀는 당시 제약을 받았던 사람이 성신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막아섰을 리는 없었다.그는 원래 그런 남자였다. 고정남처럼 멍청하고 고집스럽고 위선적이었다.그를 대신해 한 마디 해준 이유는 성신영의 우쭐해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물귀신처럼 다른 사람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이라면 상대의 동의를 거쳐야 할 것 아닌가?그리고 어차피 사실이니 해명하는 건 별거 아니었다.의기양양하던 성신영의 표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성신영은 릴리를 죽어라 노려보고 있었다. 의문 가득하던 눈빛이 점차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뒤바뀌었다.고우신은 릴리가 자신을 고발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었다. 육시준이 조금만 덜 세심했어도 그들 모두 이곳에서 끝장났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대신 변명을 해주니 꽤 놀라웠다.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타기 전, 고우신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릴리.”“...”릴리는 자기 차로 걸어가고 있었다.그의 부름에 릴리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또랑또랑했지만,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원망도 분노도 없는, 마치 낯선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고우신은 더욱 괴로워졌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동생아, 미안해.”릴리는 당황스러웠다.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동생이라고 부르니 꽤 당혹스러웠다.“미안하단 말은 필요 없어요. 어차피 난 오빠를 용서할 생각이 없거든요. 남에게 상처를 줬으면서 겨우 미안하단 말 한마디로 없던 일인 척할 수 있다면 가해자들은 더 설치겠죠.”고우신은 할 말이 없었다. 결국 그는 경찰차에 올라탔다.신하균은 릴리 일행을 차 앞까지 데려다준 뒤 릴리의 오른손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저씨, 아주머니, 제가 릴리를 바래다줄게요. 가는 길에 상황 파악을 좀 해야겠어요.”릴리는 깜짝 놀랐다. 그녀도 마침 가는 길에 상황을 알고 싶었다.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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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결정이 나지 않았다. 각자 본인의 생각을 고집하느라 양보하는 이가 없었다.결국 강미영과 강학도가 한차에 탔고, 강유리와 육시준, 바론, 신하균과 릴리 5명이 한 차에 앉았다.불은 서서히 꺼졌고 차도 하나둘 떠났다.강학도는 차에 오르자 혼탁하던 눈빛이 점차 또렷해졌다. 그는 옆에 있던 딸에게 물었다.“그 형사 우리 릴리에게 호감이 있는 거 같지?”신하균은 비록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았으나 조금 전 가장 앞에 나서기도 했고 같잖은 핑계를 대면서 릴리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다.“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아쉽게도 릴리가 예전처럼 그렇게 열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강미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게 아니라면 아까처럼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왜 그의 차에 타는 것을 거절했겠는가?불쌍한 척해서 동정심을 얻어 그 기회를 틈타 그를 공략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강학도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고심했다.그는 외손녀에게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고 그의 직업이 형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전에는 외손녀가 힘들어 보여서 마음이 아팠었는데 지금은 그 형사가 안타까웠다.외손녀는 이미 마음이 식은 상태인데, 상대는 이제야 진지해졌으니 말이다.두 사람이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을 때, 다른 쪽은 분위기가 아주 어색했다.차 안, 육시준은 운전을 하고 있었고 강유리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뒷좌석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릴리가 중간에 앉아서 양쪽에 있는 남자를 힐끔댔다. 그녀는 호기심이 줄어들고 지능이 상승했다.릴리는 그제야 조금 전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차를 어떻게 나눠탈지에 대해 의논했는지를 깨달았다.릴리는 당장 엄마가 있는 차로 바꿔타고 싶었다.바론은 운전석 뒤쪽에 앉아서 이따금 대각선 자리에 앉아 있는 강유리를 힐끔댔다. 그는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고 꽤 난감해 보였다.신하균은 조수석 뒤쪽에 앉아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약상자를 열어 필요한 것들을 꺼낸 뒤 곧장 릴리의 오른손을 쥐었다.