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수는 분노가 끓어올라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구나? 도대체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나한테 맞고 싶지 않으면 지금 어디 있는지 당장 말해!”“오빠, 그건 말해줄 수 없어. 언니와 약속을 했거든. 이번에 언니가 돌아오는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안 된다고 말이야.”“배경윤, 너 아직도 나랑 말장난을 해? 나한테 진짜 맞는다?”배경수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동영상이 온 오전 실검에 올라서 네티즌들도 다 알아. 누가 보스가 지금 해안에 있는 걸 몰라?”배경윤은 더는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옆에 있는 차설아에게 말했다.“언니, 이것 좀 봐봐. 이게 바로 오빠가 날 평소에 대하는 모습이야. 이게 오빠 진짜 성격이라고. 완전 조증 환자라고. 언니 앞에서는 따뜻하고 인내심 있는 훈남인 척하는데 다 거짓이야...”“너 누구랑 말하는 거야? 보... 보스가 지금 바로 옆에 있는 거야?”배경수는 순간 긴장한 마음이 들어 목소리 톤을 갑자기 낮추고는 말했다.“보스, 이번에 해안으로 돌아오는 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혹시라도 나쁜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오래 있을 생각이 없어 너한테 말 안 했어.”차설아가 말하고는 또 배경수를 놀리기 시작했다.“원래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어? 난 또 넌 화낼 줄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지. 오빠로서 동생을 그렇게 괴롭혀도 되겠어?”“그런 게 아니라!”배경수는 다급한 마음에 또 소리를 질렀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나야 원래 따뜻하고 침착한 사람이지. 하지만 이번에 경윤이가 너무 철없게 굴어서 내가 조급한 마음에 소리를 지른 거야...”“하하하!”배경윤은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오빠, 좀 평소처럼 행동해. 목소리는 왜 그렇게 낮춰? 어디 정상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야? 제발 리얼하게 살자고!”배경수가 미소를 짓고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경윤아, 이번 달 용돈 너무 많아서 정신을
실검 사건은 차설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그녀는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옅은 화장을 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계신 산소로 가서 인사를 하려고 했다.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차설아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지 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내가 같이 갈까?”배경윤이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 나 혼자 가도 돼.”차설아는 해안을 떠난 지 4년 만에 돌아왔고, 부모님께 드리는 첫인사이니 따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그녀는 어제 그 빨간색 페라리를 운전하고 산소가 있는 곳까지 질주했다.8월의 한여름이었지만 울창한 산소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아주 조용했다.차설아가 주차하고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하얀 데이지꽃을 손에 든 채 부모님이 계신 산소 앞으로 다가왔다.그녀가 충분히 일찍 왔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산소 앞에는 이미 꽃다발이 놓여 있어 차설아는 깜짝 놀랐다.누가 봐도 값비싼 꽃다발이었다. 몇 년 전에 그녀가 보았던 꽃다발과 똑같았다.‘그동안 누가 몰래 엄마 아빠를 찾아왔던 거야? 누가 이렇게 정성이지?’차설아가 생각했다.몇 년 전에도 누군가는 산소 앞에 정교한 엠버 펜던트 하나를 남겨두고 갔었다.공교롭게도 성도윤은 똑같은 엠버 펜던트가 있었다.그래서 차설아는 그동안 부모님을 찾아온 사람이 성도윤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또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성도윤처럼 차가운 사람이 자기한테도 차갑게 굴었는데 왜 정성을 다해 그와 아무 상관 없는 부모님을 찾아뵈러 오겠는가?게다가 그녀는 성도윤과 이혼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고,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아 그야말로 서로 남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 성도윤은 더 부모님의 산소를 찾아올 리가 없었다...“됐어!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자고!”차설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이 생각들을 떨쳐버리기로 했다.‘엄마 아빠가 좋은 분들이셨으니까 계속 그들을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친구가 있었던 걸로 생각하자고. 그래서 매해 엄마 아빠에게 찾아와 꽃을 선
