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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릴리는 깜짝 놀란 나머지 뒤로 물러났다.

다시 자세히 쳐다보니 방금 샤워를 마친 모양이었다. 그는 벌거숭이 상체에 반바지만 입고 있었고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신하균을 몰래 쳐다본 적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자세히 쳐다본 적은 없었다.

이 몸매... 이 복근...

릴리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왜 옷을 안 걸치고 있어요! 저는 이런데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라고요!”

아까는 너무 긴장해서 잘 보지 못해 다시 힐끔 쳐다보았다.

‘옷을 입었을 때는 약해 보였는데 근육이 장난 아니네...’

“남자가 밖에서 자신을 잘 보호해야죠! 이렇게 쉽게 보여주면 사람들이 쉽게 생각할 거란 말이에요.”

릴리는 급히 고개를 돌리면서 진지하게 나무랐다.

그녀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 있던 신하균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저는 밖이 아니라 제 집에 있는 건데요?”

릴리는 고개를 홱 돌려 눈을 크게 뜨고 째려보았다.

“신하균 씨!”

“왜요?”

“왜 그렇게 염치가 없어요? 제 집이 왜 신하균 씨 집이 된 거예요? 아무리 제가 전에 신하균 씨한테 호감이 있었다고 해도 저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되죠! 그리고 그것도 옛날 일이라 지금은 다르다고요! 계속 이러는 거... 염치없는 짓이에요!”

“...”

릴리는 화가 나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거기다 당황했는지 횡설수설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분명 부끄러우면서 일부러 괜찮은 척 남을 가르치다니...

신하균은 벽에 기대어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면서 말했다.

“방 번호부터 확인해 보실래요?”

릴리는 멈칫하면서 고개를 쳐들었다.

“여긴 한 층에 한 가구만 있어 저희가 이웃일 일도 없어요. 같은 동일 수는 있겠는데 같은 층 이웃일 리는 없겠죠?”

“...”

릴리는 고개를 쳐든 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러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분명 14층인데 왜 13층에서 내린 거지?’

신하균은 뻘쭘한 그녀를 쳐다보더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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