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1297 챕터

제371화

성당의 문은 닫혀 있었다.성도윤은 바로 문을 열려고 했지만 괜히 체면을 구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문밖에 서서 목을 가다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알아서 나와.”“...”고요한 정적만이 흘렀다.성도윤은 불쾌한 마음을 억누르고 계속 도도한 자태로 말을 이어갔다.“밀당도 정도껏 해야지.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어. 내가 들어가면 당신은 끝장이야.”‘흥, 내가 비행기에 보트를 타고 온 것도 모자라 산도 몇 시간이나 올랐다고. 이렇게 먼 곳까지 왔는데 배웅쯤은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하지만...성당 안에는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성도윤은 화난 마음에 문을 확 열고 들어갔다.“차설아, 너무한 거 아니야? 당신...”“서프라이즈! 도윤 씨, 제대로 속은 거 축하해!”성당 안에서 차설아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텅 빈 성당 한가운데에 곰 인형이 하나 놓여 있었다.인형 안에는 무전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곰 인형은 마치 영혼이 실린 듯이 성도윤을 비웃고 있었다.“하하하, 성도윤 대표님. 정말 너무 바보스럽군요. 정말 나 찾으러 여기까지 오다니...”“괜한 힘 쓰지 마. 내가 허락하지 않은 이상, 당신은 영원히 나를 찾지 못할 거야.”“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때가 된다면 내가 알아서 나타날 테니 그때 꼭 마중 나와!”곰 인형은 차설아의 목소리를 내며 비꼬는 투로 말했다.“차설아!”성도윤은 남을 상대하려고 계략을 꾸미던 총명한 자신이 차설아에게 쩔쩔매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곰 인형을 확 잡더니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곰 인형이 또 말하기 시작했다.“나 부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이 섬에서 영영 나가지 못할 거야. 정 믿지 못하겠으면 지갑 한 번 찾아봐!”성도윤은 곧바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보더니 지갑은 역시 사라졌다.아까 그 어린 여자아이가 훔쳐 갔다는 사실을 그는 곧바로 알아챘다.지금 쫓아가봤자 그 여자아이를 찾을 수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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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4년 후, 해안 공항에서.붐비는 인파 속에서 선글라스를 낀 젊은 여자는 블랙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브이넥에 허리를 잡아주는 디자인의 원피스는 그녀의 우아한 자태를 감쌌다.그녀의 얼굴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늘씬한 다리에 하이힐을 신은 채 도도하고 안정하게 걸어갔는데 카리스마 있는 그녀의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아아, 설아 언니, 나 여기 있어!”공항 밖, 빨간색 페라리 스포츠카에 기대고 있던 배경윤은 지루했는지 하품을 하다가 문득 공항에서 나오는 차설아를 보고는 팔을 흔들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차설아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여유롭게 배경윤 앞에 멈춰 섰다.우아하게 선글라스를 벗으며 부드러운 미소로 배경윤을 보고는 말했다.“경윤아, 조용히 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가 나 따라다니는 변태 사생팬인 줄 알겠어!”“내가 어떻게 조용히 해!”배경윤은 곧바로 차설아에게 덮치더니 그녀는 꽉 끌어안고는 말했다.“4년이야, 4년이나 지났다고! 설아 언니, 왜 이제 온 거야? 내가 얼마나 보고 싶은 줄 알아?”흥분된 배경윤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차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뭐야? 우리 어젯밤에 방금 영상통화를 했잖아.”“영상통화랑 직접 만나는 게 같냐고? 영상통화만 한다면 언니를 안을 수도 없잖아. 정말 보고 싶었다고!”배경윤은 또 차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혀를 내둘렀다.“이야, 이 개미허리를 좀 봐. 그리고 가슴도 조금 더 커진 것 같은데? 엉덩이는... 어머, 더 단단해졌네, 꿀벅지야. 이게 어디 아이를 낳은 엄마의 몸매냐고?”“솔직히 말해봐! 가짜 임신한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 대신 아이를 낳아줬지? 아니면... 물고기처럼 알만 낳은 거 아니야? 아니면 몸매가 이렇게 좋을 리가 없는데.”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됐어, 그만해. 얼른 차에 타자고. 나 이번에 오래 있지 않을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돌아온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아.”“알겠어!”배경윤도 눈치가 빠르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손가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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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배경윤이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소리를 마구 지르기 시작했다.