“설아야, 역시 너구나. 드디어 만나게 되었네!”이 사람은 바로 차설아의 날라리 삼촌인 허광희였다.“또 당신이에요?”차설아가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왜 계속 이 주변을 맴도는 거예요? 엄마, 아빠에게 인사하러 찾아올 때마다 재수 없는 당신을 만나게 되는군요.”“휴, 설아야, 내가 욕을 먹을 만해. 나 허광희는 재수 없는 사람 맞아. 하지만 하느님도 내 정성에 감동하셨나 봐. 해마다 여기서 널 기다렸는데 오늘 드디어 널 만나게 되었네...”허광희가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넌 모르겠지? 그동안 삼촌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삼촌이 너를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그래?”차설아가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내가 보고 싶었어요? 내 돈이 보고 싶은 거겠죠.”“그게...”허광희는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왜요? 4년 전에 성도윤이 준 100억을 벌써 다 썼어요?”“그게, 진작 다 썼지!”허광희가 손을 휙 젓더니 쭈볏쭈볏 말을 이어갔다.“그 100억으로 주식이나 투자하려고 했는데 운이 안 좋았지 뭐야... 1, 2년 사이에 빈털터리가 됐어. 본전도 다 떨어졌다고!”“그래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차설아가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고는 말했다.“설마 내가 돈을 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한 건 아니죠?”그녀는 절대 허광희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그때 허광희는 차씨 가문을 도와주기는커녕 돌까지 던졌었던 일을 차설아는 똑똑히 기억해 뒀다.나중에 이 일을 다시 따지지 않은 것도 허광희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그건 아니고. 하지만 나 지금 개과천선해서 내 손으로 돈을 벌고 있어. 해마다 여기서 널 기다린 건 피를 나눈 우리의 정을 생각해서야. 과거의 원한은 제쳐두고 다시 서로 생각하고 챙기는 가족으로 되길 바라.”허광희는 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4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었다.적어도 지금의 허광희는 예전처럼 날라리 같아 보이진 않았다.차설아는 변화된 모습의 허광희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성도윤 전화번호도 있어요?”차설아가 의외인 얼굴로 물었다.기억 속의 성도윤은 워낙 차갑고 인정사정없는 사람이라 함부로 남에게 전화번호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전처의 삼촌에게는 왜 ‘특별히’ 챙기는 거지?전화가 연결되자 허광희는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내가 그래도 웃어른인데. 우린 모두 한집안 식구잖아. 전화번호쯤은 주지!”하지만 허광희는 곧바로 난감한 얼굴을 보였다.“뚜뚜뚜”한참 동안의 연결음이 이어졌지만 성도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허광희는 다시 한번 그에게 전화를 했는데 바로 끊기게 되었다.차설아가 팔짱을 끼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네, 제대로 체면을 살려주네요.”“캑캑!”허광희는 어색한 마음에 헛기침을 하고는 애써 괜찮은 척했다.“조카사위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일이 많은가 보지. 점심때 다시 전화해 볼게. 평소에는 전화를 받는데 말이야. 나는 그렇다 쳐도, 너의 체면을 봐서라도 전화를 받아야 하지 않겠어?”“제가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성도윤과 이혼한 지 오래되었어요. 자꾸 조카사위라고 하지 마세요. 그렇게 성도윤이 좋으면 혼자 잘 보이려고 노력하세요, 괜히 저까지 끌어들이지 말고요!”차설아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알겠어, 내가 주제넘게 함부로 지껄였네...”허광희는 자기 뺨을 때리더니 비굴한 자세로 말했다.“하지만 난 꼭 너와 성도윤 대표님에게 음식을 대접해야겠어. 오랫동안 너희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살았거든. 지금은 개과천선했고 착실하게 살아가려고 해. 좋은 아빠, 좋은 남편, 또 좋은 삼촌으로. 내가 오늘 두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지 못한다면 평생 이 짐을 떠안고 살아가야 할 거야. 엄마를 봐서라도 오늘 와주면 안 되겠어?”“...”차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허광희를 위아래로 살펴봤다.그녀는 적어도 철없던 삼촌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적어도 전처럼 가난하면서도 명품만 고집하던 그가 아니었다.지금의 그는
