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981 - 챕터 990

1277 챕터

제981화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고 나니 정신이 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릴리는 거울 속에 비친 동그스름한 얼굴을 바라봤다.전통적인 의미의 세련된 미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귀여운 얼굴이다. 화장이 좀 지워졌지만 피부는 여전히 하얗고 섬세하고 탄력 있다. 김솔과는 각자의 매력이 있고 막상막하인 미모다. 굳이 김솔보다 못한 부분을 찾자면 릴리의 말투는 그녀만큼이나 애교 섞이지 않았다. 릴리는 늘 자기가 애교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여자가 말하는 것을 듣고 나서는 기꺼이 패배를 인정했다. 너무 오글거리는 말투다! 김솔은 신하균과 밤새도록 함께 있었고 계속 대화를 나눴다.릴리는 골똘히 생각했다. 이게 언니가 말한 죽이 맞는 건가? 그럼, 그 두 사람은 소울메이트인 거야? 릴리는 가뜩이나 어지러운 머리를 더 흔들었다.‘됐어. 그만 생각하자.’그들이 소울메이트여도 릴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밖으로 나와 유리문을 열자마자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릴리는 놀라서 두 걸음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서다가 겨우 중심을 잡았다.“깜짝 놀랐잖아요!”릴리는 목소리를 높이며 불만을 토로했다.남자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눈살을 찌푸렸다.온 사람은 다름아닌 고우신 이였다. 연회 내내 그림자도 안 보이더니 연회가 끝나자 만났다.캐주얼한 티셔츠, 반바지, 운동화 차림이 연회에 참석하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좀 비키세요.”릴리는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를 밀어젖히고 떠날 준비를 했다.손목이 커다란 남자에게 잡혔다. “오늘 같은 결과에 만족하냐?”릴리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이 사람은 확실히 연회에 참석하러 온 것이 아니라 트집을 잡으러 온 것이라고 확신했다.“만족해요. 당신은 만족하지 않나 보네요?”“...”고우신은 말문이 막히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내가 너희들 목적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고성그룹이 지금 육시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걸로 협박해서는 안 되지! 어쨌든 너는 우리 가문 사람이야. 그러니 당연히 가문의 이익을 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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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릴리는 방금 신하균이 자발적으로 자기를 데려다주겠다 하고 얼마 전에 언니가 제부가 자기를 팔아버렸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릴리는 뭔가 깨달았다. 제부는 지금 자기와 신하균을 맺어주는 거다. ‘어쩐지. 오늘 자발적으로 배웅해 주겠다고 하더라니!’“그래요. 그럼 저희도 이만 가자고요. 언니한테는 이따가 메시지 보낼게요.”‘내가 가면 신하균도 김솔이랑 더 편하게 있겠지?’고우신이 릴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동자에서 싸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곧 빠른 걸음으로 릴리를 따라가서 가까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람보르기니의 굉음이 조용한 지하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이내 먼지를 일으키며 차고를 떠났다...릴리는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시끄러운 엔진소리에 귀가 아파와서 고개를 돌려 그를 짜증스럽게 쳐다보았다.“술 취한 사람한테는 잘난 척 좀 그만하시죠.”그리고 아무리 잘난 척을 해도 그가 릴리 마음속에서 루저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우신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흥이 난 것 같았다.“너도 카레이서라면서?”“왜요? 저번에 진 거에 만족하지 않아요? 저랑 한 판 더 붙을래요?”릴리는 가시가 돋친 말을 계속 내뱉었다. 고우신은 패배를 인정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판 붙어보고 싶다.”릴리는 의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평소에 바보 같던 오빠가 화도 내지 않고 차분해서 릴리는 약간 적응이 안 됐다.이러면 놀리는 재미가 없다. 릴리는 흥미를 잃고 입을 다물었다.차 속도가 매우 빨랐다. 릴리는 약간 취한 상태에서 창밖의 풍경을 보는 거라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서 아예 눈을 감고 그가 먼저 대화를 시작하기를 기다렸다.얼마가 지났는지 잠이 들었다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릴리는 경계에 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우신의 얄미운 얼굴을 힐끗 본 후에야 마음을 천천히 놓았다.