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섭이 손을 내저으며 목청을 높였다.“그래, 네 말대로 할 테니까 비수를 내려놔!”변가을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미소를 지었다.“아버지, 고마워요...”“아니, 보내주는 대신 조건이 있어.”변강섭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서 배경수를 지그시 노려보더니 거만하게 말했다.“내 딸이 목숨까지 걸었으니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지? 네가 내 딸과 결혼한다면 모든 사람을 보내주겠지만 아니라면 이 마을을 벗어나지 못할 거야.”변가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변강섭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아버지,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결혼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는 거지, 협박해서 결혼하는 게 어딨냐고요!”변강섭은 변가을의 말을 무시한 채 배경수를 노려보았다.“내 딸과 결혼할 건가?”“저...”배경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쩔 바를 몰라 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있으니 사랑하지 않는 여자한테 눈길이 갈 리 없었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으면 배경수와 송지아, 차설아 세 사람은 살아서 이 마을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그렇게는 안 되죠.”차설아가 송지아를 부축하고 나오면서 변강섭한테 말했다.“마음이 없는 사람과 결혼해서 뭐가 달라지는데요?”“달라지는 건 없지만 내 딸이 행복하면 그걸로 됐어.”변강섭은 배경수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배경수를 아들로 삼고 싶지만 그게 안 되면 사위도 좋고요. 한 사람의 혼약으로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준다는데, 이 좋은 거래를 뿌리친다면 저도 할 말 없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저를 탓하지 말아요.”배경수는 안색이 창백한 송지아를 힐끗 보더니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보스, 긴말 말고 지아를 데리고 가.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지아는 죽을 수도 있어! 그럼 선택의 여지도 없단 말이야.”“안돼, 널 이곳에 혼자 둘 수 없어. 가려면 함께 가고 죽어도 같이 죽어.”“이럴 때만 꼭 의리를 들먹이더라? 나를 사위로 삼겠다 했지, 노예처럼 부려 먹겠다고는 하지 않았어. 가을처럼 예쁜 여자랑 결혼하면 나한테는 좋은 일이잖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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