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그날 밤: Chapter 531 - Chapter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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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그들은 곧장 차를 몰고 병원에 왔다.장비서 혼자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곳의 시설은 매우 초라했는데, 심재경은 들어오자마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윤소민이 말했다.“원우 오빠가 어떻게 이런 병원에 입원할 수 있죠?”“어떻게 오셨어요?”장비서는 심재경의 등장이 뜻밖이었다.심재경이 말했다.“세헌이 전화를 받고 왔어요.”장비서는 눈을 내리깔았다.“그렇군요.”윤소민은 장비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우리가 온 게 의외인가 봐요?”장비서는 고개를 들고 비즈니스적인 표정을 지었다. 어딘가 잘난 체하는 느낌도 들었고 엄숙한 느낌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갑인 듯 얘기했다.“아가씨가 오해한 것 같은데요.”장비서는 강세헌의 비서로서 충분히 남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이 강세헌을 만나려면 그녀를 먼저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윤소민도 곱게 자란 부잣집 아가씨인지라 장비서의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았다.“재경 오빠와 강세헌 씨는 친구예요. 그리고 난 재경 오빠의 아내고요. 다시 말해서 당신은 나를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알겠어요?”장비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심재경은 심기가 불편했다.“상황 파악 안 돼? 어디서 말다툼이야.”어렵게 심재경의 마음을 얻은 윤소민은 더는 그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아 바로 입을 다물었다.장비서도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떻게 교통사고가 났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심재경이 장비서에게 물었다.“공항 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폐기물 차와 충돌했어요. 그리고 이 병원이 사고가 발생한 곳과 가장 가까워서 일단 여기로 보낸 거고요.”장비서는 심재경에게 왜 진원우를 이 병원에 입원시켰는지까지 설명했다.심재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폐기물 차의 운전기사를 조사해줘요. 그럼 전 수술실에 들어가 볼게요.”장비서는 심재경을 가로막았다.“그쪽엔 이미 사람을 보냈어요. 원우 씨는 지금 수술 중인데, 당신이 들어가서 뭘 하려고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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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내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고 지금 윤소민이 널 의심하고 있어, 그러니까 네 앞날을 위해서라도 이 여자는 치워버려야겠지?」마치 방금 장비서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직접 본 것 같은 내용이었다.설마 이 사람 여기에 있다고?장비서는 무의식적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2층 복도에서 검은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캡모자를 쓴 사람이 있었다.상대방은 장비서의 시선을 눈치챈 듯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장비서는 즉시 달려가 사람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2층에 도착했을 때, 그 사람은 이미 도망간 후였다.장비서는 복도에 서서, 다시 그 사람을 찾으려고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았다.「날 찾으려고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네가 진원우를 해친 일을 강세헌한테 이를 거니까.」장비서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어떻게 강세헌까지 알고 있는 거지?장비서는 즉시 답장하였다.「목적이 뭐야?」「내 목적은 너를 돕는 거야.」장비서의 안색은 가라앉았다.「내가 바보야? 넌 지금 날 협박하고 있는 거야.」「그럼 내 말 듣지 말든지, 할 수 없이 지금 당장 강세헌한테 가서 말하지 뭐.」「안 돼.」장비서는 상대방이 바로 강세헌에게 연락할까 봐 빠른 답변을 했다.진원우에 관한 일을 강세헌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된다.아니면...그녀는 더는 강세헌의 곁에 있을 수 없을 것이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말 안 할 테니까 넌 널 의심하는 사람이나 깨끗하게 처리해.」장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메시지를 노려보았다.그녀를 의심하는 사람?심재경은 장비서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아내인 윤소민이 장비서를 적대시하면서 의심했다.「윤소민 말하는 거야?」「똑똑하네.」장비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확실히 지금 윤소민만이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강세헌은 어차피 멀리 해외에 있었기에 국내의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고 심재경의 성격도 장비서가 조금이나마 알고 있어 쉽게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무엇보다도 심재경은 옥신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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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제가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장 비서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는데 켕기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저와 원우 씨는 오랜 파트너예요.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요. 내가 지금 하는 모든 건 다 그의 안전을 위해서예요.”“부디 진심이었으면 좋겠네요.”윤소민은 담담하게 비아냥거렸다.장 비서는 심재경에게 화살을 돌렸고 우쭐거리면서 물었다.“심재경 씨! 당신 아내 왜 이러는 겁니까? 왜 항상 저를 겨냥하죠? 제 신분 다 아시면서 제가 어떻게 원우 씨를 해칩니까? 전 비록 심재경 씨와 의견이 다르지만, 우리의 목표는 같지 않나요? 다 원우 씨가 괜찮기를 바라는 거잖아요. 근데 왜 이분은 계속 제가 원우 씨를 해치려 한다고 모함하는 거죠? 제가 원우 씨를 해쳐서 무슨 이득이 있겠어요? 해칠 이유가 없다고요!”장 비서는 강세헌을 계속 따랐기에 그녀와 임지훈 그리고 진원우와의 관계는 모두 화목했었다.그래서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장비서가 진원우를 해칠 이유는 확실히 없었다.