고우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그저 이 멍청한 사람은 머릿속이 온통 가족뿐이라 릴리의 신분을 받아들인 이상 엉뚱한 짓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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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스크린을 내리자 신하균이 보낸 여러 메시지들이 있었다. 어디로 갔느냐고 물으며 연회장에서 그녀를 기다리겠다고 했다.하지만 그 뒤로는 소식이 더 없다.아마 릴리가 돌아갔다고 생각하거나 옆에 있는 자식이 기다리지 말라고 전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 편히 집에 갔을 테다.신하균에게 현 위치를 보내고 강유리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화면을 바라보던 릴리의 눈빛이 서서히 굳었다.메시지가 전송되지 않는다.무의식적으로 심장이 조여왔다. 순간 릴리는 고우신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헛수고하지 마.”옆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말했다.릴리는 휴대폰을 끄고 현실을 받아들인 듯 고우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요. 대체 뭘 알았길래 이렇게 저를 경계하는 거죠? 지금 뭘 하고 싶은 건데요? 절 납치한다고 제 언니와 제부가 고성그룹을 가만둘 것 같아요?”“흥! 육시준이 육경원을 파견 보낸 건 고성그룹과 LK그룹의 정략결혼을 송두리째 파괴한 거야. 이렇게 해서 고성그룹이 혼자가 되기를 바라는 거 아니야?”고우신이 계속 비꼬았다. “육시준더러 꿈 깨라고 해! 지금은 고성그룹이 위기라고 해도 언젠가는 다시 일어설거야. 우리는 대헌그룹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있거든. 그때 가서 우리가 대혼그룹과 힘을 합치면 육시준따위 무서울 리가 있겠어?”“...”‘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멍청이.’이 사실은 릴리도 알고 있다.고작 이런 이유로 고정남이 겁을 먹고 후계자 자리를 내놓았을 리가 없다. 릴리는 호의로 그를 일깨웠다.“당신이 고정남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생각해 낸 걸 그가 모를까요? 겨우 그 정도 일로 협박을 받고 주식을 다 저한테 넘겼다고요?”“아버지는 널 편애해서 너한테 보상하고 싶어 하신다! 아마 그 여자도 집 안에 들이고 싶으시겠지!”고우신은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했다.“...”릴리는 눈앞의 캄캄한 길을 바라보며 점차 안정을 찾았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데요?”자기에 우세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는지 고우신은 더 이상 릴리에게 숨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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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고우신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이미 늦었다.릴리는 핸들을 왼쪽으로 틀고 곧장 도로 옆을 향해 부딪혔다.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부딪혀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죽는다고 해도 그 사람이 릴리는 아니다...릴리는 손을 쓰기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계산을 끝냈기 때문에 행동할 때 한 치의 주저도 없었다.고우신이 순발력으로 핸들을 옆으로 약간 튼 덕분에 차는 도로를 스쳐 지났다.“너 미쳤어!”고우신의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맞아요. 저는 기분이 나쁘면 미쳐버리는 경향이 있어요.”힘을 꽉 주고 있는 손과 달리 릴리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고우신이 동공 지진을 하고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차는 이미 그린벨트와 충돌했다.릴리는 이번 내기에서 이겼다. 실랑이를 벌이는 틈을 타 고우신이 브레이크를 밟았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강력한 충돌에 두 사람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릴리는 미리 계획했던 것처럼 손으로 시트를 잡고 안전벨트의 힘을 빌려 빠르게 다시 균형을 잡았다.하지만 고우신은 허둥지둥하다가 핸들에 머리를 부딪혔다.상대방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을 타서 릴리는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재빨리 휴대폰 잠금을 풀고 신하균에게 위치를 다시 보냈다. 이번엔 강유리에게도 위치를 보냈다.현 위치는 고성그룹과는 거리가 있다. 그들의 예리함이라면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이 모든걸 마친 후 전화를 걸려는데 릴리는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두 줄기의 눈부신 불빛이 릴리가 눈을 뜰 수 없게 했다.릴리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막았다. 뒤에 있던 두 대의 승용차가 재빨리 따라오더니 릴리를 앞뒤로 막았다.고우신은 머리를 비비며 운전석에서 비틀비틀 내렸다.‘뭐야 따라온 사람이 더 있었어? ’‘하긴, 이 멍청한 놈이 혼자서 이런 일을 벌일 리는 없지.’승용차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내리더니 릴리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낚아채 땅에 세게 내던졌다. 