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33화

작가: 김세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제가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장 비서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는데 켕기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저와 원우 씨는 오랜 파트너예요.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요. 내가 지금 하는 모든 건 다 그의 안전을 위해서예요.”

“부디 진심이었으면 좋겠네요.”

윤소민은 담담하게 비아냥거렸다.

장 비서는 심재경에게 화살을 돌렸고 우쭐거리면서 물었다.

“심재경 씨! 당신 아내 왜 이러는 겁니까? 왜 항상 저를 겨냥하죠? 제 신분 다 아시면서 제가 어떻게 원우 씨를 해칩니까? 전 비록 심재경 씨와 의견이 다르지만, 우리의 목표는 같지 않나요? 다 원우 씨가 괜찮기를 바라는 거잖아요. 근데 왜 이분은 계속 제가 원우 씨를 해치려 한다고 모함하는 거죠? 제가 원우 씨를 해쳐서 무슨 이득이 있겠어요? 해칠 이유가 없다고요!”

장 비서는 강세헌을 계속 따랐기에 그녀와 임지훈 그리고 진원우와의 관계는 모두 화목했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장비서가 진원우를 해칠 이유는 확실히 없었다.

심재경이 말했다.

“소민이는 장 비서님과 원우의 관계를 모르고 한 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이때 의료진이 진원우를 데리고 나왔고, 심재경이 말했다.

“출발하죠.”

장 비서는 구급차에 실린 진원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내심 당황했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빨리 가요, 치료를 지체하지 말고.”

윤소민은 입을 삐죽거렸다.

“가식적이야.”

심재경은 윤소민을 향해 차가운 눈빛을 발사했다.

“그렇게 아무 말이나 하지 마.”

지금 진원우를 구하는 게 중요하지 싸울 때가 아니었다.

윤소민은 그래도 심재경의 말은 잘 들었다.

바로 입을 다물고는 얌전히 그를 따랐다.

구급차가 빠른 속도로 군병원을 향해 갔다.

이쪽은 이미 심재경이 다 준비해 놓았기에 진원우를 바로 수술실로 보내면 되었다.

심재경도 수술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퇴사했기 때문에 들어갈 명분이 없어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장 비서가 제일 멀리 떨어져 서 있었는데, 그녀는 지금 마음이 찔려서 너무 불안했다.비록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534화

    이 교수는 심재경과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이런 응급 수술을 흔쾌히 받겠다고 한 것이었다.다만 지금 상황은 좋지 않았다.“사람은 살았지만 간신히 숨만 쉬는 정도야...”장 비서는 의사가 사람을 구했다는 말을 듣고 당황하여 핸드폰을 떨어뜨렸다.탁!핸드폰 액정이 깨졌다.윤소민은 장 비서를 한 번 쳐다보았고 분명 그녀가 양심이 찔렸다는 것을 눈치챘다.심재경은 장 비서가 격동한 줄 알고 말했다.“의사 선생님께서 구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장 비서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너무 기쁘네요.”이 교수가 말했다.“내 말 아직 안 끝났어.”심재경이 물었다.“왜요? 살았다고 하지 않았어요?”“숨이 붙어 있긴 한데...”이 교수는 한숨을 쉬며 심재경을 바라보았다.“최선은 다했어.”심재경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원우 상태가 어떤데요?”“아마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아야 할지도 몰라...”“뭐라고요?”심재경은 이런 결과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럴 리가요.”심재경은 당황했고, 혼란스러웠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에게 너무 잔인한 대답이었다.식물인간과 죽은 사람의 차이점은 오직 숨만 붙어 있다는 것뿐이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최선을 다했어.”이 교수가 말했다.의사에게 있어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것이었지만 항상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은 언제나 환자의 가족이었다.장 비서는 이런 반전이 있을 줄 몰랐다.진원우는 비록 죽지 않았지만 그 대신 식물인간이 됐다.그러면 죽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장 비서는 하느님이 그녀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다.몰래 장 비서를 지켜보고 있던 윤소민의 눈에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들어왔다.장 비서가 고개를 들자 마침 윤소민과 눈이 마주쳤다.윤소민은 숨김없이 눈빛으로 말했다.‘네가 안도해 하는 표정, 난 봤지.’장 비서는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이 윤소민이라는 여자는 사사건건 그녀에게 시비를 건다.보아하니, 정말 가만둘 수 없을 것 같다.“왜 날 쳐다봐요?”장 비서는 너무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미친 그날 밤   제535화

