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201 - Chapter 1210

1213 Chapters

제1201화

차설아와 배경수는 여러 해체실을 찾았지만 송지아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때 마을의 구석진 곳에서 누군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지아 씨 목소리야!”차설아는 송지아의 목소리를 듣고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얼른 가자!”배경수가 차설아의 손을 잡고 목소리가 울려 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두 사람은 가는 길에 마주친 수하를 쓰러뜨렸고 해체실에 도착했다. 차설아는 배경수가 움직이기도 전에 해체실을 지키던 수하들을 제압했고 수하의 무기를 빼앗고는 굳게 닫힌 문을 발로 찼다.퍽!문의 잠금장치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문이 열렸고 끔찍한 장면에 차마 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이 수술칼로 송지아의 허리 양쪽을 그어 신장을 꺼내려 했다.“당신들 누구야!”수술칼을 들고 있던 남자가 깜짝 놀라더니 피로 흥건한 손을 내민 채 뒤로 물러났다.“개같은 놈, 감히 어디에 손을 대!”차설아는 하얀 가운을 입은 두 남자의 다리를 걷어찼고 두 사람은 바닥에 넘어지며 울부짖었다.“지아 씨, 조금만 버텨요. 제가 지아 씨를 데리고 나갈게요.”차설아는 붉어진 눈으로 수술대에 누워있는 송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1분만 더 늦었다면 이 불쌍한 여자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다. 이때 송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씨 눈이 참 예쁘네요. 저도 모르게 그 사람 생각이 날 정도로 깊은 눈동자예요.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아니요, 지아 씨가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차설아가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이마에 무기를 갖다 댔다.“10분 이내에 상처를 꿰매. 그렇지 않으면 네 몸에 구멍을 내줄 테니까 빨리 꿰매라고!”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떨리는 손으로 바늘을 들고는 말했다.“이 여자가 마취제를 쓰기 싫다고 하면서 빨리 베라고 했단 말이에요. 저희는 그저 시킨 대로 했을 뿐인데...”“닥쳐!”차설아가 그 남자의 뺨을 후려갈겼다.“이 자리에서 마취제 없이 네 신장을 꺼내줄까?”“죄송해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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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과다 출혈이어서 그럴 거예요.”“과다 출혈이라고?”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계속해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대로 둬도 괜찮아?”“병원으로 이송해서 수혈해야 해요. 아니면 쓰러질 수도 있어요.”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처가 크기도 했고 피를 많이 흘려서 여린 몸으로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해체실에서는 상처를 꿰맨 적이 없기에 응급조치에 능하지 못했다. 이때 송지아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더니 차설아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너무 졸려서 좀 잘게요...”“안 돼요! 지아 씨, 눈 좀 떠봐요! 저랑 같이 집에 가면 오빠도 만날 수 있으니까 정신 차리라고요!”차설아가 송지아를 흔들어 깨웠지만 송지아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배경수가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보스, 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지아를 데리고 여기를 빠져나가는 거야. 변강섭도 눈치챘겠지.”배경수의 예상이 적중했다. 변강섭은 마을의 절반 이상의 수하를 보내서 해체실을 포위했고 차설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아버지, 제발 경수 오빠를 보내주세요, 네? 앞으로 말도 잘 듣고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을게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부탁이에요...”명해한테 제압당한 변가을은 발버둥 치며 울부짖었다.“감히 나의 마을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이건 나 변강섭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 없는데 이대로 순순히 보내준다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변강섭이 고개를 돌려 명해한테 말했다.“가을을 잘 붙잡고 있어. 조금 있다가 저 사람들이 나오면 바로 죽여. 특제 무기에 맞고도 소란을 피울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아, 안 돼요! 아버지가 경수 오빠 털끝 하나라도 다친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겠어요!”변가을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울부짖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남자가 해체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가을아, 넌 아직 어려서 남자를 잘 몰라.