휴대폰이 땅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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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차가 시동을 걸 때까지 고우신은 자신 납치범에서 납치 피해자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릴리의 손목에 지어진 매듭은 전통적인 매듭으로 발버둥 칠수록 더욱 조여든다. 그래서 릴리는 아예 힘을 아끼려고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트렁크는 좁고 둘 다 움츠려 있어서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차가 두 대나 있는데 굳이 같은 트렁크에 넣을 게 뭐야. 저 여자 바보 아니야! 자원 분배도 모르나?”“지금 욕할 기분이 들어?”고우신은 분노와 충격에 휩싸였다.그가 분노할수록 릴리는 더욱 차분해졌다.방금 그가 바보같이 자기편을 들어주다가 함께 묶인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둘은 남매 아니었나요? 한 편 아니었어요? 이렇게 간단히 배신당한다고요?”고우신이 분노하며 말했다. “지금 똑같이 묶인 상황에 꼭 날 비웃어야겠어?”“저희 둘은 다르죠. 저는 원래도 납치당할 상황이었고 당신은 배신당한 거잖아요.”릴리는 여유롭게 손목을 휘적였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지금 상황이 유리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처음에 성신영은 그와 릴리의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했다. 릴리가 고성그룹의 재산을 노리고 있다고 그를 선동했다.그리고 이 망할 계집애가 권력을 넘기도록 계획을 마련해 주었다...고우신은 성신영의 계획이 실행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성신영은 끊임없이 그를 세뇌시키며 오늘 밤이 가장 적합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는 이런 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 밤이 지나면 모든 일이 결정되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우신은 비록 성신영의 계획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관점에는 찬성했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행동을 성신영이 감시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지루한데 둘이 어떻게 엮이게 됐는지나 얘기해 보시겠어요? 성신영 같은 여자를 이렇게나 오래 믿다니. 당신도 정말 대단해요. 요 몇 년 동안 밥은 거저먹었나 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키만 크고 지능은 하나도 안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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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릴리의 추측이 맞았다. 10분도 안 되어 차의 속도가 느려졌다.그리고 마침내 천천히 멈추었다.트렁크를 열자 눈부신 빛이 비춰들어 릴리는 한순간 적응하지 못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밝기에 적응한 후에야 릴리는 바깥 환경을 훑어보았다...“둘을 들여보내. 우리 오빠는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예.”이 지시대로 릴리와 고우신은 경호원들에 의해 어깨에 메어져서 들어왔다.거꾸로 된 느낌은 좋지 않았지만 트렁크 안보다는 시야가 넓었다.릴리는 재빨리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대충 상황 파악이 되었다.이곳은 확실히 고한빈이 사들인 정원이 맞다. 서울에서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교외 공장 지역에 가깝다.하지만 공장 구역도 그가 사버렸으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그때 이곳을 찾아냈을 때 릴리는 몰래 와서 이쪽 상황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멀리서 보았을 뿐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 허름한 곳에 발 디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었다.그 당시 릴리는 순진하게 이곳이 단지 돈세탁을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퍽! “윽!”릴리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릴리는 뼈가 아파왔다.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몸을 추스른 릴리는 일어나 앉아 주위를 살폈다.이 정원의 내부환경은 외관과 일치한다. 모두 낡고 허름하다. 의자와 일부 가구는 눈으로 봐도 몇 년은 되어 보였다. 그리고 나무는 모두 썩어 있었다.옆에는 유럽식 가죽 소파가 있었는데 가죽이 벗겨지고 내용물이 보였지만 이 중에서는 그나마 깨끗해 보였다.성신영은 이 유일하게 깨끗한 소파에 앉아 한가롭게 손가락을 놀고 있었다.“보아하니 캐번디시 집안의 공주님이 고성그룹의 폐인 도련님보다는 확실히 더 총명하군요. 보세요. 납치당한 긴장감이 전혀 없잖아요.”성신영이 웃으며 말했다.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우신이 입을 열었다. “성신영!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온 사람들이고!”