심재경이 말했다.“소민이는 장 비서님과 원우의 관계를 모르고 한 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이때 의료진이 진원우를 데리고 나왔고, 심재경이 말했다.“출발하죠.”장 비서는 구급차에 실린 진원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내심 당황했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빨리 가요, 치료를 지체하지 말고.”윤소민은 입을 삐죽거렸다.“가식적이야.”심재경은 윤소민을 향해 차가운 눈빛을 발사했다.“그렇게 아무 말이나 하지 마.”지금 진원우를 구하는 게 중요하지 싸울 때가 아니었다.윤소민은 그래도 심재경의 말은 잘 들었다.바로 입을 다물고는 얌전히 그를 따랐다.구급차가 빠른 속도로 군병원을 향해 갔다.이쪽은 이미 심재경이 다 준비해 놓았기에 진원우를 바로 수술실로 보내면 되었다.심재경도 수술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퇴사했기 때문에 들어갈 명분이 없어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장 비서가 제일 멀리 떨어져 서 있었는데, 그녀는 지금 마음이 찔려서 너무 불안했다.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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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이 교수는 심재경과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이런 응급 수술을 흔쾌히 받겠다고 한 것이었다.다만 지금 상황은 좋지 않았다.“사람은 살았지만 간신히 숨만 쉬는 정도야...”장 비서는 의사가 사람을 구했다는 말을 듣고 당황하여 핸드폰을 떨어뜨렸다.탁!핸드폰 액정이 깨졌다.윤소민은 장 비서를 한 번 쳐다보았고 분명 그녀가 양심이 찔렸다는 것을 눈치챘다.심재경은 장 비서가 격동한 줄 알고 말했다.“의사 선생님께서 구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장 비서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너무 기쁘네요.”이 교수가 말했다.“내 말 아직 안 끝났어.”심재경이 물었다.“왜요? 살았다고 하지 않았어요?”“숨이 붙어 있긴 한데...”이 교수는 한숨을 쉬며 심재경을 바라보았다.“최선은 다했어.”심재경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원우 상태가 어떤데요?”“아마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아야 할지도 몰라...”“뭐라고요?”심재경은 이런 결과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럴 리가요.”심재경은 당황했고, 혼란스러웠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에게 너무 잔인한 대답이었다.식물인간과 죽은 사람의 차이점은 오직 숨만 붙어 있다는 것뿐이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최선을 다했어.”이 교수가 말했다.의사에게 있어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것이었지만 항상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은 언제나 환자의 가족이었다.장 비서는 이런 반전이 있을 줄 몰랐다.진원우는 비록 죽지 않았지만 그 대신 식물인간이 됐다.그러면 죽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장 비서는 하느님이 그녀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다.몰래 장 비서를 지켜보고 있던 윤소민의 눈에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들어왔다.장 비서가 고개를 들자 마침 윤소민과 눈이 마주쳤다.윤소민은 숨김없이 눈빛으로 말했다.‘네가 안도해 하는 표정, 난 봤지.’장 비서는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이 윤소민이라는 여자는 사사건건 그녀에게 시비를 건다.보아하니, 정말 가만둘 수 없을 것 같다.“왜 날 쳐다봐요?”장 비서는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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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아마 윤소민은 잔꾀가 많은 나쁜 사람이 맞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심재경을 사랑한다.장 비서는 옆에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아무리 봐도 윤소민이 너무 거슬렸다.장 비서는 시선을 거두고 핸드폰을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었다.“대표님, 원우 씨가...”...강세헌은 방금 로픽패밀리 사람들을 만났다.하지만 상대방은 미국 사람이고, 게다가 그들은 미디브의 대주주였다.이런 일이 생기면,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고려했고, 그다음에 사건의 경과를 생각했는데,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그들은 송연아를 구할 이유가 없었다.그들에게 송연아는 그들의 이익을 해친 장본인이었다.그들은 강세헌의 체면을 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라고 말했다.사실 강세헌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그들이 돕기를 꺼리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차려지는 이익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강세헌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는데, 마침 장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전화기 너머로 장 비서는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지 못했다.“말해!”“원우 씨가... 식물인간이 됐대요, 지금은 군병원에 있고, 심재경 씨도 여기에 있어요.”장 비서가 상황을 보고했다.강세헌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손을 가볍게 떨었고, 눈빛도 걷잡을 수 없이 어두워졌다. 애써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슬픔이 보였다.“알았어.”강세헌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네, 최고의 간병인을 찾아 원우 씨를 돌보겠으니까 대표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회사에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보고하겠습니다.”장 비서는 진원우만 없으면 자기가 강세헌의 가장 유능한 오른팔이 될 거라고 믿었다.“그래.”강세헌은 눈을 내리깔고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바쁘면 임지훈한테 말해.”“임 비서님은 본사에 있어서 바쁠 텐데, 전 이쪽을 잘 관리할 자신 있습니다.”