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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이렇게 빨리 가요?”

신하균은 할 일이 없어 곁에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홀가분하게 있은 지가 언제였던지 생각했다. 홀가분하지만 심심하지는 않았다.

신하균은 휴가가 많지 않았지만, 매번 휴가 때마다 뭘 할지 몰랐다. 신주리는 그의 외모가 너무 티가 나서 파파라치에 찍힐까 봐 두려워 촬영장에 오지 못하게 했다. 본가에 돌아가면 부모님은 자잘한 만남과 사교 모임에 그를 부르기 좋아하여 이후에는 본가에 가지도 않았다. 하여 그는 얼마 되지도 않은 휴가 때에 집에서 잠을 자거나 팀 훈련을 나갔다. 이렇게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있어 본 적이 극히 드물었기에 사치스럽게 느껴져 끝내기가 아쉬웠다...

“빠르다고요? 오빠, 지금 12시에요! 오빠가 아니지, 아저씨! 어르신은 밤에 일찍 주무셔야죠. 밤을 자꾸 새다가는 몸이 망가져서 여자친구도 못 만나요!”

릴리는 능청스럽게 말하고 맨발로 바닥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갔다. 신하균의 시선은 그녀의 맨발에 멈추었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까지 그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었다.

“다음에는 신발 안 벗어도 돼요.”

“네?”

릴리의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이 미친 듯이 진동을 울려 신하균이 하는 말을 잘 듣지 못했다. 신하균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만약 지금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늦지 않았겠죠?”

릴리는 멈칫하더니 몸을 곧게 펴면서 말했다.

“당연하죠! 하균 씨 아직 인기 많잖아요! 그날 김솔 언니가 하균 씨 곁에 붙어 다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거절하지 않겠죠?”

신하균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김솔한테...”

말이 끝나기 전에 릴리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주아 언니?”

릴리는 전화를 받으면서 신하균을 향해 손을 젓고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그녀의 소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라졌고 신하균은 어두운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망할 계집애, 전화해도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사실 신주리는 오전부터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도희가 카톡방에서 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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