성신영은 입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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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릴리는 말로 성신영의 주의를 돌렸다. “그가 당신한테 얼마를 주었길래 당신이 이렇게 목숨 바쳐 일할 수 있는 겁니까?”고우신은 어리둥절하여 고개를 돌려 목소리를 낮추고 릴리에게 물었다.“누가 뭘 줬는데?”“꺼져!”릴리는 전혀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이 멍청이! 저 미친 여자가 자기를 엄청 신경 쓴다는 걸 모르나?’그가 자기를 감싸는 모습을 보일수록 성신영을 더 자극하는 셈이다...“목숨을 바친다고?”성신영이 시큰둥하게 웃었다. “그 사람이 뭐라고? 명분도 없이 더러운 돈만 좀 있는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더러 목숨까지 팔게 하지?”“그래서. 그가 당신에게 돈을 주었나요? 당신이 다른 곳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을 만큼?”릴리는 흥미를 보였다.성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릴리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시간을 끌면 누군가가 너를 구하러 올 것 같아?”두 발이 풀렸지만 릴리는 급하게 움직이거나 발목의 줄을 던지지 않았다.여전히 묶인 자세로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네가 똑똑하다는 것을 알아. 그리고 강유리와 텔레파시가 잘 통한다는 것도 알고. 아마 너를 구하러 오고 있겠지.”성신영은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 릴리 앞에 반쯤 웅크리고 앉아 한 마디 한 마디 말했다.“하지만 그들이 너를 구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죽으러 오는 거라면?”릴리는 머릿속에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그리고 릴리의 추측에 부응하듯 은은하게 코를 찌르던 주변의 냄새가 더욱 선명해졌다.나무 썩은 냄새 사이로 휘발유 냄새가 났다...“뭘 하려는 겁니까?”릴리가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나는 단지 모두를 저승으로 데리고 가고 싶을 뿐이야. 이승에서 강유리를 이길 수 없다면 아래에 내려가서 계속 싸워야지.”“...”릴리는 입을 떡 벌리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납치된 후로부터 지금까지 릴리는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당황했다.‘미친년. ’이 여자는 정말 릴리보다 더 또라이다.머릿속에 많은 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방금 고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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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고우신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바닥과 닿은 손에 날카롭고 차가운 무언가가 잡히는 것 같았다. 고우신은 아무도 모르게 그 물건을 꽉 움켜쥐었다.성신영은 고우신의 모습에 너무도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원래는 그냥 풀어줄 생각이었는데 동생을 이렇게도 끔찍하게 아끼니 그냥 같이 죽어요!”그녀는 티테이블 위의 도자기를 바닥에 냅다 던졌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밖에 불이 반짝였다.불길이 점점 거세지더니 순식간에 빌라 밖을 집어삼켰다.성신영은 미친 듯이 웃으며 릴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네 언니도 곧 올 거야. 네가 죽든 살든 무조건 안으로 들어올걸?”릴리는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목을 조여 죽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으며 그녀의 얘기를 계속 들었다.“난 당신들이랑 함께할 생각 없어. 이 일이 끝나면 명성과 목숨 다 가질 거거든. 그리고 당신들이 죽어야만 내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어. 안 그러면 타향에서 편히 못 지내. 하하...”그런데 성신영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제압당해 바닥에서 반항조차 할 수 없었던 릴리가 벌떡 일어났기 때문이었다.릴리는 빠른 몸놀림으로 경호원들을 가볍게 피한 뒤 성신영의 옆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는 그녀의 팔을, 다른 한 손으로는 목을 꽉 잡았다. 그러고는 검지에 낀 반지에 감춘 날카로운 칼로 그녀의 대동맥을 겨누었다.“나랑 같이 죽을 용기는 없나 봐요? 차라리 잘됐네요. 난 죽는 게 두렵지 않거든요.”경호원이 몇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릴리가 칼을 들고 있어 결국 그 자리에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릴리는 그녀를 인질로 잡은 채 일어나는 고우신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다 비켜! 우신 오빠, 가서 대문 열어요.”원래는 궁지에 몰린 이상 그냥 마지막 발악이나 하려 했는데 전부 다 연기였을 줄은 몰랐다. 죽고 싶지 않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불길이 점점 더 거세지자 방 안의 온도도 급격하게 상승했고 연기도 자욱해졌다.