장 비서는 이때가 바로 강세헌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때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강세헌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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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원우 오빠와 막역한 사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근데 이렇게 된 게 오빠의 상황을 보고도 슬퍼하기는커녕 오히려 빨리 도망치려고만 해요? 정말 원우 오빠와 친한 사이 맞아요?”윤소민은 비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장비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한참 쳐다보고는 결국 화를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윤소민과 언쟁을 벌이고 그녀한테 변명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법은 윤소민을 영원히 입 다물게 하는 것이었다! 분이 덜 풀린 윤소민은 계속해서 말을 하려고 했고 바로 이때 심재경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장비서의 편을 들었다. “소민아, 원우한테 이런 일이 생겨서 우리 모두 다 괴로워. 장비서님도 마찬가지고. 장비서님은 세헌이 밑에서 일했을 때도 늘 냉정한 사람이었어. 아무리 슬퍼도 내색하지 않았지.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단지 감정을 잘 숨기고 있을 뿐이야.”심재경이 장비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 윤소민은 입을 삐죽거렸다.“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근데 난 저 여자가 좋은 사람 같지 않거든요.”멀지 않은 곳에서 윤소민의 말을 듣게 된 장비서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였다. ‘이제 보니 저 여자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바로 이때, 그녀는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 신비로운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도 윤소민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장비서는 핸드폰을 꺼내 그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당신한테 윤소민을 처리할 방법이 있나요?」2분 뒤, 상대방은 장비서에게 파일 하나를 보내왔고 장비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파일을 열어보았다. 파일 안에는 윤소민에 대한 자료와 그녀의 집안 배경에 대해 샅샅이 적혀 있었다. 장비서는 자세히 자료를 살펴본 뒤 상대방에게 답장을 보내 그를 떠보았다.「혹시 윤소민과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예요?」원한이 없다면 이렇게 윤소민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장비서는 그가 자신의 손을 빌려 윤소민을 처리할 생각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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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어떤 사람들은 작은 이익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벌을 받게 될지 알고는 있어요?”심문을 맡은 사람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임산부예요. 자신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아이 생각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그 말에 송연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말했죠. 연구센터의 이익을 해친 건 인정한다고요. 연구센터에서 내리는 벌은 기꺼이 받을게요.”연구센터의 처벌은 그녀를 해고하고 그녀에게 배상하라는 것일 거다. 그러나 이쪽 정부는 그녀를 이용해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었다.만약 그녀가 입을 연다면 이쪽에서는 여론을 일으켜 한국을 겨냥하게 될 것이다.심문을 맡은 두 남자는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송연아는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으로 보면 분명 안 좋은 일일 것이다. 곧 그녀의 짐작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송연아의 입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녀를 굴복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 다른 방식이라는 게... 바로 그녀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이었다. 연구센터 쪽에서 그녀를 고소했기 때문에 송연아는 계속 구치소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송연아에 대해 다섯 차례나 심문을 진행하였고 점점 인내심을 잃게 된 그들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했다. “날 어딜 데리고 가는 거예요?”송연아는 자신이 갇혀 있던 방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그녀에게 알려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녀한테 호통쳤다. “입 다물어요!”송연아는 조금 두려웠다. 배 속의 아이가 걱정되었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를 감싸 안았다. 지나가는 복도는 점점 어두워졌고 쥐 죽은 고요했다. 그들은 그녀를 끌고 점점 더 외진 곳으로 가서 철문을 덜커덩 열었다. 송연아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똑똑히 보기도 전에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밀었고 관성에 의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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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그들은 그녀에게 물도 주지 않고 밥도 주지 않은 채 그녀를 계속 가두어 놓았다. 가끔은 아기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치 학대받고 있는 비명 같았다.그때마다 송연아는 몸을 움츠리고 자신의 배를 끌어안았다. 하루, 이틀... 얼마나 오래 갇혀 있었는지 그녀는 시간조차 알 수 없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마치 시간도 빛도 없는 세상에 홀려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문을 두드려 봤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고 빈 메아리만 들릴 뿐이었다. 나중에 그녀는 문을 두드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아예 가만히 있었다. 체력 보존을 위해.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점점 더 목마르고 배가 고팠다. 빛을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누가 날 좀 구해주세요.”