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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1211 - 챕터 1220

1315 챕터

제1211화

성도윤은 샤워하다가 밖에서 누군가 웅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때 차설아가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욕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성도윤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손이 덜덜 떨렸다.“나 씻을 거야.”차설아는 굳은 얼굴로 샤워기 쪽으로 걸어갔고 성도윤과 마주 보았다.“너무 더워서 씻으려고.”“큼!”샤워기가 뿜어낸 물에 차설아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젖어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옷과 바지가 흠뻑 젖으며 살갗에 달라붙었다. 차설아의 몸매가 젖은 옷 아래로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성도윤은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시원해!”차설아는 눈을 감고 물로 온몸을 적셨고 시원한 물줄기를 만끽하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이것도 계획의 일부인가?”성도윤은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로서 정교하게 깎아진 조각상 같았지만 차설아한테 알몸을 보여주는 것이 어쩐지 난처했다. 차설아는 그런 마음을 모르는지 성도윤과 마주 섰음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물로 몸을 식히는 것에 집중했다. 부끄러워하던 성도윤은 차설아가 자신의 몸에 흥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음이 편안해졌다.“너무 시원해. 아, 이거지!”차설아는 성도윤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서 아이처럼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 성도윤은 차설아를 붙잡고 따져 묻기 시작했다.“날 유혹하려고 일부러 관심 없는 척하는 거 다 알아. 연기도 이쯤에서 그만하지 그래?”성도윤은 만족스러운 답을 들으면 어쩐지 오늘 밤은 차설아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곧 이상함을 감지하게 되었다. 차설아는 샤워하면서 횡설수설했고 성도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성도윤은 차설아에게 몽유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부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몽유한 사람을 깨우면 깜짝 놀라서 죽을 수도 있다는 소문 때문에 두려웠던 것이다. 만약 차설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 알몸인 성도윤과 같이 씻고 있었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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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성도윤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눈앞의 여자를 덮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차설아가 실컷 만지고 욕실을 나가면 이 욕구도 사라질 거라고 믿었다.“우리 귀염둥이, 참 착해.”차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성도윤의 등을 토닥였다. 위기를 넘긴 줄 알았던 성도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심하던 찰나, 차설아가 두 손으로 성도윤의 아랫도리를 움켜쥐었다. 성도윤은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내 목숨줄을 아무렇게나 잡다니!’“귀염둥이, 나랑 같이 자자. 이제는 시원해서 잘 수 있을 것 같아.”차설아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성도윤을 향해 말했다.“같이 자는 건 맞는데, 이 손부터 좀 놓으면 안 될까? 당신이 이렇게 움켜쥐면 내가...”“나랑 같이 자는 거다!”차설아가 두 손에 힘을 주고 잡아당기는 모습은 18세 관람가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성도윤은 그대로 욕실에서 끌려 나가게 되었다.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욕실을 나가자마자 차설아는 침대에 쓰러져 잠에 들었다. “하!”조용히 잠든 차설아를 지켜보던 성도윤은 한숨을 내쉬었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몇분 안 되는 시간이 몇백 년같이 느껴질 만큼 고통스러워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다음날.차설아는 밀려오는 두통에 눈을 떴고 몸에 걸친 얇은 잠옷과 곁에서 곤히 잠든 성도윤을 번갈아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아!”차설아는 성도윤을 흔들어 깨웠다.“당신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죠? 이상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이고 술을 권한 건 이런 짓을 벌이려고 그런 건가요?”성도윤은 차설아 때문에 온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잠에든지 한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았다. 성도윤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내가 할 말인 것 같은데? 날 유혹한 건 당신이야.”“내가 유혹했다고요?”