“똑바로 앉아!”차설아는 웃으면서 배경윤에게 말했다.그녀 또한 마음이 상쾌했다.최근 몇 년 동안 그녀는 해바라기 섬에서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살았다고 하지만 해안이야말로 그녀가 어려서부터 자란 집이었고 그녀의 뿌리였다.해안에는 그녀의 친인과 친구들이 있었고, 돌아갈 수 없는 그녀의 청춘이 있었고, 또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있었기에 해안에 돌아오면 심신이 안정되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그래서 때가 되면, 그녀에게 보호하고 싶은 사람들을 충분히 보호할 힘이 생긴다면 당연히 제일 먼저 해안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했다.차설아는 속도를 점점 줄였다.배경윤도 마음껏 소리를 지르더니 설레던 마음이 겨우 가라앉았다. 조수석에 얌전히 앉고는 다시 차설아에게 물었다.“언니, 나한테만 슬쩍 말해주면 안 돼? 이번에 왜 갑자기 돌아오게 된 거야? 무슨 비밀 계획이 있어? 왜 우리 오빠까지 언니가 돌아온 걸 알게 하면 안 되는 건데?”차설아는 이번에 해안으로 돌아온 소식을 배경윤에게만 알렸다. 그리고 배경윤에게도 신신당부했었다, 이번 일은 배경수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된다고 말이다.차설아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계획 같은 거 없어. 그냥 집이 그리워서 왔을 뿐이야. 왔던 김에 불에 탔던 차씨 저택도 다시 제대로 돌려놔야지. 그래야 아이들이 돌아와도 묵을 집이 있을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배경윤은 두 눈을 반짝이더니 다시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니까 두 아이를 데리고 해안으로 돌아올 생각이야? 그럼 다시는 안 가?”차설아는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당연히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배경윤은 감격에 겨운 얼굴로 말했다.“언니가 돌아온다면 정말 좋아! 그럼 우리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거잖아. 잘생긴 남자와 데이트도 하고 말이야... 언니는 모르지? 나 언니 없는 동안에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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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내 아이들을 뺏어?”차설아는 갑자기 차가운 얼굴을 보이더니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그럴 능력이 있는지 한번 지켜보자고.”“내가 언니 실력을 믿지 않는 건 아니야. 천신 그룹도 언니가 잘 다스린 덕에 업계 최고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성도윤이라고. 그 사람이 어디 조금 독한 사람이야? 개도 성도윤을 보면 꼬리를 숨기고 도망가겠어. 정말 성도윤이랑 맞서 싸운다면 일이 매우 번거로워질 거야...”배경윤은 걱정이 가득한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성도윤은 물론, 성도윤 배후에 있는 성씨 가문은 더 상대하기 어려웠다.차설아의 능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배씨 가문이 뒤 바쳐줄 거라고 해도 그녀의 승산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아니면 돌아오지 않는 게 어때? 원이랑 달이가 얼마나 귀여운데, 만약 그놈한테 빼앗긴다면 나 진짜 울어버릴 거야!”“절대 그럴 리가 없어!”차설아가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차를 운전했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 있는 미소가 번졌다.“내가 그동안 섬에서 바다 구경이나 했는 줄 알아? 성도윤이 만약 내 아이들을 빼앗아 가려 한다면 꼬리를 숨기고 도망가야 할 사람은 성도윤이 될 거야!”말을 마친 차설아는 미간을 좁히더니 액셀을 밟고는 더 빠른 속도로 국도를 달렸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갑자기 고장이 났는지 멈춰 섰다.“왜 이래? 내가 금방 산 차가 벌써 고장이 나다니?”배경윤은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차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난 채로 멈춰 선 차를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아마 엔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여기 앉아 있어. 내가 내려가서 체크할게.”차설아가 덤덤한 얼굴로 배경윤을 진정시키고는 여유롭게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보닛을 열고 지지대로 받치고는 허리를 굽혀 엔진 상태를 검사했다.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흘러내렸고, 굴곡 있는 몸매까지 더해져 모델 같은 섹시함을 드러냈다.뜨거운 태양 아래의 스포츠카와 미모의 차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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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차설아는 그제야 그를 놓아주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음부터는 말 걸기 전에 먼저 거울을 한 번 봐봐, 알겠어? 