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던 릴리는 누군가 자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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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이것 좀 봐. 네 여동생이 잘못됐으면 어쩔 뻔했어!”“...”바론은 누군가를 애틋하게 여길 줄도 몰랐고 누군가를 먼저 걱정할 줄도 몰랐다.그러나 딸이 엉엉 울면서 엄살을 부리는 데는 면역이 없었다. 지금처럼 말이다.그는 바로 릴리의 편을 들면서 일을 제대로 처리 못 했다는 이유로 육시준을 나무랐다.강유리는 원래 육시준에게 화를 낼 생각이었으나 릴리와 바론이 손을 잡고 자기 남편을 탓하자 순간 원망스러운 마음이 줄어들었다.특히 경호원 네 명이 다른 두 명을 상대할 수 있었고, 릴리 본인도 실력이 좋았기에 확실히 목숨이 위험할 뻔한 건 아니었다.그녀는 망설이는 눈빛으로 뒤쪽을 살짝 훔쳐보았다. 이때 신하균은 상처 부위의 소독을 거의 다 끝마친 상태였다.희고 보드라운 손을 보니 손아귀 쪽이 살짝 붉은 것을 제외하면 큰 상처는 없었다.그래서 원망스러운 마음이 사라진 강유리는 곧바로 육시준의 편을 들었다.“경호원이 네 명인데 왜 네가 나선 거야?”릴리는 시선을 내려뜨리며 자신의 손을 치료해 주는 신하균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제가 나서면 안 될 이유가 있나요? 저 엄청 강하다고요.”릴리는 아주 당당했다. 그러나 그녀를 사실 살짝 찔렸다.그녀가 먼저 나서서 싸웠기 때문에 다친 것이지, 경호원들이 본인의 의무에 충실하지 않아서 그녀가 다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당시 그녀는 육시준이 한 말을 잊고 상대에게 덤볐었다.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이런 상황을 혼자서 감당하려고 했던 것이 버릇이 된 탓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강유리 등을 유인하려고 파놓은 함정이라는 말을 듣자 충동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봤었더라면 자기편을 알아봤을 텐데 말이다.“네가 강하다고? 그렇게 강하면 다치지 말았어야지! 별거 아닌 걸로 엄살을 부리고, 자기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고 남을 탓하기나 하고 말이야!””강유리가 작게 투덜댔다.릴리는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언니 변했어요. 조금 전에는 절 걱정했잖아요.”강유리는 입을 비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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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고한빈은 알리바이를 만들었는데도 이곳에 나타났고 심지어 끌려갔다.참 아리송한 일이었다.사람들은 의문 어린 시선으로 육시준을 바라보았다.육시준은 앞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들 부자는 상대의 내막을 몰라서 진 거야. 그들의 사람을 매수하여 말을 전하게 해서 그들로 하여금 현장에 오게 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지...”그들이 출발하기 전, 고정철은 문자를 받았다. 고한빈이 교외에 있는 빌라에서 릴리와 함께 죽으려고 한다는 문자였다.고정철은 그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최근 들어 고한빈이 매우 수상쩍었기 때문이다.그는 재산을 빼돌렸을 뿐만 아니라 빌라를 사서 개조했다. 마치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말이다.그것도 본인의 죽음을 말이다.아들이 충격을 받고 자살할까 봐 두려워진 고정철은 하고 있던 일을 내버려두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갔다.고정철 쪽을 해결했으니 고한빈을 속이기는 더욱 쉬웠다. 계획이 실패했다고 하면 끝이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미리 준비를 해서 고정철을 잡았고, 지금 빌라 쪽 상황을 알 수 없다고 하면 되었다.이러한 상황이라면 동귀어진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아무도 동귀어진할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다.다들 자신의 죽음이, 그리고 자신이 아끼는 사람의 죽음이 두려웠다.특히 고한빈은 릴리를 조사해 본 적이 있어서 그녀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릴리가 상황을 뒤엎었다는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그는 심지어 경호원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상대와 목숨 걸고 싸울 준비를 한 것이다.하지만 빌라 문을 열고 멀쩡한 모습으로 마당에 서 있는 고정철을 보았을 때, 고한빈은 자신이 당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문은 이미 잠겼다.미리 잠복해 있다가 문을 잠근 이는 고한빈이 고용한 사람이었다.아는 사이가 아니라 그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이라 고한빈의 정체가 드러날 리가 없었다.그러나 반대로 아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는 고한빈을 알지 못했고,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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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게다가 이번 계획에 그는 모든 걸 걸었다.