차설아는 씩씩대며 팔짱을 끼고 말했다.“제 말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요. 내가 오라고 손가락질만 해도 당신이 날 덮칠 텐데, 굳이 왜 유혹하겠어요? 당신은 말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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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테크닉이 뭐?”성도윤은 차설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채고는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차설아는 살고 싶은 마음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뭐가 아닌데.”성도윤은 천천히 차설아 곁으로 다가갔고 두 팔로 상체를 지탱하며 차설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내 테크닉이 별로라는 뜻이야?”“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본인의 실력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모양이네요.”차설아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진지하게 말했다.“내 테크닉이 별로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거야.”성도윤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차설아의 턱을 움켜쥐고 키스를 퍼부었고 커다란 손으로 차설아의 여린 몸을 탐색했다.“웁!”차설아는 성도윤이 당돌하게 덮칠 줄 몰랐기에 당황해서 버둥거리기만 했다.‘왜 갑자기 성도윤이랑 이러고 있는지 누가 좀 알려줘... 안돼, 이번만큼은 절대 안 돼. 차설아,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과거로 돌아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다시 엮이지 마.’“싫어요!”차설아는 있는 힘을 다해 성도윤을 침대에서 밀어버렸고 이불로 몸을 감싸면서 말했다.“성 대표님, 이러지 마세요. 곧 결혼한다는 분이 바람났다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게 조심하셔야죠.”바닥에 떨어진 성도윤은 씩 웃더니 차갑게 말했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당신이 선을 넘으면서 날 유혹한 거잖아. 난 정상적인 남자로서 반응할 수밖에 없었어.”“거짓말하지 마세요. 방귀 낀 놈이 성낸다더니, 내가 언제 당신을 유혹했다고 그래요? 나한테 술을 권한 것도, 이 호텔까지 데려온 것도 전부 당신이면서... 같은 침대에서 자고 눈 뜨자마자 입부터 맞춘 건 당신이잖아요!”“날 안 믿어?”성도윤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휴대폰을 꺼내 어젯밤에 찍은 영상을 틀었다.“누가 누굴 유혹했는지, 당신 두 눈으로 직접 봐.”“이게 뭐예요?”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영상을 보았다. 어젯밤에 욕실로 뛰어가서 성도윤과 함께 씻다가 성도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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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당신한테 몽유병이 있다고?”“어릴 때 잠깐 있었는데, 이젠 괜찮아졌어요.”차설아는 어린 시절 몽유병으로 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그녀가 몽유병 증세를 보일 때마다 가족들은 혹시라도 그녀에게 방해라도 될까 봐 전전긍긍하며 숨도 제대로 못 내쉬었다.차설아가 옛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제 몽유병 고치겠다고 부모님께서 온갖 방법을 다 써보셨죠. 병원도 가봤고 한의원까지 가봤는데 결국엔... 엄마가 어디서 들은 민간요법으로 나았어요.”“민간요법?”“네, 뭐냐면요. ‘혼을 부른다’라고 하는 건데요, 한 도인을 찾아가서 우리 집의 동서남북으로 혼을 불러들였대요... 제가 기가 너무 약해서 악한 기운이 자꾸 침범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그건 미신이잖아.”성도윤이 비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미신이죠.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몽유병이 깔끔하게 나았더라고요. 하지만 요즘 들어 몽유병이 다시 도진 것 같아요. 설마... 악한 기분이 또 침범한 걸까요?”“악한 기운 소리 하네!”성도윤은 걱정되는 마음에 순간적으로 차설아를 노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미신보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걸 믿어야지. 온종일 이렇게나 밝게 지내고 있는데, 감히 누가 널 침범한다는 거야?”“맞아요!”성도윤의 말에 차설아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성도윤의 눈빛 속에 담긴 걱정을 차설아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마음속 깊은 속에서부터 피어오른 달콤한 감정이 차설아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시의 그 감정을 잘 숨겨야만 했다.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그런데, 네가 밤새 부르던 그 귀염둥이는 누구야?”“아...”그 질문에 차설아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예요. 저랑 엄청 친했었는데, 잃어버렸어요.”그 말에 성도윤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지더니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러니까, 어젯밤에 넌 날 강아지로 생각했다는 거야?”