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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잠깐만요.”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자 릴리는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취소하고 고개 돌려 그를 보고 얘기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신하균은 입을 벙긋거리다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불쾌한 말들은 삼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분 안 좋아요?”

“하균 씨라면 금방 납치됐다가 풀려났는데 기분 좋겠어요? 트라우마가 안 생기겠어요?”

릴리는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의 문에 기대있었다.

“...”

새벽에 돌아왔을 때 그는 자신이 릴리를 보호하라는 명분으로 보낸 자신의 부하에게 일부러 물었었다. 수다쟁이인 그 부하는 신하균이 한마디 묻자 그때의 상황을 빠짐없이 다 말했다. 그 부하는 말하면서도 점점 흥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이때까지 이 정도로 반전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방금까지도 연약한 모습으로 있다가 바로 포위를 뚫는 작은 맹수처럼 돌변하였다. 녹이 슨 무딘 칼로 그녀는 최대의 공격치를 끌어냈고 두 사람을 상대하면서도 겁먹은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얕보는 것을 역이용하여 최고의 타이밍을 잡아 빠르고 정확하고 잔인하게 반격했다. 그 동작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고 군더더기 없었다.

그때의 기억을 돌아보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자신이 그렇게 열세에 놓였다면 그 정도로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못 내렸을 거라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다 듣고 난 신하균은 놀랍기도 하고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자신이 소홀하지 않고 그녀가 고우신을 따라가게 두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이런 것들을 홀로 겪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신하균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트라우마 생기죠.”

릴리는 눈을 깜빡이며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하균 씨 납치된 적 있어요?”

신하균은 릴리를 보면서 말했다.

“릴리 씨, 너무 이상한 쪽에 관심을 두는 거 아니에요?”

“...”

‘이상한 건가?’

“식사했어요? 안 했으면 같이 할래요?”

신하균은 다시 대화를 시도하며 화제를 돌렸다. 릴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 나랑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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