허민희는 허광희의 유일한 딸이었다. 어려서부터 차설아의 껌딱지였고, 차설아의 열성 팬이었다.만약 그때 허광희가 허민희에게 차설아를 연락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없었다면 지금 두 사람의 사이는 더 좋을지도 모른다.허광희의 집은 시내의 평범한 동네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방이 세 개 있는데 20여 평의 평범한 집이었지만 매우 아늑했다.차설아가 집에 들어설 때, 숙모 장희진은 주방에서 채소를 씻고 있었고, 사촌 동생 허민희는 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다들 나와봐, 누가 왔는지 한번 보라고!”허광희가 미소를 지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장희진과 허민희는 거실로 나와 차설아를 보더니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렸다.“어머, 설아 언니. 정말 설아 언니 맞아요? 드디어 설아 언니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네요!”허민희는 차설아를 꽉 끌어안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설아 언니, 우리 7, 8년 정도 얼굴 못 본 거 아니에요? 그동안 어디 갔어요? 아빠가 해마다 산소로 가서 언니를 기다렸단 말이에요. 언니가 어디로 가든 언젠간 꼭 고모랑 고모부를 찾아갈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 일이 이루어졌네요!”차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민희가 많이 컸네, 지난번에 봤을 땐 어린애였는데!”허민희는 올해 열여덟 살이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그녀는 생기발랄했고 활력이 넘쳤다.“숙모, 오랜만이네요.”차설아가 예의를 갖추며 장희진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래!”장희진은 현모양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는 황급히 앞치마에 손을 닦고는 말했다.“다행이야, 이렇게 돌아왔으니!”“됐어, 다들 인사치레 말은 그만해.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얼른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해, 오늘 설아뿐만 아니라 성도윤 대표님도 오기로 했거든!”허광희가 장희진을 재촉하며 말했다.“뭐요? 성도윤 대표님도 온다고요? 그게...”장희진은 긴장된 마음에 말까지 더듬었다.그들에게 있어서 성도윤은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높은 사람이 이런 누추한 곳에 오게 된다니!“뭘 말까지 더듬
4년 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를 여전히 기억대로 차가웠고 도도했다.차설아는 덤덤한 얼굴로 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게요, 대, 대표님, 갑자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허광희는 성도윤이 이렇게 빨리 전화를 받을 줄 몰라 갑자기 긴장된 마음에 말을 더듬었다.“그게요... 제 조카 설아가 오늘 해안으로 돌아왔거든요, 오랫동안 사라졌는데 제가 오늘 정말 어렵게 찾아냈거든요. 대표님도 그동안 우리 가족을 잘 챙겨주셨으니 이 기회에 대표님을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서요, 설아랑 함께...”“그럴 필요 없어요.”전화기 너머의 성도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그리고 그의 말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그리고 더는 말을 하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게, 대표님, 대표님...”허광희는 휴대폰에 대고 한참 동안 말을 건넸는데 들려오는 건 ‘뚜뚜뚜’ 소리뿐이었다.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성도윤은 이미 그를 차단했다.“설아야, 그게... 화내지 마. 아마 대표님은 지금 바쁘신가 봐. 한 회사의 대표니까 말이야. 이따가 민희 휴대폰으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볼게.”허광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차설아를 힐끔 보며 말했다.그는 차설아가 혹시라도 상처받았을까 봐 두려웠다.그동안 그들 가족을 잘 보살펴 줬던 성도윤이 갑자기 이렇게 인정사정없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너무 티 나게 차설아를 피하고 있었으니 그녀에게 마음이 남아있는 것이 분명했다!“괜찮아요!”차설아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안 온다면 제가 조금 더 많이 먹죠, 문제 될 건 없어요.”그녀는 쿨한 척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의 성도윤은 그녀에게 익숙한 남남일 뿐, 그녀의 감정을 전혀 휘두를 수 없었다.허민희는 미간을 구기더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쯧쯧, 역시 제가 사람 잘못 봤어요. 대표님 정말 남자답지 않네요. 밥 한 끼 먹을 배짱도 없다니, 설아 언니보다도 우유부단하다고요!”허광희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마치 온갖 고난을 겪고 지옥에서 돌아온 그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는 예전처럼 아무 걱정 없고 순수했던 나날로 돌아갈 수 없었다...