“그러네요.”릴리도 뒤늦게 깨달았다.“그리고 절 지킨 경호원들은 어떻게 바꾼 거예요?”“릴리 씨 형부가 10배의 가격으로 고한빈 씨가 고용한 경호원들을 매수했거든요. 그중 운이 나빴던 두 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자기 사람으로 바꾼 거죠.”신하균이 차가운 목소리로 여유롭게 설명했다.릴리는 깜짝 놀란 얼굴로 신하균과 덤덤한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는 육시준을 바라보았다.강유리도 릴리와 똑같은 표정으로 자기 남편을 바라보았다.돈이 만능이라더니.고한빈이 그 회사에 입금하면서 그쪽 세력에 의뢰를 했을 때, 릴리 뿐만 아니라 육시준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게다가 육시준은 미리 준비를 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그 사람들 직업윤리 같은 건 없나 봐요? 목숨 걸고 일하는 조직이라 원칙을 지키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할 텐데요. 어떻게 의뢰인을 배신할 수가 있죠?”“테러 조직만 아니라면 그 어떤 조직도 매수할 수 있어요. 윌리엄 파도 궁지에 빠졌죠. 게다가 유리 씨 남편은 공작님 사위잖아요.”신하균이 계속해 설명해 주었다.두 자매는 조용히 뒷좌석에 앉아 있는 바론 공작을 바라보았다.바론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곧바로 상황 파악을 마친 그는 순간 찔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서둘러 해명했다.“난 시준이가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어. 비록 내가 부하들에게 협조해 주라고 하긴 했지만 난...”“아, 그러니까 알고 있었다 이거네요. 우리만 몰랐네요.”“...”이제 더는 딸과 같은 편이 아니었다.바론 공작은 언짢았다.그는 서늘한 시선으로 원망스레 사위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새벽 5시.차 몇 대가 은하타운으로 들어갔다. 경찰차와 강미영의 차도 곧 도착했다.간단한 조사가 진행되었다. 릴리는 감추지 않고 솔직히 얘기했다. 다친 세 명은 그녀가 공격했고 정당방위였다고 말이다.신하균은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조사를 하던 형사는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 릴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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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릴리는 천진난만한 어조로 형사에게 물었다.형사는 난색을 보였다.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도움을 청하는 그의 시선이 신하균 곁에 있는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 사람은 입을 꾹 다문 채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낮게 말했다.“바론 공작, 부인, 이 사건은 아주 악질적인 사건이에요. 그런데 아주 순조롭게 해결되었죠. 만약 릴리 씨가 솔직히 얘기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건 단지 결과뿐만이 아니라 진실이 밝혀지는 것 아닌가요?”위엄있는 목소리였다.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어조라 뭐라고 하기가 그랬다.바론은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갈색 눈동자를 가진 바론은 아주 침착했고 위엄 넘쳤다.형사는 순간 흠칫하면서 감히 그의 눈빛을 마주하지 못하고 서둘러 시선을 옮겼다.“저희는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겁니다. 이 사건을 더욱 크게 키우지 않으려면 협조해 주셔야 해요.”잠깐 겁을 먹긴 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상황을 보니 서울에 있는 고정철의 세력이 꽤 큰 듯했다.아직도 그들의 편을 들어주려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바론의 눈빛이 신하균에게로 향했고 신하균은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 형사는 감히 어쩌지 못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었다.그리고 신하균은 덤덤한 어조로 형사에게 당부를 했다.“릴리 씨는 피해자입니다. 심문을 하고 싶으신 거라면 조금 전 잡힌 범인을 심문하는 게 어떤가요? 그리고 사건을 크게 키우다뇨? 양 형사님은 제가 서장님께 이 사건을 알리기를 바라는 겁니까?”“신하균 씨...!”“두 분 다 그만하시죠. 양 형사님 말씀은 이해했습니다. 저희는 지금 한국에 있으니 당연히 형사님 말씀에 따라야죠.”강미영이 미소 띤 얼굴로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었다.양수혁은 그 말을 듣자 그제야 어두운 안색이 조금 환해졌다.그러나 곧 바론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당신들은 내 딸의 말을 믿지 않는 거군.”양수혁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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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포크의 무게와 크기를 가늠하던 손이 멈췄다.그녀의 형부는 아주 세심했다. 