“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급히 자신을 위한 변명을 하던 차설아는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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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도윤 씨가 설득해보겠다고요?”차설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성도윤의 앞을 가로막았다.“제발, 도와주지 못할 거라면 방해는 하지 마세요. 도윤 씨가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인데, 지금 들어가봤자 지아 씨 자극만 하는 거라고요. 저는 그런 위험까지 감수할 자신 없어요...”“아니, 당신이 틀렸어. 그 ‘자정의 살인마’가 진짜 원흉이야.”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마친 성도윤은 차설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실로 걸어 들어갔다.“잠깐만요, 도윤 씨...”차설아는 뒤늦게 병실로 향하는 성도윤을 뒤쫓아가려고 했지만 간호사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죄송하지만, 지금 환자분께서는 설아 씨에게 강력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설아 씨도 안으로 들어가신다면 환자분 감정만 더 불안정해질 겁니다.”“그럴 리가요. 도윤 씨도 들어갔는데 제가 왜 못 들어가요?”간호사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차설아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성도윤이 병실 안으로 들어간 지 5~6분이나 지났지만 안에서는 여전히 송지아가 발작을 일으킨다거나 같은 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그렇게 몇 분이 더 지나자 성도윤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꽂은 채 우아하고도 당당한 발걸음으로 병실을 빠져나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왜 나온 거예요?”병실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던 차설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지금 안에서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거죠?”“어느 정도 진정됐어. 지금은 간호사가 관을 삽입하는 중이고.”여유로운 표정의 성도윤이 여유롭게 대답했다.“뭐라고요? 진정이 됐다니요? 도윤 씨... 도윤 씨 대체 지아 씨한테 무슨 말을 하고 나온 거예요?”“별말 안 했어. 그냥 지금 몸조리 잘하고 빨리 나아야 복수든 뭐든 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인데.”“아니, 어떻게 그런 막말을 할 수가 있어요? 변강섭한테서 얼마나 힘들게 목숨을 건졌는데, 벌써 이렇게 복수를 부추기다니요. 이건 죽었다 깨어난 사람 다시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거랑 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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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잘됐네요. 그럼 얘기해주세요. 우리 오빠랑 송지아 씨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요. 그걸 알아야 두 사람 사이에 진 응어리를 풀 수 있을 것 같아요.”차설아는 살짝 들뜬 목소리로 성도윤에게 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기대에 차 있었다.“그건 싫어.”“???”“내가 안다고 해서, 그걸 꼭 너한테 얘기해줘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도윤 씨… 당신!”차설아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욕설을 가까스로 참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성 대표님, 도련님, 오라버니. 제발 알려주세요. 이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도윤 씨도 알잖아요. 좋은 일 한다 생각하고 제발 불쌍한 저 좀 도와주세요, 네?”차설아의 간곡한 부탁에도 성도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미안하지만 난 좋은 일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서.”“네?”“그래서, 오늘은 굳이 남을 돕고 싶은 생각이 없네.”“!!!”그 말에 차설아가 눈알을 도르륵 굴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도윤이 일부러 농담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했다.“도윤 씨 정말 웃기네요. 웃겨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다음부턴 이런 농담 하지 마세요.”성도윤은 차설아를 바라보더니 씩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하지만, 네 생각은 자주 하는데.”당황한 차설아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농담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도윤 씨는 정말 공감 능력도 없어요? 빨리 우리 오빠랑 도윤 씨, 그리고 지아 씨 사이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두 집안 문제도 해결이 되죠. 그게 도윤 씨한테도 우리한테도 다 좋은 일이잖아요. 도대체 왜 아무것도 얘기해주지 않는 건데요!”“두 가문이 협력하려면 기운도 맞아야 가능한 법이야. 그러려면 본격적인 협력을 시작하기 전에 네가 날 기분 좋게 해줘야 하는 게 먼저겠지. 혹시 모르지, 기분만 좋아지면 너한테 뭐든 다 말해줄지도?”