그녀는 구석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머리는 점점 더 복잡해졌고 때로는 환각까지 나타났다. 가끔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는 무서워서 몸을 벌벌 떨었다. ...두바이, 강세헌은 윌슨을 만났다. 7성급 호텔은 그야말로 돈으로 쌓아 올린 그 웅장함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현지의 인테리어 스타일에 맞게 금과 레드, 벨벳, 크리스털 등 그 민족의 색채를 담은 모습이었고 모든 요소가 잘 어우러진 것이 궁궐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호텔의 외형 디자인은 매우 현대적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윌슨은 그야말로 최고의 갑부였다. 그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에 구레나룻, 뚜렷한 이목구비와 깊은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입에 시가를 문 채 붉은 가죽 소파에 편히 기대어 있었다. 탁자 위에는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는데 그 와인의 값은 한 병에 1억 5천을 호가하는 비싼 와인이었다. 다만 그에게 그 와인은 평범한 와인일 뿐이었다. 그가 힘껏 시가를 한 모금 피우자 흰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라 그의 얼굴을 덮어버렸다. “참 이해가 안 되네요. 왜 당신이 이번 합작을 포기했는지? 우리 사이의 합작이 어떤 의미인지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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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윌슨은 강세헌의 처리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나라의 지도자들은 늘 한국의 발전을 막으려 하고 있죠. 만약 그들한테 꼬투리라도 잡히게 된다면 그들은 일을 크게 만들 거예요. 만약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난 당신이 이럴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해요...”“윌슨, 이번 일은 나한테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강세헌은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사람을 구해내려면 미국 쪽에 충분한 이익을 줘야 할 것이다. 미국의 석유 자원을 장악한 로픽 패밀리는 분명 이 거래를 원할 것이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어떻게든 그 사람을 설득할 것이라고 강세헌은 굳게 믿었다. “미국에 있는 한국 대사를 찾아보는 건 어때요?”“나한테 그럴 시간이 없어요.”강세헌이 미국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희망을 걸지 않은 건 일의 절차가 복잡하고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송연아를 하루 빨리 구해야 했고 기다릴 시간도 기다릴 인내심도 없었다. 꿍꿍이가 많은 미국 사람들을 상대하는 데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옆구리를 찔러보는 거, 물론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손실은 송연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윌슨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그에게는 어느 쪽과 합작하든 손해 보는 일은 아니지만 그는 미국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괜찮은 미녀들 불렀어요. 모처럼 왔으니까 저녁에 내 개인 별장에 가서 푹 쉬어요.”강세헌은 단칼에 거절했다.“관심 없습니다.”그의 말에 윌슨은 피식 웃었다.“매번 이러는 걸 보면 혹시 병이라도 있는 거예요?”자리에서 일어난 강세헌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어요. 와이프가 무서워서요.”...‘무슨 상황이지?’“세헌 씨, 결혼했어요? 난 왜 모르고 있었죠? 언제 결혼한 거예요? 일부러 날 속인 거예요?”‘솔로인 줄 알았는데 언제 결혼한 거야? 어떤 여자지?’강세헌은 나중에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강세헌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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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구애린은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왔다.“원우 씨가 의식불명인 상태라고요?”주석민은 친구가 입양한 딸 구애린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진원우를 알아?”주석민은 그녀를 향해 물었고 구진학도 딸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지?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모르는 일이라도 있는 건가?’구애린은 황급히 변명했다. “강세헌한테서 엄마의 묘비에 관한 행방을 알아내고 싶어 그 옆에 있는 진원우한테 접근했었어요.”“그랬구나.”주석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구진학은 다른 생각이었다. 만약 단순히 알고 지낸 사이라면 진원우가 의식불명인 상태라는 걸 들었을 때 딸아이는 절대 흥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딸아이가 이젠 다 커서 집을 떠날 때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서 보거라.”구진학의 말에 구애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아빠...”“가 보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만 잊어버리지 않으면 돼.”구진학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아빠.”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말을 하고는 이내 방으로 돌아가 짐을 쌌다. 주석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눈치 못 챘어. 애린이와 진원우 두 사람...”구진학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고 주석민은 그제야 알아차린 듯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애린와 진원우가 연인 사이란 말이야?”“쉿, 알고만 있어. 떠들어 대지 말고.”주석민은 단지 놀랬을 뿐 떠들어 댈 생각은 없었다.한편, 구진학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자.”“어딜?”주석민은 그한테 물으면서도 구진학을 따라나섰다. “강세헌, 6시 비행기로 도착할 거야. 마중하러 가자.”주석민은 구진학을 쳐다보며 되물었다. “너랑 강세헌 사이가 많이 안 좋았던 거 아니었어?”“나도 잘 모르겠어. 그가 왜 갑자기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는지.”“송연아의 물건을 본 뒤 너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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