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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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경수 오빠!”변가을은 숨이 넘어갈 듯 울부짖으며 피바다에 쓰러진 남자 곁으로 다가갔다. 배경수가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를 밀어내더니 기지개를 켰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가을아, 울지마. 오빠 아직 멀쩡하거든?”배경수는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 뒤에서 피했기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차설아는 의식을 잃은 송지아와 함께 해체실 구석에 있었다.“제자한테 이렇게 엄한 사부는 처음 봤네요. 이 두 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제 몸에는 수백 개 구멍이 생겼겠죠.”배경수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쓰러진 두 남자를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감히 날 농락해?”변강섭은 배경수를 노려보더니 명령했다.“저놈을 쏴!”“안 돼요!”변가을이 두 팔을 벌리고 배경수 앞에 막아서서 진지하게 말했다.“아버지, 하나뿐인 딸도 필요 없다고 하셨죠? 그럼 저를 죽이세요. 죽어도 경수 오빠랑 같이 죽을 거니까요.”“빌어먹을 년, 내가 쓰러지는 꼴 보기 싫으면 그놈한테서 떨어져!”변강섭은 평생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기에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 없었다.“그깟 남자 하나 때문에 뭐 하는 짓이야! 널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를 목숨 걸고 지켜주면 너를 좋아할 것 같아?”“아니요, 저는 그저 경수 오빠가 행복하면 돼요. 오빠가 아버지 손에 죽게 되면 저도 오빠 따라 죽을 거예요. 믿지 못하겠으면 해보든가요.”변가을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서 배경수한테 줬던 비수를 빼앗아 목에 갖다 댔다.“해보시라고요.”명해는 떨리는 목소리로 변강섭한테 빌었다.“아버지, 아가씨는 겉보기에 마음이 여려 보여도 강한 사람이에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 더 부추기면 아가씨께서 정말...”“더 부추겨서 죽으면 말지. 나 변강섭은 저런 멍청한 딸을 둔 적이 없어. 너희들만 내 곁에 있어도 충분해!”변강섭은 주먹을 꽉 쥔 채 말을 이었다.“어릴 적부터 금이야 옥이야 키웠더니 우유부단하고 멍청하게 커서 일을 그르치는군. 그런 자식은 필요 없어!”“아버지, 아가씨는 남녀 간의 정에 금방 눈을 떠서 잘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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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변강섭이 손을 내저으며 목청을 높였다.“그래, 네 말대로 할 테니까 비수를 내려놔!”변가을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미소를 지었다.“아버지, 고마워요...”“아니, 보내주는 대신 조건이 있어.”변강섭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서 배경수를 지그시 노려보더니 거만하게 말했다.“내 딸이 목숨까지 걸었으니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지? 네가 내 딸과 결혼한다면 모든 사람을 보내주겠지만 아니라면 이 마을을 벗어나지 못할 거야.”변가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변강섭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아버지,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결혼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는 거지, 협박해서 결혼하는 게 어딨냐고요!”변강섭은 변가을의 말을 무시한 채 배경수를 노려보았다.“내 딸과 결혼할 건가?”“저...”배경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쩔 바를 몰라 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있으니 사랑하지 않는 여자한테 눈길이 갈 리 없었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으면 배경수와 송지아, 차설아 세 사람은 살아서 이 마을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그렇게는 안 되죠.”차설아가 송지아를 부축하고 나오면서 변강섭한테 말했다.“마음이 없는 사람과 결혼해서 뭐가 달라지는데요?”“달라지는 건 없지만 내 딸이 행복하면 그걸로 됐어.”변강섭은 배경수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배경수를 아들로 삼고 싶지만 그게 안 되면 사위도 좋고요. 한 사람의 혼약으로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준다는데, 이 좋은 거래를 뿌리친다면 저도 할 말 없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저를 탓하지 말아요.”배경수는 안색이 창백한 송지아를 힐끗 보더니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보스, 긴말 말고 지아를 데리고 가.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지아는 죽을 수도 있어! 그럼 선택의 여지도 없단 말이야.”“안돼, 널 이곳에 혼자 둘 수 없어. 가려면 함께 가고 죽어도 같이 죽어.”