강유리뿐만 아니라 강유리의 가족들까지 전부 챙겼으니 말이다.앞으로 남자 친구를 찾는다면 육시준 같은 남자를 찾는 것이 좋을 듯했다.넓은 거실에 선 릴리는 고개를 들어 신하균 옆에서 자꾸만 딴지를 걸던 양수혁을 바라보며 포크를 쥐었다.“말로 설명하는 건 소용 없을 것 같네요. 그렇게 믿기 어려우시다면 어디 한번 직접 경험해보시겠어요?”신하균은 바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육시준이 예리한 무기와 둔기에 관해 얘기할 때야 뒤늦게 깨달았다.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호통을 쳤다.“뭐 하는 거예요?”릴리는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신하균이 호통을 치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왜요? 안 돼요? 아, 혹시 전에 했던 말 때문에 그래요? 경찰을 습격하면 안 된다던 거?”“그 문제가 아니에요. 어쨌든 절대 안 돼요.”신하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릴리는 맥이 빠졌다.“그 문제가 아니라면 상관없는 거 아니에요? 양 형사님은 그 경호원들보다도 약할 텐데요? 어차피 제가 이기면 제가 했던 말이 사실이라는 게 증명되는 셈이잖아요.”신하균의 입가가 떨렸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설명했다.“양 형사님은 특수부대 출신이었어요. 부상 때문에 일찍 퇴직하긴 했지만 그래도 절대 약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만둬요!”릴리는 말문이 막혔다.신하균의 말을 정리해 보자면 양수혁은 싸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게다가 퇴직해 놓고 이 사건에 간섭하려는 걸 보면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양수혁은 릴리의 도발에 의아했었다. 그는 자신이 이 가녀린 소녀를 다치게 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릴리가 이렇게 건방을 떨 줄은 몰랐다.게다가 릴리는 그가 경호원보다 약할 거라고 했다.참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공작님의 수양딸이라는 이유로 내가 공격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러나?’고씨 일가가 아니라 고한빈을 위해서라도, 그는 반드시 릴리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밝혀야 했다.그래야만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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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신하균은 긴장한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 처음에는 릴리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참았다.그러다 마지막에는 말리는 걸 포기하고 진지하게 관전했다.보면 볼수록 놀라웠다.릴리는 겉보기엔 귀여웠지만 싸우는 모습은 아주 과격하고 무자비했다.게다가 대부분이 치명적인 공격이었다.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란 그녀가, 애지중지 길러진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 무자비한 격투 기술을 알고 있는 걸까?마치 자주 싸움을 해본 듯 말이다.양수혁 역시 신하균만큼이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한 손으로 목을 잡고 다른 한 손은 힘없이 축 늘어뜨렸다. 릴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경악이 가득했다.가녀리고 약해 보이는 릴리에게 이렇게 폭발적인 힘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캐번디시 일가의 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그 경호원의 상처와 똑같은지 한 번 확인해 보실래요? 참, 그 사람 오른팔도 제가 부러뜨린 거예요. 오른팔을 부러뜨린 뒤에는 경찰들이 오기 전에 저한테 반격할까 두려워 왼팔까지 부러뜨렸어요.”말을 마친 뒤 릴리는 앞으로 걸어갔다.양수혁은 저도 모르게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며 겁먹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만하세요. 이젠 믿어요.”“믿는다니 다행이군. 우리 딸은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받았어. 지력도 체력도 모두 또래보다 훨씬 더 뛰어나지. 릴리는 아주 훌륭한 아이야. 물론 강한 만큼 책임도 뒤따르지만 말이지. 일반인들은 릴리의 똑똑하고 대범한 모습만 알아. 오직 릴리와 싸워본 사람만이 릴리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축하해, 양 형사.”바론은 낮은 목소리로 자랑스럽게 말했다.그는 갈색 눈동자로 양수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경고의 의미가 다분했다.릴리를 얕봤던 양수혁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크게 좌절했다.그저 대놓고 얘기하지 않았을 뿐, 바론은 일찌감치 그의 의도를 눈치챘을 것이다.강미영은 꽤 심각한 상황에서도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얘기는 그만하시죠. 조사도 끝났으니 얼른 양 형사님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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