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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이 남자 건망증이 있는 거 아니야? 지금 뭐라는 거야, 분명히 자기가 먼저 오라고 했으면서!’

“중식을 주문할 거예요. 생선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매운 게 좋아요, 안 매운 게 좋아요?”

신하균은 자연스레 식사했다는 그녀의 말을 건너뛰고 휴대폰을 보면서 또 물었다. 그를 보는 릴리의 시선이 더 미묘해졌다.

“누구한테 들었어요?”

신하균의 손가락이 살짝 멈칫하더니 그 자세 그대로 눈을 치켜뜨면서 그녀를 보았다. 깊은 눈동자는 시커멨고 그녀가 알수 없는 감정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매운 거요! 매울수록 좋아요!”

릴리가 대답했다.

“날씨가 더운데 매운 거 많이 먹으면 탈 나요.”

“...”

릴리는 매운 걸 먹기도 전에 화끈거리는 느낌을 느꼈다. 쓸데없이 그의 말에 대답했고 쓸데없는 호기심 때문에 쪼르르 그를 따라 들어왔다. 아마도 자신이 시끌벅적한 은하타운에서 나와 쓸쓸한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게 그에게는 불쌍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배달을 기다리면서 신하균은 과일을 깎으러 갔고 릴리는 1인용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손가락은 많이 움직이지 않았고 시선은 진지하게 집중하고 있는 게 아마도 어떤 소식을 보고 있는 듯했다. 신하균은 시선을 내려서 그녀를 보았다. 눈앞의 이 여자는 몸매가 아담하고 팔다리도 가녀린데 이렇게 연약한 여자가 부하의 얘기 속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고마워요. 거기 두세요.”

고개를 든 릴리는 그의 손에 들린 접시를 보고 친절하게 말했다. 신하균은 허리를 숙여 접시를 그녀의 앞에 놓았다. 소파에 책상다리하고 앉아있다가 살짝 움직이자 릴리의 치마가 살짝 위로 들렸다. 살짝 굳어진 신하균의 시선이 그녀의 오른쪽 무릎과 종아리에 고정되었다. 거기에는 멍이 크게 들어있었는데 매끄러운 종아리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그의 시선이 너무 오래 머무른 탓인지 릴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다가 그의 시선을 따라 다시 아래로 숙였다. 이를 눈치챈 릴리는 아무렇지 않게 치마를 정리하면서 무릎에 난 멍을 가렸다.

“저기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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