    아마 윤소민은 잔꾀가 많은 나쁜 사람이 맞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심재경을 사랑한다.장 비서는 옆에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아무리 봐도 윤소민이 너무 거슬렸다.장 비서는 시선을 거두고 핸드폰을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었다.“대표님, 원우 씨가...”...강세헌은 방금 로픽패밀리 사람들을 만났다.하지만 상대방은 미국 사람이고, 게다가 그들은 미디브의 대주주였다.이런 일이 생기면,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고려했고, 그다음에 사건의 경과를 생각했는데,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그들은 송연아를 구할 이유가 없었다.그들에게 송연아는 그들의 이익을 해친 장본인이었다.그들은 강세헌의 체면을 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라고 말했다.사실 강세헌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그들이 돕기를 꺼리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차려지는 이익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강세헌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는데, 마침 장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전화기 너머로 장 비서는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지 못했다.“말해!”“원우 씨가... 식물인간이 됐대요, 지금은 군병원에 있고, 심재경 씨도 여기에 있어요.”장 비서가 상황을 보고했다.강세헌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손을 가볍게 떨었고, 눈빛도 걷잡을 수 없이 어두워졌다. 애써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슬픔이 보였다.“알았어.”강세헌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네, 최고의 간병인을 찾아 원우 씨를 돌보겠으니까 대표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회사에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보고하겠습니다.”장 비서는 진원우만 없으면 자기가 강세헌의 가장 유능한 오른팔이 될 거라고 믿었다.“그래.”강세헌은 눈을 내리깔고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바쁘면 임지훈한테 말해.”“임 비서님은 본사에 있어서 바쁠 텐데, 전 이쪽을 잘 관리할 자신 있습니다.”장 비서는 이때가 바로 강세헌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때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강세헌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려고 했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미친 그날 밤   제536화

    “원우 오빠와 막역한 사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근데 이렇게 된 게 오빠의 상황을 보고도 슬퍼하기는커녕 오히려 빨리 도망치려고만 해요? 정말 원우 오빠와 친한 사이 맞아요?”윤소민은 비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장비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한참 쳐다보고는 결국 화를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윤소민과 언쟁을 벌이고 그녀한테 변명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법은 윤소민을 영원히 입 다물게 하는 것이었다! 분이 덜 풀린 윤소민은 계속해서 말을 하려고 했고 바로 이때 심재경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장비서의 편을 들었다. “소민아, 원우한테 이런 일이 생겨서 우리 모두 다 괴로워. 장비서님도 마찬가지고. 장비서님은 세헌이 밑에서 일했을 때도 늘 냉정한 사람이었어. 아무리 슬퍼도 내색하지 않았지.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단지 감정을 잘 숨기고 있을 뿐이야.”심재경이 장비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 윤소민은 입을 삐죽거렸다.“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근데 난 저 여자가 좋은 사람 같지 않거든요.”멀지 않은 곳에서 윤소민의 말을 듣게 된 장비서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였다. ‘이제 보니 저 여자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바로 이때, 그녀는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 신비로운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도 윤소민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장비서는 핸드폰을 꺼내 그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당신한테 윤소민을 처리할 방법이 있나요?」2분 뒤, 상대방은 장비서에게 파일 하나를 보내왔고 장비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파일을 열어보았다. 파일 안에는 윤소민에 대한 자료와 그녀의 집안 배경에 대해 샅샅이 적혀 있었다. 장비서는 자세히 자료를 살펴본 뒤 상대방에게 답장을 보내 그를 떠보았다.「혹시 윤소민과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예요?」원한이 없다면 이렇게 윤소민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장비서는 그가 자신의 손을 빌려 윤소민을 처리할 생각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미친 그날 밤   제537화