“이럴 때만 꼭 의리를 들먹이더라? 나를 사위로 삼겠다 했지, 노예처럼 부려 먹겠다고는 하지 않았어. 가을처럼 예쁜 여자랑 결혼하면 나한테는 좋은 일이잖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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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차설아는 송지아와 함께 마을 떠났고 제일 빠른 속도로 시 중심 부근의 병원으로 향했다. 송지아는 수술실에 밀려들어 갔고 그 뒤를 따르던 차설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다.“의사 선생님, 꼭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송지아를 살리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고 배경수의 혼약을 대가로 도망친 것이 헛수고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걱정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릴 거예요.”의사는 말을 마친 뒤 수술실로 들어갔다. 차설아는 의자에 걸터앉아 자신의 무능함에 분노했다. 고개를 숙인 채 회색 바닥을 보면서 이럴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키가 훤칠한 남자가 차설아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잘 다려진 슬랙스가 긴 다리를 더 돋보이게 해주었고 모델 뺨치는 비율을 자랑했다. 차설아가 고개를 들자 그 남자의 차가운 두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차설아는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로 훅 들어온 남자 때문에 깜짝 놀랐다.“성도윤 씨, 당신이 여길 어떻게...”차설아는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비비며 미소를 지었다. 서프라이즈를 받은 것처럼 기쁜 건 아마도 시련 앞에서 무너지기 직전에 지원군을 만나서일 것이다.“비즈니스 때문에 온 거야.”성도윤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오만하게 대답했다.“병원에서 무슨 비즈니스예요? 날 미행한 거죠?”“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성도윤이 응급실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상태는 어때?”“누가 수술실로 들어갔는지 알고 묻는 건가요?”“송지아잖아.”성도윤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당신이랑 배씨 가문 그 멍청이 둘이 변강섭의 마을에 갔다며? 뭘 믿고 그런 거야? 그놈이 금변시에서 얼마나 큰 세력을 가졌는지 알기나 해?”“그럴 생각할 틈도 없이 간 거라... 지금 생각해 보면 황당하긴 하네요.”차설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차설아라도 그토록 참혹하고 끔찍한 장면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놈들과 협력한 적 있어서 아는데, 당신 오빠 같은 사람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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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그럴 리가 있어? 나랑 협력하는 사람이니까 손에 더러운 걸 묻히지 말라고 알려줬을 뿐이야. 변강섭이 당신들을 놓아준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지.”“흥, 당신이 좋은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차설아는 입을 삐죽 내민 채 성도윤을 등지고 앉았다. 그러고는 수술실 문 위에 있는 빨간 불을 보더니 송지아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화가 솟구쳐 올랐다. 차설아가 성도윤을 노려보며 말했다.“나쁜 놈!”성도윤은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내가 당신을 건드린 적도 없는데 왜 날 욕하는 거야?”“저는 아니지만 지아 씨를 건드렸잖아요. 속여서 이용하고 지아 씨가 바다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만 있었으니 나쁜 놈이죠.”차설아는 울먹이며 말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지아 씨가 당신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아요? 죽기 전까지도 당신을 보고 싶다고 했지만 당신처럼 나쁜 놈은 예쁜 여자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성도윤이 싸늘한 표정을 짓고서 말했다.“당신은 송지아가 아니면서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송지아가 불쌍하긴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오빠는 극단적이다 못해 미쳐 돌았어. 당신 오빠가 그렇게 된 건 자초한 일이야.”“성도윤 씨, 꼭 말을 그렇게 해야겠어요?”차설아는 감정이 격해졌고 계속해서 따져 물었다.“두 사람 다 피해자지만 당신은 뭐가 그렇게 당당해요? 송지아 씨는 보는 눈이 없어서 당신 같은 이기적인 남자를 사랑했나 봐요.”‘물론 나도 보는 눈이 없어서 당신을 사랑했지만...’“당신이 떠들고 싶은 대로 떠들어. 어차피 당신은 나를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동물로 생각하잖아. 난 당신 생각보다도 잔인하고 차가운 사람이거든.”성도윤이 오만하게 차설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당신은 정말...”차설아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남자의 태도에 짜증이 났다.