“그때의 언니와 고모는 정말 빛이 날 정도로 예쁘네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났나, 왜 저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죠?”허민희는 언제 들어왔는지 가족사진을 보고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야, 너도 엄청 예쁜데? 생기발랄하잖아. 역시 우리 허씨 집안의 아이야...”차설아가 돌아서고는 허민희의 통통한 볼을 어루만지며 진심 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허민희의 이목구비는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연예인을 하기에 아주 좋은 얼굴이었다.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천상 연예인 상이었다!“헤헤, 그건 그래요, 저도 예쁘게 생겼죠. 언니한테만 말하는데요, 저 지금 20만 팔로워가 있는 인플루언서예요. 아이디가 미니미니에요, 한 번 봐봐요!”허민희가 말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뿌듯한 얼굴로 차설아에게 자랑했다.차설아가 확인했는데 정말 그녀의 말대로 허민희는 22만이 넘는 팔로워가 있는 인플루언서였다!“좋네!”그녀는 차민희를 향해 엄지척을 내밀고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해. 해안대학교의 연극학과에 들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한 거야. 이제 입학하면 공부 열심히 해. 알겠어?”“알겠어요. 해안대학교 연극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성도윤 대표님 덕분이에요. 절대 언니랑 대표님 얼굴에 먹칠하지 않게 열심히 할게요!”허민희가 진지한 얼굴로 다짐하고는 또 조심스럽게 물었다.“설아 언니, 지금 많이 서운하고 실망스럽죠?”차설아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내가 왜 서운해? 뭐가 실망스러워?”“전에 대표님을 엄청 사랑하셨잖아요. 4년 동안 자리를 비우시고 간만에 돌아왔는데 밥 한 끼 같이 먹으려고 하지 않다니,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 수 있죠? 저라도 속상하겠어요!”“너도 말했다시피 그건 옛날 일이야. 난 지금 그 사람 어
“봤어.”사무실 안에서 성도윤은 고개도 쳐들지 않은 채 서류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그의 완벽한 얼굴에는 4년의 흔적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더 차가워진 것 같았다.“봤다고요?”진무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용기 내어 말했다.“봤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세요? 이게 가능한가요?”그 실검은 차설아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인간 세상에서 4년 동안 사라졌고, 성도윤이 4년 동안 그리던 차설아인데, 어떻게 덤덤할 수 있을까?성도윤은 드디어 고개를 들더니 천천히 사인펜을 닫고 긴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말했다.“그럼 내가 어떤 반응을 해야 맞는 거지?”“만약 실검을 보셨다면 진작에 설아 씨랑 만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직 만나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흥분에 겨워 춤이라도 추면서 약속을 잡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쨌든... 이 정도로 침착할 수는 없죠.”진무열은 흥분에 겨워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나랑 상관없는 사람이잖아. 왜 설아가 해안에 오면 내가 꼭 만나야 하지?”성도윤의 말에 진무열은 할 말을 잃었다.“그건...”성도윤은 하찮은 듯 말했다.“네가 보기에 내가 아직도 차설아를 못 잊은 것 같아?”“음... 네.”진무열은 맞을 각오를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저녁에만 되면 몰래 설아 씨 사진을 보시잖아요. 그리고 술만 먹으면 저를 잡고 펑펑 우시고... 기억 안 나세요? 저번 달에는...”“됐어!”성도윤은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차가운 말투로 진무열의 말을 끊었다.“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야. 그저 한번 스쳤던 인연이니 어디에 있든 나랑 상관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어.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서 차설아 언급하지 마.”“하지만...”“한가해? 일을 더 줄까? 그게 아니라면 당장 나가!”성도윤은 갑자기 화를 냈고, 진무열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을 급히 나갔다.문밖에는 한 무리의 임원들이 돌아다니며 두 사람의 최신 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어때요?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