    어떤 사람들은 작은 이익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벌을 받게 될지 알고는 있어요?”심문을 맡은 사람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임산부예요. 자신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아이 생각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그 말에 송연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말했죠. 연구센터의 이익을 해친 건 인정한다고요. 연구센터에서 내리는 벌은 기꺼이 받을게요.”연구센터의 처벌은 그녀를 해고하고 그녀에게 배상하라는 것일 거다. 그러나 이쪽 정부는 그녀를 이용해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었다.만약 그녀가 입을 연다면 이쪽에서는 여론을 일으켜 한국을 겨냥하게 될 것이다.심문을 맡은 두 남자는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송연아는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으로 보면 분명 안 좋은 일일 것이다. 곧 그녀의 짐작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송연아의 입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녀를 굴복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 다른 방식이라는 게... 바로 그녀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이었다. 연구센터 쪽에서 그녀를 고소했기 때문에 송연아는 계속 구치소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송연아에 대해 다섯 차례나 심문을 진행하였고 점점 인내심을 잃게 된 그들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했다. “날 어딜 데리고 가는 거예요?”송연아는 자신이 갇혀 있던 방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그녀에게 알려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녀한테 호통쳤다. “입 다물어요!”송연아는 조금 두려웠다. 배 속의 아이가 걱정되었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를 감싸 안았다. 지나가는 복도는 점점 어두워졌고 쥐 죽은 고요했다. 그들은 그녀를 끌고 점점 더 외진 곳으로 가서 철문을 덜커덩 열었다. 송연아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똑똑히 보기도 전에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밀었고 관성에 의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방으로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미친 그날 밤   제538화

    그들은 그녀에게 물도 주지 않고 밥도 주지 않은 채 그녀를 계속 가두어 놓았다. 가끔은 아기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치 학대받고 있는 비명 같았다.그때마다 송연아는 몸을 움츠리고 자신의 배를 끌어안았다. 하루, 이틀... 얼마나 오래 갇혀 있었는지 그녀는 시간조차 알 수 없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마치 시간도 빛도 없는 세상에 홀려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문을 두드려 봤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고 빈 메아리만 들릴 뿐이었다. 나중에 그녀는 문을 두드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아예 가만히 있었다. 체력 보존을 위해.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점점 더 목마르고 배가 고팠다. 빛을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누가 날 좀 구해주세요.”그녀는 구석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머리는 점점 더 복잡해졌고 때로는 환각까지 나타났다. 가끔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는 무서워서 몸을 벌벌 떨었다. ...두바이, 강세헌은 윌슨을 만났다. 7성급 호텔은 그야말로 돈으로 쌓아 올린 그 웅장함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현지의 인테리어 스타일에 맞게 금과 레드, 벨벳, 크리스털 등 그 민족의 색채를 담은 모습이었고 모든 요소가 잘 어우러진 것이 궁궐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호텔의 외형 디자인은 매우 현대적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윌슨은 그야말로 최고의 갑부였다. 그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에 구레나룻, 뚜렷한 이목구비와 깊은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입에 시가를 문 채 붉은 가죽 소파에 편히 기대어 있었다. 탁자 위에는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는데 그 와인의 값은 한 병에 1억 5천을 호가하는 비싼 와인이었다. 다만 그에게 그 와인은 평범한 와인일 뿐이었다. 그가 힘껏 시가를 한 모금 피우자 흰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라 그의 얼굴을 덮어버렸다. “참 이해가 안 되네요. 왜 당신이 이번 합작을 포기했는지? 우리 사이의 합작이 어떤 의미인지 알잖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미친 그날 밤   제539화

    윌슨은 강세헌의 처리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나라의 지도자들은 늘 한국의 발전을 막으려 하고 있죠. 만약 그들한테 꼬투리라도 잡히게 된다면 그들은 일을 크게 만들 거예요. 만약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난 당신이 이럴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해요...”“윌슨, 이번 일은 나한테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강세헌은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사람을 구해내려면 미국 쪽에 충분한 이익을 줘야 할 것이다. 미국의 석유 자원을 장악한 로픽 패밀리는 분명 이 거래를 원할 것이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어떻게든 그 사람을 설득할 것이라고 강세헌은 굳게 믿었다. “미국에 있는 한국 대사를 찾아보는 건 어때요?”“나한테 그럴 시간이 없어요.”강세헌이 미국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희망을 걸지 않은 건 일의 절차가 복잡하고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송연아를 하루 빨리 구해야 했고 기다릴 시간도 기다릴 인내심도 없었다. 꿍꿍이가 많은 미국 사람들을 상대하는 데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옆구리를 찔러보는 거, 물론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손실은 송연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윌슨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그에게는 어느 쪽과 합작하든 손해 보는 일은 아니지만 그는 미국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괜찮은 미녀들 불렀어요. 모처럼 왔으니까 저녁에 내 개인 별장에 가서 푹 쉬어요.”강세헌은 단칼에 거절했다.“관심 없습니다.”그의 말에 윌슨은 피식 웃었다.“매번 이러는 걸 보면 혹시 병이라도 있는 거예요?”자리에서 일어난 강세헌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어요. 와이프가 무서워서요.”...‘무슨 상황이지?’“세헌 씨, 결혼했어요? 난 왜 모르고 있었죠? 언제 결혼한 거예요? 일부러 날 속인 거예요?”‘솔로인 줄 알았는데 언제 결혼한 거야? 어떤 여자지?’강세헌은 나중에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강세헌은 매우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미친 그날 밤   제540화