“당신은 소중히 여기는 거, 지키고 싶은 거 없어요?”“없어.”성도윤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럴 줄 알았어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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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성도윤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내 피를 당신이 바꿔줬다는 건 무슨 뜻이지? 자세하게 말해 봐.”“말이 헛나왔으니 신경 쓰지 말아요.”차설아는 머리를 긁적였고 의사한테 팔을 내밀었다.“제 피를 뽑아요.”차설아가 의사 곁으로 다가가자 성도윤도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저의 피도 뽑아주세요.”성도윤은 남자로서 위급상황에 발 벗고 나서서 남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저...”의사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했다.“그럼 두 분 다 저를 따라오세요. 한 사람 피로는 부족할 수 있거든요.”차설아와 성도윤의 피를 뽑은 뒤, 의사는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고 송지아는 한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일반 병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했다.“도윤 씨, 괜찮아요?”“당신 괜찮아?”피를 뽑고 나온 차설아와 성도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아까 말했듯이 난 조혈 기능이 강해서 괜찮아.”성도윤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자 차설아는 겨우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어머,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피를 보고 쓰러진 것 같던데요?”“그... 그건 눈 감고 있었던 거야.”“아, 눈을 감고 있었다고요? 아무튼 피를 보고 쓰러지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어요. 언제 또 쓰러질지 모르잖아요.”차설아는 진심으로 성도윤을 걱정하고 있었다.“당신 잊었나 본데, 우리 둘은 원수지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성도윤의 차설아의 말에 감동했으면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돌렸다.“원수지간이라도 휴전할 때는 서로를 돕고 걱정해 주는 거예요. 다시 회복된 후에 싸우자고요.”차설아가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말했다.“헌혈했으니 몸보신하러 갈까요?”“좋은 생각이야.”성도윤은 미소를 지었다. 성대 그룹과 변강섭이 협력할 때 금변시에 온 적이 있었기에 지역 대표 요리를 잘하는 가게를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고급 레스토랑과 정겨운 길거리 음식이 모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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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요즘 신장 하나에 값을 얼마나 많이 쳐주는지 몰라요?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와도 금변시에서 한 번쯤은 협박당하거나 실종된다던데, 당신이 이곳 사람들이랑 짜고 쳤을 수도 있잖아요.”차설아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고 선뜻 앞으로 가지 못했다.“당신 말도 맞아. 이곳 치안이 좋지 않으니 신장을 위해서라도 내 손 꼭 잡아.”성도윤은 차설아의 손을 꽉 잡았다. 처음 잡는 손이지만 이 작은 손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성도윤은 이 설렘을 위해 차설아와 가까워지려고 했을 것이다.“흥, 이러면 넘어갈 줄 알아요?”차설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성도윤과 더 가까이 붙어서 걸었다. 두 사람은 골목 끝에 있는 캄보디아 식당에 도착했다. 가게의 규모가 작고 허름했지만 간판은 번쩍번쩍 빛이 났고 뱀과 각종 벌레가 그려져 있어 동물원을 방불케 했다.“어서 오세요, 편한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사장이 미소를 지으며 성도윤과 차설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성도윤이 들어가려 하자 차설아가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뜯어말렸다.“진짜 이 가게에서 먹으려고요? 간판에 그려진 요리는 맛없어 보이던데요.”“피를 많이 흘리거나 헌혈한 사람한테는 제격이야. 이 가게 메인 요리를 꼭 먹어야 하거든.”“메인 요리가 뭔데요?”“독거미 튀김.”“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일어나 볼게요.”차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성도윤한테 붙잡혔고 성도윤이 직접 주문했다.“사장님, 거미튀김이랑 돼지 간무침, 녹혈 볶음, 웅담 찜 각각 2인분씩 주세요.”“성도윤 씨, 먹을 수 있는 걸 시키세요.”“먹을 수 있으니까 주문한 거지. 걱정하지 마, 먹어도 안 죽어.”성도윤의 거만하고 차가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평범한 식당에 맛있는 걸 먹으러 온 일반인처럼 행동했다. 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얼마 후, 주문한 음식이 올라왔고 그 장면은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아... 정말 먹을 수 있는 거 맞아요?”