이제 꺼져!”“언니 완전 멋있는데!”배경윤이 조수석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고는 재밌는 구경을 하는 듯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언니가 너무 쉽게 넘어간 거 아니야? 저런 찌질한 남자들이 매일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괴롭히는지 몰라? 손을 왜 끼워둬? 제대로 혼내줘야지!”남자는 그 말을 듣더니 두려움에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아 허겁지겁 도망쳤다.차설아는 다시 차에 올라타고는 덤덤하게 말했다.“대충 겁을 주면 되잖아. 나 이번에 돌아온 거, 너무 많은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돼.”“알겠어! 언니 말이 다 맞아!”스포츠카는 다시 출발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굉음을 낸 채 도로를 질주했다.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카메라에 잡힌 걸 두 사람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몇 시간 후, 차는 도심에 있는 배경윤의 개인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이 아파트는 산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배경윤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그리고 배경수도 이 아파트의 존재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당분간 여기서 지내. 보안이 엄청 잘 되어 있거든. 10년을 살아도 아무도 언니의 행적을 알아차리지 못할 거야.”차설아는 웃음을 터뜨렸다.“뭐야? 괜히 무서운 마음이 드는데? 네 말은 내가 여기서 살해를 당한다면 10년이 지나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다는 거 아니야?”“누가 언니를 살해할 수 있어야 말이지. 언니 싸움 실력이 대단한데 누가 감히 언니한테 손을 쓰겠어? 오히려 언니한테 당하겠지!”“뭐야? 왜 네 말이 점점 이상하게 들리지? 솔직하게 말해봐. 너 무슨 꿍꿍이가 있어? 날 암살하려고 그래?”차설아가 말하고는 배경윤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배경윤은 그녀의 손길을 피하면서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두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지만 함께 있으면 여전히 세 살짜리 아이처럼 유치하게 장난치곤 했다.그러다가 차설아는 문득 뭐가 생각났는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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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원이는 뭔가를 고민하는 듯 어른처럼 턱을 괴고는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엄마,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엄마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보고 싶지도 않고요.”녀석은 겨우 4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완벽한 이목구비를 자랑했다. 그야말로 ‘리틀 성도윤’이었다.차설아는 겨우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그래? 우리 원이는 엄마가 하나도 안 좋아? 엄마가 하나도 보고 싶지 않아? 그럼 내일은 엄마가 좋아질 거야? 모레는 엄마가 보고 싶을 거야?”“...”원이는 어이가 없는지 미간을 구겼다.“엄마, 제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여요? 엄마는 꼼꼼하지도 못하고 장난치기만 좋아하잖아요. 혼자 다른 도시로 가면 저는 엄마를 보호할 수도 없다고요. 그러다가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이라도 당하면 어떡해요? 엄마가 많이 걱정된다고요.”차설아는 드디어 원이가 왜 시무룩한 얼굴로 있는지 알아차리고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알겠어,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는 그냥 며칠만 와 있는 거야. 곧 돌아갈 거니까 원이는 걱정 마. 달이랑 엄마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두 아이는 하늘이 그녀에게 준 천사 같은 선물이었다.달이는 애교쟁이였다. 얼굴도 귀엽게 생기고 말도 예쁘게 해서 차설아를 즐겁게 하곤 했다.원이는 반대로 성숙한 어른 같았는데 어려서부터 차설아를 보호하려고 했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아도 날카로운 의견을 낼 때가 많았기에 가끔은 어른인 차설아마저 감탄을 자아내곤 했다.그리고 행동파였기 때문에 항상 조용히 해야 할 일을 잘 해냈다. 쓰레기 같은 그의 아빠와 닮았다고 할 수도 있었다.이어서 배경윤이 말했다.“그래, 원이야. 엄마는 걱정하지 마. 경윤 이모가 있으니까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 경윤 이모가 잘 보호할게!”원이는 여전히 어른처럼 입을 삐죽 내밀고는 말했다.“경윤 이모를 어떻게 믿겠어요? 경윤 이모 자신이나 잘 챙겨요!”“뭐?”맞는 말이라 배경윤은 뭐라고 반박할 수도 없었다.“흥, 엄마는 거짓말쟁이예요. 