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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신하균은 이 일에 대해 더 얘기하지 않고 그녀의 상처를 문지르며 물었다.

“또 어디 다쳤어요?”

릴리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신하균은 말없이 조용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깊은 두 눈동자에 검은 기운이 몰려있어 그녀를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릴리는 자신을 쳐다보는 신하균에 어색해져서 불쑥 말을 꺼냈다.

“진짜 없어요! 내가 옷이라도 벗어서 확인시켜줘요?”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거실에는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바닥에 한쪽 무릎만 꿇고 허리를 곧게 편 채 팔뚝의 근육 라인이 딱딱하게 갈라진 남자, 소파에 기대 가늘고 긴 다리를 남자의 팔에 올려놓은 채로 얼굴이 붉어지고 치마가 흐트러진 여자, 이 장면에 방금 그 멘트를 더하면 야릇한 분위기가 형성되기에 딱 좋았다...

릴리는 이 분위기를 느끼고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다리를 빼냈고 분위기를 바꾸려고 뭐라 말하려 했는데 신하균이 먼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릴리 씨만 동의한다면 안 될 것도 없죠.”

릴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

그녀는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면서 두 손을 가슴 앞에 천천히 교차하여 방어하는 자세로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신하균은 일어서서 고개를 숙인 채로 담담하게 릴리를 보고 있었다. 릴리를 훑어보는 그 눈빛은 정말로 옷을 벗기려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아니에요. 정말 더 다친 곳이 없어요! 무릎에 있는 건 상처도 아니에요. 어제는 그저 살짝 통증만 느껴지고 멍도 안 들었다가 오늘에야 나타난 거예요.”

“...”

이 긴장되고 어색한 분위기에 릴리가 잠식될 때쯤, 현관문의 벨 소리가 울렸다. 릴리는 번뜩 고개를 돌려서 구세주라도 만난 듯 소리쳤다.

“배달이 도착했어요!”

신하균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보더니 현관으로 갔다. 릴리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말을 함부로 하는 고질병을 고쳐야 한다고 자신을 질타하면서...

신하균은 말을 괘씸하게 한다거나 남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호감을 느끼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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