    구애린은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왔다.“원우 씨가 의식불명인 상태라고요?”주석민은 친구가 입양한 딸 구애린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진원우를 알아?”주석민은 그녀를 향해 물었고 구진학도 딸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지?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모르는 일이라도 있는 건가?’구애린은 황급히 변명했다. “강세헌한테서 엄마의 묘비에 관한 행방을 알아내고 싶어 그 옆에 있는 진원우한테 접근했었어요.”“그랬구나.”주석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구진학은 다른 생각이었다. 만약 단순히 알고 지낸 사이라면 진원우가 의식불명인 상태라는 걸 들었을 때 딸아이는 절대 흥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딸아이가 이젠 다 커서 집을 떠날 때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서 보거라.”구진학의 말에 구애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아빠...”“가 보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만 잊어버리지 않으면 돼.”구진학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아빠.”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말을 하고는 이내 방으로 돌아가 짐을 쌌다. 주석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눈치 못 챘어. 애린이와 진원우 두 사람...”구진학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고 주석민은 그제야 알아차린 듯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애린와 진원우가 연인 사이란 말이야?”“쉿, 알고만 있어. 떠들어 대지 말고.”주석민은 단지 놀랬을 뿐 떠들어 댈 생각은 없었다.한편, 구진학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자.”“어딜?”주석민은 그한테 물으면서도 구진학을 따라나섰다. “강세헌, 6시 비행기로 도착할 거야. 마중하러 가자.”주석민은 구진학을 쳐다보며 되물었다. “너랑 강세헌 사이가 많이 안 좋았던 거 아니었어?”“나도 잘 모르겠어. 그가 왜 갑자기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는지.”“송연아의 물건을 본 뒤 너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미친 그날 밤   제541화

    문을 연 남자는 키가 강세헌보다 조금 더 컸다. 그 남자의 피부는 하얗지만 매끄럽지는 않았다. 뒤로 넘긴 헤어 스타일, 짙은 남색 눈동자는 매우 깊었으며 이목구비는 빚어낸 듯 뚜렷했다. 한눈에 사람의 시선을 끄는 타입은 아니라 자세히 보면 나름대로 매력 있었다. 그는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오래 기다렸어.”강세헌은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저곳 바삐 돌아다니다 보니 갈아입을 여유가 없었던 그의 양복은 이미 많이 구겨져 있었지만 셔츠 깃은 여전히 꼿꼿하게 세워져 있었다.그의 턱에는 풋풋한 수염이 나 있었지만 전혀 그의 잘생긴 외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성숙한 남자의 거친 향기가 조금 더해졌다. 오랫동안 앉아 있었더니 목덜미가 뻣뻣해진 그는 소파에 앉아 목을 움직였다. 잭슨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물건은?”강세헌은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잭슨은 로픽 패밀리의 사람이다. 로픽 패밀리의 최고 권력자는 이미 나이가 80이 넘었고 심장병을 앓고 있어 곧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여 가문의 후계자를 결정하는 일도 자연히 논의되고 있었다. 사실 상속권을 위해 자격을 갖춘 상속인들 사이에서 암투는 끊이지 않았다. 잭슨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그가 강세헌과 손을 잡은 이유도 가문의 상속권을 얻기 위해서였다. 잭슨이 서류에 손을 뻗자 강세헌이 이내 서류를 잡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당신은 알잖아.”“알아, 난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야. 당신이 나와 손을 잡은 이유도 내 배경이 마음에 들어서 아니었나?”강세헌은 결코 부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잭슨에게는 강력한 외가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내각의 일원이었고 정부에서 꽤 위신이 높은 사람이었다. 송연아의 일은 단지 미국 쪽에서 문제로 삼으려고 한 것뿐이었다. 때문에 그녀를 구하는 일은 사실 어렵지 않았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돈이 제일 중요하니까. 예를 들어 잭슨의 외할아버지가 정부에서 자신의 지위를 지키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