어디를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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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샤워를 끝낸 후, 차설아와 배경윤은 핑크색 잠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서로 속마음을 털어놨다.“언니, 솔직하게 말하면 언니가 너무 부러워요!”배경윤은 차설아의 몸에 기대 눕고는 감개무량한 얼굴로 말했다.“봐봐, 언니는 지금 얼굴 되지, 돈 많지.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이도 둘이나 있지. 무엇보다... 귀찮게 구는 남편이 없잖아. 수많은 많은 여자들의 워너비라고. 괜히 나도 시험관으로 쌍둥이를 낳고 싶네!”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다시 잘 생각해 봐.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네. 한 번 낳으면 다시 못 집어넣는다고. 특히 아이들은 세 살이 되기 전에 엄마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아. 게다가 감기 걸리거나 열이 나면 정말 머리가 아프거든!”민이 이모와 함께 원이와 달이를 키운 4년을 되돌아보면 차설아는 마음이 찡했다.돈이 많다거나, 도울 사람을 몇 명 더 모신다고 해서 절대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엄마는 임신한 순간부터 아이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야 하니 말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장난을 치거나, 또는 기분이 안 좋다거나. 이 상황들은 모두 자신의 기분에 영향을 준다.“원이가 세 살 되던 해에 새벽 한 시에 갑자기 열이 거의 40도까지 나는 거야. 애가 막 경련을 일으키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어. 대단한 의술을 가지고 있는 민이 이모가 온갖 방법을 다 썼지만 아무 효과도 없었어!”“그때 마음이 조급해서 미칠 지경이더라고. 결국 바보처럼 모래에 무릎을 꿇고 캄캄한 하늘만 바라보며 밤새도록 하느님께 빌었었지. 목도 다 쉬고 무릎도 너무 오래 꿇은 나머지 부었어...”차설아는 지금도 절망스러웠던 그날 밤을 떠올리면 몸을 떨고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그런 일도 있었어? 난 원이랑 달이가 별 탈 없이 지금처럼 귀엽게 쑥쑥 큰 줄 알았지!”배경윤은 차설아의 팔을 꽉 끌어안고는 애틋한 얼굴로 말했다.“언니, 고생 많이 했구나. 왜 나랑 오빠한테는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어?”차설아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뭐가 자랑이라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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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뭐야?”차설아는 아직 잠이 덜 깬 채로 느긋하게 하품을 하고는 힘없이 침대 머리맡에 기댔다.“언니 실검에 올랐어, 그것도 실검 1위야.”배경윤은 휴대폰을 든 채 차설아에게 다가가고는 실검에 뜬 동영상을 눌렀다.동영상에는 어제 차설아가 국도에서 허리 숙여 스포츠카를 수리하고, 또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말을 걸어온 남자를 혼내는 내용이 담겼다.화면 속의 차설아는 뽀얀 피부와 늘씬한 다리, 아름다운 얼굴을 자랑하고 있었다. 동시에 당돌하고 자신 있는 모습, 섹시하고 굴곡 있는 몸매, 쉽게 건드릴 수 없다는 성격까지 모두 드러냈다.네티즌들은 그녀에게 제대로 반한 듯했다.인기 스타 못지않을 정도로 댓글은 쉴 새 없이 쏟아졌다.“뭐야? 저 당돌한 모습 너무 멋있는데? 완전 내 스타일이야.”“여자라고 다 힘이 약한 줄 알아? 저 남자 제대로 겁먹었겠는데?”“아, 너무 멋있잖아. 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1분짜리 동영상을 몇 번 돌려봤는지 몰라!”동영상은 수많은 플랫폼에 퍼졌고, 심지어 다시 재밌게 편집한 동영상까지 널리 퍼지게 되어 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하하하, 네티즌들이 정말 대단한데. 언니가 모든 남자를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대. 해안으로 와서 언니한테 제대로 당해보고 싶다는데?”배경윤이 깔깔 웃으면서 댓글들을 읽었다.동영상은 워낙 선명했고, 또 차설아의 얼굴은 모자이크되지 않았기에 벌써 그녀의 신상을 알아낸 네티즌들이 있었다.“언니,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겠다더니. 오자마자 실검에 올랐어! 어떻게 사람 눈에 띄지 않겠어?”배경윤이 이마를 짚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그녀는 곧이어 차설아의 팔을 꼭 끌어안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흔적 없이 사라졌던 언니가 갑자기 돌아온 걸 어떤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차설아는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이.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주목하게 만들어야겠어!”“그래?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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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배경수는 분노가 끓어올라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구나? 도대체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나한테 맞고 싶지 않으면 지금 어디 있는지 당장 말해!”