성도윤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정말 밉상이 따로 없네요, 너무해요!”차설아는 주먹을 꽉 쥐며 당장이라도 성도윤을 한 대 쥐어박고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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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성도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자신에게 바싹 달라붙은 서은아의 팔을 떼어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랬잖아, 왜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네가 걱정돼서 참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실장님한테까지 졸라서 네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고 제일 빠른 항공편으로 여기까지 온 거야.”서은아는 다시 성도윤에게 꼭 달라붙으며 애교를 부렸다.“하여간 진무열은 그 입이 문제야. 그만두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지?”성도윤의 준수한 얼굴에는 미처 억누르지 못한 분노가 서려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워졌다.그는 서은아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그렇다고 성도윤이 죄책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 서은아 같은 귀한 집안의 딸이 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도윤아, 표정이 왜 그래. 안 기뻐? 내가 안 보고 싶었던 거야?”“기쁘긴 한데, 이런 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대체 뭐가 문제인데? 여긴 유명한 관광지잖아. 난 그냥 여행 겸 가족 방문하러 온 거고. 누가 나 잡아서 인신매매라도 할까 봐 그래?”“이런 뒤 세계는 너처럼 귀하게 자란 공주님이 감히 상상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혼자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네가 운이 좋았던 거야.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나만 또 죄책감 때문에 한동안 계속 힘들어했겠지.”말을 마친 성도윤은 서은아를 위아래로 살펴보며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넌 내 약혼녀잖아. 그러니까 자꾸 나 걱정시키지 마.”“알겠어,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난 서씨 가문의 장녀야. 그 아무도 날 함부로 대할 수 없어. 봐, 지금도 이렇게 멀쩡하잖아?”서은아는 귀엽게 웃으며 자신의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더니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차설아를 바라보더니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설아 씨도 혼자 여기까지 왔잖아.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하고 힘도 없는 집 딸도 아무렇지 않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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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너도 우리랑 같이 가자. 나랑 은아 심심풀이 상대나 해줘.”“???”“싫어?”성도윤은 순식간에 얼굴에 먹구름이 낀 듯한 차설아의 표정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지었다.“싫다면 굳이 강요하진 않을게. 하지만 너도 알 텐데, 난 보통 중요한 얘기는 다 식탁 앞에서만 하잖아.”“싫다니요, 당연히 좋죠. 두 분이랑 함께 식사하게 되다니, 영광이네요.”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 지은 차설아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자신의 오빠와 송지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일념만 없었다면 차설아는... 지금 당장이라도 눈앞의 성도윤을 때려눕혔을지도 모른다. 그는 차설아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봤던 사람 중 가장 얄미운 사람이었다.“굳이 그럴 필요는 없죠!”서은아가 끼어들어 차설아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설아 씨도 아시다시피 저랑 도윤이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거라 단둘이서 나눌 얘기가 참 많아요. 그런데 그 자리에 설아 씨가 끼면, 너무 어색하지 않겠어요?”“하하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 친구 사이인데 어색할 게 뭐가 있다고요!”차설아는 가식적인 말을 내뱉으며 속으로 힘껏 외쳤다.‘나도 당연히 어색하지, 그런데 나더러 뭘 어떡하라고. 넌 무슨 내가 정말 너희랑 같이 밥 먹고 싶은 줄 아니?!’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아무리 어색한 자리일 것 같다고 해도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차설아는 차라리 아예 뻔뻔하게 행동하는 것을 택했다. 어차피 그녀만 당당하다면 민망하고 어색한 것은 두 사람일 테니까.”“설아 씨!”서은아는 뻔뻔하게 나오는 차설아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난감해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성도윤이 내린 결정이었으니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요, 그래요. 