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던 고우신은 손목을 묶고 있던 끈을 자른 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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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그럼 다행이고.”차가 빠르게 달려 빌라에 도착했을 때 불길은 놀랄 정도로 매우 거셌다.강유리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재빨리 차에서 내려 본능적으로 앞으로 달려가려는데 육시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조금만 더 기다려.”강유리는 한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더 기다렸다간 누구 하나 죽어 나가겠어. 이게 지금 괜찮은 거로 보여?”육시준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뭐라 얘기하려던 그때 경적이 들리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곧이어 낯익은 차 한 대가 눈앞에 나타났다.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입을 열었다.“문 열어.”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재빨리 다가갔다.강유리는 그가 확신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시름을 놓을 수가 없었다. 사람 목숨으로 장난칠 수도 없었고 릴리도 걱정되어 다급한 마음에 경호원과 함께 문을 부쉈다....방 안의 릴리는 처음에 경호원과 대치하면서 어떻게 탈출할까 계속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밖에 인기척이 들려오자 성신영이 고소해하며 말했다.“왔네! 네 언니가 널 구하러 왔나 봐. 그런데 아쉬워서 어쩌나? 마당에 다른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몰라서. 이곳은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어...”릴리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두 눈에 살기도 스쳤다.“그럼 당신 소원대로 다 같이 죽죠, 뭐.”미친 듯이 웃던 성신영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무릎이 찌릿했다.“으악!”성신영은 비명을 지르면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은 순간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더니 의자를 들고 그녀의 다른 한쪽 멀쩡한 다리를 힘껏 내리쳤다.“으악!”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성신영은 바닥에 움츠러들었다.고우신은 릴리의 민첩하고 잔인한 움직임을 보고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 말릴 틈도 없이 릴리는 티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녹이 슨 과일칼을 들고 경호원을 향해 달려갔다.맨 앞에 서 있던 두 경호원은 릴리의 모습을 보고도 한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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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릴리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완전히 낯선 얼굴이었는데 정말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을 납치했을 때도 이 사람은 이곳에 있었다.대체 어떻게 된 걸까?어리둥절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라 목을 움켜쥔 경호원도 멍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경호원은 계속 공격하려 했다.2대 1로 싸우는 건 누가 봐도 불공평했다. 옆에서 무뚝뚝하게 지켜만 보던 다른 경호원도 이 싸움에 끼어들었다.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갔다. 방에 총 여섯 명의 경호원이 있었는데 지금 2대 2로 싸우고 있었고 나머지 두 명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했다.릴리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구경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당신들 대체 누구 편이야?”“우린 릴리 씨의 안전만 책임지면 됩니다. 보스께서 릴리 씨가 우릴 때리지 않는 이상 가만히 있으라고 하셨거든요.”‘어쩐지... 이러니까 아까 가만히 있었지.’릴리는 손잡이가 끊어진 과일칼을 던지고 저릿한 손목을 어루만졌다.“그럼 날 공격한 저 둘은 뭐야?”그러자 상대가 대답했다.“성신영 씨가 데리고 온 사람입니다. 보스께서 이 연기가 실감 나려면 저 사람들을 남겨야 한댔어요.”“당신네 보스가 혹시 육시준이야?”릴리는 그제야 조금 이해가 갔다.“네.”‘그런 거였구나. 언니가 형부한테 계획이 있다더니 정말로 있었어.’하지만 이 계획이 너무도 진짜 같아서 조금 전 하마터면 상대와 같이 죽으려 할 뻔했다. 자기편이 있는 줄 진작 알았더라면 아까 그렇게 진지하게 싸우지도 않았을 텐데.릴리가 뭐라 얘기하려던 그때 교전 중이던 한 경호원이 자기 보스의 호감도를 사기 위해 한마디 했다.“릴리 씨, 저의 보스는 육 회장님이 아니라 신하균이에요. 릴리 씨의 안전이 걱정돼서 저더러 따라가라고 했거든요.”릴리는 할 말을 잃었다.‘굳이 그렇게까지 확실하게 선을 그을 필요는 없는데.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다 연기라는 걸 알고 있었고 나만 진지했다 이거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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