“오빠, 그건 말해줄 수 없어. 언니와 약속을 했거든. 이번에 언니가 돌아오는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안 된다고 말이야.”“배경윤, 너 아직도 나랑 말장난을 해? 나한테 진짜 맞는다?”배경수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동영상이 온 오전 실검에 올라서 네티즌들도 다 알아. 누가 보스가 지금 해안에 있는 걸 몰라?”배경윤은 더는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옆에 있는 차설아에게 말했다.“언니, 이것 좀 봐봐. 이게 바로 오빠가 날 평소에 대하는 모습이야. 이게 오빠 진짜 성격이라고. 완전 조증 환자라고. 언니 앞에서는 따뜻하고 인내심 있는 훈남인 척하는데 다 거짓이야...”“너 누구랑 말하는 거야? 보... 보스가 지금 바로 옆에 있는 거야?”배경수는 순간 긴장한 마음이 들어 목소리 톤을 갑자기 낮추고는 말했다.“보스, 이번에 해안으로 돌아오는 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혹시라도 나쁜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오래 있을 생각이 없어 너한테 말 안 했어.”차설아가 말하고는 또 배경수를 놀리기 시작했다.“원래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어? 난 또 넌 화낼 줄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지. 오빠로서 동생을 그렇게 괴롭혀도 되겠어?”“그런 게 아니라!”배경수는 다급한 마음에 또 소리를 질렀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나야 원래 따뜻하고 침착한 사람이지. 하지만 이번에 경윤이가 너무 철없게 굴어서 내가 조급한 마음에 소리를 지른 거야...”“하하하!”배경윤은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오빠, 좀 평소처럼 행동해. 목소리는 왜 그렇게 낮춰? 어디 정상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야? 제발 리얼하게 살자고!”배경수가 미소를 짓고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경윤아, 이번 달 용돈 너무 많아서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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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실검 사건은 차설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그녀는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옅은 화장을 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계신 산소로 가서 인사를 하려고 했다.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차설아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지 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내가 같이 갈까?”배경윤이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 나 혼자 가도 돼.”차설아는 해안을 떠난 지 4년 만에 돌아왔고, 부모님께 드리는 첫인사이니 따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그녀는 어제 그 빨간색 페라리를 운전하고 산소가 있는 곳까지 질주했다.8월의 한여름이었지만 울창한 산소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아주 조용했다.차설아가 주차하고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하얀 데이지꽃을 손에 든 채 부모님이 계신 산소 앞으로 다가왔다.그녀가 충분히 일찍 왔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산소 앞에는 이미 꽃다발이 놓여 있어 차설아는 깜짝 놀랐다.누가 봐도 값비싼 꽃다발이었다. 몇 년 전에 그녀가 보았던 꽃다발과 똑같았다.‘그동안 누가 몰래 엄마 아빠를 찾아왔던 거야? 누가 이렇게 정성이지?’차설아가 생각했다.몇 년 전에도 누군가는 산소 앞에 정교한 엠버 펜던트 하나를 남겨두고 갔었다.공교롭게도 성도윤은 똑같은 엠버 펜던트가 있었다.그래서 차설아는 그동안 부모님을 찾아온 사람이 성도윤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또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성도윤처럼 차가운 사람이 자기한테도 차갑게 굴었는데 왜 정성을 다해 그와 아무 상관 없는 부모님을 찾아뵈러 오겠는가?게다가 그녀는 성도윤과 이혼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고,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아 그야말로 서로 남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 성도윤은 더 부모님의 산소를 찾아올 리가 없었다...“됐어!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자고!”차설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이 생각들을 떨쳐버리기로 했다.‘엄마 아빠가 좋은 분들이셨으니까 계속 그들을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친구가 있었던 걸로 생각하자고. 그래서 매해 엄마 아빠에게 찾아와 꽃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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