그렇게 눈치 없게 끼고 싶다고 하니, 저야 어쩔 수 없네요. 젓가락 하나 더 올려놓으면 될 일이니까 딱히 상관없어요.”서은아는 일부러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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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주위를 둘러보던 차설아는 자신의 의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옆에 있던 직원에게 말했다.“저기요, 여기 의자 하나만 더 갖다 주실 수 있을까요?”“아, 그게요...”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뭐가 문제예요? 손님이 앉을 자리가 없으니까 의자 하나 더 놔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직원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손님, 의자를 가져다드리는 건 아무 문제 없지만, 2인석에 의자를 하나 더 추가하는 건 조금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저희 매장 분위기에도 안 좋고 다른 손님들 식사하시는 데도 방해될 수 있어서요.”“따지는 게 왜 이렇게 까다로워요?”답답해진 차설아의 말투가 날카로워졌다.“당연히 까다로워야죠...”서은아는 마치 왕실의 왕비라도 된듯한 기세로 성도윤의 맞은편에 앉아 냅킨을 펴며 비꼬았다.“2인석이면 2인석이지, 의자를 추가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저였다면 제 자리가 없다고 했을 때 눈치껏 다른 곳으로 꺼져줬을 것 같네요. 이런 식으로 직원한테 억지를 부리는 건 경우가 아니죠.”이미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차설아의 분노는 서은아의 말에 그만 폭발해버리고 말았다.“그래요, 맞아요. 2인석에 의자 하나 추가되면 당연히 보기 거슬리겠지. 그러니까 너도 눈치껏 일어나지 그래!”차설아는 무례한 말투로 서은아에게 쏘아붙였다.“너, 너 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 이 자리는 내 자리야! 그런데 내가 왜 일어나야 해?”서은아는 자신을 밀어내려는 차설아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누가 이 자리가 네 자리라고 했는데? 여기 뭐 네 이름이라도 적혀 있대? 부르면 주인님이라고 대답이라고 해준다니?”“도윤이가 앉으라고 한 거야. 그리고 난 성도윤 약혼녀고, 그럼 당연히 이 자리는 내 자리여야지!”“허, 성도윤이 앉으라고 했다고? 이 자리가 뭐 도윤 씨 아들이라도 된대? 도윤 씨가 부르면 여기서 대답 해주나?”“그, 그건...”차설아의 말에 서은아도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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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테이블 옆에 서 있던 서은아는 티격태격 중인 성도윤과 차설아를 지켜보았다. 겉으로는 싫은 척하면서도 사실은 애정이 뚝뚝 흘러넘치는 것 같은 둘의 모습에 서은아가 주먹을 꽉 쥐었다.“둘이 분위기 좋아 보이네, 도윤아. 오히려 내가 여기 끼어있는 게 어색할 정도야. 둘이 식사 천천히 해. 난 먼저 호텔로 돌아갈 테니까.”말을 마친 서은아가 황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차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손목을 탁 잡고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어색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은아 씨가 여기 남아있어야 우리한테 스테이크도 썰어주고, 와인도 따라주고, 반찬도 이것저것 다 집어줄 거 아니야. 은아 씨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데요.”“차설아 씨,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요? 이런 일은 원래 차설아 씨가 나한테 해줘야 하는 것들이잖아!”“누가 그래요? 혹시 제가 해드려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놨어요?”“도윤이가 그랬어요!”“성도윤이 대체 뭔데 내가 그 사람 말을 다 들어줘야 해요?”“설아 씨!”두 사람의 싸움에 다시 불이 붙을 기미가 보이자 성도윤이 직접 나서서 서은아에게 말했다.“은아야, 여기 내 옆에 와서 앉아.”그 말에 금세 표정이 밝아진 서은아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도윤이야, 이럴 줄 알았어. 네가 날 저런 곳에 가만히 세워둘 리가 없지.”서은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성도윤의 옆에 앉아 그에게 몸을 기댔다. 가까이 꼭 붙어 앉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정말 곧 결혼만 남겨둔 천생연분 같아 보였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차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씁쓸해진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주문한 요리들을 하나씩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이번 양식은 거미 튀김 같은 이상한 음식과는 달리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플레이팅 된 고급 요리였는데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고 식욕이 돋았다.하지만 차설아는 배가 고팠음에도 그런 고급 요리들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왜인지 모르게 입맛이 떨어져 음식을 씹어도 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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