차설아는 검붉은색의 음식을 보니 구역질이 났다.“이게 다 메인 요리라고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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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성도윤은 결제한 뒤 식당을 걸어 나갔고 까만 밤하늘을 쳐다보더니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시간이 늦었어. 오늘 밤은 여기서 쉬다 가자.”술을 연거푸 마시는 바람에 차설아는 머리가 어질했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차설아는 휘청거리면서 성도윤의 턱을 잡고는 물었다.“아가야, 밥 한 끼 갖고 누나가 넘어갈 줄 알았어?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성도윤은 어이가 없었다. 이때 차설아가 트림하고는 말했다.“괜찮아, 이득을 볼 사람은 나일 수도 있으니까. 아가야, 호텔로 가자!”차설아의 말에 성도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여자는 하는 말마다 나를 놀라게 하네.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오니까 놀랐잖아.’성도윤이 휘청거리는 차설아를 부축하고는 차갑게 말했다.“감히 날 이용해서 쾌락을 느끼려고? 피도 뽑았으니 오늘은 가만히 있어, 까불지 말라고!”두 사람은 시 중심의 고급 호텔로 향했고 성도윤이 카운터 직원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스위트 룸 두 개로 해주세요.”“확실하세요?”카운터 직원은 성도윤한테 찰싹 달라붙은 차설아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녀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데 방을 두 개 잡는 경우는 처음이었다.“네, 이 사람이랑 안 친해요.”성도윤이 턱을 쳐들고 거만하게 말했지만 차설아는 성도윤을 장난감처럼 주물럭거리면서 배시시 웃었다.“친해 보이는데요...”카운터 직원은 혼잣말하면서 빈방을 체크했고 성도윤을 향해 말했다.“손님, 죄송하지만 지금 럭셔리 스위트 룸이 하나밖에 남지 않아서...”“방이 하나밖에 없다고요?”성도윤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그 방으로 하죠.”성도윤은 고개를 숙이고는 차설아한테 말했다.“방이 하나밖에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은 방을 쓰는 거야. 나도 당신이랑 같은 방 쓰기 싫어.”차설아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성도윤의 어깨를 잡고 잠이 든 것 같았다. 방 카드를 가진 뒤, 성도윤은 차설아를 부축한 채 겨우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누군가 멀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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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내가 그렇게 싫어? 마주치면 치워버리고 싶을 만큼 싫냐고.”성도윤은 침대에 누워 평온한 표정으로 차설아를 쳐다보며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는 것 같았고 차설아와 차성철이 성도윤을 죽이기 위해 판을 짠 적도 있지만 성도윤은 차설아를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었다.저도 모르게 시선이 차설아한테로 향했고 차설아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변강섭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말 한마디면 차설아를 구해낼 수 있었지만 성도윤은 직접 금변시로 왔다. 성도윤은 차설아를 만나기 위해 먼 곳까지 갈 정도로 애절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난 내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싶어. 당신이 도와줄 수 있어? 기억을 되찾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말해줘.”“알아, 난 똑똑하니까...”“어떻게 하면 되는데?”“예를 들면...”차설아는 눈을 깜빡이더니 성도윤한테 귓속말하려고 몸을 숙였다. 성도윤은 바짝 긴장했지만 기다림 끝에 들려온 것은 차설아의 숨소리였다.“하!”성도윤은 차설아가 그대로 자버리는 바람에 화가 솟구쳐 올랐고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당장 차설아를 흔들어 깨워서 따져 묻고 싶었지만 변강섭을 상대하고 곧바로 헌혈까지 한 여자를 차마 깨우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성도윤은 차설아에게 베푼 선심이 어떤 ‘보답’으로 돌아올지 몰랐다.술에 취한 차설아는 잠버릇이 유난히 심했는데, 침대에서 뒹굴다가 성도윤을 베개처럼 안기도 하고 성도윤의 팔을 베고 자기도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발로 찼고 주먹질을 해대서 성도윤은 차설아가 일부러 연기하는 줄 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설아가 뒤에서 성도윤을 꼭 끌어안고 등에 얼굴을 갖다 댔다.“날 못 자게 할 셈이야?”성도윤이 뒤돌아 따져 물으려 했지만 귀여운 아기처럼 잠이 든 차설아의 얼굴을 보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성도윤이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차설아를 품에 안았다.“내 팔 베고 누워, 착하지.”차설아는 뒤척이더니 성도윤을 더 꽉 끌어안았다. 따뜻하고 커다란 물체를 안고 있어서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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